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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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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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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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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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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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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죄인의 세상 7

DUMMY

묵적 교수는 학생들의 성적을 컴퓨터로 입력해 행정실에 전송했다.

이카루스의 성적은 A플러스로 졸업이 확정되었다.


낙화유수와 이무근은 동시에 사령관 표창을 받아 1계급 특진했다.

낙화유수는 챔핀코 안보실장에, 이무근은 챔핀코 광역기동단장에 임명됐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공영방송 기자들도 이건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보도를 하기 위해 방송사장단과 싸우기 시작했다.


“아키텍쳐 스쿨에 입학한 한명의 학생을 죽이기 위해,

학교로 무장한 치안관들이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졸업이 확정된 학생을 죽였어요!

이게 시민들이 이룩한 정부입니까?

이런것도 보도를 못한다니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기자들의 영웅이라는 짐 휴머 기자.

지금껏 정부의 압력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스무 번이 넘도록 올리칸의 외교적 횡포와 팍스 사에 대한 르포를 보도했으며,

챔핀코 정부 시스템의 결함을 파헤친 베테랑이다.

두터운 시민 팬층이 있기에 방송국에서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뉴스 관계자들이 짐 휴머 기자와 사장단 사이의 눈치를 볼 때,

보도국장이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우선 보도를 하고 보도관제실에서 연락이 오면 방송사고였다고 시치미 뗍시다.”


어두컴컴한 보도관제실에서 담당자들이,

하나 둘씩 모니터에 이상을 감지하고 전화기를 들기 시작했다.

보도를 수정하라는 경고를 위해.


“아키텍쳐 스쿨에서 졸업할 예정인 학생 한 명이,

반역혐의로 연루되어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단 한 줄의 기사로 넘어갔고,

다시는 그 장면이 나오지 않았지만,

스쿨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그 뉴스를 보고 말을 잃었다.


학교에 드리웠던 캄캄한 먹구름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론리 져스틴은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기숙사를 뛰쳐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은채 지하철도 타지 않고 번화가까지 먼 거리를 뛰었다.

사람들은 이카루스의 죽음을 모른 채 태연히 우산을 펼쳐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원에 들어가니 손님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팁이랍시고 판도라의 가슴에 금화를 꽂아넣기도 하고,

다정하게 귀를 만지기도 했다.

판도라는 그들에게 웃어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론리는 슬플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판도라가 다른 남자들의 희롱을 받는 것이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남자들에게 웃고있는 판도라에게 화가 난 건지,

이카루스가 떠난 상황에 판도라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화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손님들을 의자에서 떨어뜨린 뒤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피가 론리의 얼굴에 튀었다.

순식간에 살의의 감정이 치솟은 론리는 그들을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다.

놀란 판도라가 론리를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이카루스가 죽었어.”


그리고 론리는 판도라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판도라는 론리를 이끌고 나가 다시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아무도 그들을 찾지 못할 만큼 한적하고 어두운 곳에 도착할 때까지.


판도라는 론리에게 말했다.


“널 위로해주고 싶어.”


론리는 마음이 진정되자 울음을 그치고 판도라와 이마를 맞대어 눈을 감으며 얘기했다.


“혹시 나한테 키스해줄 수 있어?”


“그 말을 기다렸어.”


판도라가 론리에게 입을 포개었다.


※ ※ ※


“이게 사건의 전말입니까?”


타이핑을 치던 낙화유수가 설리반에게 질문했다. 설리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카루스는 단순히 도강(학교에 등록하지 않고 몰래 수강하는 행위)하는 학생이었단 말이군요.”


낙화유수의 질문에 설리반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총장님이 뽑지 않은 학생이었고, 이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는 결론이라.

증인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너무 태연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림자라고 불리는 직원도, 다른 학생들도 모두 체포해서 취조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설리반은 꼬았던 다리를 미동도 않은 채,

담배 연기를 낙화유수의 얼굴쪽에 뿜었다.


“나 여기 참고인으로 온 건데 23시간 56분 지났어요. 4분 남은 거 아시죠?”


낙화유수는 지친 목소리로 나가도 좋다고 했다.

설리반은 담배꽁초를 손으로 아무곳에나 던진 뒤,

낙화유수를 적개심이 이글대는 눈빛으로 쏘아봤다.

최대한 천천히 일어나서 그 눈빛으로 목욕을 해도 좋을 만큼 오래 쏘아봤다.


“부디 반역자들 많이 잡아내셔서 챔핀코에 무궁한 영광을 가져다주시길 바랍니다. 국장님.

애먼 사람들 말고 진짜 반역자들이요.

욕망에 눈이 멀어 사회를 좀먹고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 많잖아요?”


낙화유수는 더 화를 참지 못하고 녹음기와 CCTV를 껐다.

때문에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사막의 매도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설리반 총장. 적당히 하시오.

당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김막생 교수와의 약속 때문이니까.

그리고 아키텍쳐 스쿨에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 재량 덕분입니다!”


설리반은 자리에 서서 한동안 나가지 않았다.

일부러 낙화유수를 약올리기 위해 뜸을 들이는 건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김막생 교수가 이카루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거군요.

그럴 줄 알았지 쓰레기같은 자식.”


설리반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처럼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세게 닫았다.


낙화유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오늘 문 부술 사람 전부 나간건가?”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간 설리반은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마른 눈에 눈물을 쥐어짜내니 더 힘들었다.


이카루스를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 평안남도 맹산군의 텅스텐 채굴장이었다.


“내가 널 왜 부른 줄 아니?”


설리반은 아키텍쳐 스쿨의 특채전형으로 입학할 학생을 뽑기,

위해 직접 고원지역으로 왔다.

광부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필기시험을 봤는데,

우수한 성적을 받은 아이가 있어 면접을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앞에 섰던 아이가 이카루스였다.

무연탄과 텅스텐이 혼재된 지역 속에서 얼굴에 여기저기 검댕이 묻어있었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아이였다.


“내래 이제 남쪽으로 갈 수 있디요?”


설리반은 기대에 찬 그의 말에 웃음과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후보 중 한 명으로 뽑히긴 했어.

궁금한 게 있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시험지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 텅스텐, 철, 사람, 공기같은 넌센스를 적었는데 너는 달랐어.

뭐라고 적었는지 기억이 나니?”


“원자입네다.”


“그래. 원자. 왜 그렇게 생각하지?”


“책에서 본 적 있습네다.

세상의 모든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같은 성질을 가진 단 하나의 존재가 나온다고.

그것이 원자라고 했습네다.


원자를 구성하는 것이 원자핵과 전자인데,

이건 입자가 아닌 데다가 전자와 핵 사이에 텅 빈 공간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디요.


그때 생각했습네다.

이 세상은 원자로 구성되어있고,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고.

더 나아가 원자의 빈 공간들이 겹겹이 쌓여서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그렇게 믿는 근거가 있니?”


“근거는 없습네다. 그냥...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듭네다.”


17살의 이카루스는 그날 아키텍쳐스쿨의 총장 앞에서 선언한 것이다.

세상은 허상이라고, 그렇게 믿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흐읍!”


설리반은 입에서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는 손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눈에서 쏟아지는 진실을 막지는 못했다.


그때 설리반은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카루스를 아키텍쳐 스쿨에서 졸업시키겠다고.

그리고 먼 훗날 이카루스가 사회를 빛내는 하나의 별이 됐을 때 묻고 싶었다.


“지금도 이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생존을 위해, 또 신념을 위해 모두가 죄인이 되는 시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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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인의 세상 7 19.09.27 4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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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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