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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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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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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70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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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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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죄인의 세상 6

DUMMY

소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카루스는 그 거대한 절벽에 둘러싸여 허우적댈 뿐이었다.

론리는 인간의 파도를 역류시킬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수많은 곤봉이 론리와 이카루스에게 날아왔다.

백만대군을 뚫어낸 조자룡처럼 위풍당당했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론리가 피떡이 되어 실신할 무렵 기동대가 이카루스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시신처럼 축 늘어져 기동대가 부축을 해야만 몸을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입과 눈이 퉁퉁 부어 마치 두꺼비 같았다.


“동무.”


론리가 모든 집중력을 동원해 이카루스의 말에 귀기울였다.


“나를 기억해 달라우.”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너 무사히 살아서 나중에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술 한잔 기울이는 날이 올거야.”


이카루스와 론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다.


기동대는 이카루스를 질질 끌고 이무근에게 데려갔다.


“이놈이 방위정보국에서 탐내는 놈이란 말이군.

우리가 데려가자고! 우리 공으로 돌리면 사령관님이 얼마나 힘을 실어 주시겠냔 말이야.”


그들은 이카루스를 차에 태우려 했지만 낙화유수가 마침 도착했다.

이무근은 낙화유수에게 넉살 좋은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어떡합니까. 저희가 이카루스를 잡아버렸네요!

방위정보국장님은 아쉽지만 꽝 다음기회에.”


“닥치고 이카루스 내놔.”


물론 이무근은 낙화유수를 단순히 찔러보기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낙화유수의 안하무인의 태도에 조금 화가 났다.


‘내가 그래도 한반도 광역기동단장인데 이런 꼴을 당하면 망신이잖아!’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이 개자식아 이게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반역자 이카루스를 당장 인계하란말이다!”


「짝!」


이무근의 뺨에 낙화유수의 손바닥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무근은 순간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에 뺨을 부여잡으면서 낙화유수를 노려봤다.

모두가 긴장했다.

아무리 방위정보국이 상급기관이라지만,

이무근의 싸이코같은 성격은 정부 내에서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화유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인간은 강자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그의 장난에 놀아줄 기분도 아니었다.


“뭘 째려봐? 죽이게? 그럼 빨리 죽여 이새끼야!”


「짝! 짝! 짝! 짝! 짝!」


연달아 뺨을 때리며 죽이라고 소리치는 낙화유수에게 이무근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장난이 너무 심했습니다.”


“죄송한줄 알면 이카루스 빨리 넘겨.”


기동대는 차에 태우려던 이카루스를 노마와 요원들에게 넘겼다.

낙화유수는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이무근에게 다시 돌아왔다.


“야 기동단장.”


“네 국장님.”


“앞으로 나한테 그딴 찔러보기 하면 즉결 처형할 줄 알아. 알겠냐?”


“명심하겠습니다.”


낙화유수는 눈을 내리 깐 이무근을 한참동안이나 죽일 듯이 쳐다보다가,

장갑차를 타고 방위정보국 요원들과 함께 아키텍쳐 스쿨에서 사라졌다.


학생들은 장갑차가 건물과 지평선 사이에서 사라질 때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설마 무슨 큰 일이 있지는 않겠지.

고문으로 불구가 되거나 죽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큰 죄를 받아봤자 징역을 살거나 노역형 1년 정도를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이카루스가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다.



“차를 잠깐 세우게.”


낙화유수의 명령에 차가 멈췄다.

낙화유수는 서울에 있는 인적드문 숲에 내려 이카루스를 끌어냈다.


“걸어라.”


무언가 불길함을 예감한 노마가 급히 내려 동행했다.

그러자 낙화유수는 딱히 말리지 않으면서도 노마를 한참 쳐다봤다.


“감당할 자신이 있나?”


노마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아 낙화유수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사정했다.


“국장님. 아직 재판도 받지 않은 어린 애에요. 이건 월권행위입니다.”


이카루스도 노마의 말을 듣고나서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덤덤하게 가겠다고 다짐하며 길을 가다가 불현듯 죽음 이후의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미친 듯이 불안해졌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마음을 단련했다고 해도 그는 22살의 어린 아이였다.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자존심 같은 것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이카루스는 몸을 홱 돌리고 낙화유수에게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내래 한번만 살...”


「지이이이이이잉!」


웨이브건에 맞은 이카루스의 귀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웨이브건이 멈추지 않자 건에 맞은 부분을 중심으로 피부가 융해되기 시작했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공명에 의해 내장이 파열된 것이다.

이카루스는 한마디도 더 잇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갔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훌륭하게 살았던 이카루스.

그는 한 번만 살려달라는 시시한 말을 유언으로 남길 수 밖에 없었다.

화약무기가 금지된 시대에 총소리조차 남기지 못하고 이카루스는 소리 없이 죽었다.


노마는 국장을 존경하고 사랑했다.

언제나 그를 닮고 싶어했고 그를 따르고 싶어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애써 무시하고 참아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

낙화유수의 가슴을 몇 번이고 거세게 치면서 소리질렀다.


“도대체 왜 그랬어요. 왜! 왜!”


평소의 낙화유수라면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았겠지만 왜인지 아무 말 없이 노마의 주먹을 맞고만 있었다.


“블랙 네임카드를 이식하는 순간 명예같은 것은 개에게나 줘버려야 한다.

챔핀코를 위해서 죄인이 되는 건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단 말이다.

나는 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한 자에게 약속한 것이 있고,

그 약속을 위해서는 이카루스의 증언을 막아야만 했어.

그게 아니고서도 설리반 총장은 챔핀코를 위해 해줄 일이 많다.

지금 반역혐의를 받아 체포되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어.

노마. 너는 챔핀코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나?”


노마는 낙화유수의 가슴에 기대 흐느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낙화유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누구를 탓하겠나? 이 시대에 태어난 것 자체가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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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블랙 프라이데이 3 19.10.14 24 2 6쪽
65 블랙 프라이데이 2 19.10.13 3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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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냉혈한 2 19.10.11 28 1 9쪽
61 냉혈한 1 19.10.10 61 1 7쪽
60 독쓰루 작전 5 19.10.07 24 1 6쪽
59 독쓰루 작전 4 19.10.06 20 1 7쪽
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5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7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0 1 8쪽
55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19.10.01 30 1 7쪽
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6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5 1 8쪽
» 죄인의 세상 6 19.09.24 57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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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2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5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7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7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0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4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59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5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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