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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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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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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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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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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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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장 : 붉은 이슬 5

DUMMY

[차혜 부인 발병 2년 후]

경공이 매일 아내를 찾던 어느 날, 정우가 정신없이 사당으로 달려왔다.


“경공, 경공! 방도가 있는 듯하네. 방금 서희에게서 연통이 왔네. 덕주에서도 붉은 이슬이 맺혔다는데 조사차 들른 치용과 판수가 채취하던 중 문제가 생긴 모양일세. 다행히 겸주 가문에서 중독을 푸는 해독부를 꺼내 살렸다고 하네. 서희가 사람을 시켜 해독부를 구해 보내겠다니 이제 됐네.”


환하게 웃는 정우를 붙잡고 경공은 그간의 마음 고생을 쏟아내 듯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 소리에도 부인은 괴성을 질렀다.


다음날, 이른 새벽 해독부가 도착해 경공과 정우가 부랴부랴 떠날 채비를 할 때였다.

문장이 두 사람을 불렀다.

문장의 방에는 겸주 가문의 문장이 앉아 있었다.


“아...”

“단순히 해독부를 붙인다고 해결 될 일 같지 않아. 직접 겸주 문장께 부탁하였다. 이 일은 겸주 문장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어제밤, 지훤 문장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말씀 주셨소. 우리 유사께도 얘기하지 않았으니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부인이 계신 곳으로 가시죠.”


경공과 정우, 지훤 문장과 겸주 문장 네 사람만 새벽길에 나섰다.

네 사람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겸주 문장은 걸음걸음 기도하듯 백팔 염주 알을 세었다.


그들이 사당에 도착하였을 때 동이 트기 시작해서인지 주변이 매우 조용했다.

사당 안의 부인은 웅크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겸주 문장의 팔을 지훤 문장이 붙잡았다.


“문장, 부탁이 있습니다. 혹 해독부가 들지 않아도 소멸 시키진 말아주십시오. 세상을 어지러이 만들지 않겠습니다.”


지훤 문장이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하자 겸주 문장도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겸주 문장이 경공과 정우에게는 해독부를 지훤 문장에게는 부동부를 전했다.


“문장께서 먼저 부동부를 붙여 주시고 해독부는 제가 신호를 드릴터이니 그때 붙이시면 됩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부적을 받아든 지훤들은 겸주의 작은 동작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겸주가 사당 입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천수경을 독송했다.

낮은 소리로 시작한 목탁 소리와 독송이 점차 소리를 키워가자 차혜 부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온몸을 꺾던 그녀가 귀를 틀어 막고 소리를 질렀다.

그럴수록 겸주 문장의 독송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겸주의 독송과 목탁 소리, 부인의 괴성이 섞이자 나머지 세 사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귀가 따가웠다.

그때 겸주가 목탁을 멈추고 지훤 문장을 바라보았다.

문장은 머뭇거림 없이 차혜 부인에게 부동부를 붙였다.

그녀가 잠시 멈춘 사이 겸주가 다시 거세게 목탁을 두드리며 천수경을 독송했다.

독송을 마친 겸주가 해독부를 붙일 신호를 보냈다.

경공과 정우가 차혜 부인의 양쪽 관자놀이에 해독부를 붙이자 차혜 부인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부동부를 붙이고 있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겸주는 별다른 미동도 없이 다시 목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겸주의 독송에 차혜 부인이 붉은색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진땀은 해독부가 빨아들이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해독부가 타들어가며 진땀도 멈췄다.

해독부가 타들어가며 부동부도 함께 불타올랐다.

분노에 찬 차혜 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끼아아아아아아아.”


이제까지 들어온 소리 중 가장 크고 쎈 소리였다.

모두 귀를 막았다.

겸주 문장까지도 목탁을 떨어뜨리고 귀를 막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였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펄떡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비명은 목탁 소리며 독송도 모두 묻힐 정도로 큰 소리였다.

머리를 뒤흔드는 소리에 모두들 사당을 빠져나왔다.


“해독부는 지난해에 만들어 아직 그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자제분들은 중독되자마자 사용해 효과가 있었던 것 같구요. 제가 암암리에 해독부를 강화 시켜 보겠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겸주 문장께서 직접 도움을 주셔서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왜 지훤 가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저희도 붉은 이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반드시 부인을 살릴 방도를 찾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장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경공과 정우는 넋이 나간 채 사당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때 정우의 오른쪽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급히 처치하였지만, 정우의 오른쪽 청력은 돌아오질 않았다.

다음 날, 경공은 사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아버렸다.

자신과 아내 때문에 고생하는 정우와 서희, 겸주 문장과 아버지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더는 누구도 사당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혼자 부인을 보살피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반대하였지만, 경공의 의지가 너무 강경해 말릴 수 없었다.

문을 막아버린 경공은 매일 밤 사당 앞에서 울었다.

그간 부인을 가둬두긴 했지만 그래도 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더는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것도 부인이 고통 받는 것을 보는 것도 싫었다.


그날 이후 겸주 문장은 두 달에 한번은 지훤 문장을 찾아 여러 방편을 보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고 차혜 부인이 세상에서 죽은 사람이 된지 3년째 되던 날 경공은 다시 한번 겸주 문장에게 받은 새로운 해독부를 부인에게 붙여보았으나 이번에도 소멸하자 실망감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날의 모습을 어린 영이 훔쳐보고 있음을 꿈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훤家]


을은 분명 동생이 잠꼬대를 하는 것이리라 생각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조심스레 아버지의 방으로 찾아간 을이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경공은 미친사람처럼 달려나갔다.

놀란 을이 아버지를 따라 뛰었고 그 모습을 본 서희가 호위 몇을 데리고 경공을 따랐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영, 영이 위험하다!”

“영이요?”

“제 어미에게 간 모양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을은 ‘어미’라는 단어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동생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을은 어른들을 따라 말에 올라타면서도 꿈만 같았다.

하지만, 왜 아버지는 저리 사색이 되셨으며 호위들이 무장을 하고 어머니와 영에게 가는 것인지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컸다.

울 것만 같은 두려움에 가보고 싶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때 멀리 기괴한 비명소리에 섞인 영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을은 말의 고삐를 더욱 죄며 박차를 가했다.


“영아!!”


경공이 흰색 사당 창에 매달려 무언가에 잡혀 있는 영을 불렀다.

눈물 범벅이 된 영이 아버지와 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건물 안의 무언가 영의 얼굴을 이마부터 훑었고 주루룩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경공과 을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피를 흘림과 동시에 영이 차혜 부인에게 두 팔을 잡힌 채 고개를 뒤로 젖히며 기절했다.

경공이 말에서 뛰어내리며 활을 겨눠 차혜 부인을 두 팔을 관통하였다.


“끼야아아아악.”


두 팔을 관통당한 차혜 부인이 아이를 놓았다.

영이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가는 찰나 경공이 아이를 붙잡았다.

사당안의 차혜 부인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잘라진 두 팔은 사당 밖으로 떨어졌다.

호위 중 하나가 을을 붙잡고 더는 다가가지 못하게 하였으며, 경공은 피를 들리는 아이들 서희에게 안아 올리고 활 시위를 당겼다.

서희가 경공을 다급히 불렀다.


“형님, 을이 을이... 을이 있습니다. 형님.”


서희의 말에 경공이 활을 내려두고 영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도포자락을 잘라 흐르는 피를 닦고 지혈 시키려고 했다.

아이의 얼굴 절반에 깊은 상처가 벌어져 피가 멈추질 않았다.

경공이 낮게 탄식했다.


“내 탓이다. 내 욕심이다.”


그의 탄식에 서희가 아이와 경공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형님 탓이 아닙니다.”

“서희 아이들을 부탁하네. 나는 내 할 일을 해야하네. 내가 내 뱉은 말을 지켜야 하네. 부인은 내가 보살피겠네. 이제 지훤 가문의 어떤 도움을 받지 않겠네. 부탁일세.”

“형님, 그것은 우선 아이를 치료 한 후 문장과 의논 하시고...”

“영이 위독할 수 있네. 지혈이 먼저일세 게다가 부인의 손톱이 닿았으니 시급하네.”


경공의 말에 마음이 급해진 서희가 아이를 안아 일어섰다.

경공이 서희 품의 영을 한번 더 쓰다듬고 호위 품에 잡혀 있는 을의 곁으로 갔다.

놀란 얼굴의 을을 경공은 심장이 터질만큼 꼬옥 끌어안았다.


“을아. 아버지도 곧 내려갈터이니 어서 내려가 동생을 돌보거라. 위급할 수 있으니 지체 없이 삼촌들을 따라 내려가거라. 아버지도 곧 따라가겠다.”

“아버지...”

“지체하면 동생이 어찌될지 모른다. 어서.”


아버지의 말에 을은 마음이 급해져 말에 올랐다.

하지만, 왠지 아버지가 따라오지 않는 것이 불안해 몇 번을 뒤돌아보았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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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4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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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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