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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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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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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0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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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17장 : 기묘한 무녀

DUMMY

지훤이 자신의 궁을 대청에 내리치며 물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황평상의 아내가 움찔하였다.

황평상은 마른 침을 꼴깍이며 겨우 입을 뗐다.


“제가 이곳으로 부임한지는 한달 반 정도 되었습니다. 얼마 전, 흥화진의 마희 이야기를 들었고 언제고 마희들이 출몰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요. 다른 고을 지방관들과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방관이란 작자들이 겨우 그런 이야기나 나누었단 말이냐?”

“지훤, 우선은 저자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타석이 지훤을 다독였다.

황평상은 지훤의 눈치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흥화진의 마희가 군과 관을 기준으로 퍼져나가 지방관들이 모두 자신들이 첫 목표물이 될 것임을 우려해 어떻게든 파해부를 구하고 있었으나 겸주 가문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통해 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후 흥화진 마희가 모두 소탕되었다 들었지만, 마희들은 언제고 출몰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관아에 배포된 기본 파해부는 이미 지방관들이 자신의 침소와 가족들에게 빼돌려 관이나 청 모두 통용 파해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겸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 나타나지도 않은 마희를 걱정해 네 놈들 살 궁리만 하고 있었다? 이런 궤변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거야?”


지훤이 다시한번 궁을 내리치며 태호를 바라보았다.

태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황평상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지, 그게 다가 아니지 않느냐?”


태호의 질문에 황평상이 꿈뻑이며 울먹였다.


“무격 무슨 말씀 이십니까. 제가 이제까지 드린 말씀이 모두 참말입니다. 하나의 거짓도 없이 다 말씀 드렸습니다. 이중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천벌을 받고 말고요.”

“네 입으로 밝히라.”


태호의 말에도 황평상은 두 눈을 굴리기만 할뿐이었다.


“네 정녕 죽고 싶은게냐?”


옆에 있던 강씨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슬쩍 바라본 태호는 황평상의 목에 칼을 더욱 밀어 넣었다.

강씨가 바닥에 엎드리며 엉엉 소리를 내 울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이년이 겁 많고 무지하여 벌인 일입니다. 지아비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강씨의 말에 황평상이 어리둥절해 태호와 아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희가 출몰한다는데 이 마을에서 출몰하면 분명 지아비가 출동할 것이고 마희를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어린 것들을 저 혼자 어찌 먹여 살리겠습니까. 두렵고 무지하여 일으킨 일입니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무슨 짓을 벌였다는 거야?”


황평상이 기겁하며 물었다.

강씨는 남편의 팔을 붙잡고 덜덜 떨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정한수를 떠놓고 밤마다 달님께 빌었습니다. 남편을 보호해주십사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매일 비는 모습을 보고 유모 정씨가 북계지역에서 가장 출중한 무녀를 한명 소개하였습니다. 무녀는 마희가 출연할 날짜까지도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마희가 나타나면 제일 먼저 제 남편부터 죽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서 무녀에게 부적을 받아 가루를 내어 성황당 주변에 뿌리고 매일 아침 동이 뜨면 남 몰래 찾아가 깨끗한 정한수로 물그릇을 바꿔두었습니다.”

“그게 다냐?”


태호의 물음에 강씨가 주뼛거리자 황평상이 버럭 화를 냈다.


“이 사람아 이 마당에 뭘 숨기는가 어서 고하게 어서!”

“무녀가 일주일 전에 제웅을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희들이 남편은 피해가게 해주겠다며 만들어주었지요.”

“그걸 언제 묻었느냐?”

“나흘되었습니다.”


나흘이란 말에 황평상이 머리를 내리치며 주저앉았다.


“아니 이사람아 나흘이면 마희가 출몰한 날짜가 아닌가?”

“그러니까 그 무녀가 용하다는거지요.”

“그게 무녀가 용한겐가? 자네가 몰고 온게 아니고?”

“아니 그 무슨 흉한...”


남편의 말에 손사레를 치던 강씨가 자신의 가슴을 쥐어 잡더니 그럴 리가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


“무격님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무지한 아내가 지아비 걱정에 간악한 무녀에게 홀린 일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태호가 칼을 거두고 강씨에게 다시 물었다.


“제웅은 자네가 직접 썼는가?”

“아닙니다. 그 무녀의 집에 네가 세 번 갔는데 첫날은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갔고 둘쨋날은 부적 가루를 받으러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것이 일주일 전인데 그때 제웅을 받았고 제웅에 남편 이름이 쓰여있어 께름칙한 마음에 물었더니 남편을 보호하는 부적이라고만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제가 마희를 불러내고 마을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 무녀를 만나야겠다. 앞장서라.”



[북계 : 진평]


무녀의 신당은 서경과 황주 사이에 위치한 진평에 있었다.


“나이가 많은 것도 젊은 것도 같은 좀 묘한 무녀입니다.”


강씨가 무격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강씨를 진평에 있는 무녀에게 소개한 유모는 지난 밤에 마희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무녀가 정말 저희를 생각했다면 저희 유모도 살려줬어야 했는데 분명 유모도 부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만 멀쩡한 것이 안그래도 너무 이상해서 겸주님께서 직접 파해부를 주셨다기에 제가 떼를 써서 침소에 붙였습니다.”

“유모는 황주에서 오래 산 사람입니까?”

“고향은 지평이고 시집 오면서 황주에서 쭉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해서 지평이 용한 무녀가 많고 그 중에서도 제게 소개한 무녀는 알아주는 실력자라고 했습니다.”

“무녀 이름은 무엇이요?”

“그게 안알려주더라고요. 그저 용해서 진평 무녀라고 하면 다들 그 무녀인 줄 안다고 했습니다. 무녀에게 직접 묻고 싶었는데 쉽게 뭘 물을만한 분위기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황평상은 아내가 말을 할 때마다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었다.


진평 무녀의 신당은 무격들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양반댁과 같아 보였다.

문 앞에 선 강씨가 눈치를 보아가며 대문의 쇠로 만든 문고리를 다섯 번 내리쳤다.


안에서 문이 열리고 열두셋 정도 먹은 여자아이 둘이 나타나 공손하게 인사를 건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분은 사랑채에서 기다리십시오.”


두 아이 중 키가 더 작은 아이가 황평상 부부를 사랑채로 안내했다.

먼저 인사를 건냈던 아이를 따라 안채로 들어서자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양쪽에는 사천왕과 산신의 탱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탱화의 솜씨가 유려해 감탄이 일 정도였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진한 향내가 풍겼다.

겸주는 향을 맡자 두통이 느껴졌다.

한 발자국 더 내딛자 극심하게 머리가 아파왔다.

타석이 겸주에게 더는 다가서지 말라고 하자 겸주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염주를 세며 기도했다.


아이가 막다른 곳에 있는 방문을 열자 새빨간 도포에 색동 소매의 무녀가 가늘에 눈을 뜨고 미소를 지으며 무격을 맞이했다.


“아, 겸주님을 뵙는 건 저도 좀 그래서요.”


무녀는 겸주의 두통을 염두에 둔 듯 말했다.

무녀가 우아한 동작으로 무격에게 다탑(차마시는 걸상)에 앉을 것을 권했다.


“무슨 장난이오?”


지훤이 자리에 앉으며 무녀에게 물었다.


“호호호. 장난이라니요. 도련님?”

“도련님?”

“아! 지훤님이시지요.”


무녀는 알듯말듯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찻물을 우렸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소?”

“제가 그리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무녀의 얼굴도 그 무엇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지훤은 찬찬히 기억을 더듬다 말고 무녀의 장난임을 눈치채고 분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지훤을 바라보며 무녀가 다시 한번 소리를 내어 웃었다.


“우리가 찾아 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태호의 질문에 무녀가 까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한 짓이라고 확신하고 계신거지요?”

“무얼 말하는가?”

“황주에서의 일 말입니다.”

“아니다?”

“아낙의 말과 상황을 살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말장난이나 하러 온 게 아니다.”


태호의 호령에 무녀가 미소를 거두고 오만한 표정으로 태호를 바라보았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무녀가 하는 말은 그 누구도 믿질 않습니다. 아쉬운 놈, 구린 놈, 아픈 놈, 힘든 놈만 듣고 힘을 가진 놈, 바꿀 수 있는 놈, 할 수 있는 놈들은 무녀 말을 귓등으로도 듣질 않지요.”

“황평상은 지방관이다 얼마든지 마희로부터 마을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태호님 제가 그리하지 않았다면 황주는 이미 흥화진처럼 되었을 겁니다. 전부를 잃느니 최소를 잃고 모두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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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7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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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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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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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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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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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3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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