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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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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12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8.14 13:34
조회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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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 44장 : 기필천의 밤

DUMMY

예속이 부채살로 바닥에 소멸(消滅)이란 단어를 썼다.

글자로 파인 자리에 겸주가 부적을 태워 가루를 채워 넣자 지훤이 별실의 물방울을 끌어 모았다.

태호의 시검이 울음을 울자 타석의 삼지창이 검은 빛을 냈다.

지훤이 끌어모은 물방울이 겸주의 부적 가루를 적시자 바닥에 쓰인 글자가 흰색의 입자로 바뀌어 세자를 향해 쏟아졌다.

입자는 알 수 없는 작은 소리를 냈고 세자는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쳤다.


“세자의 죽음은 안타까우나 아비의 욕심이 너무 많은 희생을 낳았다. 세자 또한 왕의 욕심에 의한 희생자. 더 이상 이승에서 고통받지 말고 저승으로 떠나시오.”


예속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부채를 펼쳐 흰색 입자들의 방향을 틀었다.

세자 주변에 구름처럼 낀 입자들이 빠르게 자리를 돌며 바람을 일으켰다.

입자들이 세자를 퉁퉁 쳐내자 세자가 거대한 몸을 휘청였다.

지훤이 활을 들어 궁전요를 쐈다.

궁전요는 세자의 몸통을 옥죄었고 점차 그의 몸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던 세자가 자신의 몸을 부풀렸고 궁전요가 끊어져나갔다.

입자들이 궁전요가 낸 상처로 스며들었으나 이내 진물처럼 빠져나왔다.

태호가 새로 자란 세자의 팔과 다리를 잘랐다.

팔과 다리가 나뒹구는 바닥에 타석이 삼지창을 내리치자 땅이 갈라지며 세자의 팔과 다리를 삼겨 버렸다.

세자는 상처를 입어도 재생했고 쉽사리 잡히지도 찔리지도 않았다.


“거의 물과 흡사한 것 같습니다.”


태호의 말에 지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속이 다시한번 부채를 펼쳐 부채 속 글자들을 세자를 향해 날렸다.

글자들이 세자의 눈동자로 빨판처럼 들러붙었다.

세자가 글자들을 떼어내려 했지만, 떼어지지 않자 얼굴을 찡그렸다 펴며 눈알을 뽑아냈다.

뽑힌 눈알은 가느다란 붉은 혈관으로 이어져 얼굴에 데롱데롱 매달렸다.

분노한 세자가 몸을 부풀려 터쳤고 알 수 없는 액체가 마구 튀었다.

겸주가 빠르게 보호부로 무격들을 액체로부터 보호했다.

끈끈하고 여러덩이로 나뉘어진 액체는 다시금 커다란 하나의 액체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어


별실 문 앞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정체는 세자와 비슷한 것이었다.


“두 놈인가?”


무격들은 세자와 새롭게 등장한 놈을 향해 무기를 들었다.


- 비..켜...라...


새롭게 등장한 놈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사리 분별이 가능한 것인가?”


녀석이 느리게 걸어들어왔다.

그의 모습을 살피던 예속이 무격들에게 알렸다.


“매타”

“매타요?”


겸주가 예속을 바라보자 예속이 매타의 옷을 가르켰다.

좀 전에 그들이 보았던 매타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만, 매타의 얼굴도 체형도 그 무엇하나 남아있질 않았다.


“저...놈..은 무격도 죽일 수가 없소...”

“매타. 놈을 죽일 방도가 있겠소?”

“내가... 놈을... 데려가리다....”


매타는 무격들을 지나쳐 느리게 세자를 향해 걸어나갔다.

이미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된 세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매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와에서 나와있던 눈알도 제 자리를 찾았고 새롭게 팔과 다리가 자라난 상태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타를 마주한 세자는 마희들을 삼켰든 매타 역시 손쉽게 삼켜버렸다.


“앗...”


타석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매타는 세자에게 삼켜진 상태, 세자는 다시한번 자신의 몸을 키워냈다.

세자의 입으로 매타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형체는 세자를 삼켰고 그것들은 서로를 삼키고 다시 삼키길 반복했다.


“매타도 더는 방도가 없는 것 아닐까요?”


타석의 질문에 예속이 잠시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답했다.


“이제 저들은 액체에 가깝습니다.”


그의 말에 무격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


태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훤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지훤 역시 떠올랐다는 듯 태호를 바라보았다.


“겸주 파해부를 공중에 띄워줄 수 있어?”

“그거는 가능합니다만, 녀석에게는 파해부가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액체라면 가능해.”


지훤의 알 수 없는 대답에 겸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가부좌를 틀고 오른손 검지를 허공에 대고 둥글게 휘두르며 파해부를 그렸다.

황금빛의 파해부가 공중에 떠오르자 지훤은 녀석에게는 물기를 모조리 빨아들여 공중에 띄워진 파해부의 중앙으로 흡수시켰다.

그의 예상대로 세자의 몸이 입자처럼 고와지며 황금색 파해부에 안개를 일으켰다.

마치 어린 시절 어머니를 해하려 했던 붉은 이슬과도 같아 보였다.

세자의 형체가 모두 파해부로 향했을 때 타석이 검은색의 불꽃을 일으켰고 태호가 바람으로 타석의 불꽃으로 파해부를 불태웠다.

검은 연기와 하얀 연기, 노란 연기를 내며 공중에 뜬 파해부가 모조리 타고 사라지자 무격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늘의 천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백성은 수천이 죽어도 된단 말인가.”


예속은 저 한마디를 남긴 채 별실을 나섰다.



[석달 후]

그날의 일이 있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

별실에서의 일들은 살아남은 왕의 신하들도 함구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왕실의 안위가 더 위험하다는 뜻에서였다.

왕의 빈자리는 왕의 먼 친척이 맡았다.

무격 가문의 전체 회동도 있었다.

회동에서는 그간의 일들에 대해 논의 하는 장이 열렸다.

선대 무격들과 가문의 문장들까지 모두 모였으나 예속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기필천 별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형님인 선대 예속이 떠났을 때처럼 두문불출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안이 그의 곁에 있을 수 없었기에 예속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회동에서 예속 가문의 문장이 모두의 앞에 서서 가문의 뜻을 전하였다.


“현 무격 예속과 저희 예속 가문은 더 이상 왕을 위해 그리고 왕실을 위해 무격이 되지 않겠다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예속 가문의 무격 활동은 여기서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무격이 예속 가문의 도움이 필요할 때, 백성들이 예속이 필요 할 때는 언제라도 무격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예속 가문의 뜻밖에 발표에 회동장 안은 술렁였으나 이내 예속 가문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차기 무격을 이끌 가문을 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태호 가문이 그 뒤를 잇기로 하였으며 무격들은 예속 가문과 마찬가지로 왕을 위하여 왕실을 위하여가 아닌 백성을 위해 마희들과 싸울 것을 다시한번 다짐하였다.


[기필천]

예속이 떠난 기필천은 조금 허전하였다.

예속이 항상 피우던 향도 그가 마시던 차의 향기도 그 흔적이 매우 흐릿해져있었다.

예속이 앉던 자리에는 태호가 자리했다.


“제가 선대 예속님의 지혜를 따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허나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에 무격은 마희들로부터 백성을 구하는 일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다리를 떨던 지훤도 단정하게 앉아 태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늘 그래로이나 조금은 달라진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새로이 추대된 왕도 무격들의 뜻을 존중하여 왕실이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명할 수는 없다고 공표하였다.

겸주 가문은 그간 새로운 부적들을 만들어냈고 타석 가문에서는 더 많은 장수들을 배출하였다.

지훤 가문에서는 위령탑을 세워 억울하게 떠난 이들을 위로하고 붉은 이슬처럼 습성을 가진 마희의 피를 연구하는 별도의 집단을 구성하였다.

태호 가문에서는 예속 가문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태호 가문의 검에 예속 가문의 글자를 담는 일을 성공하였다.


무격들이 차를 마시며 그간의 일과 보강된 무기들에 대해 논의 하는 중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태호님, 주경 지역에 마희가 출몰했다는 연통입니다.”


무격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주경 지역으로 지체없이 출발합시다.”


태호가 선두에 서서 말을 지쳤다.

그 뒤로 타석과 지훤, 겸주가 따랐다.

달빛은 고요하고 밝았으며 주변은 청량한 공기가 감돌았다.

마희가 나타나기에 너무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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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격(武覡)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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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7 1 8쪽
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7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2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3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6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4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2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3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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