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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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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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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2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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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 38장 : 급습 3

DUMMY

사천왕의 등장에 두려운 듯 무녀의 무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백발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푸른빛이 감도는 얼굴의 지국천왕이 왼손에 칼을 쥐고 가소롭다는 듯이 흔들었다.

증장천왕은 한손에 용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용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고 눈꼬리가 한껏 올라간 다문천왕은 비파를 퉁기며 비웃었다.

광목천왕이 미늘창을 내리치며 입을 크게 벌려 천둥을 뒤흔드는 소리를 냈다.

무녀가 그 소리에 놀라 무령을 떨어뜨릴뻔 하였으나 비단줄을 단단히 쥐었다.

아흔아홉개의 방울이 흔들리자 무녀는 다시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분하게 두 눈을 뜨고 사천왕을 향해 말했다.


“사천왕은 들으십시오. 사천왕께서는 부처님과 불법을 모시고 중생을 보호하기 위해 이땅에 오신 게 아닙니까? 어찌 이년을 이리도 모질게 대하십니까?”


무녀의 말에 사천왕은 붉게 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웅성거렸다.

지국천왕이 무녀에게 칼날을 겨누었다.


“감히, 무녀 주제에 부처님을 입에 올리다니. 네 년이 겁을 상실하였구나?”


무녀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차피 진패라고 생각해서인지 아까처럼 떨지도 않았다.


“지국천왕께 아뢰옵니다. 동쪽을 수호하는 지국천왕께서는 본디 선한 자에게 상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는 의로운 왕이 아니십니까? 어찌 제게 칼을 겨누십니까?”

“그렇다 선한 자에게 상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는 게 나의 일이다. 그리하여 여기 있는 것이다.”


사천왕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타석과 지훤이 작게 속삭였다.


“사천왕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예, 시량처럼 눈이 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저 들이 진정 탱화 속에서 나왔단 말인가?”

“그러한 듯합니다.”


타석이 한발 앞서 나가 미늘창을 쥐고 있는 광목천왕에게 인사했다.


“무격 타석 광목천왕께 인사드립니다.”


어찌된 일인지 광목천왕은 타석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천왕들도 타석의 말을 듣질 못하는 듯했다.


“형님 이상합니다. 지금 저들의 눈에는 무녀만 보이는 듯합니다.”


지훤이 사천왕의 앞에서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그 누구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이래서야. 무녀를 도울 방도가 없지 않은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타석의 탄식에 뒤늦게 도착한 태호가 물었다.

그의 앞에는 사천왕이 늙은 무녀를 가운데 둘러싸고 있었다.


“사천왕의 눈에 우리가 보이질 않으니 무녀를 도울 방도가 없어. 무녀 역시 우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고.”


무격이 고민하는 틈에 다문천왕이 비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비파소리에 무녀가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무령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무녀의 두 눈은 흰자위가 드러날만큼 뒤집어졌다.

태호가 무령을 집어 들어 무녀에게 쥐어주려했지만, 비파소리가 괴로운 것인지 무녀는 오직 자신의 귀만을 틀어막고 있었다.

광목천왕이 미늘창을 휘두르자 급한 마음에 타석이 삼지창으로 미늘창을 막았다.

미늘창은 그대로 타석의 삼지창과 타석을 지나쳐 무녀에게 향했다.


“이런, 막아지질 않아!”


다급한 타석의 외침에 지훤이 무녀를 밀쳤다.

공중에 떠있던 무녀는 지훤이 밀자 옆으로 밀려났고 그 사이 광목천왕의 미늘창이 무녀가 있던 자리를 갈랐다.


“이래서야. 속수무책이야.”


지훤이 무녀 곁으로 다가가 무령을 흔들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점차 사천왕이 무녀를 동서남북으로 감싸고 다가서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응무소주 이생기심(텅 빈 마음, 모든 선입관을 내려놓고 본래의 마음으로 바라보라)!”


어디선가 금강반야바리밀경 독송이 들려왔다.

무격과 사천왕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부서진 문 안으로 겸주와 겸주 유사가 독송하며 들어섰다.

두 사람 모두 검지와 중지를 세우고 노란색 부적을 끼운 채 독송했다.

사천왕은 겸주의 모습이 보이는지 몸을 돌려 겸주와 유사를 바라보았다.


유사가 품에서 굵은 알의 염주를 꺼내 발목에 걸고 손에 끼운 부적을 자신의 이마에 붙이자 겸주가 나머지 부적을 사등분으로 찢어 사천왕을 향해 던졌다.

네 조각으로 나뉜 부적은 사천왕의 발목으로 날아가 낙관으로 찍혔다.

낙관이 찍히자 그들의 눈 색깔이 붉은 색에서 흰색으로 돌아왔다.


“진묵 대사!”


다문천왕이 비파 연주를 멈추고 유사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사천왕 중 위신이 가장 높은 다문천왕이 머리를 조아리자 나머지 왕들도 머리를 조아렸다.


“다문, 이 무슨 일인가? 내 저 무녀를 지키라하였거늘 되려 공격하고 있질 않은가?”


유사의 말에 사천왕이 고개를 들어 무녀를 바라보고는 크게 놀라는 듯했다.

광목천왕이 급히 일어나 용을 손에서 풀어주자 용이 무녀에게 날아가 무녀의 온몸을 빙글빙글 감쌌다.

용이 무녀의 몸을 감싸자 눈부신 빛이 나며 정기가 무녀에게 돌아오는 듯했다.

백발의 머리는 검고 풍성해졌으며 뼈에 앙상하게 붙었던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용이 광목천왕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 무녀는 온전히 정신을 차렸다.


“사천왕은 들라. 내 그대들에게 다시금 명 할 터이니 그 어떤 악귀들의 장난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유사의 명에 사천왕이 무릎을 꿇고 결의를 다졌다.


“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유사는 사천왕에게 각각 색깔이 다른 부적을 하나씩 전해주었다.

유사에게 받은 부적을 품자 사천왕의 모습이 투명해지며 한명씩 연기처럼 사라졌다.


“겸주 유사, 겸주 어찌 오신 겁니까?”


타석이 반가운 마음에 물었다.


“진묵 대사의 염주일세.”


유사가 팔목에 낀 염주를 꺼내 보였다.


“진묵 대사라면 탱화를 그리셨다는...”

“예 형님, 본가에 있는 진묵 대사님의 탱화가 빛이 나서 살펴보았는데 그 빛에 붉은 빛이 감돌아 문장 어른께서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훈보 스승님께서 명상에 드셨을 때도 진묵 대사님의 탱화가 빛을 내며 갈라지는 것을 계속해서 보셨다며 걱정을 하셨구요. 때마침 예속과 태호형님께 연통을 넣었는데 태호 형님께서 형님들이 모두 진평으로 향하고 계시다고 전해 주셔서 부랴부랴 채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시리라 믿었습니다.”


무녀가 무릎을 꿇고 큰 절하며 무격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이야기를 좀 해주시오.”


유사가 무녀를 일으키며 물었다.


“이틀 전, 비오는 밤이었습니다. 창밖으로 그림자가 오가는데 움직임이 꼭 마희 같았습니다. 비록 이년이 이 집에 갇혀있는 신세라고는 하지만, 마희 한둘에게 당할 정도로 한심하지는 않습니다.”


[이틀전, 진평 무녀 신당]


무녀가 탁자 위로 쌀알을 던지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창밖으로 그림자가 계속 오가고 있었다.

느리게 움직이던 그림자가 어느 순간 빠르게 움직이자 무녀의 눈빛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밖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을 때는 이미 사천왕 탱화가 사라진 후였다.

사천왕의 탱화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방안으로 뛰어들어와 부채를 펼쳤다.

하지만 그녀가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마희 셋이 방안에 들어 온 후였다.


“감히 네놈 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느냐. 부처님을 섬기는 곳이니라!”


그녀가 붉은 부채를 흔들자 마희들이 고개를 꺾으며 미소를 지었다.


“웃어?”


다시 한번 부채를 흔들며 공수를 터뜨렸다.


“야 이놈들아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오느냐. 당장 썩 물렀거라. 장군님께서 노하신다.”


그녀가 공수를 끝내기도 전에 마희들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빨간색 쌀을 마희들에게 뿌리자 마희들이 방향을 잃고 멈칫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칠성칼을 집어든 무녀가 마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마희들이 다시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놈이 달려들고 그 놈에게 칼을 꽂기 무섭게 나머지 두 놈이 무녀에게 달려들었다.

놈들은 무녀를 물기 보다는 무녀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데 목적이 있는 듯했다.

구석으로 몰린 무녀가 마희의 움직임을 살피는데 누군가 박수를 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역시야. 역시. 항상 조금씩 부족해.”


소리는 들리지만 마희들 때문에 아직 누구인지 명확하게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누구냐?”

“멍청한 것!!”


소리와 함께 무녀에게 가장 가까이 달라붙어 무녀의 목을 노리던 마희가 목을 꺾으며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후훗. 난 멍청한 게 그렇게 싫더라. 너도 조금만 영리했으면 좀 좋아. 멍청해도 너무 멍청하니 이리 사는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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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6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1 1 9쪽
»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3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5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5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2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6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3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5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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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09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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