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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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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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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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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냉혈한 2

DUMMY

“제가 알아본 운송업체 트레일 사에서는 자기네 쪽과 계약한다면,

즉시 모든 일정을 우리 쪽에 맞춰 배를 출항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핵연료를 가동시킨 최신 화물선을 통해서 17노트의 속도로요.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화물선 배송기간을 11일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운송업체보다 가격도 2%나 저렴했습니다.


저는 트레일 사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좋은 조건이 있는데 왜 우리에게 영업하지 않았느냐고요.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한참 동안 해외과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조건을 설명하고 미팅 일정을 잡자고 졸라도 답장조차 없었다고요.”


론리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황단혜를 봤다.

황단혜는 흔들리는 동공을 붙잡는데 집중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론리는 혹시 황 과장 말고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설명할 수 있냐는 표정으로 회의실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많이 힘들다고.

새로 오는 이메일을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볼 수도 없을 만큼,

시간이 없고 지치신 것 같다고요.”


회사에서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큰소리? 택도 없다.

정치? 물론 말을 제 입맛에 맞춰 이리저리 옮기고 장난을 치며,

힘든 일을 피하거나 저 사람의 공을 내게로 낚아챌 수는 있다. 몇 번까지는.

그러나 수많은 경쟁을 뚫고 회사에 들어와 전쟁을 겪어본 직장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냥 당하지만도 않고 정치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회사에서의 권력은 실력에서 나온다.

누구의 말이 맞는가. 누구의 의견이 조직에 이익을 가져오는가.

그 기준으로 미루어보아 론리는 부임 첫날 회의실에서부터 부장으로서,

직위와 직책을 구성원들에게 마음속 깊이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론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키텍쳐 스쿨을 졸업하기 직전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 덕분에 론리의 마음은 얼었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배려해주지 않는 냉철한 인간이 되었다.

그게 어떻단 말인가. 자격이 되지 않는 자가 학교에 들어왔다고 죽이는 사회에서.


“생산된 부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데 이틀이라고 하셨나요.

팍스 인디미션 지부에서 확인해 본 바로는 반나절도 안 걸린다고 하더군요.

나는 서로 분류시간이 다른 데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팍스 본사에 연락해봤더니 이런 답변이 왔습니다.


‘인디미션에 배정된 부품은 그들이 1주일 전에 주문한 것이며,

그들은 날마다 즉석으로 전화를 하며 자기네들을 당황시키지 않는다.

1주일간의 예상 매출을 산출해 서면으로 요청한 것 외에 추가적으로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다’ 라고 말입니다.”


황 과장은 벌벌떠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론리에게 대답했다.


“인디미션은 그만큼...”


“인디미션은 그만큼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그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매출이 발생하면 1주일치의 생산량을 집계해서,

주문서를 넣을 수 있습니까?

지금 하루에 5대 꼴이지요. 8대요? 10대? 100대면 주간생산계획을 완성할 수 있습니까?


여기서 문제는 예측이 얼마나 정확하냐가 아닙니다.

저도 압니다. 예측의 오차를 만회할만한 예비재고를 관리할 인력과 창고가 없으니 계획을 못 세우고있지요.

그런데 그것을 마련해달라는 건의가 단 한 건도 없었던 해외관리과만 존재할 뿐이지요.”


황단혜와 아무로 켄마는 얼음이 되고 싶었다.

얼음이 되어 이 회의실에 달아오르는 열기를 이용해 녹아내려 사무실 바닥에 스며들어버리면 좋으련만.


“그리고 그들이 배송할 목록을 왜 주문한 우리가 검토하는 겁니까?”


“그건 본사의 총생산관리부장님께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자기네들이 주문과 다르게 적재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을 확인하는 건 우리의 일이라고...”


론리는 시계를 봤다. 오전 10시. 워싱턴 D.C의 시간은 오후 9시.


“화상연결.”


「화상연결.」


론리의 명령에 기계음이 복명하자 부원들이 식은 땀을 흘리며 론리를 만류했다.


“지금 본사에 연결하셔도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퇴근 시간에 화상회의를 연결하면 분명 한 소리 들을 텐데요.”


하지만 론리는 그들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팍스 본사 총생산관리부장.”


「팍스 본사 생산관리부장. 화상연결 중입니다. 화상연결 중입니다. 화상연결 중입니다.」


모든 부원들이 기계음을 들으며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받지 마라!’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챔핀코 물류부장.”


“안녕하십니까 제너럴 매니져 더글라스.

우선 이 시간에 화상연결한 무례에 관용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회사 운영의 절차에 심대한 문제를 발견했기에 그것을 해결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얼마든지요 부장. 그 문제가 뭡니까?”


“저는 주문한 부품을 본사에서 배송할 때 그 배송목록을,

다시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문제는 부장자리가 공석일 때 황단혜 과장과 그러기로 약속한 겁니다.

우리가 혹시라도 잘못 배송하면 생산이 늦어져 고생하는 건 그쪽일 테니까요.”


“저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애초에 우리의 주문을 제대로 확인하고 배송해야 하는 건 본사 부품생산부일텐데요.”


잠깐 더글라스 마운틴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황단혜의 영혼은 증기가 되어 회의실을 배회하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같이 천 대가 넘는 디벨로이드를 생산할 부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각 지역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하나하나 맞춰서 부품을 배송하다보면 실수가 포함되어 있죠.

그 실수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우리가 지란 말입니까?”


“총생산부서의 상황은 매우 안타깝습니다만,

그것에 대한 개선을 챔핀코 지사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건은 우리보다 가까운 경영전략본부장님과 상의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책임지느라 3일이나 배송이 지연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인력이 부족할 지경이라는 겁니다.”


“지금 이런 걸 나에게 따지려고 한밤중에 화상연결 한거요?”


“기회를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지금 총생산부와 챔핀코 물류운송부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경영전략본부장님께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말입니다.”


“맙소사 크레이지보이가 회사에 들어왔군. 마음대로 하시오.

우리는 적재내역에 대한 확인서를 계속해서 당신네 부서에 보낼 거고,

그것을 확인했다는 서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부품을 배송하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당신의 결정이니 존중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 확인의 의무와 책임은 총생산부에 있으니 확인을 거부할 거고,

우리가 주문한 부품을 빨리 배송해달라는 공문을 보낼겁니다.


그 사이 배송되지 못해 취소되는 주문은 늘어날 거고,

챔핀코 지사의 디벨로이드 매출은 급감하겠죠.


그럼 저나 챔핀코 지사장님께서 마르탱 회장님께 대면보고를 드릴 일도 생기겠네요.”


결과는 론리의 압승이었다.

더글라스 이사는 앞으로 적재내역을 주문자에게 확인하지 않고 주문내역에 따라 즉시 배송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부터 회사방침에서나 업무적인 상식에서나 우위에 있었던 것은 챔핀코 물류부서 쪽이었다.

론리 져스틴은 당연한 점들을 되짚었을 뿐이다.


그럼 이 당연한 일들에 대해 황단혜는 왜 반박하지 못했을까.

상급자의 권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상급자들이 그들의 편의를 위해 규칙과 상식을 무시하는 제안들을 거부했다가는,

어떤 보복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 덕분에 상급자들은 쉽게 구성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것이다.


방금 론리는 그 반대를 보여줬다.

단순히 회의실 구석에서 자신이 잘났다고 부하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이사에게 일개 지부의 부장이 따지고 대든 것이다.

자신이 총대를 메고.


화상회의가 끝나고 론리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국내배송과장.”


국내배송과장은 론리가 이야기 하기 전에 꼬리를 내린다.


“네. 3일보다 빨리 배송 할 수 있는 방법 강구 하겠습니다.”


“화상연결.”


「화상연결.」


“챔핀코지부 생산부장.”


「챔핀코지부 생산부장.」


화면이 연결되자 판도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LJ?」


“디벨로이드 생산과 QC에 3일이 소요된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상적인 속도인거니?”


갑자기 다정해진 론리의 말투, 그리고 판도라의 애칭에 부서의 인원들은 적응 못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상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생산된 제품중에 부품불량으로 인한 결함이 꽤 많아서 부품을 다시 주문하고 생산해.

우리가 보유한 예비부품과 AS본부에서 가지고 있는 수리용 부품을 동원해도 부품이 부족할 때가 있어.

이것만 해결하면 이틀 안에 출고되지.」


화상통화가 끝나고 론리는 다시 딱딱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황단혜 과장. 판도라 부장에게 부품별 불량률 현황을 받으면,

정상 생산할 수 있는 부품 수량을 역산해서 초과주문하세요.”


“알겠습니다.”


황단혜 과장의 기어가는 목소리로 회의는 종료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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