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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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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7,195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14 09:41
조회
58
추천
2
글자
6쪽

결전의 날 5

DUMMY

사회를 재건하려는 총장의 의지로 세운 아키텍쳐 스쿨.

그러나 사회의 재건을 위해 학생들을 억압하는 총장.

블루 네임카드를 영입한 총장과 그것을 반대하는 정부.

그리고 론리 져스틴이 서있는 기숙사 거실 앞의 거대한 어항.

그는 아키텍쳐 스쿨과 어항이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고기 몇 마리가 사라졌다. 몇몇은 상처 입었다.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싸운 것이다.

산소와 먹이가 부족해지고, 물고기의 배설물이 치워치지 않아 전염되는 탐욕처럼 더러워진 수질 때문이다.

어떤 개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개체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은 어째서 열대어를 보기 위해, 또 보여주기 위해 이토록 복잡한 일들을 감수하는 것인지 론리는 알 수 없었다.


쿵쿵.


론리가 현관문을 바라본다.


쿵쿵.


이 시간에 누구지? 학교가 뒤숭숭하니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동무. 내래 이카루스라우.」


론리가 급하게 문을 열어준다.

이카루스의 눈은 퀭했고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질 못했는지 광대가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졌다.


이카루스는 며칠동안 체육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교우들이 한 마음이 되어 그의 편의를 위해 먹고 마실 것을 사다 날랐으니,

먹고 사는 것에는 문제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거공간이 아닌 곳에 숨어지내며 두려움에 떨었을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춥니?”


이카루스는 론리의 걱정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떨고 있었다. 아마도 몸보다 마음이 쌀쌀해진 거겠지.


론리는 급하게 주전자의 물을 끓여선, 홍차와 토스트를 내주었다.


“체육관에서 도저히 잠이 안 오는데, 갈 데가 없더구나야.”


이카루스의 웃음이 그를 더 쓸쓸히 보이게 했다.


“이야. 동무 기숙사는 정말 좋구나야.

역시 전교 2등의 수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론리는 아무 대답 없이 함께 웃으며 토스트를 내밀었다.

이카루스는 그것을 받아든 뒤에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씹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맛있다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 이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오랫동안 음미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내래 설리반의 편에 붙어 옥저를 배신했다.”


론리는 그의 돌발 고백에 놀랐지만 굳이 자세히 묻지 않았다.

정부 요원이 이카루스를 찾는 마당에 그게 무슨 대수겠나.


“고원 지방에서는 아침 7시에 텅스텐을 채굴하러 나가야 했어.

20킬로가 넘는 다이너마이트와 니트로 글리세린.

그리고 앙카드릴을 한 사람씩 챙겨들고 말이디.

재수가 없이 트럭에 있는 발전기를 채굴장까지 나르는 일에 착출되면 깔려죽는 경우도 다반사라우.


학교의 0교시? 이런 건 불만깜도 아니었디!

너희것들이 미웠다. 타고난 재능, 부모의 재산. 이해할 수 있디. 하지만 재능과 재산을 가지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몰이해. 그게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채굴하면 처음엔 허리가 뒤틀리고 사지에 마비가 와.

기침은 기흉으로 번지고 피를 토하기 시작하면 그건 바로 진폐증이라는 뜻이야.

탄광 먼지가 폐를 덮어버려 점점 굳어가는 병이디.

온몸을 버려가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거야.

아무런 삶의 보람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해서 받는 댓가는 하루에 옥수수가루 몇 줌과 감자 한 알이 전부라우.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으려면 산에 난 고사리를 뜯고 쥐사냥을 해야 했어.

쥐를 발견하면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일도 다반사였어.

굶어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면 전염병에 걸리기 쉬웠으니 쥐가 최고였다.


그게 고원 지방이오. 그게 고원 지방에 사는 블루들의 일상이었디.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은, 최소한의 인권과 인격조차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서 사는 보통의 사람들 말이다.”


이카루스는 잠시 눈물을 닦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론리는 이카루스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잘 될 거야. 너는 지금 고원의 블루가 아니라 아키텍쳐 스쿨의 학생이야.

곧 있으면 무사히 졸업할거고.

고원에서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 될 거야.”


“내래... 진짜 잘 해보고 싶었어. 잘 해보고 싶다.”


론리가 이카루스의 손을 잡으며 어항을 바라봤다.


“여길 졸업하면 내 어항에 있는 열대어를 풀어줄거야.

나 혼자선 너무 버거울 것 같아.”


“걱정 마시라요. 내래 얼마든지 도와줄테니.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도로 삼켰다.


본인은 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이카루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카루스는 조금도 동정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위대한 전쟁에 나선 전사다.


“내래 이래저래 내일은 옥저를 도와주지 못할 것 같단 말이디.

내 꼴도 이렇구 면목두 없구 말이야. 대신 좀 나가주갔어?”


론리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멈추었다가는 눈물을 보이고 말 것 같아 점점 더 세차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이카루스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래 너무 오랫동안 잠을 뺏었다야. 동무. 이제 그만 일어나야갔소.”


“조금! 조금만 있다가 가. 아니다. 여기서 지낼래? 여기라면 안전할거야.”


“동무도 12구역 일 이후로 신변이 안전하지 않은데 나를 숨겨줬다는 것을 정부에서 알면 퍽도 잘 놔두겠다야.”


이카루스는 론리의 권유를 만류하고 혹여라도 자신을 더 붙잡을까 서둘러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아참! 내래 요즘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문을 열고 나가기 전 이카루스가 뒤돌아 한 마디를 덧붙인다.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건 재능도 재산도 아니고, 바로 인내라는 것을.”


론리는 그렇게 문을 닫고 나가는 이카루스에게 한 마디 답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 정도의 인내여야만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지.

이카루스가 던진 말이 평생 풀지 못하는 숙제가 될 것 같아,

그를 못내 원망하며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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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독쓰루 작전 4 19.10.06 21 1 7쪽
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5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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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3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6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8 2 9쪽
47 죄인의 세상 1 19.09.16 48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 결전의 날 5 19.09.14 59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5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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