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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293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15 23:35
조회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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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제 26장 : 동공

DUMMY

“매석 너희는 너희의 일이,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있다. 선 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마라!”

“무격이 무격의 일 처리를 말끔하게 해냈다면, 우리가 직접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격이야 말로 너희의 무능함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태호와 매석의 이야기를 듣던 지훤이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매석을 향해 활시위를 다시한번 당겼다.

평소와 다른 지훤의 모습에 매석 또한 적잖게 놀랐다.

이번에는 타석이 달려들어 지훤의 두 팔을 마주 잡았다.


“지훤! 정신차려!”


타석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지훤은 계속해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타석의 힘을 누를 수는 없었다.

그러자 지훤은 주변 계곡의 급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훤! 멈춰!!”


태호도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지훤에게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겸주가 지훤의 등뒤로 다가가 푸른색 부적을 붙였다.

그제야 지훤은 몸을 늘어뜨리고 타석에게 기대 쓰러졌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이선이었다.


“왜 매석과 주화가 마희를 잡고 있는가?”

“이자를 마희라고 할 수 있는가?”


복매석이 재화의 고개를 꺾어 이선에게 보이며 말했다.


“죽지 아니하는 자, 마희들을 움직이는 자. 그럼 그를 뭐라 부를 겐가?”

“이선, 무격들은 이미 박재화와 시량을 놓친 전적이 있네. 게다가 시량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재화에 활을 겨누었네. 우리가 때마침 당도하지 못했다면, 지훤은 박재화를 소멸시켰을 걸세.”

“매석! 방금 뭐라 했지? 소멸이라 하지 않았나? 소멸은 마희에게나 하는 말인데 스스로도 인정하는 셈아닌가? 그리고 무격이 마희를 소멸하는 것은 그들의 임무이지 호위인 우리들의 몫이 아닐세. 놓아주게.”

“네가 뭔데 놓아주라 마라지? 게다가 지훤은 나에게 활을 겨눠 도포자락에 상처를 입혔네. 용서할수 없어!”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게. 매석은 지훤은 이길 수 없어.”


매석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해졌다.


“이선, 말 조심하게.”

“호위들의 말싸움을 듣기에 우리는 한가하지 않네. 어서 박재화를 내놓고 비키게.”


태호가 이선과 매석의 사이에 서며 말했다.


“이 자를 빼앗아가려면 나와 대결해야 할 것일세.”

“매석,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말아. 그는 태호야!”

“태호가 뭐 어쨌단거지? 나는 복매석일세!”

“유치한 어거지는 여기까지네 그만해. 태호의 말처럼 이럴 때가 아니네. 시량을 찾는 것이 먼저야.”


복매석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박재화를 주화에게 넘기고 태호를 향해 검을 겨눴다.

이선은 바보같은 일이라며 이마를 짚었고 태호는 기꺼이 그의 도발에 응했다.

겸주는 가부좌를 틀고 주변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을 살폈다.


매석이 먼저 태호의 검을 향해 자신의 칼날을 밀어넣었으나 태호는 반격도 방어도 하지 않은 채 슬쩍 비껴날 뿐이었다.

몇 번을 공격해도 마찬가지였다.


“태호! 무슨 짓이냐? 제대로 응수하여라.”

“이 상황에서 마주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에게는 충분한 응수다!”

“이자식이 감히!”


매석이 태호의 심장을 향해 칼을 뻗는 척하며 재빨리 우측으로 날의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태호는 이번에도 보란 듯이 그의 칼날을 비껴내고 검집으로 그의 오른손 팔목을 내리쳤다.

이선이 그 둘의 사이로 파고들어 매석의 앞에 섰다.


“그만해! 실력차이는 이정도면 충분히 알았을 텐데? 더 할수록 너만 우스워져.”

“건방진 자식들!”

“태호! 북동쪽에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그리 멀지 않습니다.”


겸주가 두 눈을 뜨고 태호에게 외쳤다.

타석을 제외한 무격과 호위들이 동시에 북동쪽을 향해 달렸다.

타석은 쓰러진 지훤과 박재화의 곁에 남았다.


겸주의 말대로 멀지 않은 곳에 시량이 도망치고 있었다.

이선과 태호가 달리는 시량의 앞을 막아섰다.

이어서 겸주, 매석, 주화가 퇴로를 막았다.


“허억”


시량이 예상치 못했는지 크게 놀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어딜 가는게요?”

“비켜 주시오.”

“그럴 순 없네. 우리가 함께가세.”


태호의 말에 시량이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격렬한 움직임에 머리카락이 뒤로 젖혀지며 그의 빨간 눈동자가 드러났다.

까만 눈동자의 눈에서도 빨간 눈동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하, 너무 웃긴 이야길 해서 참을 수가 없네.”

“우스웠는가?”

“우습지. 함께 가자? 어디로? 어디로 함께 하자는게요? 내 아버지가 계신 궁이요? 내 형제와 어머니가 계신 하늘이요? 당신들이 날 가둬둘 감옥이요?”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자가 하기에는 너무 뻔뻔한 이야기 아닌가?”

“그렇지. 내가 너무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지. 하지만, 너희는? 왕은? 그러지 않았는가? 그날 밤 우리 가족에게 너희는 그러지 않았는가?”

“매타 가문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하나 그렇다고 세상을 향해 복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네.”

“복수? 복수라. 복수일수 있겠다. 나의 일은 복수일 수 있겠으나. 내 아버님과 재화 형님의 일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두 분은 그저 나를 살리고자 한 일이다. 그것을 복수라 부를 순 없다.”


시량의 붉은 동공이 부풀더니 덩굴처럼 그의 눈두덩이와 이마, 볼을 뒤덮으며 머리 전체를 휘감았다.

손톱 또한 피처럼 붉은 색으로 변하여 땅바닥에 닿을만큼 빠르게 자랐다.


“내가 너희 손에 죽으면 너희는 나를 위해 내 어머니와 형님들 여동생을 살리거라. 그러면 공평한 거래다!”

“말도 안돼는 소리 말아!”


시량이 씨익 미소를 짓고는 열 손가락의 손톱을 전부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주변 식물 뿌리가 그의 손톱과 연결되며 그가 식물들의 영양분과 수분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럴수록 그의 몸집은 거대해지고 그의 머리를 휘감은 붉은 동공은 점차 그의 온몸을 감싸 흡사 빨간 갑옷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무격과 호위들 모두 적잖게 놀랐지만, 곧장 공격 태세를 갖췄다.



##



타석이 지훤의 입술에 계곡 물을 흘려보냈다.

지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지훤! 지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지만 타석의 목소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예, 형님.”

“정신이 들어?”

“예, 괜찮습니다.”


지훤이 머리가 아픈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무슨 일이야? 어제부터 심상치 않던데?”


타석의 물음에 지훤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형님, 다들 어디로?”

“호위들과 함께 시량을 따라 갔다.”


호위라는 말에 지훤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무슨 일이야? 호위들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매석과 주화가 방해 하는게 한 두번도 아닌데 이번에는 너무 심했어.”

“시량을 따라 어느 방향으로 갔습니까?”

“지금은 무리야. 게다가 이선도 있으니 별문제 없을 거야.”

“시량이 아니라 저는 매석과 주화를 좀 만나야겠습니다.”

“매석과 주화?”


타석은 잠시 한숨을 쉬고는 엄한 표정을 지었다.


“지훤, 지금 우리가 여기 무슨 일로 왔는지 잊었나?”


타석의 목소리가 변했다는 걸 눈치 챈 지훤은 곧장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형님, 죄송합니다. 무격의 일을 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수천번도 더 외치고 있습니다. 허나, 가슴에 서린 일이 있습니다.”

“가슴에 서린 일이라면 지금 이일을 끝마치고 시시비비를 가려도 되는 것 아니냐? 시급한 것이냐?”


타석의 질문에 지훤이 고개를 숙였다.


“지훤, 무슨 일인지 모르나 지금은 시량과 박재화를 잡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그 이후에 너를 위해 나또한 함께 하마! 아니 무격이 함께 할 것이다.”



##



시량은 나뭇잎 덩굴 같은 혀와 손톱으로 주변 나무들을 감싸 뽑아 들고 무격 일행에게 집어 던졌다.

주화가 편으로 날아오는 나무들을 좌측으로 밀어냈다.

이어서 태호, 이선, 매석이 시량을 향해 좌우와 중앙에서 파고들었다.

그 뒤를 겸주가 파해부를 공중에 띄워 세 사람의 사이사이를 일직선으로 날렸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공격에 시량의 온몸을 감쌌던 붉은 동공 넝쿨이 무격과 호위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가장 먼저 태호가 넝쿨을 잘라냈지만, 잘린 자리에서 바로 새 넝쿨이 꿈틀거렸고 쉼 없이 칼날을 휘둘렀음에도 새로운 넝쿨이 계속해서 솟아났다.

주화가 편으로 시량의 머리를 노리고 채찍질을 하자 열 개의 붉은 손톱이 주화의 편을 막아섰다.


쉭-


지훤의 화살이 열 개의 붉은 손톱을 뚫어내고 고목 중앙에 꽂혔다.

지훤의 뒤로 타석의 삼지창에 묶인 채 재화가 늘어져 있다.

재화의 모습을 발견한 시량이 기괴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쉭-


지훤의 화살이 괴성을 지르는 시량의 오른쪽 눈 동공에 정확하게 내리 꽂혔다.

붉은 동공 넝쿨이 화살이 꽂힌 오른쪽 눈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공이 빨려들어가는 내내 시량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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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6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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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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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3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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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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