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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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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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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작성
19.09.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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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에필로그 - 부활

DUMMY

론리 져스틴이 여태 살아있다.

유정무 사령관의 마음 같아서는 이 혼란 속에서조차,

론리를 죽이지 않은 사막의 매를 족치고 싶었다.


심지어 그는 이카루스를 체포할 때,

치안관을 폭행하는 론리의 세력에 가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막의 매가 학교를 졸업한 뒤,

훨씬 많은 곳에 써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론리가 죽을뻔했던 수많은 상황들을 극복하고,

무사히 아키텍쳐 스쿨을 졸업한 것에 대해 유정무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 답답함을 견딜 수 없었던 유정무는 굿맨을 불러 사령관 전용기를 대기시켰다.


쌩뚱맞게 대륙(중국을 일컫는 지금의 말) 청도에 위치한 옐로 수용소에,

유정무 사령관이 직접 방문한다는 것이 굿맨에게는 의아했지만,

수용소에서 맞이하는 담당자는 처음이 아닌 듯 익숙하게 사령관을 안내했다.


수용소는 마치 12구역을 방불케 하듯 열악한 시설 속에 생활했으며,

모두가 무기력했다.

식량이 부족해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고 과도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굿맨은 처음 보는 옐로 수용소의 광경에 사색이 되었다.


‘이건 정부가 선전하는 그런 수용소의 모습이 아니잖아!’


굿맨의 생각을 읽은 듯 유정무는 뒤를 살짝 돌아 말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분배를 줄여서 생긴 돈이 곧 실장에게 들어가는 봉급이요.

이들이 불쌍하거나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이들에게 당신 몫을 돌려주고 실장이 대신 이들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굿맨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유정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걸어갔다.


“정부가 나빠보이겠죠.

내가 부패한 권력자 같겠지요. 하지만 언제나 고민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얼마만큼의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들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할지.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내 일을 위임시키고,

어떤 이들을 부자로 만들어갈지 말입니다.

거기에 치국평천하(나라를 잘 다스리고 온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의 길이 과연 있겠습니까?”


유정무와 굿맨은 안내를 받아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그곳엔 단 하나의 방이 있었는데 다른 시설과 달리 넓고 깨끗했다.

벽은 하얗게 도색했지만 그곳엔 온갖 낙서와 수학공식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화들로 빼곡했다.


그곳에서 홀로 지내는 어떤 노인이 지금도 낙서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유정무가 다가오는 것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오랜만입니다 파더.”


파더라고 불리는 그 노인은 여전히 낙서를 멈추지 않고 대답만 했다.


“아직 여기에 올 때가 아닐 텐데.”


“너무 답답해서 찾아뵈었습니다. 론리 져스틴에 관해서요.”


“인위적이야 이놈아!

제 배를 불리던 존재들이 끊임없이 투쟁해서 생존과 정의와 사랑을 낳았어.

이 시대에 내 앞을 거쳤던 그 가여운 아이가,

수많은 죄악들을 거두고 이 땅에 혼란을 뿌리러 왔건만.

아직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냐.

천지신명이 노하시고 황제께서 노하시고 단군이 노하시고 태양신이 노하신다.

내가 하는 말을 이리도 비비 꼬아서 들으니,

네 사지가 뒤틀리는 것 같은 괴로운 마음을 평생 품고 사는 것 아니냐.”


“파더. 사람도 자연의 일부고, 나의 욕심과 판단도 자연의 일부라면,

결국 무위와 인위가 무슨 차이와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서 나를 위해, 챔핀코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종국에는 이 정부의 시스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유정무의 진심어린 항변을 듣고서야,

노인은 낙서를 멈춘 뒤 발을 받치던 의자에서 내려와 그를 쳐다본다.

노인은 따뜻하게 웃어주며 유정무를 안아주었다.


“알지. 못난 자식이라도 여기까지 왔는데 반갑지 않겠느냐. 잘 왔다 내 아들아.”


굿맨은 이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어차피 국토안보정찰실장으로 임명된 이후로 놀라운 것들이야 숱하게 봐왔지만,

이것은 황금을 본 이후로 역대급이었다.

챔핀코 연합 사령관이 옐로 수용소에 있는 한 늙은이에게 고개숙여 혼나고,

또 그에게 위안을 받다니.

그 늙은이가 정말로 유정무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 ※ ※


“내가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정했어.”


판도라가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론리를 온몸으로 껴안으며 물었다.


“뭘 할 건데?”


“내가 본 것들에 대한 추적.”


“뭘 봤는데?”


“네임카드를 봤어.”


론리는 기억을 되짚어 봤다.

처음 빅 브라더에게서 그것을 봤을 때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김진우에게서 그것을 봤을 때 그는 확신했다.

NC시스템은 큰 결함이 있다고.


빅 브라더의 네임카드는 그레이.

하지만 그가 전투중일 때 레드로 변하는 것을 봤다.

그리고 김진우의 네임카드는 옐로. 마찬가지로 전투중일 때 바이올렛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카루스. 그를 떠올리며 론리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블루에서 레드로 변하는 순간을 똑똑히 목격하고 말았다.


전투 중에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성 능력을 얻은 론리만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색이란 그 자체가 연속적이어서 애매한 부분이 있고,

또 색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아마도 전투 중에는 모든 신경이 예민해지고 학습능력이 급격히 발달해,

일정이상의 수련과 노력을 거친 이들의 네임카드 색이 바뀌는 것이리라 추측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난 이카루스로 살아가기로 결심했어.”


론리의 말에 판도라는 아무 말 없이,

론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판도라의 말을 알아들은 듯 론리는 판도라에게 말했다.


“나 괜찮아. 다 견뎌낼 수 있어.”


론리의 말에 판도라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평생 당신 따라다닐게.”


론리는 판도라의 얼굴을 두 팔로 끌어당겨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그때였다. 저 너머의 거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한 남자.

해진 청바지에 빵모자를 쓴 키 작은 곰보 소년.

이카루스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론리는 판도라에게 아무 말 않은 채 이카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카루스는 론리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나를 기억해주라우. 동무들.”

론리는 판도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영의 수레바퀴 졸업식 당일.

카이로스는 철학과 지도교수 갈릴레오에게 불려갔다.

지도교수는 카이로스의 논문을 들고 있었다.


“신은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다.

올바름에 대한 순위를 매길 수 없고 삶에 대한 가치를 정량화하지 못하는,

이 세계에서 가치는 내 마음속에서부터 창조된다.

그러니 나 자신이 신의 일부이자 전체이고,

아득한 과거로부터 또는 먼 미래에서부터 이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다.

이게 네 논문의 핵심이지?”


“그렇습니다.”


“넌 이 논문 덕분에 졸업한 거야.

내가 강력히 추천했거든.

그런데 이걸 학계에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어.

알겠지만 종교가 금지된 챔핀코에서 이 논문을 발표하면 난리가 날 거야.

네 앞날이 순탄치 않을 거란 뜻이지. 어떻게 할래? 네가 정하도록 해.”


카이로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의 신념대로 사는 것이 곧 저의 생명이고 종교입니다.”


갈릴레오는 카이로스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었다.


“지옥길에 온 걸 환영해. 앞으로 심심하진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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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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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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