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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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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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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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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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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결전의 날 4

DUMMY

“누구시죠?”


인쇄기는 결전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 선전물을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다.

그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옥저는 시위의 세부계획들을 확인하고 또 수정하고 있었다.

아키텍쳐 스쿨에서만 500명, 광화문에서 다른 연합학생들까지 전부 합치면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시위의 구호, 장소의 안내, 선전물의 배포, 시위행진의 동선과 통제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나면,

시위대가 우왕좌왕하거나 시위가 엉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옥저에게 낙화유수가 찾아왔다.

낙화유수는 자신을 경계하는 옥저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하며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방위정보국이라니. 챔핀코 요원이 저에게 무슨 볼일이죠?

저는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착각하고 있구나.

아저씨는 너를 잡으러 온 게 아니란다.

너는 지금 아주 정의롭고 올바른 일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아저씨는 뭐랄까. 너를 돕고 싶어서 온 거지.”


옥저는 정부 요원이 자신을 돕는다는 말에 혹하다가도 순간 론리를 시도때도없이 감시하는 사막의 매가 떠올라 다시 경계했다.


“요원들은 전부 거짓말쟁이랬어요.”


옥저의 말에 낙화유수가 짐짓 과장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말과 제스쳐로 옥저의 경계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누가 그러니? 거짓말이라니 끔찍하구나.

무려 정보요원이라고.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조사하고 밝혀내는 게 아저씨 일이란다.

그런 게 아니면 학생회를 만드는 일을 어째서 돕겠다고 하겠니?


만약 내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너를 체포해서 취조실로 데려가고 동조하는 학생들 명단을 적으라고 윽박질렀겠지.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기름과 먼지투성이인 이 인쇄소에 굳이 혼자 와서 너를 돕겠다 이 말씀이지.”


낙화유수의 언변에 마음이 조금은 움직인 옥저가 팔짱을 풀고 물었다.


“저를 왜 돕겠다고 하는 건가요? 아저씨에게 무슨 이익이 있다고.”


“아까 말한 것처럼 아저씨는 진실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챔핀코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지.

그런데 설리반 총장의 학교 운영방식은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단 말이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구린내 나는 무언가를 말이야.

그걸 찾아내기 위해선 너의 도움도 함께 필요하거든.”


“좋아요. 목적이 비슷하니 협동할만한 것들이 있겠네요.

우리가 서로 뭘 해줄 수 있을까요?”


“그래.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설리반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직하고 믿을만한 사람 같지만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란다. 뱀 같은 여자 말이다.

만약 네가 나를 도와준다고 약속하면 너희들의 일 전부를 공영방송에 내보내 줄 수 있다.

무려 저녁 8시에도 해줄 수 있지.

그럼 설리반은 더는 자신이 파놓은 굴에 숨을 수 없을 거야.”


옥저는 낙화유수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하지만 어째서 그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고 계속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것들만 어필하는 걸까.


“저는 아저씨를 어떻게 도울 수 있죠?”


낙화유수는 옥저를 쳐다보며 고민했다. 이 얘기를 지금 꺼내야 할지.

너무 섣불리 말을 했다간 옥저가 자신이 쳐놓은 덫을 빠져나가 멀리 벗어나 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일에는 고역이 따랐다. 상대를 구워삶으며 속으로 하는 수많은 고민들.

그리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는 일이 그중 하나였다.


“내가 너와 친구가 된 기념으로 비밀을 하나 알려주지.”


비밀이라는 말에 옥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카루스는 설리반의 정보원이다.

설리반은 이미 학생회의 일정이나 구성원을 전부 꿰뚫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작을 하고 있지.”


옥저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스쿨에서 누구보다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말투나 외모가 남들과 조금 다를 뿐 심성이 나쁜 친구는 아니었다.

낙화유수의 말에 옥저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카루스의 위치와 동선을 말해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마.”


이카루스를 체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는 옥저가 고민에 빠졌다.

과연 낙화유수의 말은 사실일까.

그가 이런 얘기를 하는 목적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카루스가 설리반의 정보원이 아니라면 그가 굳이 이런얘기를 자신에게까지 와서 할 이유가 없었다.


슬픔이 몰려왔다.

이카루스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참담했다.

그런데 이카루스를 체포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카루스를 통해 설리반이 하는 일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 하는 거라면,

그것은 설리반이 저지른 비리들에 이카루스도 연루된다는 뜻이었다.


옥저는 낙화유수를 바라보며 천천히 전화기를 들어 이카루스에게 연락했다.


“이카루스? 나 옥저야.”


낙화유수는 생각보다 잘 풀리는 일에 속으로 환호했다.

약간의 인내만으로 반역자를 찾아내는 일이라면 그건 고역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반역자는 조금 애매하니 반역 협조자라고 해두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정부에서 널 찾고 있어.

너와 관련한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아무도 찾지 못할만한 곳에 숨어있어.

학교가 안전할 거야. 대놓고 대규모 수색을 하진 못 할 테니까.”


낙화유수는 옥저의 돌발행동에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

하지만 아직 옥저를 설득하여 이카루스를 찾아낼 방법은 있다.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건가? 이카루스는 정부에도, 너희에게도 변절한 자야.

그를 지킬 가치가 있는 거냐고.”


“설령 이카루스가 설리반에게 넘기는 정보원이라고 해도 그가 위험해질 만큼 죄를 지은 건 아니에요.

스쿨의 동창이고 친구인 사실은 변함 없어요.”


“멍청하군. 이카루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블루 네임카드의 학생들은 단순히 재능만 없는게 아니라 신의 같은 고결한 가치가 없거든.

대승적인 차원의 문제들은 생각할 능력이 없으니까.”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블루 네임카드를 가진 학생이 아키텍쳐 스쿨을 졸업하지 못하게 막으시려는 거죠?”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좀 알겠나?

블루 네임카드를 가진 자가 정해진 학교와 직업을 이탈하려고 하다니.

NC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범죄다. 넌 그 범죄자를 숨겨준 거야.”


“반대로 아키텍쳐 스쿨은 학생을 뽑는 기준에 대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특별법에 있죠.

전 그 특별법의 신념대로 했으니 범죄라고 볼 수 없어요.”


학생들이란 자신들이 정의로운 줄 안다.

그리고 세상의 아픔을 혼자 짊어지는 것 같은 치기어린 행동을 한다.

가끔 사회에서 그것은 바보같은 짓으로 치부되고 또 실제로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덕분에 언제나 의도대로 공작과 체포에 성공해온 정부 요원의 행보에 크나큰 지장을 주었다.


“너는 네가 옳은 줄 알겠지.

그리고 한동안은 실제로 너의 행동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테고.

사회에 나가면 말이다. 이카루스같은 자들을 종종 보게 될 거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그 한계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자들.

네 주변에도 있을 거야. 그때 너는 느낄 거다. 네가 오늘 실수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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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결전의 날 5 19.09.14 58 2 6쪽
»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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