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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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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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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99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0.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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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냉혈한 1

DUMMY

현지 시간 새벽 4시.

론리 져스틴이 해상을 비행하는 헬기 위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다.

그가 낀 썬글라스는 야간투시 망원경으로 1km가량 떨어진 배를 관찰한다.

그 배는 본래 인천항으로 갔어야 할 팍스 사의 외주화물선이었다.

지금은 정박한 것도 움직이는 것도 아닌 채 해상에서 부유하고 있다.


“준비 완료!”


론리가 소리치자 뒤에서 조립이 완료된 CK-11 저격소총을 건넸다.

소음기까지 장착되어 사람의 허리춤을 훨씬 능가하는 길이였다.

론리는 저격소총을 손에 쥐자마자 훌쩍 헬기를 뛰어내렸다.


당연히 자살은 아니었다.

론리가 어느 정도 낙하하는 순간 헬기와 연결된 로프에 다리를 꼬아 속도를 늦췄다.

자신의 허리에 묶은 로프가 팽팽해질 때까지 하강한 론리는,

다리를 풀어 해상과 자신의 몸이 수평이 되도록 했다.

밧줄의 흔들림이 멈추자 저격용 스쿠프를 들여다보며,

선상에서 경계하고 있는 인원을 조준한다.


호흡도 어깨도 조준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솜사탕 누르듯이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퍽!]


명중했다. 선상에 서 있던 경계병이 쓰러진다.

하지만 경계병은 총 세명.

그 중 한 명이 쓰러진 동료를 발견하자마자 조타실로 달려가려 한다.

그가 조타실에서 선장과 동료들에게 경고한다면 진압작전은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는 먼 거리를 달려가지 못하고 쓰러졌다.

뒤에 위치한 헬기에서 그를 저격한 것이다.


나머지 한 명. 그는 반대편 선상을 순찰도는 중이었기에 시야에 가려졌다.

하지만 헬기와 저격수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세 번째 헬기의 저격수가 잠깐 어깨를 돌리고 숨을 고르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발전기와 환풍구 구조물에 가려졌던 경계병이 나타났다.

하지만 기다린다. 그가 점점 헬기 쪽으로 다가온다.

그 말은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래도 기다린다. 시체를 발견했다.

그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쓰러진 동료에게 뛰어간다.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진 것이다. 동료를 흔들기 시작했다.


[퍽!]


적중했다. 헬기에 탑승했던 인원들이 로프를 서둘러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저격수들이 모두 헬기로 올라왔다. 헬기가 배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레펠 진압작전을 실행한다.


헬기가 조금 더 배에 접근했지만 조타실 경계병과 취침 인원들은,

실내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도 조금 더 접근했다가는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릴 것이다.

때가 됐다고 판단한 론리 져스틴이 저공용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

헬기 3대에 탑승한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본래 공수작전을 할 때보다 고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재빨리 낙하산을 펼치고 최대한 배에 접근했다.


다행히 바다에 빠지는 일 없이 모두가 선상에 착지했다.

장시간 비행한 수송헬기는 연료가 바닥나기 전,

연료를 충전하기 위해 싱가폴로 돌아간다.

다시 말하면 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죽으나 사나 배를 탈환해야만 했다.


팍스 챔핀코지부 물류·운송부장 론리 져스틴.

그가 작전을 개시한다는 수신호를 올리자,

직원들이 웨이브건을 들고 횡대로 펼쳐 기동하기 시작한다.


※ ※ ※


일반적인 회사.

그러니까 민족과 문화, 지역단위로 단합하며 다른 국가와 국경을 맞대어,

정치와 외교 임무를 수행했던 국가정치체계가 붕괴하지 않았을 때의 기업들 말이다.

그런 곳의 물류나 운송 담당자라면 론리의 일보다는 조금 더 평범한 일을 했을 것이다.

물건을 가장 값싼 경로로 들여오는 방법이라던가,

생산 단가를 줄이면서도 재고를 남기지 않는 자재 구매량을 결정한다던가 말이다.


그러나 국가가 무너졌다.

치안은 지켜지지 않았고 군대는 몸을 사리느라 바빴다.

장거리 장시간의 운송 물류들은 당연히 반란군, 강도, 해적들의 먹잇감이었고,

그것을 지키거나 되찾아오는 일도 물류·운송부장의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난세에 화물업체에서는 보험을 들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화물업체가 본인들의 화물선을 되찾기 위해,

용병을 투입하긴 하지만 시간이 늦을뿐더러,

자신들의 손해를 만회하기위해 적재품들은 전리품처럼 나눠 가진다.


물론 론리처럼 모든 부장들이 직접 작전에 투입되진 않는다.

회사에서 전문 용병들을 직원으로 두거나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격이 어마어마해 그 비용이 마케팅비용에 맞먹거나 능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그들이 동료들과 짜고 물건을 약탈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물류 담당자들의 또 다른 숙제였다.

할 것도 많아 죽겠는데 약탈당한 물건을 되찾아 오는 것이 추가됐다니.

지금 물류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겠지만 그래야 했다.


그런 상황에 론리 져스틴이 졸업과 동시에 팍스 사에 입사했다.

애송이가 레드 네임카드를 부여받고,

거기다 아키텍쳐 스쿨 타이틀을 빽으로 이용했다며, 직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부임 직후 첫 회의실에서부터 그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문 후 27일. 이게 우리 고객들에게 디벨로이드를 전달 할 수 있는 최단 시간입니까?”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뭘 안다고...’


황단혜 해외 1과장. 그는 본래 부장으로 진급하고도 남을 경력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진급은 누락됐다.

그때마다 자신의 어깨에 박힌 그레이 명찰을 어루만졌다.


그는 론리의 질문에 입술을 꽉 깨물고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매일같이 천 건이 넘습니다.

재고가 확보되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중 없는 부품을 생산하는 데 3일,

이것을 주문한 지역별로 분류하는 데 이틀,

우리 쪽에서 그 주문을 확인하는 데만 하루가 걸립니다.


그럼 다시 생산된 부품에 대한 배송목록을 확인하는 데 하루에,

우리 쪽에서도 하루가 걸리고,

그렇게 적재된 물건이 화물선으로 배송되는 데 약 13일이 걸립니다.


그럼 그 부품을 다시 최종적으로 챔핀코지부 생산부에서 생산하고 QC(품질검사)하는데 3일.

배송에는 지역에 따라 하루에서 3일이 걸립니다.”


론리는 팔짱을 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 황단혜 과장은 아무로 켄마 대리와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웃었다.

자고로 신입 상관은 초장에 기를 꺾고 길들여야 직장생활이 편한 법.


“황단혜 과장님.”


론리의 낮게 깔린,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가 황단혜의 마음 속에 불길함의 싹을 틔웠다.


“네 부장님.”


“올리칸에서 생산된 부품을 여기로 배송시킬 운송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누구 임무입니까?

본사입니까 아니면 해외과장님의 역할입니까?”


“그건 제가 합니다.”


“그렇군요. 일이 많이 힘듭니까?”


“네?”


론리의 느닷없는 질문에 영문을 몰라 질문하는 황단혜에게,

방금 싹튼 불길함의 싹은 쑥쑥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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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혈한 1 19.10.10 6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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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6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1 1 8쪽
55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19.10.01 31 1 7쪽
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7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6 1 8쪽
52 죄인의 세상 6 19.09.24 57 1 6쪽
51 죄인의 세상 5 19.09.23 52 2 8쪽
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3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6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8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8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9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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