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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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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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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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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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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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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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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라이데이 2

DUMMY

깊은 밤 마예선은 달빛에 눈이 떠졌다.

곧 작전이 시작인데도 임병찬은 세상모르고 자는 중이다.

무능한 놈이었지만 조금만 비위를 맞춰주면 자신에게 모든 정보를 퍼부어 주니 쓸모가 있는 자다.

자신에게 구역질나는 짓을 하는 것만 빼면.


빅 브라더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금이 이무근과의 약속장소로 가기 좋았지만 지금 합류하지 않는다면 의심을 받을 것이다.

임병찬의 품에서 일어나 속옷을 주워 입고, 전투복을 찾았다.

임병찬의 옷과 뒤섞여 분리해내고 있는데 자신의 발목을 잡는 손.


“좀 더 있다 가.”


‘역겨운 자식.’


“군단장님. 지금 곧 작전이...”


“내 명령에 거역하는 건가?”


임병찬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마예선은 눈을 내리깔았다.


“아닙니다.”


“그럼 이리 와서 다시 누워.”


여기서 빨리 벗어나려면 임병찬의 욕구를 다시 충족시켜주는 수밖에 없다.

마예선은 다시 임병찬의 팔을 베개삼아 눕고 품에 안겼다.


빅 브라더의 진영은 모두가 출정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평소 3분의 1도 되지 않는 인원이 상주하는 주둔지에 모든 병력들이 모여 무기와 군장을 꾸리니 당연했다.

그나마 주둔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 목적지라 차량이 동원되지는 않았기에 덜 소란스러웠다.


“인원이 한 명 빈다.”


소집된 인원 보고를 들은 빅 브라더가 김진우에게 말했다.

김진우는 그것이 마예선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대장. 요즘 마예선이 유독 임병찬 진영으로...”


김진우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마예선이 뒤늦게 합류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빅 브라더도 김진우가 말을 끊은 것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서로 눈을 마주 볼 뿐이다.


“출발!”


임병찬 군단과 빅 브라더의 공작대가 정부군에게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란군이 2시간에 걸쳐 도착한 곳은 상대방의 작전지역으로 예측되는 장푸 구도, 펑셴 구도 아닌 바오샨.

즉 해안가였다. 그들은 모든 전력을 해안에 집중시켜 공수부대의 수송기도, 해병대의 상륙선도 모조리 침몰시킬 생각이었다.

입수한 정보에서 챔핀코 공수부대의 비행경로가 바오샨에 겹쳐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습 작전이었으니 단순하게 최단 경로를 짠 거겠지.’


이것은 빅 브라더가 제안한 작전이었다.

상대가 정말 계획대로 작전을 펼친다면 아군의 전력은 보전한 채,

그들의 전력을 상당수 깎아내리는 대승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된다면 챔핀코 측에서 스파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우리의 본거지도 모르고 우리의 작전도 모른다.

게다가 상하이는 해안에서부터 방어하기 좋은 요새다.

화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집중해서 선제공격하면 승산이 있어.’


“대장.”


생각에 빠진 빅 브라더가 자신을 부르는 중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나는 진동소리. 파도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점점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처음에는 파도를 뚫고 베이스를 담당하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다가 해안가에 기어들어와선 매미의 날갯짓소리를 내며 날아들었으며,

급기야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되어 귀에 꽂혔다.


「투두두두두두두두」


수송선이 수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승사자들이 우리를 덮치러 왔다.

우리의 영혼과 신념. 그리고 용기를 데리러.


“대장.”


“대기시켜라. 한 발도 섣불리 낭비하지 말고 꽁꽁 숨겨놔라.

아직 우리 위치를 노출시킬 때가 아니다.”


수송선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수송선이 가까이 왔을 때 병력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수평선에는 또 다른 적이 등장했다.

상륙작전용 쾌속수송선.

하지만 규모가 중형 이상인 것으로 보아 2개 대대의 규모로 보였다.


“대장. 도대체 언제 쏘실 겁니까? 이러다가 지나가겠어요!”


“사격!”


그것은 빅 브라더가 내린 명령이 아니었다.


“젠장. 기다려야 한다고!”


「두두둥. 두두두두두둥!」


빅 브라더의 외침은 임병찬의 진영까지 가 닿지 않았다.

대공화기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광탄(야간에 사격방향을 지시하기 위해 빛을 내는 탄)이 불나방처럼 수송선에 날아들기 시작했다.


※ ※ ※


예상을 벗어났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대공화력이 10기의 수송선에 쏟아져 한 기가 격추당했다.

내부의 빨간등이 초록등으로 바뀌어 깜빡였다.

작전과 다르지만 즉시 공수하라는 파일럿의 긴급지시였다.

이것은 공수부대에서는 지휘관의 명령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수송선들이 바오샨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다가 일제히 산개했다.

그대로 날아갔다가는 전멸당할 만큼 공격이 거셌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수하려고 안전벨트를 풀었던 부대원들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몇 명은 준비되지 않은 채 밖으로 떨어져 낙하산을 거꾸로 펼친 채 바다에 빠졌다.


“정신차리고 다들 밖으로 나와! 공수한다! 안에 있으면 다 죽어!”


“젠장. 아직 바다입니다. 육지가 아닙니다!”


“총에 맞을래 바다에 빠질래?”


“전 공수부대지 해병이 아닙니다. 수영은 할 줄 모릅니다!”


“이 정도면 해수면이 낮을 거다. 나를 믿고 뛰어내려!”


질문에 대한 대답도 들을 새 없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대원이 떨어진다.

지휘관이 엉덩이를 걷어찬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공수부대원들을 낙하시켜,

수송기를 돌려보내는 것이 전력 손실을 막는 방법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격해오다니. 전략가가 있다!’


반란군을 너무 우습게 봤다.

규모가 크다고는 했지만 대공화기를 갖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무엇보다 해안전선까지 방어선을 전진시켜 선제적으로 타격을 해올 줄은 몰랐다.

막연히 도심지에서 게릴라 전술을 쓸거라고 만만하게 예상한 것이다.


낙하산들을 전부 뿌리지 못한 채 또 한 기의 수송선이 격추되었다.

수송선이 바다에 빠지면서 만들어낸 해일이 그곳에서 허우적대던 공수부대원들을 삼켰다.


모든 부대원들이 낙하를 완료하면 무게를 감지한 수송선이 파일럿에게 조명으로 신호를 보낸다.


“제주도로 복귀한다!”


수송선들이 서둘러 기체를 돌리지만 한 기가 더 추락한다.

바다에 착륙했다가 해일의 습격을 받은 부대원들은 시대의 비극 속에 빨려들어 나오질 못한다.


공수부대원들은 시멘트바닥에 자리잡은 민들레씨처럼 흩뿌려져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낙하산에 매달려 착륙도 하지 못한 채 대공화기에 구멍이 뚫린 부대원들도 여럿 있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공수부대원들은 이제 적들의 기관총과 개인화기의 집중사격을 받을 것이다.

교활한 반란군의 책략가가 죽음의 아가리를 벌려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리로 가야만 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아마 전멸하겠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공수부대원 하나가 절망에 빠져 스스로 구원하기를 포기했다.

지휘관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여 자신의 의지대로 공수를 하지도 못했던 그 부대원이었다.

낙하산조차 거꾸로 펴져 낙사하는 줄 알았지만 머리가 해수면에 수직으로 꽂혀 다이빙하듯 입수되어 목숨을 건졌지만 이젠 다 필요 없었다.

몸이 정지하며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 생각보다 괴롭거나 두렵진 않았다.


그의 인생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시작하거나 끝맺은 적 없이, 그저 그렇게 평범한 삶.

호기롭게 공수부대에 입대했지만 동료들에 비해 뛰어난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전역을 생각하던 찰나 투입된 이 작전. 아마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이겠지.


상하이 진압작전에 투입되었으나 낙하산도 펴지 못한 채 바다에 빠져 사망.


‘젠장. 그럴 순 없어!’


생각이 바뀌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적의 총에 맞아 죽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시켜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웬걸.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가버렸다.

호흡은 한계에 다다랐고 수압은 높았다.


바닷물이 코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몸동작이 다급해져 체력은 더 빨리 고갈됐다.

조금만. 조금만 더 제발.


이런 젠장.

거의 다 왔는데.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


만약 인생에 확률이라는 것이 있다면 여기서 살아나는 일 한 번쯤은 걸리지 않을까.

이제 내 힘으로는 한계야. 누가 제발 좀 도와줘. 처음으로 손을 뻗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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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프라이데이 2 19.10.13 3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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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냉혈한 1 19.10.10 61 1 7쪽
60 독쓰루 작전 5 19.10.07 25 1 6쪽
59 독쓰루 작전 4 19.10.06 21 1 7쪽
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5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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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7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6 1 8쪽
52 죄인의 세상 6 19.09.24 57 1 6쪽
51 죄인의 세상 5 19.09.23 52 2 8쪽
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3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6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8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8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61 5 10쪽
41 결전의 날 1 19.09.10 6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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