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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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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30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8.07 21:55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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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제 43장 : 세자

DUMMY

매타가 표주박을 집어 던지고 항아리를 들어 단박에 비워냈다.


"크···"


그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먹으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그 놈 목가지는 제가 땁니다."


얼굴 가득 경련이 일며 다시금 흐느끼는 그를 향해 겸주가 다가섰다.

가까이 다가서자 들큰한 냄새가 났다.


"매타 무얼 드신겁니까?"


겸주의 질문에도 그는 큭큭큭 소리를 내며 웃을 뿐이었다.


"술 냄새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겸주의 말에 타석도 가까이 와 냄새를 맡아보았다.

매타가 깊게 숨을 내쉬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매타의 눈동자는 이미 반쯤 풀려있었다.


"그 놈은 반드시 제가 죽일 것 입니다."

"무얼 드신겁니까?"

"이 곳에서 제 낙이 무엇이겠습니까? 이 놈들이 제게 술을 주겠습니까? 무얼 주겠습니까? 만들어 먹을 수 밖에요."

"정신을 좀 차려보십시오. 그럼 세자는 천신당 내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매타가 풀린 눈으로 예속을 바라보았다.

예속이 매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몸을 숙이자 매타는 예속에게 작게 속삭였다.

매타의 말을 들은 예속이 자리에서 일어서 복도로 나섰다.

태호, 타석과 겸주도 그의 뒤를 따랐다.

예속은 복도를 가로질러 신당 안으로 들어섰다.

신당은 고요했다.

예속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신당을 밀고 탱화 앞에 마주섰다.


"예속, 이곳입니까?"


타석의 말에 예속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석은 삼지창을 휘둘러 탱화를 사선으로 갈랐다.

갈라진 틈으로 문이 드러났다.

타석이 다시한번 삼지창을 휘둘렀고 온전히 드러난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쩡


태호가 검으로 자물쇠를 내리치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예속은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코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썩은 내가 진동을 하였다.

네 사람 앞에 나타난 풍경은 그간 그들이 봐온 그 어떤 것보다도 크고 기괴했다.


-크아아아아


컴컴한 동굴 같은 별실이었다.

별실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

사방의 구석을 밝히는 어두는 횃불 네개와 북쪽 벽면에 매달린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전부였다.


"세자인가?"


예속의 말에 생명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양 팔목과 발목은 쇠사슬에 묶인 채 사방으로 매달려 있었다.

얼굴은 모두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으나 얼굴의 중앙까지 흘러내린 눈알 하나가 그들을 쉬지않고 감시했다.

코는 구멍만 남아있었고 입술은 모양을 잃고 이가 드러나 있었다.

그 아래로 얼굴처럼 흘러내린 목이 왕세자의 붉은 도포 위에 걸쳐져 있었다.

도포 아래 숨겨진 몸뚱아리는 도포가 터질 듯 무언가로 꽉 차 있었다.

얼굴처럼 그나마 노출된 손과 발도 퉁퉁 부어 마치 돼지오줌보 네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크···크···.."


예속이 세자를 향해 걸어나갔다.

세자는 구멍만 남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더니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침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멈추어라!"


예속의 걸음을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격이 들어온 문 앞에 그림자 여럿이 드리워져있었다.


"이선?"

"무격 예속은 그 자리에 멈추어라. 어명이다!"


예속은 몸을 돌려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도도하게 치켜 올린 턱과 눈꼬리가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머리를 숙여라!"


예속은 꼼짝 않고 그림자를 기다렸다.

그림자가 점차 다가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왕과 이선이었다.

왕은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이었으며 이선은 침착했다.


"예속 무슨 짓이냐?"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개를 낮추어라."


왕의 명에도 예속은 물론, 태호도 타석과 겸주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왕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그가 예속에게 검을 내밀었다.


"죽고 싶은 게냐?"

"이미 너무 많이 죽이셨습니다."

"오냐오냐 했더니 끝이 없구나."

"이안 왜 이러는 거야?"


왕에게 도발하는 예속을 보다 못해 이선이 다급하게 외쳤다.

예속은 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쳐라!"


왕명에 어둠속에서 복면을 한 이들이 뛰쳐나와 예속에게 달려들었다.

예속은 부채를 일으켜 상대를 제압했고, 타석은 삼지창을 휘둘렀다.

태호는 이선에게 검을 겨눴다.

그 틈에 겸주가 별실에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세자가 고통스러워하자 왕이 곧장 아들에게 달려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마희들이 나타나 아군과 적군을 가릴 것없이 덤볐다.

이선이 예속에게 달려왔다.


"이안, 이게 다 무슨 짓이야?"


이선을 향해 예속이 부채를 휘둘렀다.

예속의 부채를 검으로 막으며 이선이 다시한번 물었다.


"이안! 왜 이러는 거냐고?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너는 알고 있었던거야?"

"뭘? 나도 여긴 처음 들어와봐."


이선이 세자 도포를 두른 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왕의 짓이다."


예속의 말에 이선이 검을 거두었다.


"무슨···"

"저 괴물 하나를 살리려고 모두를 죽인 것이다."

"그럴리가 없잖아. 이안."

"매타도 천관도 모두 시인했다. 그리고 지금 저 괴물이 그 증거다."

"말도 안돼. 형님이 그렇게 황망하게 가실리 없어. 너 뭔가 잘 못알고 있는 것 아냐?"


왕이 아들의 족쇄를 풀자 아들은 눈 앞에 등 지고 서있는 예속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순간 이선이 예속을 옆으로 밀어냈다.

검을 쥐었으나 놈은 연체동물이라도 된 것인지 빠르고 자유롭게 몸을 낮춰 이선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선!!!!"


예속은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진 이선을 불렀다.

이선을 부르는 예속을 향해 세자가 다시한번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겸주가 부동부를 날려 세자의 방향을 틀었다.

예속이 부채의 하단을 풀어 편자처럼 넓게 펼쳐 들고 주술을 외웠다.

크게 동요함이 없던 그의 분노가 고스란히 부채 속 글씨들로 옮겨가는 듯했다.

글씨들이 춤을 추듯 부채를 벗어나며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이선!!!!!!!"


예속이 다시한번 이선을 불렀다.

글자들은 세자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점점 세자의 몸을 조였다.

나머지 글자들은 왕의 목에 파고들고 있었다.

왕의 목에서 피가 뿜자 마희들이 마구 달려들었다.

세자는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지르면서도 피 흘리는 아비를 향해 침을 흘렸다.


-피흉 피흉


지훤의 활이 왕에게 달려든 마희들을 향해 정확하게 내리 꽂혔다.

지훤은 별실의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속 죄송합니다. 저 또한 왕에게는 빚이 있는지라."

"괜찮습니다."


살아남은 마희들은 왕의 병사들과 무격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자는 뒤뚱거리며 예속의 글자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겸주가 파해부를 날렸지만, 세자의 몸에 닿기 무섭게 금새 타버렸다.


"어째서 겸주의 파해부가 듣지 않는 것이지?"

"아무래도 여러 실험을 통해 변이가 된 것 같습니다."


타석의 물음에 겸주가 답했다.

예속이 다시한번 부채의 한자를 날리려 하자 세자는 하나뿐인 눈동자를 부릅뜨고 자신의 팔다리를 잘라냈다.

팔다리가 뚝뚝 떨어져 나가자 그의 몸을 옥죄던 글자로부터 미끄러지듯 몸통을 뺀 세자가 그대로 벽을 타고 천정으로 늘러 붙었다.

뚝뚝 붉고 투명한 액체를 끊임없이 떨어뜨렸다.

그가 잘라낸 팔과 다리가 꿈틀 거리자 태호, 타석, 지훤이 각각 검과 삼지창, 활로 움직임을 저지했다.

천정으로 올라간 놈은 좀체 내려오질 않았다.

예속이 부채 살을 천정을 향해 날렸고 지훤이 활을 겨눠 놈을 겨냥했다.

머리와 몸통만 남은 놈은 미끄러운 액체처럼 예속과 지훤의 공격을 피해갔다.

엄청난 속도로 벽을 타고 내려온 녀석이 왕의 병사 중 하나를 그대로 꿀꺽 삼키자 순식간에 다리가 솟아났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머지 병사들이 주춤주춤 무격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뒤로 서라!"


지훤의 말에 주춤거리던 병사들이 후다닥 무격들의 뒤로 숨어들었다.

세자는 부족하다는 듯 사방을 마구 돌아다녔다.

지훤의 활로도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타석이 삼지창을 휘두르려 하자 예속이 저지했다.


"타석,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땅이 갈라지면 그 속으로 도망칠 것입니다. 그러면 잡기 힘들어집니다."

"형님 제가 벽에 파해령을 그리겠습니다!"


겸주가 벽으로 다가서자 놈이 빠르게 겸주의 손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겸주, 녀석에게 부적은 소용없습니다."


예속의 말에 무격도 병사들도 긴장했다.


"으아아악. 여기···여기···여기···."


놈이 순식간에 병사 하나를 삼켰다.

병사의 옆에 있던 이가 주저 앉아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에 사람을 삼킨 세자의 두 팔이 솟아났다.

예속이 차디찬 미소를 지었다.


"진정, 불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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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7 1 8쪽
» 제 43장 : 세자 22.08.07 50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7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8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7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8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3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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