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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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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7,224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1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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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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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죄인의 세상 1

DUMMY

연합사령부의 취조실은 어떤 곳보다도 분위기가 어두운 곳이었다.

사방이 밀폐된 곳에 CCTV와 녹음기로 온갖 감시를 대놓고 하는 장소였다.

취조를 하기 위한 테이블 측면의 벽은 절반이 넘을 정도로 큰 거울이 있었는데,

반대편 방에선 거울이 아니라 투명한 유리였기에 취조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설리반은 은은한 광택이 나는 회색 정장에 검정 프릴 블라우스,

그리고 무릎을 덮은 H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체크무늬 검정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냈다.

연합사령부까지 끌려와 상대를 압박하는 취조실 분위기에 압도될 법도 한데,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낙화유수가 테이블 맞은편에 조사관으로 앉았다.


“담배는 꺼주십시오.”


설리반은 낙화유수의 말에 태연하게 담배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금연인지는 몰랐네요. 그럼 나가서 피고 오죠.”


“자리에 앉으십시오.”


설리반은 그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째려보고는 대답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와달라고 사정하더니 오니까 태세변환 하는 건가요?”


설리반은 자리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낙화유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담배는 뭐. 좋습니다. 그럼 이제 얘기를 해보시죠.”


“어떤 얘기를요?”


“처음부터 다요.”


“처음이면... 어디서 부터요?”


낙화유수는 한숨을 쉬며 등받이까지 허리를 재끼고는 거울을 쳐다봤다.

거울 너머의 유정무는 설리반의 기만에 화가 난 듯 옆에 있던 사막의 매에게 말했다.


“설리반이 어떤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너도 저 자리에 앉게 될 거야.”


매는 가만있지 않았다.


“제가 왜 저기에 앉습니까. 속인 건 당신이잖아요!”


“속인 건 없어. 네가 맡을 임무가 아니었으니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구역인데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요? 저를 믿지 못하신 거잖아요!”


“너 정말 그렇게 당당해? 그럼 이 자리에서 묻지.

너라면 이카루스를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그의 말에 매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에게 유정무는 욕 한마디를 던지고는 방을 나가려 했다.


“등신같은 새끼.”


하지만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사령관은 방을 나가려다 말고 한 마디를 더했다.


“당신이라고 하지 말고 사령관이라고 불러.”


“예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집무실로 돌아가던 유정무는 얼굴이며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로 절뚝거리며 취조실로 들어가던 이무근과 마주쳤다.


“사령관님.”


“그 꼴은 또 뭐요?”


“그러니까. 시위대 중에 말도 안 되는 실력자가 있었습니다.”


“키 큰 금발에 푸른 눈이요?”


“맞습니다! 바로 그놈입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사령관님은 어떻게 그놈을 아시는 겁니까?”


‘멍청한 자식아 12구역에서 봤겠지!’


유정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를 지나쳐갔다. 낙화유수처럼.


“사령관님 문제가 있으십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이무근의 말이 사령관의 목덜미를 더 뻐근하게 했다.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 ※ ※


설리반 취조 3일 전.


학생들은 학생회 시위가 실패한 것에 대해 침울해 했다.

강의실에 앉아있던 학생들 중에선 눈에 멍자국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학생들을 뒤로 한 채 김막생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어디론가 향했다.


김막생 교수가 문을 연 곳은 융합물리학을 담당하는 솔베이 교수실이었다.


“오랜만이군요 김 교수님. 커피 하시겠어요?”


솔베이의 호의에 김막생은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냈다.


“이카루스에게 A플러스를 줬습니까?”


느닷없는 김막생의 질문에 솔베이는 잠깐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정리한 뒤 답변했다.


“일단 제가 학생들에게 주는 점수가 유출되다니 행정시스템의 문제를 되짚어 봐야겠군요.

그건 뒤로 하고. 그렇습니다.”


김막생 교수는 행정실 조교에게 얻은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이마에 머리를 짚었다.

이카루스가 만약 묵적의 격투무도학까지 A플러스를 받는다면,

낙제과목이 하나 있더라도 평균 평점 고득점자로 분류되어 졸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카루스가 졸업하면 안 되는 걸 모르십니까?

방위정보국이 학교를 주시하고 있단 말입니다.

직접 요원이 학교를 찾아오고 있어요.”


“김 교수님. 방위정보국은 아키텍쳐 스쿨의 학교 운영 일절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카루스는 이번 시험에서 디벨로이드 기술의 핵심을 초분광센서의 해석기술과 디지털 로드셀의 정밀화라고 분석했어요.


(초분광센서 - 촬영한 곳의 환경과 조건, 상태 등을 다양한 색으로 구현하는 장비. RGB센서보다 훨씬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정밀한 측정장비다.)


(디지털 로드셀 - 전기부하를 이용해 무게를 측정하는 장치로 이 시대에 와서는 전자의 무게까지 측정 가능해졌다. 밸류 컴퍼니의 감마 회장은 이것을 이용해서 감마선을 이용한 스캔을 개발했다.)


학생 대부분은 단순히 감마선을 이용한 스캔 기술이라고만 적었죠.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문과 전공인 분에게 번역해서 쉽게 알려드리죠.

이카루스는 융합물리학부문에서 이미 석사수준을 뛰어넘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아키텍쳐 스쿨의 교수인 내가 문과생들이 하는 정치따위에 휘둘려,

이 시대의 인재에게 낙제점을 준다면 그게 얼마나 우스운 꼴입니까?

아 참. 정치는 구성원들에게 가치를 분배하는 개념이니 교수님이 하시는 건 정치도 아니겠네요.

뭐라고 해야 하나? 음...모략? 아니면 협잡?

더 할 말씀 없으시면 안녕히 가십시오. 문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송이요?”


“문과라서 죄송할 필요 없다고요.”


김막생이 이기지 못하는 상대가 둘 있다면 설리반과 솔베이였다.

설리반에게는 신념을 이기지 못했고 솔베이에게는 망할 이과 지식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솔베이가 철학이나 외교에 대해 문외한인 것도 아니라 김막생은 이사회에서 그에게 상당한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걸 알면서도 다급했기에 찾아와봤건만 혹시는 역시였다.


“지 잘난 맛에 사는 건 여전하구만.”


김막생은 방위정보국이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여 학교를 존중해줄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건 사회의 무서움을 모르는 얼간이들이나 믿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격투무도학의 묵적 교수를 찾아가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른 의미로 가기가 꺼려졌다. 그와는 애초에 토론이 되지 않았다.


“제가 이카루스에게 낙제점을 준다 한들 그것이 이카루스의 운명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인위(人爲) 한들 멀리 돌아갈 뿐이고 무위(無爲) 하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으니 결과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는 그런 이카루스를 먼저 규정하지 않고 지켜볼 뿐입니다.”


예상되는 묵적의 태도에 김막생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저세상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묵적에게 찾아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다른 방법을 구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교수실로 돌아온 김막생은 문을 닫자마자 기겁했다.

자신의 자리에 낙화유수가 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낙화유수는 일어나서 김막생에게 다가갔다.


“오래 기다리고 있기 힘들어 잠시 앉아있었습니다.

방위정보국장 낙화유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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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블랙 프라이데이 2 19.10.13 32 1 9쪽
64 블랙 프라이데이 1 19.10.12 29 2 8쪽
63 냉혈한 3 19.10.11 23 1 8쪽
62 냉혈한 2 19.10.11 28 1 9쪽
61 냉혈한 1 19.10.10 62 1 7쪽
60 독쓰루 작전 5 19.10.07 26 1 6쪽
59 독쓰루 작전 4 19.10.06 21 1 7쪽
58 독쓰루 작전 3 19.10.05 27 1 7쪽
57 독쓰루 작전 2 19.10.04 28 1 10쪽
56 독쓰루 작전 1 19.10.02 32 1 8쪽
55 2부 프롤로그 - 챔핀코의 맥박 19.10.01 31 1 7쪽
54 1부 에필로그 - 부활 19.09.30 38 1 8쪽
53 죄인의 세상 7 19.09.27 47 1 8쪽
52 죄인의 세상 6 19.09.24 58 1 6쪽
51 죄인의 세상 5 19.09.23 53 2 8쪽
50 죄인의 세상 4 19.09.21 124 3 8쪽
49 죄인의 세상 3 19.09.19 47 3 8쪽
48 죄인의 세상 2 19.09.18 48 2 9쪽
» 죄인의 세상 1 19.09.16 49 4 8쪽
46 결전의 날 6 19.09.15 51 3 11쪽
45 결전의 날 5 19.09.14 59 2 6쪽
44 결전의 날 4 19.09.13 67 3 8쪽
43 결전의 날 3 19.09.12 61 4 13쪽
42 결전의 날 2 19.09.11 62 5 10쪽
41 결전의 날 1 19.09.10 6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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