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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29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7.03 21:05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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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 35장 : 수수께끼

DUMMY

그날 밤, 겸주 문중회의가 열렸다.

원형의 대회의장은 네 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었는데 기둥에는 부동간처럼 깨알 같은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북쪽 중앙에는 참나무로 만든 문장의 자리가 있었고 그 뒤 좌우가 유사와 역대 겸주의 자리였다.

그들의 의자 역시 참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그 어떤 꾸밈도 없이 수수한 의자였다.

문장을 기준으로 좌측 기둥 쪽에는 현재 겸주 가문을 이끌고 있는 10인이 자리했고 문장 우측 기둥에는 겸주 가문의 여성 참석자들이 자리했다.

문장의 맞은편으로는 고승들이 앉았다.

갑자기 열린 회의임에도 모두들 차분하게 앉아 문장의 입장을 기다렸다.

정중앙에는 겸주와 유사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문장이 대회의장에 들어서자 고승을 제외한 모두가 일어섰다.

문장은 제일 먼저 고승들께 인사하고 문장 옆자리에 자리한 5대 겸주에게 인사를 건냈다.

이어 좌측과 우측 겸주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 문장이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오늘 여러분을 긴급하게 모시게 된 연유는 부동간에 있는 자들 때문입니다."


부동간이라는 말에 장내가 아주 잠시 낮게 술렁였지만, 겸주 가문의 특성인지 이내 차분해졌다.

부동간에 갇히는 이들은 주로 연구가 필요한 마희였기 때문에 회의 소집의 이유를 몰랐던 이들은 당황했다.


"문장, 부동간에 있는 이들이라니요?"


고승 훈보가 물었다.

문장은 합장하고 고승들에게 그간의 일들을 간략하지만 소상하게 설명했다.

문장의 이야기를 들은 고승들이 잠시 속삭였다.

불안한 마음이 든 겸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문장, 제가 스승님들께 약간의 설명을 보태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9대 겸주 인사드립니다."


겸주의 인사에 고승들은 반가우면서도 흐믓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동간에 있는 자들은 마희이면서 마희가 아닙니다. 문장께서 그들에 대한 처분을 고심하시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마희면 마희지, 마희이면서 마희가 아니다는 무엇입니까?"

"훈보 스승님. 저자들 중 시량이라는 자는 매타 가문의 자제로 눈에 마희를 피를 주입 받아 마희도 사람도 아닌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문장이 해서 알아들었습니다. 다만, 왜 누가 마희의 피를 그에게 주입한 것입니까?"


훈보의 질문에 겸주가 잠시 머뭇거렸다.


"겸주!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주세요. 이 노인들이 이해하려면 솔직해야 합니다."

"훈보 스승님, 추호도 거짓은 없습니다."

"좋아요. 겸주는 어려서부터 매우 솔직했지요. 누군가 혼나게 될 것 같으면 얼굴이 빨개져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요. 그때 제가 말했지요? 누군갈 돕고 싶다면 돕고 싶은 이유와 상황을 소상하게 말해야 한다구요. 그럼에도 도울 수 없다면 그건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요."

"예, 그렇게 가르침 주셨습니다. 스승님 저는 지금도 저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무격이 결정지어야 할텐데요?"

"무격 결정 이전에 저희 겸주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 현 예속의 생각입니다."

"그래요. 매타 가문의 아들에게 마희의 피를 주입한 자가 누구입니까?"

"······폐하···십니다."


겸주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겸주, 매타 가문이 멸족한 건 알고 계시는 것이지요? 무격들도 알테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리 데려왔고 마희이나 마희가 아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신거지요?"

"예,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도 시량이 살아있는 것은 알고 계십니다."

"무격이 잡은 것도 아십니까?"

"···예, 호위들과 있었으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호위들이 데려가지 않았다는 건, 마희 아닙니까?"

"그게···."

"겸주, 겸주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않으면 그 어떤 결론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겠죠."

"예."


훈보가 겸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겸주가 착찹한 듯 숨을 깊이 내쉬었다.


"겸주 조금 더 말씀해주세요."

"스승님, 마희는 인간의 피를 갈구합니다만, 저 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량은 치료를 위해 마희의 눈과 피가 필요했다면, 박재화는 연구대상으로써 마희의 피 혹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섞인 환과 물을 꾸준히 섭취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상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지 않았다. 물지 않았다 하여 마희가 아닙니까? 또한, 물지 않았으나 마희가 출몰하는 지역이면 어디든 가서 그들의 피 혹은 그들을 생포하여 주변에 퍼뜨린 이들입니다. 마희와 다를 바 없지요. 어쩌면 더 나쁜 것 같습니다."

"허나"


훈보가 오른 손을 들어 보이며 겸주의 말을 막았다.


"겸주. 오늘 회의는 결론이 바뀔 리 없을 것 같아요."


문장이 자리에서 일어서 고승들에게 말했다.


"스승님 그리고 모든 겸주님들 오늘 회의의 안건은 그 둘이 마희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을 연구 할 가치가 있느냐와 이를 위해 매타를 구해야하느냐에 대한 회의입니다."


문장의 말에 다시한번 장내가 술렁였다.

이번에는 꽤 길게 큰 소리로 술렁였기 때문에 겸주는 마른 입술을 다셔야만 했다.


"문장. 이 늙은이가 잘 못들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 문장이 한말은 저 둘을 연구하겠다라는 것 하나와 연구를 위해 천관 그러니까 폐하께서 윤허한 천관의 공간에 있는 매타를 데려와 아니 구해와 이 곳에서 마희 연구를 하도록 하겠다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훈보의 옆에 잠자코 앉아있던 누더기 도포를 두른 고승이 온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훈보 그 말은 너무 정재되어 있어요. 아이들의 말은 그것이 아니고 왕명을 어기고 마희를 도와 매타를 구하고 마희가 다시 사람이 되도록 연구하겠다는 것 같은데요?"


겸주 가문 여성 참석자 중 가장 눈빛이 매서운 이가 손을 들었다.

겸주 가문은 여성들 역시 모두 삭발을 하였다.


"통도 지역 겸주 사현입니다. 겸주께 여쭙습니다. 우리가 왜 그들을 도와야 합니까?"

"죄를 사해 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들을 마희이되 마희가 아니다라고 말씀 드린 것은 저들이 사람을 문다하여 마희가 되질 않았으나 마희를 물었을 때는 마희에게 지능이란 것이 생겼습니다. 물론 마희가 진화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우려가 깊습니다. 하지만, 적을 알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보다 더한 마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폐하께 간청하여 정당하게 승인을 받으시지요."


사현의 말에 모두들 옳다고 이야기했다.


"사현 사제님의 말씀이 백번 옳으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마희 연구에 대한 부분은 윤허해주시질 않았습니다. 더불어 마희가 아닐 경우 그 둘을 천관에게 넘기라 하셨습니다. 매타는 천관이 데리고 있고 저는···저는···"

"천관을 믿을 수 없다?"


사현의 말에 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훈보가 고개를 쭈욱 빼며 말했다.


"겸주, 무격은 우리가 반대하면 그리 따르실 겁니까? 우리가 안된다 하면 저 둘을 천관에게 넘기실 겁니까?"

"예. 예속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겸주의 생각에 예속의 속뜻은 무엇입니까?"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예속은 저희가 반대를 해도 그들을 쉽게 천관에게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또 저희가 찬성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예속의 깊은 뜻에 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훈보 옆의 누더기 도포를 두른 고승만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문장, 오늘 회의의 결론은 다음으로 미루시지요. 오늘 결정하기에 너무 무거운 주제입니다. 다음 회의는 이 늙은이들 위해 며칠간의 말미를 주십시오. 긴 여정에 피곤합니다."


훈보의 말에 문장이 회의 해체를 선언했다.

모두들 돌아가고 대회의장에는 문장과 유사, 겸주만이 남았다.


"스승님들께서는 무슨 생각이신 걸까요?"

"말씀 그대로 예속께 시간을 드리는 것 같구나."

"시간을요?"

"폐하께서는 저들을 생포하라 하셨고 마희라면 무격이 아니라면 천관이 그들을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 않았느냐?"

"예, 마희라는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폐하도 어쩔 수 없이 무격에게 맡길 테니. 하지만, 정말 마희라면 소멸시켜야겠지. 그러나 네 말처럼 예속도 그들이 어찌하여 그리 된 것인지 알고자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진화한 마희에 대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매타 가문의 일도 궁금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멸족한 매타와 선대 예속에 대한 궁금증이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구나."

"선대 예속이 매타와요?"

"매타와라기 보다 같은 시기에 매타 가문이 멸족하고 선대 예속은 자연사를 했지. 매타 가문의 멸족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았고 선대 예속은 천재의 박명이라 하였으나, 사실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 예속 가문은 더할 것이고. 같은 기간에 벌어진 두개의 알 수 없는 죽음은 현 예속에게 큰 의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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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7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8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5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9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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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9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9 1 9쪽
21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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