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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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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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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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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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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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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죄인의 세상 5

DUMMY

낙화유수는 변명할 생각은 집어치우고 묵적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는 묵적의 손끝하나 대지 못하고 허공을 허우적 대기 시작했다.


“대련이 아니라 실전이니 제 손에 자비를 두지 않겠습니다.”


묵적은 아주 작은 움직임 만으로 낙화유수의 공격을 흘리거나 피하다가,

순식간에 품에 파고들어 낙화유수의 다리와 명치, 그리고 얼굴을 쳐냈다.

낙화유수는 그것이 다리인지 팔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무릎을 꿇은 낙화유수가 굴욕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 묵적을 공격했으나 그 자리에 묵적은 이미 없었다.


낙화유수는 다시 넘어졌다.

어느 틈에 묵적이 다리를 손으로 잡아 걸어 올린 것이다.

보통 넘어진 자를 공격하진 않지만 묵적은 이번에 인정사정없이 낙화유수의 턱에 사커킥을 날렸다.


“으억!”


아프다기보단 굴욕적이었다.

국장이 단 한사람에게 격투기로 패배하다니.

그것도 후배 요원들이 보는 앞에서.

저런 고수가 있다는 말은 사령부 안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묵적은 예쁘장한 얼굴로 언제나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지금은 흡사 흡혈귀와 같이 무섭고 잔인한 표정을 지었다.

겁먹은 요원들이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더 없으십니까?”


이미 학생들은 모두 제압되어 요원들을 리이노와 묵적 둘만이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묵적이 리이노에게 물었다.


“학생은 아직 내 수업을 듣지 않은 것 같은데. 싸움은 좀 하나?”


리이노는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묵적에게 굳이 해명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어렸을 때 짱 정도는 했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짱이 뭔가?”


묵적의 궁금해하는 표정에서 무언가 따뜻함을 느꼈다. 언젠가 반드시 묵적의 제자가 되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동네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대장같은 겁니다.”


“그렇군. 자네와의 수업을 기대하겠네.”


요원들이 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리이노는 그들을 상대하며 론리가 안전하게 이카루스를 탈출시킬 만큼 시간을 끌었는지 짐작해봤다.


※ ※ ※


이카루스와 론리는 후문을 향해 달려가다가 중간에 멈췄다.

요원들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인데, 그들은 그림자와 스쿨의 직원들이었다.

그 앞에는 요원들이 쓰러져있었다.

서로 말하지 않는 교감을 눈빛으로 한 뒤에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후문에 거의 도착했다. 론리와 이카루스도 서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우리 해냈어!

차량에 탑승하기만 하면 이카루스는 살아서 무사히 졸업할 수 있다.


이카루스는 옥저가 말한 자치행정감사관까지는 아니어도,

외교관이 되어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더는 그의 고향 사람들이 먹을 것 가지고 다투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그는 끝까지 선량한 의도를 가진 소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후문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기쁨이 서리지 않았다.

오히려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후문에 빽빽하게 깔려있는 수많은 병력들이 전부 밸류컴퍼니의 인원이라기엔 너무나 큰 규모였다.

심지어 챔핀코의 요원들이라고 하기에도 인원이 너무 많았다.

그들 사이로 이무근이 나오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론리의 눈에만 어림잡아 수백 명은 됐다.

입구에 진입하지 못하고 학교 바깥에서 대기한 인원들만 정확히 3천 명.

한반도 광역기동단 전부를 동원한 것이다.

이미 리이노의 직원들은 제압당한 상태였다.


그들은 방패와 곤봉을 들고 있었다. 학생회 광화문시위 때와 같이.

이무근은 깁스한 다리로 절뚝 거리면서 론리에게 맞아 멍든 얼굴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여느 때처럼 돌격. 심하게 반항하는 자는 곤봉으로 마구 때려도 좋다.”


“전진!”


방패를 든 기동대가 문을 통과해 학교로 들어왔다.

치안관의 전투화굽이 바닥과 마찰을 일으켜 저벅저벅 소리를 내어 학교 바닥을 밟고 들어왔다.


론리가 이카루스에게 말했다.


“시간을 끌어볼테니까 너는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쳐.”


하지만 이카루스는 론리를 붙잡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카루스는 모든 것을 놓은, 두려움조차 하늘로 보낸 것 같이 담담한 어조로 얘기했다.


“이건 동무가 아니라 내 싸움이라요.

더 어디로 도망논단말이오. 꼴도 우습소.”


“고집 부리지 말...!”


하지만 론리는 이카루스의 진심어린 표정을 보고 더 말하지 못했다.


“동무. 그동안 진심으로 고마웠어. 내래 참 따뜻한 곳에 있다간다.”


기동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거리까지 다가왔다.


“돌격!”


지휘관의 명령에 기동대는 앞발을 먼저 걷는 두 걸음으로 전진한 후,

곤봉을 세워 론리와 이카루스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론리가 격투의 천재라고 해도,

아니 전쟁의 신이 온다고 해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거대한 인간의 흐름을 뚫고 나갈 자신은 없었다.


“안돼. 안돼!”


론리가 이카루스를 잡아 끌어 뒤로 도망치려 했지만 이카루스가 뿌리치며 기동대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먼저 만난 상대부터 차근차근 론리에게 배운 것을 써먹기 시작했다.


「너는 몸집이 작고 가벼워서 타격으로 맞서려면 불리해.」


이카루스는 자세를 바짝 낮춰 상대의 다리에 태클을 걸어 넘어뜨리고 관절기로 그들 제압한 뒤 타격을 주었다.

한 명을 제압해도 수많은 후속 병력들이 몰려들었기에 재빨리 끝내고 자리를 이동했다.


「키도 작으니까 변칙적으로 낙법을 이용하면 상대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공격하지 못할 거야.」


구르며 이동해 만난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후속타를 날려야 한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새로 접근하는 이들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광역기동단의 치안관들이 방위정보국 요원들보다 격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카루스는 블루 네임카드가 보여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론리도 넋놓고 구경만 할 시간이 없었다.

이카루스가 잡히지 않도록 최대한 그의 곁에서 접근하는 인원들을 제압해 나갔다.


너무나 많은 병력이었다.

깔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고,

금새 체력적으로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련하며 흘린 땀만큼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흘린 것 같았다.


큰 공격들을 함부로 하지 못해 짧게 끊어치는 공격만으로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그만큼 기동대에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어떻든 론리는 이카루스가 그곳을 뚫고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했다.


낙법을 하는 수법은 기동대에 금새 수를 읽혔다.

기동대는 뱀을 잡듯이 이카루스가 낙법을 할 때 땅을 곤봉으로 치기 시작했다.


“하압!”


하지만 이카루스에게 그 수만 있는게 아니었다.


「낙법은 금방 읽힐 거야.

기습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해서 승부수를 띄우는 방편일 뿐.

네 가벼운 몸을 이용해서 날아올라.

모든 무게를 싣는 공격이라고 해도 너라면 빠를거야.」


이카루스의 공격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해졌다.

회전하며 주먹질과 발차기를 했고, 몸을 띄운 발차기가 섞였다.

그는 가끔은 뱀이었다가 사마귀이기도 했고 삵이었다가 독수리이기도 했다.

이 순간만큼은 이카루스는 마음먹은 어떤 자연의 형체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돌격해오는 기동대의 진영을 기적처럼 뚫었다.

이제 후문을 나가면 되나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방패로 스크럼을 짠 진압대가 절벽처럼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 절벽은 천천히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뒤에는 아직 싸움조차 하지 않아 기운이 팔팔한 돌격대가 쫓아왔다.

그들은 포위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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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61 5 10쪽
41 결전의 날 1 19.09.10 6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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