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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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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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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84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0.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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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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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붉은 바오샨 2

DUMMY

상대방의 심리적인 약점을 파고들어 그가 두려워할만한 과거나 환영 속에 가두는 것.

이 정도의 강력한 주술을 걸기 위해서는 사막의 매도 움직일 수 없었다.


김진우와 매가 서로를 마주 본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 크로노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기회였다.


‘저 놈을 죽인다!’


크로노스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전력질주로 달려 로봇팔로 김진우를 치려는 찰나 사막의 매가 외쳤다.


“조심해. 풀려났어!”


그의 말과 동시에 몸을 돌려 크로노스를 바라보는 김진우.


“어림없다.”


김진우가 순식간에 몇 바퀴나 몸을 회전시켰는지 모르겠다.

로봇팔의 공격 범위와 사격 각도를 모두 벗어난 김진우가 크로노스와 눈이 마주쳤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김진우의 한쪽 눈은 소총의 가늠쇠(조준을 위해 소총에 달린 두 번째 돌출부)를 겨누고 있었다.


크로노스는 아차 싶어 급하게 MFR을 멈추고 팔로 방어하려 했으나 늦었다.


「탕!」


깔끔한 한발. MFR의 기동이 멈췄다. 사막의 매는 불길했다.

MFR에 탑승한 크로노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함께 했던 동창.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전우.

그가 적의 손에 쓰러지자 평소 침착하던 매의 감정도 흔들렸다.


‘아직 죽지 않았을 거야.’


전투의 베테랑인 매 답지 않게 일직선으로 크로노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크로노스 대신 MFR을 조종하면 그를 구출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했다.

만에 하나 상대편이 저것을 조종할 줄 안다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 김진우는 회전한 몸을 착지시키며 반동을 줄이는 데 시간을 지체했다.

매와 MFR과의 거리. 8미터. 3미터. 1미터!


「타타타탕!」


쏟아지는 연속사격에 매가 디뎠던 땅바닥이 벌집이 되었다.

다행히 매는 가까스로 낙법을 써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김진우를 향해 로봇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응사격을 했다.


매는 졸지에 크로노스를 방패삼아 김진우를 상대해야 했다.

김진우는 매보다 상대적으로 트인 시야를 가지고 상대를 압박했지만,

자신의 몸을 지켜줄 방패가 없어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싸움이 오래간다.

서로가 상대의 적중률을 잘 알기에, 운을 믿고 크로스로 총을 쏴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로 의미 없는 싸움은 그만두는 게 어떨까.”


「타타타탕!」


멀리서 김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진우의 위치를 파악해 총을 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너희들이 공격해온 해안 전선은 붕괴됐을 텐데.

시간이 별로 없어. 네가 만약 여기서 그대로 물러난다면 더는 공격하지 않겠다.”


입을 다물던 사막의 매가 진우에게 소리쳤다.


“만약 옆에 전우가 쓰러져있다면 너는 버리고 갈 수 있나?”


“내가 살아야 적의 심장에 칼도 꽂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뭐가 널 이렇게도 고집스럽게 만든 건지 모르겠군.”


진우는 말을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매의 반대편에 있는 로봇 기체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멀리서 대답을 한 뒤 신속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매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잡았다.’


매가 있는 곳을 급습한 김진우. 하지만 그곳에 매는 없었다.

대신 매가 김진우를 겨누고 있는 그림자만이 보일 뿐이었다.


‘위다!’


「타타탕!」


급하게 몸을 굴려 사격을 피한 뒤 위를 쳐다봤다.

매가 어느새 기체를 밟고 위로 올라가 있었다.


“내 주변의 친구 하나 살리지 못한다면 살아서 적에게 칼을 꽂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매의 말에 김진우는 과거 12구역에서 만났던 누군가가 생각났다.


‘촌스럽게 생각하는 게 그 녀석과 똑같군.’


「타타탓! 피융. 탕! 탕!」


하지만 사막의 매에게는 사실 고집부릴 시간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김진우의 원군들이 속속 도착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매는 MFR을 탈취하지 못한 채 도망다니기 급급해졌다.


작은 가게와 주택이 밀집한 슬럼가 귀퉁이로 숨어 들어갔다.

지원군들이 파일럿이었던 크로노스를 끌어내고, 김진우가 MFR을 탈취하고 말았다.

아무런 승산이 없었지만 이미 감정적으로 붕괴한 상태에서 다급해지기까지 한 매가 무작정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매 답지 않았지만, 증인과 친구의 죽음. 그리고 해안가 전투의 처참한 패배가 그답지 않은 행동을 이끌었다.


김진우 일행의 모든 총구와 MFR이 사막의 매에게 향했다.

건물 옥상에서, 정면에서, 양쪽으로 갈라져 나온 수많은 골목에서.

누구 하나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한다면 어디로든 피할 곳은 없었다.


달이 들어가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소금을 실어나르는 바닷바람이 햇빛을 반사하며 매의 머리카락에 스쳤다.


매는 눈을 감았다.

와칸탕카(인디언이 숭배하는 신과 비슷한 개념. 자연에 깃든 위대한 의지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정확히 신은 아니다)의 뜻이 그렇다고 한다면 딱히 죽음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었다.


“응 아직 아니야.”


자연의 위대한 의지라는 와칸탕카가 낸 목소리라고 하기엔,

경박하게 높은 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MFR 근처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공중에서 팅 하는 소리를 내며 본체와 분해되는 안전핀.


“수류탄이다!”


로봇에 탑승한 김진우가 외치자 지원군들이 모두 벽과 창을 등지며 몸을 피했다.

김진우도 로봇팔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번쩍. 피이이이잉!」


수류탄이 아니었다. 섬광탄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진우도 매를 공격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갑자기 나타난 투척물을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이다.


야외에서 해가 뜨고 있었지만 아직은 어두웠기에 효과가 있었다.

몇 초간 눈부심에 눈을 뜨지 못한 김진우 일행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매는 사라졌다.


한편 섬광의 습격을 함께 당한 매도 눈을 못 뜨긴 마찬가지였다.

매의 팔을 잡아끌고 막무가내로 뛰는 건 이무근이었다.


“혼자 도망갈 땐 언제고. 갑자기 날 왜...”


영문 모르는 매가 눈을 감은 채로 이무근에게 물었다.


“마예선은 가치가 없지만 사령관은 얘기가 다르죠.

내가 혼자 살아서 첩자에게 들은 얘기를 해봤자 누가 믿어주겠어요?

당신을 살려야 내 공도 인정받을 수 있지.”


철저히 이기적이지만 그것을 감추지 않는 정직함.

이쯤 되자 이 남자는 심지어 순수해 보인다.


“마예선의 여동생 얘기. 그거 사실이오?”


매의 질문에 이무근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매를 돌아봤다.

이 상황에 왜 중요하지도 않은 질문을 하냐는 눈빛이었다.


“아니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아니 도대체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바오샨 항만에 도착했다. 그곳은 아직 전투중이었다. 몇 기의 MFR이 병력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MFR은 챔핀코 정규군의 것이 아니었다.


급하게 지게차에 몸을 숨긴 이무근이 말했다.


“참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당신이 듣기 유쾌한 얘긴 아니지.”


“네가 방금 날 살리지 않았다면 넌 내 손에 죽었어.”


“참나, 이봐요! 말은 똑바로 합시다. 내가 당신을 살리지 않았으면 당신은 날 죽이지도 못해요.”


이무근의 느끼한 윙크를 보고 매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지만 이내 관뒀다.

이무근의 생각대로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매는 양자교신기를 다시 작동시켜 유정무 사령관과 교신을 시도했다.


“연합사령관님. 외교정보사령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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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바오샨 2 19.10.17 29 1 8쪽
68 붉은 바오샨 1 19.10.16 24 1 9쪽
67 블랙 프라이데이 4 (수정 - 19.10.16) 19.10.15 24 2 11쪽
66 블랙 프라이데이 3 19.10.14 25 2 6쪽
65 블랙 프라이데이 2 19.10.13 30 1 9쪽
64 블랙 프라이데이 1 19.10.12 27 2 8쪽
63 냉혈한 3 19.10.11 22 1 8쪽
62 냉혈한 2 19.10.11 28 1 9쪽
61 냉혈한 1 19.10.10 61 1 7쪽
60 독쓰루 작전 5 19.10.07 24 1 6쪽
59 독쓰루 작전 4 19.10.06 20 1 7쪽
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5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0 1 8쪽
55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19.10.01 31 1 7쪽
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7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6 1 8쪽
52 죄인의 세상 6 19.09.24 57 1 6쪽
51 죄인의 세상 5 19.09.23 51 2 8쪽
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3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5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7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7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60 5 10쪽
41 결전의 날 1 19.09.10 6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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