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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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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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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4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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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30장 : 붉은 이슬 4

DUMMY

정우가 자신의 뒤쪽에 이를 악물고 서 있는 경공을 한번 더 바라보고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아마도 그러한 듯합니다. 송구합니다.”


그의 답변이 끝나기 무섭게 문중 어른들이 누구는 서서 누구는 앉아서 저마다 이야기를 꺼냈다.

문장은 머리를 감싸고 탄식했다.


“그러한 듯 하다이지. 그러하다가 아닙니다!!”


장내가 쩌렁쩌렁 울릴만큼 큰 목소리였다.

경공이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른 탓이었다.

곁에 있던 처남 명오가 그런 경공의 팔을 붙잡았지만, 경공은 처남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의원님 말씀해보십시오. 방금 그러한 듯하다고 아마도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경공!!”


문장이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저지하려 했지만 정우가 침을 꼴깍 삼키고 문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경공의 말처럼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듯 해 보인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문장!”

“정우, 그렇다면 탕약과 약재로 살릴 수 있단 의미인가?”


문장의 질문에 정우가 대답을 머뭇거렸다.


“탕약과 약재는 제가 구합니다. 제가 그 사람을 살릴 것입니다.”

“지훤 경공 이제부터 한마디도 하지 말거라!”


서희가 다급히 경공에게 다가가 그의 두 팔을 잡았다.

그가 그리 하지 않으면 문장은 아들을 분명 대회의장에서 내쫓을 것이 분명했다.

서희는 적어도 경공에게 아내의 판결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문장어른을 더 이상 도발하지 마십시오. 문장 어른도 충분히 고통스러우십니다.”


서희의 속삭임에 경공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누군가 큰 소리를 냈다.


“마희가 아니라면 파해부를 붙여보면 알 것 아닙니까? 마희라면 소멸할 것이고 아니라면 별탈 없겠지요.”


그의 말에 경공의 눈이 희번득 해졌다.

순식간에 서희가 경공의 눈과 입을 틀어막았다.

주변의 호위들도 서희와 함께 경공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문장은 빠드득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를 냈다.


“무슨 그런 흉한 말씀을 하십니까? 파해부를 붙여보자니요?”

“그러니까. 이렇게 서로 고민하느니 붙여보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요?”

“간단하게라니요?”


고성이 오가는 사이 명오가 중앙으로 나와 문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훤 문장 어르신, 아니 사돈어르신!! 유가 명오입니다. 누님의 바로 아랫 남동생입니다.”


명오가 무릎을 꿇자 문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돈, 무릎 꿇으실 필요 없습니다!”

“아닙니다. 부탁이 있어 무릎을 꿇었습니다. 시집간 집안의 처녀를 출가외인이라 하지요. 저희 누님은 지훤 가문의 사람이 되었으니 지훤으로 모셔왔을 뿐입니다. 이렇게 파해부를 붙이겠다 하실거였으면 처음부터 누님을 모셔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파해부를 붙이시려거든 저희 유씨 집안에 돌려주십시오. 저는 누님을 그리 보낼 수가 없습니다!”


명오의 말에 경공이 서희에게 놓아달라 부탁했다.

소란 피우지 않겠다는 경공의 약속에 서희가 그를 놓아주었다.


“문장께 아뢰옵니다. 또한 문중 어르신들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훤 경공입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일들로 부인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부인의 지아비로서 제 가족의 가장으로 부인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절대 가문에 폐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선산 깊은 곳에 집을 짓고 부인을 감금하여 제가 직접 돌보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경공의 말에도 많은 문중 어른들이 반대하였다.


“그러다 만에 하나 경공까지 해를 입으면 큰일이네. 본가에서 마희가 출몰한다니 생각만 해도 두렵네.”

“그런 일 없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그럴리 없지만 생긴다면 그 자리에서 처를 처단하고 저 또한 자결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일순, 회의장이 고요해졌다.

경공은 문장의 장남이었다.

하루 동안 너무 가혹한 일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문장이 갈라진 듯한 목소리로 아들에게 물었다.


“경공, 그렇다면 경공은 붉은 이슬의 출처는 찾지 않고 오직 부인을 위해서만 살겠다는 겐가?”

“예, 문장께서 제가 어릴 적에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는 순서가 있고 그 우선순위가 바로 서야 원하는 바를 정직하게 얻을 수 있다. 저는 붉은 이슬의 출처가 궁금합니다만, 그보다 먼저 부인을 살리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또한, 부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붉은 이슬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 것이 두 번째 그리고 난 다음이 붉은 이슬의 출처가입니다.”


아들의 말에 문장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희와 정우가 경공의 뒤에 섰다.


“경공이 부인을 맡겠다면 의원 지훤 정우는 탕약과 약재 개발에 힘 쏟으며 돕겠습니다.”

“호위 지훤 서희는 경공이 부인을 돌보는 동안 끊임없이 붉은 이슬의 출처를 찾겠습니다. 출처를 찾지 아니하면 또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일은 저희 지훤 호위들이 맡겠습니다.”


그들의 말을 듣던 명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말했다.


“사돈 어르신 허락해 주십시오. 비록 저희 유씨 가문은 지훤 가문처럼 크지는 않지만 저희도 하나되어 누님을 살리고 원인을 찾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매형의 말씀처럼 만에 하나 천에 하나 누님에게 변고가 생기면 저희 역시 가차없이 누님에게 칼을 쓰겠습니다. 조상 앞에 맹세합니다!!”


네 남자가 모두 문장 앞에 엎드렸다.

문장은 탄식하며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유사와 잠시 속삭이고 말했다.


“최고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짓겠으니 나머지 분들은 잠시 자리에서 기다려주시지요. 좌석 이탈없이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최고 회의는 혜원각 바로 옆 작은 방에서 진행되었다.

참석자는 문장과 유사, 가문의 최고 연장자인 지훤 수현 세 사람이었다.

문장은 이미 유사에게 승인을 요청했고 유사 역시 수락한 상태였다.

뒤늦게 전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최고 연장자이자 전임 문장인 수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문장, 그리고 유사. 나는 가문을 생각하면 경공의 부인이 소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한 부인이 살아있어야 원인과 해결책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문장이 낮게 숨을 내뱉었다.

수현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쉽게 결정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시간을 끌 수 있는 일도 아니겠지요?”


문장과 유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경공은 가문의 위험을 인지하고도 가문에 위협이 되는 부인을 보호한 죄를 물어 차기 문장 및 가문의 그 어떤 대표자로의 역할에서도 배제하며 위협이 느껴지는 즉시 부인과 함께 자결 할 것을 제안합니다. 더불어 최고 회의 이후부터 차혜 부인은 겸주 가문에서는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 붉은 이슬에 대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구하는 연구물로만 인정토록 하겠습니다. 선산 내 대표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버드나무 숲 깊은 곳에 건물을 짓고 그곳에 부인을 두도록 하시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합니다.”



##



최고 회의를 마치고 혜원각으로 들어서는 문장과 유사를 경공이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문장도 유사도 경공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최고 회의 결정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오늘 이 결정 사항은 극비 사항이니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십시오. 명오 사돈께도 단단히 주의 부탁드립니다.”


명오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그러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고 회의 결과는 수현의 제안대로 결정되었다.



[지훤家 선산 : 버드나무숲 연구동]

차혜 부인이 있을 버드나무 숲 내 사당이 완공되는 속도는 무서우리만큼 빨랐다.

늦은 밤 그녀에게 자갈을 물리고 부동부를 붙인 후 팔다리에 목 허리에 쇠고랑을 채우고 쇠스랑으로 연결해 가마 밖까지 쇠스랑으로 다시한번 묶어 이동했다.

온통 새하얀 팔각의 사당에 당도해 가마를 열었을 때, 차혜 부인은 온통 새까맣게 변한 피부색과 수분이 모두 빠진 듯 마른 피부를 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경공은 가문에서는 장례까지 치러 죽은 사람이 되었지만, 언제고 돌아왔을 때 가문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려고 가문의 색인 흰색으로 사당을 짓게 하고 가문의 도포 중에서도 부인이 가장 좋아했던 비단 도포를 입혔다.

부동부 탓에 잠에 빠진 듯해 보이는 부인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

부인을 중앙 쇠기둥에 고정 시키고 나오며 다시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부인을 찾아 탕약과 약재를 먹여도 보고 발라도 보았다.

때로는 정우가 함께 찾아 침과 뜸을 놓기도 했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때마다 경공은 좌절했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아내를 보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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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8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7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8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9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3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80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8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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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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