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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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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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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418

작성
22.08.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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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42장 : 비극

DUMMY

"으아아아아아."


천관이 소리를 질렀다.

매석과 주화가 달려왔을 때 천관은 마희들을 향해 재단 위에 놓인 정화수를 뿌리자 마희들의 공격 방향이 천관에서 두 사람에게로 바뀌었다.

그틈을 타 천관이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정화수를 맞은 마희들은 처음에는 몸이 타는 듯하였으나 이내 매석과 주화의 검과 편을 맨손으로 부러뜨릴 정도로 힘이 세졌다.

그들의 상황을 보고 타석이 달려와 도우려 하였으나, 이미 두 사람은 마희들에게 짖밟힌 이후였다.

타석이 삼지창을 휘두르자 겸주가 그의 삼지창에 법화경을 빼곡하게 적은 검은색 부적을 날렸다.

삼지창을 검정색으로 물들어 마희들이 선 땅을 갈라지게 하고 이내 마희들을 집어삼켰다.

타석은 곧장 나머지 마희들을 향해서도 땅을 내리쳤다.

겸주와 예속은 움직이지 못하는 마희들을 향해 부적과 대나무살을 날렸고 이내 소멸했다.


무격들은 천신당 내부를 뒤지며 매타를 찾았다.

천관의 모습을 사라진지 오래였다.

복도 제일 끝에 위치한 방을 빼고는 모조리 찾아본 터라 이 방에도 없다면 매타를 찾을 길이 없었다.

예속이 제일 먼저 문고리에 손을 댔다.


문을 열자 매타가 방안에 앉아 바깥 일은 들리지 않았다는 듯 꽃잎을 빻고 있었다.

갑작스런 무격의 등장에 당황한 매타가 들고 있던 작은 절구를 떨어뜨렸다.

그는 무격들의 뒤를 살폈다.


[천신당 뒷산]


천관은 말을 타고 산길을 올랐다.

요란하게 울리는 황금방울은 집어던진지 오래다.

분한 마음에 입술을 세게 깨물어 아랫입술이 터졌다.


"법경아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그의 앞을 진평 무녀가 가로막았다.


"네 년이 감히! 어찌 나왔느냐?"

"너는 내가 데려가야겠다."

"아주 환장을 하였구나. 썩 비키거라. 지금 네년하고 농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니면 그냥 죽여주랴?"


선경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에는 애틋함이나 연민 같은 것은 없었다.

오로지 살기만이 남아있었다.


"어미가 기도가 부족하여 너 같은 놈을 낳았고. 그나마 하늘이 도와 나를 낳았는데. 내가 미련하여 나의 천업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너를 막으라 태어난 아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나의 일을 해야겠다."

"미쳤구나. 그렇게 죽고 싶다면 그 소원 들어주마."


천관이 선경을 향해 날아오르자 갑자기 천둥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선경은 무령을 흔들며 주술을 외웠다.

그의 뒤로 지훤이 화살을 높이 날리며 천둥을 일으켰다.

주변이 번쩍일 때마다 천둥번개와는 또다른 큰 소리가 났다.

쿵쾅쿵쾅 소리에 맞춰 선경과 지훤의 뒤쪽에서부터 사천왕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천둥의 빛처럼 빠르게 천관을 애워쌌고 선경은 눈물을 흘리며 무령을 흔들었다.


"저 미련한 계집이···"


천관이 공창을 하자 다문천왕이 비파를 퉁기며 그 소리를 죽였고 신장칼을 휘두르자 광목천왕이 미늘창으로 조각을 내버렸다.

증장천왕이 천관을 밟자 지국천왕이 잠시 선경을 바라보고 왼손에 쥔 칼로 천관의 목을 베어버렸다.

동생이 목이 바닥으로 내쳐지자 선경은 무령을 든 손을 바들바들 떨며 울음을 삼켰다.

지훤은 천둥과 번개를 거두고 선경의 곁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천신당]

매타는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듣고 미쳐 날뛰다 못해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허탈하게 웃던 그가 점점 웃음이 강해지더니 아예 배를 잡고 구르며 웃었다.


"아이고, 아이고 시량아. 시량아. 하하하하하."


겸주가 매타에게 가까이 가려하자 예속이 그를 막아섰다.


"잠시 두시지요."


예속의 말에 겸주는 다시 자리에 서서 매타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리 웃던 매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결국에는 천관놈과 폐하나으리께서 우리 가족을 싹다 죽여버리고 쓸모 없는 이 몸뚱이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이런 말씀이시지요?"


매타가 다시금 바닥을 내리치며 웃었다.


"하아. 하아. 예속께 간절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이놈은 이미 천벌을 받았고 또 받아야 하고 죽어서도 죄를 씻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죄 하나만 더 짓겠습니다. 이 놈을 이리 만든 장본인을 이 손으로 데려가야 저도 원한이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모든 사단의 원흉 말입니다. 아아 예속께서는 모르시겠습니다."


매타가 발을 구르며 웃더니 이내 옆에 있는 작은 항아리에서 표주박으로 무언가를 떠서 마셨다.


"아 목이 말라서요. 하도 울다가 웃었더니 목이마르네요."

"정신이 나간겐가···"


타석의 말에 매타가 박장대소했다.


"그렇지요. 타석님 말씀이 맞지요. 어찌 제정신이겠습니까? 정신이 나가야 맞지요."

"제가 모르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속의 질문에서야 매타는 웃음을 멈췄다.


"아마도 예속님도 저와 같은 원흉을 갖고 계실겁니다."

"같은 원흉?"

"예, 다 그 원흉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요."

"매타, 알아듣기 쉽게 말씀해주시지요."


참다 못한 태호가 매타에게 말했다.

매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옛이야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바닥에 앉아 항아리의 물을 떠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대 예속과 저는 친교가 있었습니다. 물론, 나이 차이는 있었으나 학문적으로는 벗이라 할 수 있었지요."


예속은 그간 명확한 증자가 없어 움직이지 못했던 형님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매타를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왕의 아들이 이름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습니다. 어의들이 별의 별 짓을 해도 낫지 않고 결국에는 아들이 죽음에 이렀지요."

"세자저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네 세자요. 세자저하."

"세자께서는 병약하긴 하셔도 죽음에 이르진 않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태호님께서는 세자저하를 보신적이 있으신가봅니다."


매타의 말에 태호가 말을 멈추었다.

그의 말대로 실제 세자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왕실 행사에서도 병약하다는 이유로 단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저 병약한 세자가 있다고만 알았다.

그것은 태호 뿐만 아니라 모든 대신들과 나랏사람들이 그리 아는 사실이었다.


"죽어버렸지요. 근데 죽어버린 아들을 살리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살아있었지요. 하지만 어의들이 곧 죽을 것이다 말하는 족족 목을 베더이다. 겁에 질린 어의들이 살릴 수 있다 시간을 끌었지요. 하지만, 어디 그 시간이 그리 길겠습니까? 결국에는 다들 목이 베었지요. 목이 베이기 직전에 유일한 방법이랍시고 예속에게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매타가 불로장생 명약을 개발중이니 그는 방도가 있을 것이다. 있는 대로 떠들고 죽어버렸지요. 머지 않아 왕이 찾아왔고 아 제 말에 어폐가 있습니다. 예예 태호님 말씀처럼 왕세자는 죽지 않았네요. 살지도 죽지도 않았네요. 저더러 마희로 만들어 영생을 누리게 하라는 겁니다. 3일의 말미를 주마 하였고 그 자리에 선대 예속도 배석하셨었지요. 예속은 왕에게 직언하였습니다. 그런 방도가 있다해도 불가하다 하였지요. 저는 그 일 이후 정확히 3일째 되던 날 시량이를 뺀 모든 가족을 몰살 당했습니다. 한참이 지나 소식을 들었지요. 예속께서 돌아가셨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날 저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왕은 예속께 내일을 돕지 않거나 막으려하면 너도 내 아들보다 길게 살긴 어려울 것이다. 무격을 통해 아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예속이 부채를 펼쳐 아주 느리게 부채질을 했다.


"결국 예속은 끝끝내 반대하셨고 왕이 한가지 제안을 했지요. 아, 늙으니 자꾸 말에 실수가 있네요. 제안이 아니라 협박을 하셨지요. 천관이 만든 약을 네가 먼저 먹어보지 않으면 네 가족을 물론 무격 전체 가문을 몰살하겠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내관이 예속의 허망한 죽음에 어떻게든 죽음의 비밀을 알리고자 노력했지만, 예속 가문에 알릴 수 없었고 그의 행동을 의심하던 호위들에게 잡혀 죽임을 당했지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의 죽음 이후 궐에서는 예속을 죽인 것은 왕과 천관이고 그들은 예속에게 마희가 되는 약을 먹였다는 소문이 돌았지요. 왕은 소문의 출처를 찾기도 전에 그 소문을 아는 내관들과 궁녀들은 그 자리에서 알 수 없는 약을 마시고 즉사하였습니다. 그럼에는 소문을 악작같이 살아남아 궐 밖으로 나갔고 지훤 가문의 여종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여종은 여주인에게 알렸고 여주인은 다시 남편에게 알렸지요."

"그럼 세자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입니까?"

"마희가 되었지요. 시량이 보다 더 끔찍한 마희가 되었지요. 저는 그 아이를 돌리기 위해 마희를 만들었지만, 천관은 살기 위해 세자의 목숨 줄 만을 늘리는 약을 만들어 온갖 실험을 해온 모양이었습니다. 제 손으로도 뭘 어찌할 방도가 없을 만큼 괴물이 되어있었습니다. 마희들의 특성은 모두 갖췄지만, 그 모습과 힘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컸습니다. 이미 정신은 세자가 아니고 짐승에 가깝습니다. 그런 아들도 아들인지라 왕은 숨겨두고 어떻게든 살리겠다고 하더군요. 제 놈도 애비이면서 제게 그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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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7 1 8쪽
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 제 42장 : 비극 22.08.05 47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7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3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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