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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16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05 09:05
조회
118
추천
3
글자
9쪽

제 15장 : 붉은 댕기

DUMMY

타석이 끈에 손을 대자 마희들의 움직임이 기묘하게 변했다.

갑자기 타석을 바라본 것이다.


“타석 형님, 이 끈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저절로 끊기는 것 같습니다.”


겸주의 말처럼 끈은 빠른 속도로 삭아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놈들이 어디에서 출발 했는지는 몰라도 마을에 도착할 즈음 끈이 끊어지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간신히 마희들을 엮었던 끈이 스륵 사라지자 온몸을 뒤틀며 무격을 향해 달려들었다.

태호가 순식간에 검으로 소멸시키자 겸주가 잠시 합장했다.



날이 밝았지만 무격은 쉽사리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타석 형님 어제 나타난 놈들이 오늘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놈들이 어디서부터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경으로 출발할 수는 없으니 오늘 밤 놈들을 잡고 서경으로 출발하시죠.”


태호의 말에 타석도 동의했다.


주모는 아침 일찍 무격의 식사를 준비했다.


“무격님들 식사하시지요.”


지훤이 가장 먼저 대청에 준비된 아침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주모, 마희가 종종 나타납니까? 어제처럼 그렇게 줄을 지어서요?”

“아니오. 제 평생 마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럼 이 마을에는 어제 나타난 게 처음이란 건데...”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주모의 질문에 태호, 타석, 겸주가 자리에 앉으며 어서 물어보라고 했다.


“마희를 본 적은 처음이나 듣기로는 마희는 아주 빠르고 가차없다고 들었는데 어제 그 놈들은 저를 못보는 것 같았습니다요. 그렇다면 마희가 그리 위험하진 않은게 아닌가요?”


주모의 물음에 겸주가 파해부 한 장을 꺼내 주모에게 건내며 말했다.


“파해부입니다. 혹시라도 마희가 나타나면 손에 쥐고 방안에 숨어 계십시오. 주모의 말처럼 어제 저희가 본 마희들의 움직임은 이상한게 맞습니다. 다만, 어떤 주술 때문인것인지 그 주술이 풀리자 마자 주모께서도 들은 바 있는 빠르고 가차없는 놈들이 되었지요.”

“에그머니나. 파해부를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만, 무격들께서 싸그리 없애주고 가십시오. 생각만해도 너무 무섭습니다.”

“예 그래야겠지요. 혹시 몰라 드린겁니다.”


무격들이 식사를 반쯤 했을 때 젊은 부부가 소리를 지르며 주막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낙은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렸다.


“무격님들 제발 저희 딸 아이를 좀 찾아주십시오.”


사내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겸주가 벌떡 일어나 사내를 일으켜 대청으로 모셨다.


“무슨 일이십니까?”

“딸이 우리 딸이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아이를 찾아주세요.”


밤사이 사라졌다는 말에 태호가 입을 열었다.


“밤사이라면 아이가 밤에 밖에 돌아다니기라도 했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어제 밤 비명소리가 들려 이놈이 밖에 나가보았지요. 별일 없었습니다.”


남자의 말에 무격들을 짚이는 바가 있었다.


“혹시 줄을 서서 걷는 마희들을 만나셨는지요?”

“예 별일이 없길래 잘 못 들었나 싶어 들어가려는 순간 또 비명소리가 들렸지요. 옆 집쪽에서 나는 소리라 부리나케 달려가 보았습니다. 저희 옆 집은 제 동생네 가족이 살고 있는데 동생과 제수씨가 숨도 못 쉬고 떨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말에 따르면 동생네 집 앞으로 마희 셋이 줄을 지어 걷고 있었고 이를 목격한 동생 부부가 놀라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희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걷고 있는 상태라 그대로 숨어서 마희들을 살폈다는게 남자의 설명이었다.


“마희가 그대로 지나갔는데 딸이 사라졌다는 말씀이십니까?”


태호의 질문에 이번에는 아낙이 말을 이어갔다.


“저도 남편을 뒤따라 나왔다가 마희를 보고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남편이 제 팔을 부축해 도련님 부부 옆으로 갔지요. 저희 모두 숨 죽이고 놈들이 지나가길 기도하며 지켜봤습니다. 고목을 끼고 돌길래 빨리 집에 들어가 빗장을 걸자고 했습니다. 도련님 부부도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고 저희도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때 이상한 걸 느꼈습니다. 저희가 문을 열고 나갔던 겁니다. 방에 들어가봤더니 딸 아이가 없는 겁니다. 아마도 잠이 깼는데 애비애미가 없으니 찾으러 나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분, 비명 소리를 들었을 때 문을 열고 나간 것이 확실 하십니까?”

“아마도 그럴겁니다. 왜 그러십니까?”


지훤은 부부가 문을 열고 나가 대문이 열려있던 상황인 것과 닫은 상태에서 딸이 문을 열고 나간 것은 엄연히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분명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요.”


부부의 말에 지훤이 턱을 쓸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가 나왔다기 보다는 마희가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겠는 걸.”


지훤의 혼잣말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아낙이 그대로 나자빠졌다.


“아이고 아이고 무슨 말씀 이십니까? 마희가 잡아갔다니요.”


겸주가 아낙을 달래며 말했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지요.”


남자가 아내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화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사실 저희도 그게 의심스러워 이리 아침부터 무격님들을 찾아온 것입니다. 다만 믿고 싶지가 않을 뿐입니다.”


남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것 같고 그저 지나가던 마희들이 어째서 자신들의 딸을 데려갔겠느냐 물었다.

그의 질문에 지훤이 지난 밤일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은 저희도 아이를 찾아볼테니 두 분은 밤새 아이를 어디까지 찾아보셨는지 알려주십시오.”


부부는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안 순간 곧바로 아이를 찾아 나섰지만, 금새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창피한 말입니다만, 주변에 마희들이 아직 있다면 저희도 위험할 것 아닙니까. 아이를 찾더라도 그럴수는 없어 우선 주막으로 향했는데 오는 길에 또 다른 비명 소리를 듣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있다가 동이 트기 무섭게 아이를 찾아 마을을 돌았습니다. 마을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와있는 겁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자 겸주가 부부를 위로 했다.


“아닙니다. 잘하신 판단이십니다. 아주 위험했습니다. 만일 아이를 찾겠다고 무작정 바로 뛰쳐나가셨다면 큰 화를 입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확신한 것이 없으니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무격은 또다른 피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황주 관아로 향했다.



##



무격이 관아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 명이 밤새 사라진 가족을 찾아달라고 나졸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젯밤 순라꾼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무격 아니십니까? 황주 관아 나졸 박형수입니다. 어제 저희 순라꾼은 유주봉이란자인데 안그래도 그자가 연락이 되질 않아 저희도 찾던 중입니다.”


이야기를 마친 나졸이 관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이어 지방관이 나와 무격을 맞았다.

지방관은 역시 대략의 내용을 들어 마희 출몰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오늘 밤에도 마희가 출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선 마을 사람들에게 해가 지면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시고 집집 마다 이 파해부를 한 장 씩 나눠주십시오. 절대 집 밖으로 나서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하셔야 합니다.”


겸주가 파해부를 지방관에게 전하며 신신당부 했다.



##



아이가 사라진 집 앞을 살펴보던 지훤이 모두를 불러모았다.


“여기, 무언가 끌고간 흔적이있어.”


지훤의 말대로 땅이 쓸린 흔적이 북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흔적을 따라 걷다 보니 성황당이 나타났다.

성황당 앞에서 흔적은 사라졌다.


겸주는 성황당 앞 바닥에 노란색 가루를 흩뿌렸다.


“그 가루는 뭐야?”

“이 지역 마희들은 처음에는 뭔가에 묶인 듯 걷지 않습니까. 그때 몸에 가루가 묻으면 더 이상 걷지 못합니다.”

“아! 걷지 못하면 그 끈도 닳아 없어질 시간이 늘어나겠구나.”

“그러지 않을까요? 적어도 시간을 좀 벌어두고 놈들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왜 저런 행태를 보이는 지 파악하기 쉽지 않을까 해서 부동부를 조금 변형해 만들었습니다.”


겸주의 말을 듣던 지훤이 기특하다는 듯 겸주의 어깨를 두드렸다.


솨아아


바람이 불자 성황당 끈이 일제히 흔들렸다.

무격이 일제히 무기를 챙겨 들었다.


성황당 주변 땅이 솟구치더니 땅속에서 마희들이 올라왔다.

적게는 세 명에서 많게는 다섯명씩 묶인 채 줄줄이 올라와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역시 무격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스물 정도의 마희가 올라오자 더 이상은 마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땅에서 올라온 마희를 보고 태호가 짧게 탄식했다.

태호에게 물을 건네준 붉은 댕기를 한 아이였다.

태호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천진하게 미소짓던 아이의 얼굴은 이미 표정을 잃었고 생동하던 영혼도 사라진 후였다.

태호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무격들은 그런 태호를 보며 몹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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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7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4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5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2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3 2 9쪽
»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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