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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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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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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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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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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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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19장 : 의심

DUMMY

날이 밝자 태호는 자비원 지배인에게 매타 가문과 사돈인 집을 아는지 수소문했다.


“매타요? 언제적 매타입니까. 차씨 가문이 매타 가문과 사돈이었으나 멸문지화를 당할 적에 대부분 같이 화를 당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해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괜한 걸음 하셨습니다.”


퉁퉁한 체격의 지배인은 헛걸음이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차씨 가문이라고 하셨습니까?”


타석의 질문에 지배인은 과거에는 차씨 가문이라고 누구나 알아주는 명망 높은 집안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집안이 있었는지 조차 모를 거라고 덧붙였다.


“그럼 그 차씨 가문과 먼 친인척이나 일했던 사람이라도 알 길이 없겠습니까?”


지배인은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말고 잠시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자비원 입구로 들어서는 여인을 보며 지배인이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여인이 무격과 지배인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차씨 가문에 대해 잘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인과 가장 가까이 서 있던 타석이 정중하게 인사 한 후 말을 건냈다.

여인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무격들을 살핀 후 입을 뗐다.


“예 차씨 가문의 여종이었지요.”

“저희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차씨 가문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살아 있다고 해도 이 지역에 살진 않을 것입니다. 혹은 성을 버리고 살고 있겠지요.”

“혹시 아는 사람이 없으십니까?”


여인은 다시한번 무격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차씨 문중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저희는 무격입니다.”

“예, 무격이시네요. 다만,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보시다시피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몸입니다. 이전 주인들의 행방을 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알만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타석의 질문에 여인이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는 잘 모르지만, 그분이라면 아실수도 있습니다.”


여인이 안내해 준 곳은 시장 내에 있는 약방 거리 내에 위치한 작은 약방이었다.

신식으로 세워진 점포들 사이에 간신히 자리 잡고 있는 낡은 약방에는 키가 아주 작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자는 여인과 무격을 단박에 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잠시면 됩니다.”


지훤의 말에 남자가 뒤돌아 여인을 째려보았다.

여인이 움찔하며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니 이만 가보겠다며 부랴부랴 약방을 나섰다.


“저 여편네가 무슨 말을 한건지는 모르겠소만 나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무격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약방은 무격 넷이 서 있기도 비좁았다.

겸주가 형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남자 앞에 서서 합장하였다.

남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합장했다.

겸주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지훤이 주변을 살폈다.

약방 안쪽에 작은 불상이 보였다.


“매타 가문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매타 가문이 없어진지가 언제입니까. 게다가 저는 매타 가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남자가 퉁명스레 답했다.

겸주가 남자를 달래듯 다시한번 설득했다.


“예, 매타 가문은 멸족하였지요. 다만, 사돈인 차씨 가문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한 것은 아니니 남은 분들을 좀 만나보고 싶습니다.”

“남았어도 무격님들을 만나려는 사람이 있겠습니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나랏님이 하루아침에 버리신거 아닙니까.”

“혹 차씨 문중 분이십니까?”


겸주의 질문에 남자가 자리에 다시 앉으며 입을 쭈욱 내밀었다.


“예, 저희 큰 누님이 매타 가문으로 시집을 가셨지요. 한밤중에 갑자기 비처럼 불화살이 쏟아졌습니다요. 저희 집안이 삼일 밤낮으로 활활 타올라 이 일대가 밤에도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저희는 도망가는 사람까지 잡아 죽이진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살아남았습니다. 대단한 의술을 펼치는 집안은 아니고 대대로 약방을 크게 했습니다. 그 크고 좋은 약방들 다 날리고 겨우 쓰러져가는 이 곳 하나 남았지요.”

“큰 누님이라면?”

“열두 남매 중에 제가 막내입니다. 큰 누님은 위로 큰 형님이 한분 더 계시고 장녀이십니다. 누님이 시집가실 때 저는 젖먹이였지요. 다만, 제가 자라면서 매형과 조카들을 데리고 여름이면 휴양을 오시곤 해 큰 누님이 오시는 팔월이면 신이 났더랬습니다.”

“조카들을 기억 하십니까?”

“하도 흉하게 멸문지화를 당해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시량을 아십니까?”


시량이라는 말에 남자의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형제중 막내 녀석입니다. 마음이 여리고 선한 아이이죠.”

“살아있습니다.”


겸주가 시량의 생존 사실을 알리며 남자의 동태를 살폈다.

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량은 살아있습니다.”


겸주가 다시한번 힘을 주어 말했다.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무슨 그런 흉한 농을 하십니까. 이놈은 아직도 조카들의 이름을 입밖에 내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미련한 놈입니다.”

“살아있습니다. 저희가 보았습니다. 매타 역시 살아있습니다.”

“어찌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까. 겸주님께서 어찌 그런 거짓을 말씀하십니까. 아닙니다. 아무도 살아있질 않습니다.”


남자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백지장처럼 하얘진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시량은 분명 이곳으로 도망쳤을 것입니다. 그를 돕고 싶다면 저희에게 알려주십시오.”


겸주가 먼저 약방을 빠져나왔다.

남자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무격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훤, 저 자를 쫓아. 태호 형님 아까 그 아낙의 뒤를 밟아주세요. 겸주는 이 지역 사찰을 돌아봐주고. 저는 이 지역 관아에 가서 별다른 동태가 없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유시(오후 5~ 7시)에 자비원에서 모이는 걸로 하겠습니다.”




[자비원]

태호과 겸주가 비슷하게 자비원에 들어섰다.

지훤과 타석은 아직이었다.


“형님, 지역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사찰인 서경사에서 차씨 문중 사람을 만났습니다. 비구니였는데 매타와의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사람이라 시량이 살았다고 해도 자신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다른 사찰들에서는 차씨 문중 자체를 잘 알지 못했고 마희 관련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듯했습니다.”

“관아 역시 마찬가지야. 흥화진의 이야기는 들었어도 황주 이야기는 모르더군.”

“형님, 시량과 박재화가 이곳에 있다해도 그들이 마희를 움직이거나 마희와 관련된 연구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습니까?”

“아마도. 시량이 제 아비처럼 마희 연구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만일 이곳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어디를 염두에 두십니까?”


태호가 답을 하려는데 타석과 지훤이 함께 들어왔다.


“어찌 두 분이 함께 오십니까?”

“남자가 자비원 여종을 왜그리 노려보았는지 알게 되었지.”


태호의 물음에 지훤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겸주를 향해 지훤이 이 지역 전체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무슨 연유로 지역 자체를 의심하는 거지?”


태호의 물음에 지훤은 남자를 추적하며 생긴 일에 대해 설명했다.



##


무격이 흩어지고 시간이 흐른 후 남자는 약방 앞에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약방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지훤은 지붕위에 올라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앞과 뒤, 양 옆은 살폈으나 위를 볼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한참을 조심스레 걷던 남자가 시장을 벗어나 소나무 숲에 다다르자 뛰기 시작했다.

소나무 가지 사이를 오가며 따라가던 지훤이 반대편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 몸을 낮췄다.

낮에 남자에게 무격을 안내한 여종이었다.

반대쪽 소나무 위에는 타석이 서있었다.

두 남녀는 만나자마자 격렬하게 말다툼을 벌였다.


“왜 그들을 데려온 것이냐?”

“지배인이 지목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질 않습니까?”

“그나마 목숨 부지한 우리가 모두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느냐?”

“네년은 그날도 그랬느니라.”


그날이라는 말에 여자가 두 눈을 희번떡 거리며 달겨들었다.


“내가 아직도 차씨네 종년인줄 아오? 툭하면 그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내 잘못이란 말이오?”

“조심할 자신이 없거든 말을 하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그럼 부탁을 하질 마시던가!”

“마시던가? 던가?”

“그래! 네가 언제까지 차씨 문중 막내 아들이냐? 문중이 어딨느냐 다 망한 집안에.”

“이런 미친것이 있나!”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고는 거리를 둔 채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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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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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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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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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80 1 9쪽
» 제 19장 : 의심 22.06.08 9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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