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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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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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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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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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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1

DUMMY

론리가 구출한 화물선 임페리얼호가 인천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장시간 잠도 못 자고 작전에 집중한 탓인지 계단을 내려오는 론리의 눈밑이 조금 어두워졌다.


“부장님. 작전 성공을 감축드립니다!”


론리가 육지에 발을 딛자마자 들려오는 황단혜 과장의 목소리.


“스고이. 역시 부장님은 빈틈 없으신 분입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아무로 켄마 대리. 론리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순수한 환영의 의미로 항구까지 두 사람이 쫓아왔을 리는 없을 터.

이렇게 된 이상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한다.


“휴가! 나는 지금 2박 3일의 작전휴무란 말입니다.”


작전휴무란 회사에서 군사작전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주는 휴가를 말한다.

이것은 연차에서 제외되지 않는 순수한 복지다.


황 과장과 켄마 대리는 자신들의 계획이 들통난 것이 멋쩍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입을 내민다.


“그래도 그동안 부장님이 안 계셔서 밀린 보고서와 기획안들이...”


“선임과장인 황과장님께서 다 처리해주십시오.

권리는 그쪽이, 책임은 내가. 참 편하죠?”


“그래도 부장님께서 안 계신 동안 생기는 손실들을 메꾸셔야죠!”


“손실?”


론리가 걸음을 멈췄다. 황 과장과 켄마 대리도 따라서 멈췄다.


“부품이 오지 않아 사흘간 지체된 영업손실과 저의 일당이라고 해봐야 1000금화(약 4000만원)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제가 되찾아온 가치는요?

순수하게 용병들에게만 맡겼을 때와 적어도 한 사람이 그 작전에 참여했을 때의 가격협상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건 아실테고.

그걸 떠나서 화물회사에 화물선과 다른 적재화물을 돌려주는 대가만 2500금화입니다.

꼬박 이틀 밤을 샜는데 돌아오는 건 영업손실을 메꿔야 하니까 출근하라는 겁니까?

이게 좋겠네요. 앞으로 화물선이 납치되면 황 과장님과 켄마 대리가 탈환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하세요.”


졌다. 어떤 핑계를 대도 먹히지 않는다.

솔직히 론리 부장이 아니라 말단 사원이 작전에 다녀왔다고 해도,

귀환하자마자 출근하라는 말을 누가 쉽게 꺼낼 수 있을까.


황단혜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


“사실은 지사장님 호출입니다.”


온갖 불쌍한 표정을 짓는 황 과장을 보며 론리는 집에서 편히 쉬긴 틀렸다는 것을 예감했다.


“너는 언제나 찾는 사람이 많군.”


누군가의 목소리.

론리에게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제발 그가 아니길 바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사막의 매였다.


“너희 지사장에게 가기 전에 나를 잠깐 보고 귀환의 회포를 푸는 건 어때?”


둘 다 별로다. 하지만 론리는 이 내키지 않는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지사장과 만나는 것은 일이지만 매와 만나는 것은 그래도 동창회 정도가 될 테니까.

무엇보다 외교정보사령관이 아무런 용무 없이 자신을 찾아왔을 리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당신은 누구신데 우리 부장님을 맘대로 채가시려는 거죠? 바쁘신 분이라고요.”


론리가 대답하기 전에 황단혜 과장이 끼어들었다.

전투수트를 입은 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론리는 방금 전 화물선을 탈환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어느 세력의 표적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황 과장님?”


론리가 황단혜를 말리려 했지만 오히려 그는 론리에게 안심하라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했다.


“절대 양보못해요. 아시겠어요? 아.시.겠.냐.고.요.”


사막의 매가 누군지 모르는 황단혜가 론리에게 점수를 딸 모양이다.

눈을 부라리며 위협하는 여자를 보고, 매가 짐짓 웃음을 참으며 론리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회사 사람이야.”


론리는 신경쓰지 말라는 표정으로 말하자 매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눈짓을 했다.


“황 과장님. 켄마 대리와 먼저 회사로 들어가 있어요.”


“안 됩니다. 부장님.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이번엔 켄마 대리냐. 웨이브건을 뽑는 켄마 대리.

하지만 론리는 그의 손에 들린 건을 재빨리 낚아챘다.

하지만 그 틈에 다시 웨이브건을 뽑은 황단혜 과장은?

그의 건은 매의 손에 들려있었다.


“누...누구냐 넌?”


웨이브건은 뺏겼을지언정 조준한 자세 그대로 묻는 황단혜에게 론리가 대신 말했다.


“그만 좀 하세요! 긴장 풀고. 제 동창입니다. 외교정보사령관입니다.”


그제야 자신들이 오바했다는 것을 안 황단혜와 켄마는 동시에 머리를 긁었다.


“외교 정.. 뭐요? 어쨌든 실례했습니다.”


매는 고개숙여 사과하는 황 과장과 켄마 대리에게 괜찮다며 웃어넘기고는, 론리에게 약올리듯 말한다.


“괜찮은 동료들과 일하고 있군.”


“닥치고 어디든 들어가지. 우리가 길에서 반갑다고 얼싸안을 사이는 아니니까.”


그렇게 허름한 술집, 그래서 사람도 없을 것 같은 호프의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잡은 두 사람.

장사가 안되어 점원도 필요가 없는지 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으러 온다.


“맥주 큰 잔으로 두 잔. 그리고 오븐에 구운 닭요리 주세요.”


주인장이 놀라운 표정을 짓더니 그것은 이내 의심으로 변했다. 하긴.

이렇게 허름한 술집에서 비싼 안주를 시키니 그럴 수밖에.


“5금화. 선불이오.”


맥주가 한 잔에 5만원. 닭고기 요리는 한 마리에 10만원이 넘어가는 세상이었다.


매가 코인을 꺼내 주인에게 건내려 하자 주인의 표정이 밝아진다.

하지만 론리가 그 손을 막고 주인에게 맥주만 두 잔 달라고 한다.

주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 너랑 한가롭게 닭고기 뜯을 시간 없으니까 빨리 마시고 일어나자고.”


하지만 매가 기어이 코인을 꺼내 주인에게 건네고는 닭고기요리도 함께 달라고 한다.


“나 배고파. 하루종일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주인의 표정이 밝아진다.


“복 받으실 거유.”


행여나 론리가 다시 매의 팔을 붙잡을까 주인은 도망치듯 주방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잽싸게 맥주를 가져다준다.


“아직도 나한테 감정이 남았어?”


론리의 적대적인 분위기에 매가 맥주를 마시며 묻는다.

론리가 그 말에 쾅 하고 맥주잔을 떨어뜨렸다.


“감정? 너희들은 이카루스를 죽였어.

그리고 나도 죽이려고 했지.”


“오해는 좀 풀자고. 이카루스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나도 몰랐다고. 그리고 넌... 죽이려고 했으면 몇 번이라도 죽였을 거야.”


“그거 참 고맙네.”


속이 타들어가는 론리가 맥주를 마시다 문득 생각난 듯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정부는 아직도 나를 감시하나?”


매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론리를 포섭하려면 아는 한도 내에서 솔직히 얘기해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도대체 나를 왜. 내가 그것 때문에 불안해서 팍스 사에 입사한 건 알아?”


“그건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냥 네가 파더라는 분께 예언을 받은 아이라는 것 말고는.”


“파더? 세상에. 정부나 기업에게 암묵적인 지시를 내리고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는 소문의 존재를 말하는 거야?

정말 존재하는 분이라고?”


“맹세하는데 나도 그 이상은 몰라.

어쨌든 팍스 사에 입사한 네 선택은 효과가 있었어.

네가 거기에 입사하자마자 너에 대한 암살계획들이 모조리 철회됐거든.”


“너 지금 그 말을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야?”


하지만 둘의 대화는 더 진행될 수 없었다.

주인이 닭고기 요리를 가져다주며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흘끗거리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매는 괜시리 주인장에게 닭요리가 참 맛있겠다는 칭찬으로 그의 주의를 돌린 뒤에 돌려보냈다.


맥주와 시간이 론리를 진정시켰다.


“어차피 이것저것 따져봐야 시간만 길어질 것 같고. 날 찾아온 목적은?”


“디벨로이드의 부품별 단가. 그리고 품목별 자재비와 생산비용을 원해.”


닭고기를 뜯어먹던 론리의 입맛이 뚝 떨어졌다.

챔핀코 정부에서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나더러 전쟁에 불을 지피라는 거야?”


“전쟁을 막아달라는 거야.

만약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팀을 꾸려서 팍스 본사에 침입할거고, 발각된다면.

올리칸과의 외교문제로 번지겠지.”


“그딴 억지로 나를 협박하다니.

내가 방금 임페리얼호를 탈환하고 왔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농담 아니야. 나 진지하다고.”


“나도 진지해. 일단 일개 챔핀코 지사의 부장인 내가 가질 수 없는 기밀정보야.

그리고 그걸 너희에게 전달해서 내가 얻는 게 뭐지?”


“뭘 원하는데?”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어?”


갑자기 론리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한 론리의 태도는 매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협상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었다.


“우선 말 해봐.”


“마인드 스캐너의 기술자료. 그리고 직업탐색검사에 대한 통계자료.”


이번에는 매의 맥주잔이 쾅 하고 테이블을 쳤다.


“그건 나도 해줄 수 없어.

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그걸 승인해 줄 것 같아?”


“난 정부에 부탁한 적 없어. 너한테 부탁한 거야.”


론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매에게 작별인사를 하듯 어깨를 쳤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매에게 덧붙였다.


“협상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너한테 달려있어. 인디언 친구.”


매는 처음으로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눈과 마주쳤다.

여태껏 보였던 분노, 당황, 짜증은 온데간데 없이 자신의 계획과 목표를 향해 착실히 달려가는 한 명의 냉혈한이 보였다.


‘론리 져스틴. 끝장을 볼 생각이군.

예언의 아이라는 것이 이런 뜻이었나.’


매는 천천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론리, 올리칸과 챔핀코, 팍스와 밸류컴퍼니 사이를 둘러싼 운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닭고기를 모두 뜯을 때까지 생각했다.


한편 챔핀코 지사장에게 불려간 론리는 휴가를 빼앗긴것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으며 인사했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환영해주는 직원이 있어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지사장은 론리의 비아냥에 신경쓰지 않고 뒷짐을 지며 빙긋 웃었다.


“다행이야. 중요한 작전을 성공시켰는데 아무도 맞아주는 이가 없으면 외로울테니까.”


“정말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팍스 본사에서 받은 정보인데.

밸류 컴퍼니가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HI라이센스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더군.

그 속셈을 알아내고 협상테이블로 밸류 컴퍼니를 끌어내자는 게 우리 지사에게 내려진 최우선 임무야.”


“긴급상황이군요.”


‘나는 이미 알 것 같은데.’


입 밖으로 뱉지 않은 내용.

이미 챔핀코와 밸류컴퍼니가 쿵짝을 맞추고 있다.

디벨로이드의 국산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셈을 아직은 알 수 없는 팍스 사의 회장 로코 마르탱은 여러 가지 변수를 염두에 두며,

밸류 컴퍼니 감마 회장의 의중을 알아내려고 안달이 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본사는 이미 올리칸 정부의 연합대통령인 드럼프 덕과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을 거야.”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서 밸류 컴퍼니의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곤란한 질문들로부터 미리 빠져나가기 위해 서둘러 인사하고 나가려는 론리에게 지사장의 말이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아직은 아는 게 없다는 거구만. 참. 본사에서 들어온 정보가 하나 더 있는데.”


뒤돌아보는 론리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지사장.


“자네 인천항에 도착하자마자 챔핀코 정부 요원을 만났다고 하던데. 무슨 일인가?”


당했다. 황단혜 과장이 보고하진 않았을 것이다.

본사 측에서 따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아마 그들은 론리가 입을 열지 않더라도 정부와 밸류 컴퍼니가 합작하고 있는 계획이 무엇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업무적인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제 동창입니다. 친한.”


“그래. 동창이군. 친한. 그런데 말이야 져스틴 부장.

이런 난세에 정부는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게. 자기네들 밥그릇 지키려고 남들 죽이기나 하는 게 전부지.

실제로 밥 먹여주는 건 회사가 아니겠나?”


론리는 아무것도 모른 척 눈썹을 위로 올렸다.


“그럼요. 저도 언제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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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3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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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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