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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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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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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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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10.0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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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DUMMY

“당신은 자신이 밟고 있는 세상과 스스로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습니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자에 팔과 다리가 결박된 낙화유수는,

질문이 따분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멍들어 퉁퉁부은 얼굴을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 의심 따위는 해본 적이 없지.”


“그렇게나 확신하십니까. 자신의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다시 들어오는 질문에 낙화유수는 고개를 저었다.


“의심한다고 답이 나오면 백번 천번도 했겠지.

그럴 시간에 나는 다른 걸 고민했지.”


낙화유수는 천장을 향해 들었던 고개를 천천히 내려 자신에게 질문하는 남자.

사막의 매를 정면으로 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해야 내 임무를 가장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그것으로 괜찮은 겁니까?”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2200년 전에 나타났다는 예수 말고는 불가능하겠지.

어서 나를 죽여. 날 설득할 생각이라면 글렀으니까.

나는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한 업보를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겁쟁이는 아니거든.”


“그럼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습니까?”


마지막이라는 말에 낙화유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매에게 웃어보였다.

입술이 찢어져 잘 움직이지 않고 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웃는 것이었다.


“Mitakuye oyasin(우리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디언 말). 앞으로 잘 해보게 친구.”


순간 매의 눈에 놀라움과 망설임이 담겼지만, 그의 움직임을 멈출수는 없었다.


「서걱」


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낙화유수의 목에는 칼날이 지나갔다.

스치는 줄도 모르게.


낙화유수는 죽기 전에 새삼스레 과거를 회상한다.


10년도 더 전에 사막의 매가 아직 어렸을 적, 올리칸에서 탈출해 챔핀코로 망명하던 그 때를.


“이번에 망명한 사람중에 인디언이 있던데. 사막의 매라고. 들어봤어?”


방위정보국장이었던 유정무가 낙화유수에게 말을 던진다.

업무 중이던 낙화유수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꾸했다.


“특별한 친구인가봐요.”


“그냥 인디언이라니까 네가 생각난거지. 그래도 동포잖아.”


“규정대로 처리하십시오.

신원이 확실하고 챔핀코에 이익이 되는가.

망명허용 기준은 그거 아닙니까.”


“추가적으로 취조를 좀 더 해보려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


타이핑을 치던 낙화유수의 손이 멈춘다.


유정무는 그런 낙화유수의 태도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는다.


“‘우뚝 선 곰’이라는 스승에게 무언가를 전수받았다는데.

수우족 중에서도 우수한 계승자라고 자기가 챔핀코에 쓸모가 있을거라나 뭐라나.

같이 취조하러 가볼래?”


낙화유수는 감상적이지 않으려고 애쓰며 타이핑을 다시 시작했다.

스스로를 버린 종족, 자신을 버린 국가. 모두 자신에겐 의미 없는 일이었다.


“형님이나 가십시오. 저 바쁩니다.”


유정무는 그런 낙화유수의 속이 뻔히 보인다는 듯 킬킬댔다.


“어쨌든 난 이 친구를 채용할 생각이니까.

잘해보라고 동포들끼리.”


낙화유수는 꿋꿋이 제 할 일을 하고 있다가 유정무가 사라진 자리를 빼꼼히 쳐다본다.


‘와칸탕카(인디언들이 자연에 깃들어있다고 믿는 위대한 의지. 신과 비슷하지만 그렇게 해석하지는 않는다)의 의지인가...’


낙화유수의 목에 빨간 줄이 티끌처럼 생기더니,

어느새 쩍 벌어지며 피가 수돗물처럼 쏟아졌다.


낙화유수는 숨쉬기가 힘들어져 헐떡대다가,

몸을 몇 번 움찔거리고 더는 숨을 쉬지 않았다.

단도를 든 사막의 매를 쳐다본 채.


매는 낙화유수를 위해 기도한다.


‘위대한 것보다 위대하고 큰 것보다도 거대한 의식이시여.

부디 당신께 돌아가는 자가,

더는 어리석은 신념으로 말미암은 고통을 받지 않게 해주소서.’


단도가 머금은 피는 눈물을 흘리듯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낙화유수 앞에 단도를 고이 놓은 뒤,

사막의 매는 일어나 지하실을 나왔다.


달과 별이 빛나는 새벽.

챔핀코 연합사령부 5지대에는 육군 기계화보병 205연대장대리 크로노스가 병력들과 함께 지하실에서 나오는 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의 부하인 이자나미, 블랙호스가 이끄는 외교정보특임사령부의 장교들도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끝난 건가?”


크로노스의 물음에 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자네를 따르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게.”


크로노스의 말에 매가 앞에 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병력들을 바라본다.


“우리들은 군인으로서 그동안 많은 업적을 이루어왔다.

외세의 침입에 대항한 항쟁.

우리의 이권을 쟁취하기 위한 공작.

혼란한 시기에 과감한 결단을 해서 시민사회의 질서를 이룩하기도 했다.

경제, 정치, 문화 발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군이 있었다.


그러나 군인은 군인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군인은 시민을 지킬 때 가장 강한 존재가 된다.


지금의 유정무 사령관은 어떤가?

그는 군인인가 지도자인가?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통치는,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요구한다.


지금의 챔핀코는 어떤가?

시민이 챔핀코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가,

아니면 챔핀코가 시민에게 봉사하고 있는가.


시민을 지키지 못하는 사령관은,

지휘관으로서 자격도 없다.


누군가가 사령관을 막아야 한다면,

그것은 이 일을 만들어낸 군인들이 나서는 것이 맞다.


지금 우리가 막지 않으면 앞으로 챔핀코의 역사는 후퇴밖에 없다.


오늘 우리는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빼앗긴 챔핀코의 역사를 돌려받기 위해 진격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그대들 중 어떤 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않겠다.

이 위대한 전투에 참여한 전사들의 용맹을 대대손손 자랑하고 알리겠다.


가자. 영광스러운 승리를 위해!

가자. 챔핀코의 번영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남아있다면,

챔핀코는 영원히 자유롭고 정의로운 시민연합 정부다!”


매의 연설이 끝났다.

크로노스는 매를 지나쳐 앞으로 나와 중대장들에게 얘기했다.


“목적지는 연합사령부. 목표는 유정무 연합사령관의 포획. 진격하라!”


중대장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 병력들에게 외쳤다.


“진격하라!”


100명의 보병, 6기의 전차, 그리고 9기의 GFR이 움직였다.

그 뒤를 국토정찰실장 굿맨이 지휘하는 MFR 8기가 따랐다.

외교정보사령부의 장교들은 팀장을 따라 그들과 함께 기동하기 시작했다.


달빛이 그들의 길을 비춰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조용히 그들을 응원한다.

귀뚜라미가 소곤대며 챔핀코에 흐르는 역사를 노래한다.

병력들의 발자국 소리에 멈춰있던 챔핀코의 맥박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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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0 1 8쪽
»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19.10.01 31 1 7쪽
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6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5 1 8쪽
52 죄인의 세상 6 19.09.24 57 1 6쪽
51 죄인의 세상 5 19.09.23 51 2 8쪽
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2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5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7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7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0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4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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