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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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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295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10 21:05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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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제 36장 : 급습

DUMMY

전나무 숲 사이로 별빛이 쏟아지는 밤, 타석과 지훤이 말을 달렸다.

음침할 정도로 고요한 밤의 숲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듯도 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 보다 시급한 일이 있는 것만 같았다.


"태호는?"

"진평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겸주는?"

"문중 회의로 움직이기 어려울 듯하여 따로 연통을 넣진 않았습니다."

"그래."


두 사람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차를 가했다.



[북계 : 진평]

지난번 무격들과 찾아온 진평 무녀의 신당 앞에 선 두 사람은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에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말에서 내려 신당 문 앞까지 타석이 걸어들어갔고 그 뒤를 지훤이 따랐다.

쇠로된 대문 문고리를 다섯 번 내리쳤다.

고요했다.

타석은 다시한번 문고리를 세게 부딪혔다.


그제서야 지난번에 만났던 여자아이 둘이 나타나 공손하게 인사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이 둘이 동시에 뒤돌았으나 지훤이 한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다쳤느냐?"


아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지훤이 아이의 양 어깨를 잡고 고개 숙인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두 눈이 퉁퉁 붓고 입술 끝이 터져있었다.


"이 무슨...."


아이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울지 않았다.

아이 옆의 다른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너는 괜찮은 것이냐?"


타석이 옆의 아이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타석과 지훤이 성큼성큼 안채로 들어섰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복도, 양쪽에 있어야 할 사천왕과 산신의 탱화가 없었다.


"탱화를 모두 지웠느냐?"

"그들이 모조리 가져갔습니다."

"그들이라니?"

"갑자기 나타나서는 탱화를 모조리 가져가버렸습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벽에 그려진 탱화를 어찌 가져간단 말이냐? 지운 것이 아니라 가져간 것이 맞느냐?"

"예, 분명 그림을 네모난 상자에 담아 갔습니다."

"도대체 그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아이들은 대답을 주저했다.

더 이상 물어봤자 아이들을 곤란하게 하는 일이란 걸 안 두 사람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주고 받은 후 복도를 따라 걸었다.

신당 내부는 지난번 찾았을 때와 달리 을씨년스러웠다.

복도를 가득 채운 향도 나질 않았다.

복도 끝 무녀의 방 앞에 다다랐을 때 아이들은 문을 여는 대신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온 몸을 덜덜 떨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아이들은 대답대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그들을 바라만 보았다.

문에 손도 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지훤이 아이들을 자신의 뒤로 물렸다.


"괜찮다. 내가 여마."


지훤이 열겠다는 데도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우는 바람에 지훤은 문에서 손을 뗐다.


"무서운 게냐? 무엇이 무서운 것이냐?"


지훤이 무릎을 굽혀 아이들에게 시선을 맞춰 물었다.

눈이 퉁퉁 부은 아이가 문을 여는 것이 두려운지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타석이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물러가도 좋다고 하자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내달렸다.

아이들의 반응을 살핀 두 사람이 잠시 숨을 고르고 지훤이 방문을 열었다.

새빨간 도포에 색동 소매의 무녀는 신당에 갇혀 있기는 했어도 젊고 건강하고 어딘지 우아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마주한 무녀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뼈에 가죽이 늘어붙어 있었고 푸석한 백발을 하고 온 몸을 떨며 공중에 떠 있었다.


"이 무슨···"


타석이 기막힌 상황에 탄식했다.

지훤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녀가 우리를 찾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 또한 미리 보았을 수 있습니다."



[3일전, 지훤家]


"지훤님. 진평에서 누가 찾아왔습니다. 꼭 지훤님을 뵈야한다고 하도 난리를 피워서 죄송합니다."

"진평? 들어오라 하시오."


진평이란 말에 지훤은 무녀를 떠올렸다.

그의 생각대로 지훤을 찾아온 이는 무녀의 신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이라고 했다.


"저희 신녀님께서 지난밤 꿈 자리가 너무 사납다며 무격님들께 도움을 처하라 하셨습니다."

"도움? 무슨 도움 말입니까?"

"지체없이 사당으로 와주싶사하셨습니다."

"꿈 때문에?"

"그게··· 저··· 예···."


남자는 민망한 듯 어쩔 줄 몰라했다.


"꿈이 어쨌기에요?"

"쇤네에게 꿈 이야기까지 하시진 않으셨습니다만, 탱화가 위험하다 하셨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 신녀님은 탱화가 없으면 큰일이 나십니다요."


남자가 난감한 얼굴을 하고 간청했다.

그는 뭔지 모르나 분명 일이 터질 것이라며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며 지훤에게 무격들이 모두 출동할 수 없다면 지훤님만이라도 진평에 가주실 수는 없냐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부탁했다.


"아무 일도 없다면 헛걸음이시라면 이 놈 목숨이라도 내놓겠습니다. 저희 신녀님을 도와주십시오. 단한번 누군가에게 탱화가 위험하다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탱화가 신당을 수호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하··· 알겠습니다. 가 보겠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지훤이 나갈 채비를 하는데 집사가 문 밖에서 지훤을 불렀다.


"지훤님. 쇤네이옵니다."

"들어오시게."

"진평으로 가실 생각이시지요?"

"가보려고 하네."

"이놈 미련하여 잘 모르지만은 탱화가 신당을 수호한다면 겸주 가문의 탱화일 것인데 그 탱화가 위험하다면 무격님들께 연통을 넣으시는 게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꿈이라 하니, 우선은 먼저 가보려고 하네."


지훤이 옷 매무새를 가다듬자 집사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할아범은 어려서부터 너무 내 걱정이 심하오. 과잉이요."

"그렇습니까?"

"그렇소. 과잉이오."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은 아니오. 항상 고맙게 생각하니."


지훤이 미소를 짓다 집사를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어려서 무녀를 만난 적이 있소?"

"무녀요?"


생경한 표정의 집사를 보며 지훤은 이내 미소를 짓고 손을 내저었다.


"아닐세 아닐세. 내가 또 걱정 할아범에게 쓸데 없는 걱정을 더 할 뻔 했네. 괘념치 마시게."


지훤이 웃으며 방을 나서는데 집사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무릎을 치며 외마디를 질렀다.


"아! 무녀라면···."

"왜 떠오른 것이 있는가?"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할아범! 숨기지 말고 말해주게."


집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지훤을 바라보았다.


"지훤님께서 일곱살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일곱?"

"예, 마님일이 있기 이전 해 여름이니 분명할 것입니다."



[13년 전 여름, 강주의 한 냇가]


매미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리고 어린 지훤은 형과 함께 발목까지 오는 냇가에 들어가 버드나무 아래 앉아 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향해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집사와 집안일을 하는 몇몇이 함께 와 간단한 떡과 과일을 소쿠리에서 꺼내고 있었다.

지훤이 먼저 텀벙거리며 형 을에게 물방울을 튀기자 을도 동생에게 발을 텀벙거리며 물을 튀겼다.

두 아이 모두 까르르 웃음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어른들이 모두 아이들에게 먹일 간신에 신경을 쏟는 동안 아이들은 낮은 물가를 좌우로 뛰어다녔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사라졌다는 걸 안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혜부인과 경공이 동시에 냇가를 바라보았을 때,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물론, 두 아이의 모습도 사라진 후였다.


"을아! 영아!"


두 사람의 소리에 집사와 하인들도 혼비백산하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일대를 찾아다녔다.

일각(15분) 정도 되었을 때 어른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자들은 울며 아이들의 이름을 외쳤고 남자들은 물 속까지 뛰어들어 아이들을 찾았다.

그때, 숲에서 한 여자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나타났다.

눈이 시릴 만큼 붉은 도포를 두른 여자는 곤히 잠은 아이들을 지훤 부부 앞에 내려두고 차분하게 말했다.

부부가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얼굴을 살피자 여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느다란 두 눈이 결코 정감있진 않았다.


"아이들은 무사합니다."

"무슨?"

"누군가 지훤 가문의 아이들인지 모르고 장난을 친듯합니다."

"도대체 감히 누가 그랬단말이오?"


경공이 불같이 화를 내자 차혜부인이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


"아이들을 구해주신 분 같습니다."


차혜부인의 말에 조금 진정한 경공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이들을 어디서 찾은 것입니까?"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으나 누군가 장난을 치기에 제가 데려왔습니다."

"그러니 그게 누군지 말해주시오. 당신이 그러지 않았다면 말이오."

"제가 왜 지훤 가문의 도령들을 데려가겠습니까? 그리고 데려갔다면 왜 다시 데려오는 수고를 하겠습니까?"


여자가 색동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며 입가에 손을 대고 웃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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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5 1 8쪽
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6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2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5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5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2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6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3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09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0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3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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