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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49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03 21:05
조회
105
추천
2
글자
9쪽

제 14장 : 황주

DUMMY

[기필천]


“우선은 매타의 아들과 박재화를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박재화는 여태껏 보아온 마희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타의 아들은 눈이 빨갛다구요?”


예속의 물음에 태호가 답했다.


“네, 그것이 마희화가 진행 중이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한쪽 눈이 빨갛고 동공은 새카맸으나 풀려있었습니다.”


예속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속 매타는 불로장생과 더불어 마희 연구를 위해 저희 무격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타석 말씀이 맞습니다. 선대 무격들까지는 매타 가문과의 교류가 있었지요. 하지만, 마희를 소멸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연구보다는 마희 역시도 불로장생과 같은 맥락으로 연구하였습니다. 해서 저희가 아는 마희와 그들이 아는 마희의 대상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나 매타가 박재화를 마희화 한 것인지는 확증할 수 없으나 매타와 함께 하는 걸 봐서는 분명 그의 어떤 의술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요. 매타를 천관이 데리고 있다고 해도 아들 또한 매타 가문입니다. 매타의 연구를 어느 정도 함께 했다면 충분히 박재화와 함께 다시 한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타석이 지난밤의 이야기를 전했다.


“예속께서 입궐하시고 본가에 들렀습니다. 어린시절 아버님과 함께 매타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님께 그에 대해 기억하고 계시는 지 여쭸습니다. 매타에게는 아들 셋과 딸 하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량이라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만, 외모가 여인과 같다고 말씀드리자 아마도 막내아들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인이 북계 지역 사람이라 종종 북계서경에 아이들을 데려갔다는 말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서경부터 찾아보도록 하죠.”



##



[북계 : 황주]

말을 타고 서경으로 향하던 무격은 황주 근처 한 마을에 도달했다.

쑥을 캐던 남자 아이가 바구니를 집어 던지고 무격에게 달려왔다.


“혹시 무격님들이십니까?”

“네가 어찌 우리를 아느냐?”


타석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무격을 모르는 이가 있겠습니까? 예속님, 태호님, 타석님, 지훤님, 겸주님은 한번도 본적 없어도 처음 보면 딱 하고 알아 본다고 하였습니다. 예속님은 신비로운 빛을 내며 은빛에 가까운 회색 도포를 두르셨다 하였고 태호님은 남색, 타석님은 검은색, 지훤님은 흰색 음... 겸주님은 노란색 도포를 두르셨다 들었습니다.”


아이의 천진함에 웃음이 터진 지훤이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네명이 아니더냐?”


지훤의 말에 당황한 아이가 무격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지훤의 눈빛을 바라본 아이는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에이, 무격님들 맞으시잖습니까? 예속님은 본래 직접 나오지 않으시니까요. 맞죠?”


아이가 겸주를 향해 물었다.

겸주가 어색하게 미소를 짓자 확신이 든 아이가 무격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맞지요? 맞지요? 저희 마을에 오시는 겁니까? 오늘 밤은 저희 마을에서 묵으시는겁니까? 무격님들이 오시는 겁니까?”


아이가 마을을 향해 힘껏 달렸다.

중간중간 뒤돌아 무격에게 손을 흔들던 아이가 외쳤다.


“무격이다! 무격님들이시다!”



무격이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말에서 내려 고삐를 쥐고 걷는 이들에게 선망과 호기심의 눈빛이 가득했다.


사람들 틈 사이로 대여섯된 작은 여자 아이가 물그릇을 들고 태호에게 쭉 내밀었다.

하마터면 아이를 보지 못할뻔 했던 태호가 깜짝 놀라 멈춰섰다.

아이는 수줍은 얼굴로 태호에게 다시한번 물그릇을 내밀었다.

태호도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췄다.

“내게 주는 것이야?”

“예, 먼 길 오시느라 목이 마르실 듯하여 제가 직접 떠왔습니다.”


태호는 물그릇을 받아 달게 마신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아주 시원하구나.”


아이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제 어미에게 뛰어갔다.


“엄마 무격님이 태호님이 제가 드린 물을 드셨어요.”


아이의 붉은색 댕기가 팔랑팔랑 흔들렸다.


“태호가 이렇게 다정한 줄 몰랐네?”


지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렸다.

태호는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일어서 걷기 시작했다.


“아! 너도 여동생이 있댔지? 여동생에게는 이리도 다정한 오라버니란 말이냐?”

“신경 꺼.”

“뭐야 쑥스러운 거야? 얘기 좀 해보라니까. 태호의 여동생은 어떤 사람이야?”


다시 시작된 태호와 지훤의 투닥거림에 타석과 겸주가 미소를 지으며 따라 걸었다.


작은 주막에 다다른 무격이 짐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주모는 술 상을 보면서도 힐끔힐끔 무격들을 훔쳐보느라 바빴다.


“황주는 서경과 접경 지역인데 태평한걸 보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겸주의 걱정에 타석이 말했다.


“시량과 박재화 모두 매타 없이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게다. 다만 지금은 숨어 지내며 아비를 구할 방도를 찾을 테니 그들이 서경에 있다 해도 움직임이 이리 없다면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형님 겸주 가문에는 파해부 뿐만 아니라, 마희를 찾는 멱부(覓符)가 있질 않습니까?”


지훤의 질문에 겸주가 난색을 표했다.

멱부는 마희를 찾는 부적이나 새로이 만들어진 부적으로 아직까지는 그 범위가 집 한 채 정도 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떤 흉가에 있는 것으로 예상이 되어 멱부를 날린다면 이내 그들을 찾을 수 있겠지만 마을이나 지역으로 넓어진다면 아직은 큰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아, 그렇구나. 그렇다 해도 대단한 부적인걸. 그런 부적을 만들어내다니 역시 겸주 가문이야.”


지훤의 칭찬에도 겸주는 좀체 얼굴이 밝아지질 못했다.


“제가 조금 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흥화진에서처럼 아무 잘 못 없는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부적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적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우의 기특한 발언에 타석이 조용히 그의 민둥머리를 쓰다듬었다.



무격은 다음날 새벽같이 길을 나서야 했기에 일찍이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타석과 겸주가 한방에 들고 태호와 지훤이 한방이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지훤은 쉬지 않고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물론 태호는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어 신경이 곤두섰다.


그때였다.


주모의 비명소리와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무격들이 모두 방문을 열었다.

주모가 뒷걸음을 치며 마당으로 들어와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바바밖에...밖에...”


주모가 고개를 돌려 무격을 향해 겨우 나오는 소리로 밖을 향해 손짓하자 지훤이 제일 먼저 담을 뛰어 넘었다.


담 밖에는 마희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이어서 태호와 타석, 겸주도 지훤의 뒤를 이었다.

공격 태세를 갖추는 지훤을 타석이 잡았다.


“쉿! 뭔가 이상해.”


타석의 말대로 마희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무격이 주막 앞에 서 있음에도 그들은 무격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아주 느리고 천천히 발을 맞춰 지나치고 있었다.

무격이 조용히 놈들을 따랐다.

마희는 모두 다섯, 일렬로 줄지어 왼발과 오른발을 맞춰가며 걸었다.

모두 눈을 뜨고는 있었으나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주변을 살폈으나 다른 마희는 보이질 않았다.


마희들은 무격이 따라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마희들이 걷고 있는 방향의 한 초가집 문이 열리고 아낙이 나오다 마희들을 마주치고 아까 주모처럼 그대로 주저앉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번에도 놈들은 그대로 지나쳐 걷기만 했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걸까요?”


겸주의 질문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런듯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연명하고 여기까지는 또 어떻게 오게 된 걸까요?”

“연명의 이유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걸어왔다면 놈을 본 이들도 다른 이들처럼 비명을 지르고 도망을 치거나 별 다른 해악이 없으니 숨죽이고 지나치길 기다렸을 게다.”


그때 마희들의 코앞까지 다가선 지훤이 녀석들을 곰곰이 살펴보더니 타석에게 말했다.


“형님, 녀석들의 손목을 좀 보십시오.”

“손목이 왜?”

“가까이 오셔서 보십시오.”


타석이 마희들의 바로 옆까지 다가오자 마희들의 오른 손목에 연결된 얇고 낡고 더러운 끈이 보였다.


“이 끈 때문에 저리 일렬로 걷고 있는 걸까요?”


지훤의 질문에 타석이 끈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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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8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2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8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7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7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8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9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7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3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80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8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2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3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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