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291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10 21:45
조회
56
추천
1
글자
9쪽

제 37장 : 급습 2

DUMMY

경공은 여자의 태도에 부아가 끓었다.

순식간에 검을 든 경공이 여자의 목에 검을 겨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신분을 밝혀라.”


차혜부인이 안절부절하여 남편을 붙잡았지만, 경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꿈쩍하지 않는 건 경공 뿐이 아니었다.

여자 역시 여유롭게 미소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이런, 경공께서는 아주 너그럽고 지혜로운 분이라 들었습니다만.”


여자가 두 눈을 살짝 위로 올렸다 내리며 다시 한번 생글생글 웃었다.


“하긴, 도령들의 일이니 이해합니다.”

“이해?”

“네가 감히 이 상황에서 이해라는 말을 해?”

“여보, 아이들을 데려다 주신 분입니다. 칼을 거두고 자초지종을 들어보시지요.”


참다 못한 차혜부인이 그의 검에 손을 대자 경공은 차혜부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자가 한발 뒤로 물러서 검에서 멀어졌다.

경공도 검을 거두었다.


“진평에서 온 무녀 홍선경이라 하옵니다.”

“무녀?”

“예. 무녀가 왜 지훤 사유지에 들어와 있는가?”

“지나던 길입니다.”

“따로 연통을 들은 바 없네.”

“연통을 드렸다면 도령들을 구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허하지 않으셨을테니까요.”

“오늘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소. 솔직하게 밝혀야 할 것이네.”

“저도 소상히 다 말씀 드리면 좋으련만 시간도 없고 입장이란게 있어서요.”

“입장?”

“예, 제 입장이요.”

“자네의 입장이라면 무녀들이 그랬단말인가?”

“더는 곤란하여 답하여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답은 경공 스스로 찾으시지요.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여자는 갑자기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뒤를 돌아보더니 다급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다행히 두 아이는 여자가 사라지고 잠에서 깨어났고 별탈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현재, 지훤家]


“지훤님은 기억이 없으신지 몰라도 그때 깨어나셔서는 놀고 있는데 누군가 웃음소리를 내며 불렀다 하였습니다. 형님과 함께 그쪽으로 향해 가는데 갑자기 붉은 옷을 입을 여인이 나타나 두 형제분의 손을 잡고 그리 가면 안된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부모님 생각이 나서 부모님께 가겠다고 떼를 쓰며 울자 조용히 해야한다고 소란을 피우면 들키고 만다고 했다며 두분 모두 입을 막고 울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셨습니다. 붉은 옷의 여인이 두 분을 안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달리며 한참을 숨어 다녔고 그 이후는 기억에 없다 하셨습니다.”


집사가 지훤을 표정을 살피며 그날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최대한 소상하게 설명했다.

지훤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일을 기억하려 애썼지만, 일곱 살 여름에 부모님과 냇가에 갔던 기억은 있지만, 집사의 기억과는 달랐다.


“기억하네. 할아범과 유모, 돌쇠와 수정이도 함께 갔었지. 그때 내어준 방개떡 맛도 기억을 하네. 형님과 둘이 아주 낮은 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놀았던 기억도 생생해. 하지만, 그런 기억은 없네. 놀다가 간식을 먹고 집에 내려왔는데···.”

“집에 어찌 내려오셨습니까?”


할아범의 말에 지훤이 잠시 당황했다.

아무리 기억을 해봐도 내려온 기억이 없었다.


“방개떡을 정말 드셨습니까?”


이번 질문에도 말문이 막혔다.

분명 먹었다 생각했는데 그가 다시 물으니 자신 없었다.


“방개떡을 가져가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가져는 갔습니다만, 아무도 그날 그 떡을 먹은 이는 없습니다. 도련님들께서 사라졌다 나타나 혼비백산한 상태에서 누가 그 떡을 먹겠습니까. 두 분도 자다 깨서 집에 가자고만 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을 도련님은 아버님 등에 지훤님은 어머님 등에 업혀오셨습니다. 그리고 지훤님께서 좀전에 제가 드린 말씀을 그대로 하셨지요.”

“아···”


지훤은 기억에도 없는 일 때문에 문득 혼란스러웠다.


“가만, 가만. 할아범 지금 붉은 도포에 색동 소매라 하였소?”

“예.”

“얼마전 진평에 들렀다. 왠지 나를 알아보는 듯한 무녀를 만났소. 그 무녀가 아까 찾아온 이가 모시는 신녀고. 그 무녀 역시 색동 소매의 붉은 도포를 걸치고 있었소.”

“도련님을 알아보는 듯하였습니까?”

“응···”

“혹시 눈에 매우 가늘고 어딘지 묘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으셨습니까?”

“맞네.”

“도련님.”


집사가 영이 지훤이 되고 처음으로 그를 도련님이라 불렀다.


“도련님의 무공이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늙고 어리석은 자의 노파심으로 생각하시고 처음으로 간청 드리오니 무격님들께 연통을 넣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알고 있네. 할아범이 나를 위한 마음은. 그러니 미안해말게. 그리하겠네. 연통을 넣어주시게.”


지훤이 나갈 채비를 끝마치자 집사가 지훤 가문의 사당으로 들어가 둥근 반원의 청동으로 된 커다란 그릇에 맑은 물을 붓고 그릇 테두리를 손으로 문지르자 물방울이 마구 튀어 올랐다.

그 위로 흰색의 지훤 가문 문장이 새겨진 부적 하나를 태워 올렸다.

선명하고 깨끗한 새하얀 연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새하얀 연기를 바라보며 집사가 종이에 ‘진평 무녀 요청. 긴급. 탱화.’ 라고 써서 겸주 가문의 인장을 찍고 새장에서 독수리를 꺼내 발목에 종이를 묶었다.

독수리는 연기를 따라 직선으로 날아 올랐다.



[진평 무녀 신당]


“내 목소리가 들리시오?”


지훤이 공중에 떠 있는 무녀에게 물었다.

무녀는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방안을 둘러보던 타석이 삼지창 끝에 달린 쇠고리를 흔들었다.

찰랑찰랑 소리를 내자 무녀가 미세하게 눈꺼풀을 떨었다.


“형님, 다시 한번 흔들어주십시오.”


타석이 지훤 곁으로 다가가 삼지창을 다시한번 흔들었다.

이번에도 무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령(방울), 무령이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지만, 어디에도 무령은 보이질 않았다.

타석이 급히 방 밖으로 나가 아이들을 찾았다.

복도 바깥 마당까지 나가서야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신녀님의 무령은 어디에 있느냐?”


타석의 다급한 질문에 두 눈이 퉁퉁 부은 아이가 옆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저희 신녀님은 무령을 쓰지 않으십니다.”

“뭐? 그럴리 없다. 삼지창 고리의 소리에 분명 반응 하였다. 무령을 쓰실게다.”

“혹시 신녀님께서 소중한 물건들을 따로 보관하는 장소가 있느냐?”

“소중한 물건이요? 신녀님은 따로 그런 것들을 보관하지 않으십니다. 신당이 가장 성스러운 곳이라 하셨지요.”


아이들의 말에 답을 잃은 타석이 다시 신당으로 향하자 두 눈이 퉁퉁 부은 아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붙잡았다.


“저기···.”

“그래 말해보아라.”

“아마도 저희 신녀님은 소중한 것이라면 신당에 두셨을 겁니다.”

“신당에는 없다. 방금까지 찾아보고 나온 것이다.”

“그게···”

“어서 말해보거라. 급한 일이다.”


아이가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바들바들 떨며 답했다.


“제사를 지내는 재단 아래를 열어 보시면 있지 않을까요?”

“왜 그리 생각하느냐?”

“제사를 지내는 재단은 항시 깨끗해야 하며 그 어떤 곳보다 중시해야한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석이 복도를 질주해 방안으로 들어섰다.

타석은 무녀의 뒤쪽에 위치한 재단을 매만졌다.

재단을 밀어 올리자 안쪽으로 빈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 무령이 있었다.


“아흔아홉상쇠방울···.”


타석의 말에 지훤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흔아홉상쇠방울이다. 99개의 방울이 달린 무령을 상쇠라고 한다. 무당들이 지닌 신기물 중 으뜸이지. 방울 외에 달린 쇠붙이들은 길쇠라고 신령들을 부르는 도구야.”


타석은 재단 안에서 아흔아홉개의 방울이 달린 무령을 집어 올렸다.

방울들은 색동 비단에 묶여 있었다.

색동 비단을 쥐고 방울을 흔들자 아흔아홉개의 방울과 쇠붙이가 제각기 흔들리며 오묘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녀는 기척조차 하지 않았다.


“형님 무령을 무녀에게 쥐어 주십시오.”


타석이 공중에 떠 있는 무녀의 두 손에 무령을 얹자 무녀가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바람이 일며 어디선가 괴이한 웃음 소리와 달려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왔다.

공중에 누워있던 무녀는 무령을 손에 쥐자 몸을 세워 일어섰다.

두 눈을 뜨고는 있으나 두 사람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발소리와 웃음 소리의 주인들이 방문을 부수며 들이 닥쳤다.


“끼야하핫핫핫.”


도깨비 같으면서도 어딘가 달라보이는 그들은 분명, 사천왕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의 눈동자가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천왕?”


이상하리만치 사천왕도 무녀도 타석과 지훤은 안중에도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격(武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5 1 8쪽
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6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1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0 1 9쪽
»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3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5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5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2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6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3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5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09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0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3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7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