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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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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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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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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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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DUMMY

지훤의 질문에 무녀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만 해도 움직임이 자유로웠지요. 그 일로 법경이에게 미움을 사 온갖 마희와 악귀들이 공격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일로 천관에게 미움을 샀다는 것은 우리 형제를 천관이 해하려했다는 뜻이오?"


지훤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무녀가 이번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천관이 된 법경이는 그간 어머니를 도왔던 모든 인물들을 해하기로 마음 먹었는지 닥치는 대로 괴롭혔습니다. 그중 무격도 포함되었지요."


지훤이 어금니를 아드득 깨물었다.

무녀는 다시한번 고개를 숙였다.


"우리 형제를 구하고 천관에게 벌을 받았다는 의미십니까?"

"함부로 끼어들어 자신의 일을 막았으니 더는 누이가 아니라고 했지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 아이를 두고 떠나면 법경이가 더 어리석은 판단을 할 것이 뻔해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죽이지 않고 저를 나찰지옥에 빠뜨렸지요."

"나찰지옥?"


나찰 지옥은 실제 지옥은 아니나 무녀의 눈에만 보이는 기괴한 모습의 동물들이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관리하였다.


"머리는 호랑이에 몸은 말 등에는 매의 날개가 달린 놈, 용 머리에 곰의 몸을 한 놈, 매의 얼굴에 토끼의 눈을 하고 인간의 몸을 한 놈 등 온갖 나찰들이 매일 같이 주변을 돌며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하였지요. 기도를 하거나 주술을 외우면 그 즉시 나타나 신당을 부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법경이를 위해 기도할 때만은 괴롭히질 않았지요. 그러다 진묵 대사님을 뵈었고 진묵 대사께서 놈들이 신당에 드나들 수 없도록 탱화를 그려주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법경이가 노발대발하였지만, 무슨 연유인지 신당에 나타나진 않았지요. 그때부터 기도를 하며 보이는 것들 중 제가 막을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막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이 신당을 찾도록 하신 것이구요."

"예, 태호님. 그런데 그것이 그 아이를 또 다시 건드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천관이 이전까지는 진묵 대사의 탱화 때문에 신당에 드나들지 못했다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지 않습니까?"

"그만큼 더 세진 것이겠지요."

"더 세졌다라···"

"예, 법경이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신기가 있었습니다. 그 신기로 천관까지 올랐지요. 그런데 어린 제가 보기에도 법경이의 신기는 날로 가파르게 세졌습니다. 지금도 그 아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나봅니다."

"천관은 본디 나라의 안위를 지키는 자리요. 백성의 슬픔을 보듬는 자리요. 하지만, 현 천관은 그것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본디 악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동생을 변론하자면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죽임을 당한 아이입니다. 그저 자신을 지키려 상대를 해한 것인데 그 힘이 너무 강했던 것이지요."

"어찌 막아야 합니까?"


무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훤은 무녀의 말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런 지훤의 행동을 태호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태호는 지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훤이 태호를 바라보자 태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짓는 지훤이었다.


"차라리 지난번처럼 화를 내."

"아니야. 궁금증이 다 풀렸어."

"무슨 의미야?"

"그간 어머님의 일도 그리고 우리 형이나 내가, 아버지가 당한 일들 모두가 궁금했는데 한꺼번에 모두 풀린 기분이야."

"그래서?"

"응?"

"그래서 어찌 할 건데?"

"뭘 어쩌겠어. 궁금하던 일들이 풀렸으니 됐어."


지훤이 팔을 머리 뒤로 올리며 웃어 보였다.


[기필천]


무격들에게 진평에서의 일을 보고 받은 예속이 안경 알을 비단천에 닦아 다시 끼우며 말했다.


"천관의 신기가 날로 성장한다는 것은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천관이 마희를 움직인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네요."

"예, 저희도 그것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매타와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예속 생각은 어떠십니까?"

"글쎄요.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타석, 겸주, 예속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태호는 지훤을 살폈다.

아무 말이 없던 지훤이 그런 태호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왜? 너 요즘 나를 너무 쳐다보는 경향이 있어."

"내가?"

"응. 왜 갑자기 내가 너무 멋있냐?"

"하··· 됐다··· 내가 무슨."


지훤이 의자를 까딱거리며 웃자 태호가 검으로 의자 다리를 내리쳤다.


"똑바로 앉아!"

"아이쿠. 태호님이 어딜 가시나. 쳇. 알았어."


예속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자 두 사람 모두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예속을 바라보았다.


"겸주 가문에서는 시량과 박재화를 어쩌기로 하셨습니까?"

"아직 문중 회의 중입니다."

"예, 겸주 가문이시라면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해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예속!"

"예, 겸주 말씀하세요."

"만일 저희 가문에서 두 사람을 천관에 넘기라 결정하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겸주의 질문에 예속은 가벼운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보내야지요."

"네?"

"겸주 가문의 진중하고 신의 있는 결정을 따르겠다 하였습니다. 그 결정에 토를 달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왜 예속께서 결정하지 않고 저희 가문에 결정권을 넘기신 것입니까?"

"결정권이라니요. 저도 머리가 좀 아팠습니다. 도움을 청한 것이었습니다."


겸주가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앞에 찻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조금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예속에게 말했다.


"예속,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시간이 필요하신 것 아닙니까? 문중 어른들께서는 예속께서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다셨습니다. 저희에게도 비밀이신겁니까?"


겸주의 말에 나머지 무격들도 놀란 표정으로 예속을 바라보았다.

예속이 자신의 멋쩍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 생각하셨습니까."


예속이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를 굽히고 겸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해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으나 겸주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시간을 얻고자 한 것은 사실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더불어 조언도 필요했습니다. 저라고 언제나 옳은 결정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예속의 태도에 귀까지 빨개진 겸주가 곧장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였고 나머지 무격들도 모두 일어 섰다.


"아니, 예속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압니다. 겸주! 하지만, 오해하게 한 것은 맞는 듯합니다. 저는 무격으로써 무격들에게 한치의 비밀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도움을 청하고자 한일이었습니다. 자꾸 사사로운 마음이 들어 그리하였습니다."

"사사로운 마음이라니요?"

"저도 사람인지라. 선대 예속의 죽음에 항상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매타 가문의 일을 겪고 보니 머리가 혼란하여 시간이 필요했고 또, 어찌 해야 할 지 조언도 필요했습니다."


태호가 예속을 향해 물었다.


"예속, 혼란함은 정리 되신겁니까?"

"예, 겸주 어르신들께서 역시나 제 의중을 파악해주시고 시간을 주셔서요."

"그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오전까지만 해도 매타 가문의 일, 선대 예속의 일, 지훤 가문의 일은 모두 각각의 일들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허나 조금 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 일들이 각기 다른 일이 아니라는데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중에 겸주 가문에서 연통을 주셨습니다."

"네?"


겸주가 놀라서 토끼 눈을 했다.

예속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긴 나무 상자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겸주 가문 문중결의라는 글자가 맨 첫 줄 위에 뚜렷하게 쓰여 있었다.

<마희를 잡는 것은 무격의 일이요. 잡다라는 의미에는 사냥한다와 움겨쥐다, 손에 넣다는 뜻이 통용되는 바. 시량과 박재화는 사람을 마희로 만들고 조종하였으니 명백한 마희요. 그 둘을 무격이 결정하는 것은 무격의 일이다. 시량과 박재화가 일반적인 마희와 다른 모습을 하였다 하여도 마희라는 점에서는 명백하며, 진화된 마희라면 더더욱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큰 화를 막는 것이 무격의 일이며, 겸주 문중에서는 그 둘의 처분을 무격에 맡기는 바이다.>


"겸주 가문에서는 그 둘을 저희에게 맡기셨습니다. 더불어 그 둘을 진화된 마희로 보았지요. 그 둘은 이제 저희가 직접 설득해야 할 것같습니다."

"설득 하다니요?"

"매타를 천관의 손에서 빼내기 위해서는 그 둘이 필요합니다."


예속의 답변에 태호가 질문했다.


"예속께서는 천관이 모든 일의 주동이라고 보십니까?"

"아마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확증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은 매타가 키가 되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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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 42장 : 비극 22.08.05 47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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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8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3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4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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