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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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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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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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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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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쓰루 작전 2

DUMMY

“다른 요원들은?”


낙화유수가 방위정보국 브리핑룸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는 노마에게 말했다.

낙화유수는 1년 전 NC시스템에 동조하지 않고 아키텍쳐 스쿨에 입학한 이카루스를,

반역자로 체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방위정보국장에서 챔핀코 안보실장으로 진급했다.

방위정보국장은 노마가 물려받았다.


“모두 5분 내 도착할 예정입니다.”


방위정보국 브리핑룸은 소속 요원들만 이용하지 않는다.

방위정보국은 챔핀코 안보실이 생기기 전까지 모든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는,

최상급 기관이었기 때문에 다른 소속의 요원들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오간다.


챔핀코 안보실이 최상급기관이 된 지금도,

정보기관의 브리핑이나 연례회의는 방위정보국을 이용한다.

안보실은 실상 실장의 개인집무실이고 다른 정보기관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곳이기에,

규모가 크지 않고 회의실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본래 안보실에 브리핑룸을 따로 두려고 했으나 낙화유수가 반대했기에 무산됐다.


“의사결정자 때문에 실무자들이 동선을 낭비해선 안 된다.”


사막의 매가 도착했다.

사막의 매는 아키텍쳐 스쿨 졸업 후 본래 소속인 외교정보사령부로 돌아갔으며,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바이올렛 네임카드 때문에 몇 년째 팀장에서 진급하지 못하다가,

레드 네임카드로 신분세탁을 한 후 유정무와의 계약대로 권력에 다가선 것이다.


매는 자신의 가치와 사상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깨에 달린 가짜 네임카드로 직위를 결정한 것에 내심 코웃음 쳤지만,

속내를 내비치지는 않았다.


그 뒤로 이정무가 도착했다.

그는 낙화유수와 마찬가지의 공적을 인정받아,

한반도 광역기동단장에서 챔핀코 광역기동단장으로 진급했다.


챔핀코 내 모든 치안청 소속 기동단을 지휘할 수 있는 직위로서,

치안관은 경찰과 비슷한 임무를 행하지만,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기동단은 모두 합치면 1개 군단의 규모라고 할 만큼 강한 전력이다.


국방부장관 허인형도 도착한다.

평상시의 정보기관 브리핑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례회의에는 자주 참석했다.

정보기관의 활동에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

즉시 명령을 발동할 수 있기에 들러리처럼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여기 왜 있는 거죠?”


민자영이 들어오며 이무근을 보고 경악했다.

챔핀코 치안청장 민자영은 이무근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언제나 시위대 대응방침을 지키지 않고 과도하게 진압했기 때문이고,

상관인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격과 성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채 초고속 진급을 한 점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이무근은 티나는 민자영의 적대에도 혓바닥을 내밀고 능청을 떨었다.


“여기 오면 자영씨 예쁜 얼굴 볼 수 있을까 하고 왔지요.”


“물건도 없는 자식이 여자만 보면 껄떡대는 건 여전하네.”


경악하며 소리지르려던 민자영의 뒤에 누군가가 이무근에게 선수를 쳤다.

성유나 챔핀코 비서실장이었다.

낙화유수는 더 방치했다가는 회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무근 그만해.”


“알겠습니다.”


이무근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카루스를 체포하던 당시 낙화유수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기에,

그를 매우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민자영 청장.

저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무근은 중대한 정보와 첩보를 가지고 있어서,

직책과 상관없이 제가 호출 했습니다.

성유나 실장님도 그만하고 앉으시지요.”


모두가 자리에 앉아 회의를 시작하려는 찰나 브리핑룸의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이번에 들어오는 이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 사람은 낙화유수였다.


“굿맨 실장?”


굿맨은 늦은 것에 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다가 후다닥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낙 실장님. 아니, 낙화 실장님인가. 아니면 성이 따로 있나요?”


낙화유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겁니까?”


낙화유수 입장에서 굿맨이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껄끄러웠다.


정보기관 회의는 두 부류의 참석자들이 있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에 대해 브리핑하는 요원,

그들의 정보에 따라 정보작전을 실행하거나 그것을 지원해주는 관료다.


그런데 굿맨 국토정찰실장의 임무가 뭔가.

유정무 사령관이 비공식적인 활동을 할 때 그의 역할을 대행하거나 그를 경호한다.

유정무에게 딱 붙어 아무런 외부활동을 못하는 완전한 그림자이기 때문에,

보고할 정보도 없고 정보작전을 지원해주지도 못한다.

즉 도움도 안 되는 사람에게 기밀만 노출시키는 꼴이다.


하지만 굿맨도 할 말은 있었다.


“누가 사령관님을 노리고 있는지 정보를 알아야죠.”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낙화유수는 자존심이 상해 굿맨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다.

암묵적으로 그 자리에 앉은 굿맨을 용인한 것이다.


“올해 예산안이 드디어 통과됐다.

각 기관의 올해 주요 임무에 대해 브리핑하도록.”


“서울을 약간 벗어난 외곽에 더 게이트라는 단체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철학학회로 등록했지만 저는 종교단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확증이 없어 증거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방위정보국장 노마가 먼저 입을 열었고 낙화유수가 물었다.


“규모는?”


“현재는 150명 정도인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 1년 만에 150명이 모이는 학회는 본 적이 없어요.

주관적인 견해지만 3개월 뒤에는 500명도 넘어갈 것 같습니다.”


솔깃한 정보였다. 500명이 넘어가는 종교단체의 출현.

게다가 상하이 반란세력처럼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수도권에 있다.

주모자를 체포하기 쉽고 반대로 그들이 서울시민이나 사령부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증거확보는?”


“잠입수사해서 신을 숭배하는 행위,

그리고 회원들의 삶의 양식을 바꾸는 설득의 과정,

자금의 운용에 대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잘했다. 지속적으로 경과보고 하게. 다음.”


잘했다는 한마디 말이 뭐라고 얼굴이 빨개지는 노마다.

이무근이 노마와 낙화유수를 번갈아 가리키며 약올리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낙화유수 모르게. 노마는 이무근에게 목을 그어 죽이겠다는 시늉을 했다.


“팍스의 디벨로이드 단가 비밀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외교정보사령관 매의 발언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접근방법은?”


“잠깐만요. 지금 무슨 얘기들을 하시는 거죠?”


국방부장관 허인형이 당황하며 둘 사이의 얘기를 끊었다.

사막의 매가 입을 다물고 낙화유수의 눈치를 봤다.


낙화유수도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말하기로 했다.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관 간에 정보를 두고 다투거나 오해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도 더 중요하다.

특히 이런 큰 사안일수록 더더욱.


“외교정보사령관은 연합사령관님의 직접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그러니 허 장관님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죠.”


“그럼 더 문제죠. 제 기분은 상관 없습니다.

연합사령관님이 직접 지시하실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데 국방부장관인 제가 모르다니요.

게다가 팍스사의 정보를 빼내는 일이라면 외교와 군사안보 모두 직결되는 일 아닙니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연루되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정보 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그랬습니다.”


“정보 누설이요? 제가 스파이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말이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연례회의가 생길 때마다 큰 소리가 한 번씩은 오갔지만,

이번 건은 조금 달랐기에 모두가 긴장했다.


낙화유수가 안보실장으로 회의를 주관한 초기에는 자존심, 권력, 정치 때문에,

브리핑 한 번에 100분토론이 진행돼 하루에 회의가 끝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모두가 합의하여 원만히 회의를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디벨로이드의 원가 정보를 빼겠다는 말은,

챔핀코에서 자체적으로 디벨로이드를 생산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미처 변명을 생각하지 못한 낙화유수가 이번에는 침묵을 지켰다.

그것만큼은 말해 줄 수 없었다. 그때 사막의 매가 재빨리 치고들어왔다.


“디벨로이드를 독점하고 있는 팍스사의 판매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가 정보를 알아내서 ALSO에 독점횡포에 대해 제소할 예정입니다.”


(ALSO - 국가와 기업 간 공정한 거래를 위한 공동 감시기구. 추후 자세한 설명 예정.)


매의 말을 듣고 상황이 군사대립으로 연결되지 않을 거라 판단한 허인형은 그제서야 입을 다물었다.

낙화유수, 매, 성유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굿맨은 그들이 떠드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멍청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고,

노마는 이미 브리핑이 끝난 자신의 임무에 대한 계획을 노트에 끄적이는 중이다.


하지만 치안청창 민자영의 표정은 달랐다.

디벨로이드의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팍스 사를 건드린다?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무언가 있다.


민자영의 표정을 보지 못한 낙화유수는 다시 매에게 물었다.


“계획은?”


“팍스 사 한국지부에 정보원으로 포섭할 만한 인물이 있습니다.

1년 전 물류생산부장으로 부임했습니다.”


“한국 지부에서 정보원을 포섭해서 역으로...?

물류쪽이면 단가정보를 알아내기쉽겠군. 좋은 계획이야. 그 자가 누군가?”


거침없이 브리핑하던 매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낙화유수는 자신이 아는 이름이 나올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탐탁치 않으리라는 점도.

그래서 낙화유수도 턱을 괴고 한숨을 미리 쉬며 기다렸다.


“론리 져스틴입니다.”


낙화유수가 미리 뱉은 탄식과 심호흡이 소용없다.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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