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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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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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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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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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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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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죄인의 세상 2

DUMMY

“정보요원이 허락도 없이 학교에서 활동하다니 더 기분 나쁜데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저는 언제나 도움을 주려고 찾아오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말입니다.

오해하고, 저를 피하고, 심지어는 멸시합니다.”


“정보요원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시치미 떼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세요.

당장 군대를 끌고와서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설리반을 반역죄로 체포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당연히 폐교고요.

네임카드에 맞지 않는 학생을 입학시킨 대가는 그렇게 혹독한 거죠.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이토록 어렵게 만든 엘리트 시스템을 파괴하면 정부도, 학교도 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연합사령관님은 그런 파국을 맞는 건 원하지 않으시죠.”


“그럼 그걸로 결론이 난 것 아닙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 할 텐데 헛수고는 그만하고 외국 정부의 간첩들이나 잡으러 가시죠.”


“하지만 동시에 이카루스라는 존재는 무시 못 할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부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살리는 것보단 차라리 손해를 감수하는 게 낫겠죠.”


김교수의 침 삼키는 소리가 온 방에 울려 퍼졌다.

낙화유수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망설이지 않고 김교수 앞까지 걸어왔다.


“나이와 무관하게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 않습니까.

설리반 총장이 그렇더군요.

반역자는 사형이지만 그건 좀 아까우니 이건 어떨까요?

관창단지에 보내는 겁니다. 나이 많은 여자들이 취향인 사람들도 꽤 되니까요.”


챔핀코 정부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조직을 정부위탁으로 운영해 큰 도시에는 하나 이상이 단지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위탁하는 조직은 규정이 빡빡하다.

그래서 관창단지는 성 매수자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행위할 수가 없었기에,

불법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을 사창이라 하고 정부위탁으로 운영하는 곳을 관창이라고 불렀다.


김막생은 낙화유수의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낙화유수는 충분히 그의 멱살을 풀고 상대를 패대기칠 수 있었음에도 당황한 것처럼 두 손을 들며 뒤로 빠졌다.


“잠깐만요 교수님. 당연히 농담이지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말이지요.

잘 생각해보십시오.

사랑하는 설리반 총장이 혹시라도 그런 꼴을 당하면 교수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견해의 차이입니다만 적어도 저는 챔핀코가 법을 잘 준수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낙화유수는 황당함과 섬뜩함이 뒤섞여 혼란스러워하는 김막생의 손을 풀어낸 뒤 흐트러진 셔츠의 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교수님께 도움을 드리러 온 사람입니다.”


※ ※ ※


노마는 사령부에서 낙화유수의 전화를 받고 망설이다가 한 번 더 물었다.


“출동 대기가 아니고 출동입니까? 알겠습니다.”


사령부 내 요원 대기실과 체력단련실에 경보등이 울리며 노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위정보국 내란진압과 전원 팀단위 집합하라. 복장은 경무장이다.”


방송을 하는 노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도 여성요원 탈의실에 가서 옷과 브래지어를 벗고 전투수트로 갈아입은 뒤 홀스터에 웨이브건을 착용했다.

탈의실은 노마의 방송을 들은 요원들로 북적였다.

무슨 일인지 노마를 힐끗 쳐다봤지만 신속하게 집합하기 위해 묻지않고 옷을 입었다.

본래 이유를 묻지 않고 명령에 따르는 것이 챔핀코 요원의 임무였다.

그것이 챔핀코에서 레드와 바이올렛으로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이카루스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이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은 노마뿐이었다.

하지만 노마는 당장 이들을 이끌고 낙화유수가 있는 곳에 합류하는 것이 임무였다.


장갑차량에 올라 아키텍쳐 스쿨로 가는 길은 어느 곳보다 평화로웠고 번영한 거리였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할 일 들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노동을 디벨로이드가 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할 일은 그것들에 대한 감독이나 개발, 행정과 창조에 그쳤다.

언젠가는 그 일도 디벨로이드가 해내면서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디벨로이드를 가진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요원들은 디벨로이드를 가지지 않은 인간들을 반역자로 규정해 진압하게 될 것이다.

살아남은 인간은 노동하지 않은 채 모든 자원을 착취해낼 수 있는 진정한 지상 낙원이 되겠지.


노마가 공상에 빠지는 동안 어느새 장갑차는 아키텍쳐 스쿨의 정문에 도착했다.

요원들이 모두 내려 집결했고, 노마가 선두에서 낙화유수에게 경례한 뒤 신고했다.


“총원 96명. 열외 8명. 현재원 88명. 열외내용 휴가 4명, 교육 2명, 부상 2명. 이상 끝.”


“쉬어.”


“쉬어.”


노마는 낙화유수의 지시에 따라 뒤로 돌아 큰 소리로 명령 했다.


“열중 쉬어!”


요원들이 구령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아키텍쳐 스쿨의 학생들과 행인들은 겁에 질려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낙화유수가 그들에게 외쳤다.


“나도 안다. 22살의 어린 학생에게 너무 과한 무력이 투입되고 과한 죄목을 뒤집어 씌운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요원들이 있겠지.”


낙화유수는 말을 마치고 잠깐 노마를 쳐다봤다.

노마는 낙화유수의 시선에 마음이 뚫린 것처럼 뜨끔했지만 열중쉬어 자세로 미동없이 서 있었다.


“이것저것 봐주다 보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우리 곁에 남는 것은 없다.

그건 내 개인적인 주장이나 학자의 가설이 아니라 세계의 역사들이 증명해준다!

어렵게 세운 챔핀코 정부와 NC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인가?”


낙화유수의 질문에 모든 요원이 짠 것처럼 입을 맞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다. 절대로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과한 것이 아닌가? 라는 영역에 다가간 그 과잉 진압들이 결국은 챔핀코의 영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챔핀코 시민연합 정부를 세웠던 시민혁명의 정신이다.

오늘 우리는 22살의 학생을 체포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사회의 시스템을 어지럽히는 반역자를 잡으러 가는 것이다.”


“네!”


낙화유수는 독이 바짝 오른 요원들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공작의 실패가 있었지만 낙화유수는 언제나 해냈다.

그리고 오늘이 해내는 날임을 직감했다.

자신의 말을 믿고 따르는 요원들의 눈빛을 보고.


“노마?”


“네 국장님.”


“자네라면 작전을 어떻게 세울 것 같은가?”


“병력의 1/3은 정문과 중문, 그리고 후문에 배치해 학교를 봉쇄하고,

1/3은 건물 옥상에 보내 관측 투입하고,

1/3은 기동수색을 실시하는 것이 시간상으로나 확률로나 체포에 용이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내 밑에서 잘 배웠군.

그대로 실행하고, 명령과 지휘는 부관이 하게.

교내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웨이브건을 발사하지 말게.

그건 여론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으니.”


“알겠습니다.”


한편 그림자는 학교에 집결한 방위정보국 요원에 관한 보고를 설리반에게 했다.

설리반은 눈을 감았다.

누군가가 이카루스의 위치를 낙화유수에게 말한 것이 틀림없다.


“우선 학교의 모든 경비관리과와 보안관리과,

그리고 당신이 운영하는 정보수집과를 동원해서 체육관에 진입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묵적 교수님께도 도움을 요청한다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묵적 교수는 우리가 얘기하지 않아도 도와주실 겁니다.”


그림자는 고개숙여 인사한 뒤 나가며 전화기를 들었다.


“학교의 모든 요원에게 임무를 중단하고 최대한 빨리 복귀하라고 얘기하게.”


낙화유수는 정예요원들을 데리고 곧장 체육관으로 향했다.

학교 문을 막고 기동수색을 하는 것은 이카루스가 도망쳤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지 그들이 실제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원 출신의 블루 땅꼬마를 잡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론리는 이카루스와 스터디를 마치고 함께 먹기위한 도시락을 사오는 길에 체육관으로 향하는 낙화유수 일행을 보았다.

놀라서 도시락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이카루스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낙화유수가 그를 잡으면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을것임을 직감했다.


멀리서 사막의 매가 보였다.

매는 낙화유수 일행을 보며 그들의 소속은 어디며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관찰하는 중이었는데 론리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볼 수 있다고? 그럼 언제부터...?’


론리는 매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낙화유수 일행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론리에게는 요원을 두 번이나 공격한 죄목이 씌워져 수배되거나 매에게 암살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카이로스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이웃의 죽음을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면 남아있는 생도 죽은거나 마찬가지겠죠.”


론리는 낙화유수의 뒤로 다가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막의 매는 눈이 커졌다.


‘뭐 하려는 거야 머저리 같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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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인의 세상 2 19.09.18 4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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