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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10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02 01:39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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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 34장 : 이상한 물

DUMMY

무격 대회의는 한달 후로 잡혔다.

그전에 무격은 박재화와 시량의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박재화와 시량은 겸주 가문의 부동간(不動間)에 갇혀 있었다.

얼핏보면 사방이 나무 벽인 수수한 방 같아 보이나 벽면 하나하나에는 깨알 같은 크기의 글자들이 손수 새겨져 있었다.

방 정중앙에 있는 두 개의 나무 기둥이 있고 기둥에 각각 두 사람이 묶여 있다.

시량은 모든 기운이 소진된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늘어져 있고 박재화는 그런 시량을 향해 무언가 말을 거는 듯했다.

하지만, 재화 역시 지치긴 매한가지였다.


겸주가 유사인 춘설과 부동간으로 들어서며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부상도 부상입니다만, 부동간 내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무슨 ... 짓이냐..”


재화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의 얼굴은 퉁퉁 붓고 오른쪽 눈은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파해부를 붙여 확인할 수도 있으나 그대들에게 직접 듣고 싶네.”

“무얼 말인가?”


유사의 질문에 재화는 그 답을 알면서 하찮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사는 대답 대신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가?”

“.......”

“자네의 행동이 자네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하나?”

“......”

“저 자를 지키고자 한다면 더 이상의 다툼은 없었으면 좋겠네.”

“...그렇다면....풀어주시오.”

“부탁의 순서가 틀렸네. 그리고 부탁한다고 모두 들어줄 수도 없네.”

“그럼...우리가 얻는 건... 무엇인가?”

“마지막... 사람됨...”

“사람? 하하하... 사람? 사람됨? 사람 됨됨이를 말하는 건가?”

“인간으로 죄를 갚아야 하지 않겠나?”


인간이라는 말에 재화가 웃음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곁에 축 늘어진 채 움직임이 없는 시량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를 살려주시오.”

“우리가 저 아이를 살릴 수 있소?”

“모르겠소. 모르겠소만, 살려주시오.”

“.......”

“살려만 준다면 내 다 말하리다. 나를 내놓으리다.”

“살려준다는 약조는 못하오.”

“그래도 살려주시오.”

“방법이 있는지 모르기에 답할 수 없소.”

“저 아이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소. 거짓하나 없는 진심이오.”

“믿겠소. 하지만, 그래도 저 아이를 살릴 수 있다 거짓으로 답할 수 없소.”


유사의 말에 재화가 크허헉 울음을 터뜨렸다.


“그럼, 어쩌란 말이오. 아무도 저 아이를 살릴 수 없다하면 어쩌란 말이오. 내 다 드리리라. 다 말하고 내 목숨도 다 드리리다. 무격 아니오. 겸주 아니오. 살려주시오.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살려주시오. 부탁입니다. 부탁입니다!!!!”


재화가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탓에 뒤로 묶인 팔이 기둥에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럼에도 그는 유사 앞으로 고개를 최대한 숙였다.

기둥에 묶인 그의 손목에서 피가 흘렀다.

겸주가 그의 가슴을 밀어 기둥에 세웠지만,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살려달라 애원이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정말 더는 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해줄게 없습니다. 참담하고 괴롭습니다. 나를 받쳐도 봤는데 아니되었습니다. 거짓으로라도 좋으니 저 아이를 살려주시겠다 약조해주십시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려주십시오. 모두를 걸고 살려주십시오. 불쌍한 아이입니다.”


재화의 말에 겸주가 안쓰런 표정을 지었다.


“살리려 노력 할 것입니다. 허나 그 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두 분은 왜 이렇게 되신건지 알아야만 합니다. 알아야 방법이라도 찾지요.”


재화는 허옇게 부르튼 입술을 파르르 떨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왕의 호위들이 시량의 눈에 마희의 피를 떨구었다고 들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마희에 의해 희생되었고 아버지가 시량을 데리고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희화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돼 매타 노인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불로장생 서적 중 마희에 관련 된 자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귀신꽃이라 불리는 그 꽃의 즙을 아들의 눈에 갈아 넣었다 하시더군요. 그랬더니 더 이상의 마희화는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희화를 막았다면, 다른 이들을 마희로 말들 필요가 없었지 않소?”

“매타 노인은 하나 남은 아들을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리는데 집착했습니다. 아마도 빨간 눈을 보면 화가 치밀었겠지요. 처음에는 귀신꽃을 따다 지속적으로 차로 우려 마시고 환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석달쯤 되자 빨간 눈이 활동을 시작하더랍니다. 동공이 살아있는 놈처럼 제 멋대로 움직이고 온 몸의 핏줄이 검푸르게 변해 꽃즙을 붓다시피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답니다. 고민 끝에 자신의 피를 부었더니 더욱 더 기세가 등등해져 매타 노인은 시량을 쇠사슬로 묶어두고 마희가 출몰한다는 지역을 향했습니다. 눈눈이이. 마희의 피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는 살아있는 마희를 생포하진 못했지만, 소멸 직전의 마희를 구해 그 피를 채취했다고 합니다.”


재화가 숨이 찬지 쌕쌕 소리를 내며 깊은 숨을 연달아 쉬었다.

유사는 그가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량과 재화를 풀어주었다.

겸주가 시량을 자리에 눕히자 재화는 시량을 바라보고 두 다리를 편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채취해 온 마희의 피는 신기하게도 검푸른 핏줄도 정상으로 돌리고 동공의 모양도 원래로 되돌렸다고 합니다. 그때 매타 노인은 생각했지요. 마희의 눈이라면 아들이 본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이었습니다.”


매타는 전국을 돌며 마희가 나타났다는 곳마다 찾아 다녔다.

소멸 직전의 마희를 구해 그 눈을 아들에게 이식하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재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는 재화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매타 노인도 처음에는 자신과 함께 살아있는 마희를 잡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쉽지 않음을 알고 제게 귀신꽃 환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예방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점차 그 환 속에 마희의 피를 섞었지요. 이상하게도 상처가 나도 아물고 마희와 싸우면서도 마희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타 노인이 알 수 없는 물을 마시라고 했습니다. 마희의 피겠거니 생각하고 마셨는데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알 수 없는 물을 마신 후 몸의 기능이 활성화된 재화는 어쩌다 마희에게 공격을 당해도 재활이 됐고 몸이 커지며 힘도 보통의 2~3배 가량 커졌다.

하지만, 본래로 돌아오면 미칠 듯 한 갈증을 느껴야만 했고 다시 그 알 수 없는 물을 마시지 않으면 며칠씩 앓아눕기도 했다.

재화의 변화에 매타는 아들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 물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매타 노인만이 알고 있습니다. 매타 노인이 잡히던 날 시량과 저는 숨겨둔 물을 밤새 옮겼고 시량의 몸상태가 다시 안좋아져서 어쩔수 없이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그렇게 시량도 저같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그 물을 지금도 갖고 있소?”

“마지막 물을 어제 저녁에 마시고 없습니다. 매타 노인을 구하러 가려던 길에 무격이 찾아온 것을 알게 되었고 급히 마희들을 모았던 겁니다.”

“마희들은 어떻게 조종하게 된 것이오?”

“일반 사람을 물어도 봤습니다만, 제가 문다고 하여 마희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물린 부위가 괴사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제가 마희를 물거나 마희에게 상처를 내면 그 마희는 매우 온순해졌습니다. 말이 통한다기 보다는 제가 원하는 대로 그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재화는 마희들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임을 알게 되고 매타 노인에게 이를 알렸다.

매타는 그날부터 마희의 수를 빠르게 늘려나갔다.

늘어난 마희들은 다시 매타의 뜻대로 재화를 통해 움직였다.

마희를 상대로 계속해서 연구를 거듭한 매타는 재화에게 다양한 시도를 했다.

어떤 날은 갑자기 머리가 길어졌고 어떤 날은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봐도 빨간 눈이 돌아오는 방법은 찾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시량에게 시도할 수 없었죠.”

“당신은요?”


겸주의 질문에 시량이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저요?”

“예, 당신은요? 시량에게 시도할 수 없는 것들을 당신에게는 시도하였습니다.”


재화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툭하고 떨어졌다.


“괜찮았습니다. 정말로 괜찮았습니다. 제가 원해서 한 일이구요.”

“그럼 자네를 되돌릴 방법은 있는가?”


유사가 묻자 재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매타는 아들도 구하질 못하고 자네도 망가뜨렸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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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2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3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6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4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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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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