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usepia 님의 서재입니다.

무격(武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musepia
작품등록일 :
2022.05.22 14:07
최근연재일 :
2022.08.14 13:3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6,317
추천수 :
116
글자수 :
180,418

작성
22.06.10 21:00
조회
85
추천
1
글자
9쪽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DUMMY

시량은 사지가 묶여 방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방 밖의 남자를 향해 달겨들 태세였다.

하지만, 여자의 비명은 남자에게 꽂혀있던 시량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잠시 자신에게서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남자는 네발로 기다시피 집을 벗어났다.

앞서 구르듯 뛰는 여자가 보였다.


“으아아아. 마희다!!!”


여자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거리로 뛰쳐나왔다.

순식간이었다.

몸집을 부풀린 박재화가 여자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일순, 마을 사람들도 모두 얼어붙었다.

뒤따라 뛰던 남자는 주저앉았다.

재화는 오른손으로 여자가 목을 쥐었다.

금새 새빨갛다 못해 보랏빛이 된 여자가 두발을 버둥거렸고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나서질 못했다.

그때 남자가 기어와 엎드려 읍소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시량이를 봐서라도 그러지 말아주십시오. 그리 하면 이 마을 전체를... 전체를.... 지금 시량이는 치료가 급한 것 아닙니까.”


남자의 말에 재화가 여자를 집어 던지고 본래의 몸집으로 돌아왔다.


“그 누구도 발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발설하는 자가 단 한명이라도 나오면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재화의 말에 마을의 어른인 듯한 노인이 남자의 옆에 함께 엎드려 말했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절대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 시키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재화가 나머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고 사람들은 모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무 아래까지 굴러떨어진 여자는 아픈 것도 잊은 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했다.

재화는 남자에게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아 두고 문 앞을 노인과 함께 지키라 하고 시량이 있는 초가집으로 향했다.



##



“허나 그 일은 일부러 발설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훤이 미소를 지으며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가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하였다.

지훤이 일어서며 타석을 바라보자 여자가 질겁을 하며 말했다.


“마...말합니다. 합니다. 합니다요.”


지훤이 다시 여자 앞에 앉았다.


“어찌된 연유인지 그 마희인줄 알았던 분이 한 시진(2시간)이 지나니 멀쩡해지더라고요.”



##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는 집으로 재화와 시량이 들어섰다.

시량은 백옥처럼 하얀 사람이었다.

여자라고 해도 너무 예쁜 사람이라 마을 사람들은 종전의 소동도 잊고 멍하니 시량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분이 무슨 마희라는 거야?”


소동을 일으킨 여자를 꼬집으며 개똥 어멈이 말했다.

여자는 억울하다는 듯 눈을 위아래로 째려보며 속삭이듯 개똥 어멈에게 궁시렁거렸다.


“개똥 어멈이 못봐서 그래. 아까는 안 저랬다니까. 아까는 눈이 빨갛고 아무튼 묻지마!”


시량이 마을 사람들 앞에 나섰다.


“소동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다만, 여러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차가 외손 유시량입니다. 저희는 곧 이 마을 떠날 것입니다. 다만, 안전한 장소가 확보 될 때까지는 마을에 머물겠습니다. 그때까지 비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비밀을 주신다면 저희도 여러분께 그 어떤 해도 가하지 않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시량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불안한 얼굴로 연신 시량의 외숙부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남자는 살아돌아온 조카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시량도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남자가 반가운 마음에 시량의 손을 덥썩 잡자 재화가 바로 그의 손을 재지했다.

남자도 움츠리며 두 손을 들어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바로 마을 내 빈 집을 두 사람에게 내주었다.

그러는 동안 재화는 인근에서 가장 산세가 험한 기주산에 은신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화가 산에 가 있는 동안 시량은 내내 잠에 빠져들었다.

외숙부가 조석으로 조카를 살피러 들렀다.

몸에 좋다는 온갖 탕약을 다 지어먹였지만, 영 핏기가 돌지 않아 외숙부는 시름이 늘었다.

재화도 하루종일 잠만 자고 기운이 없는 시량이 걱정이었다.


“시량, 마희가 필요할 것 같다.”

“이 곳에는 마희가 없습니다. 어디서 구하시려구요. 그리고 저는 됐습니다. 그저 붉은 꽃이면 됩니다.”

“꽃으로 아니되니 하는 말 아니냐.”

“다른 지역에서 마희를 데려왔다가는 순식간에 퍼질 수 있습니다. 저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데려올 필요 없다.”


재화의 말뜻을 알아들은 시량이 질겁하며 말렸다.


“형님, 그런 생각일랑 꿈에도 하지 마시오. 절대 안될 일입니다. 경을 칠 일입니다. 더는 죄를 짓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님은 찾지 않을 것이냐?”


시량은 아버지란 단어에 괴로운 얼굴을 했다.


“아버님은 찾고 싶습니다... 허나 아무런 죄없는 이들을 마희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아버님과 제가 한 죄악이 너무 커 이 또한 벌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량이 돌아누웠다.

재화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사실, 시량에게 마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눈치채고 있었다.

누군가 그들의 마당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재화는 빠르게 인기척을 찾아 뒤쫓았다.

소동을 일으켰던 여자가 감자 바구니를 들고 덜덜 떨며 한 집으로 들어갔다.


“크크크큰일이났네. 큰일이 났어.”


여자는 소리가 나오질 않는지 간신히 끼억거리며 소리를 냈다.

집에서 나온 남자가 무슨 일인지 묻자.


“저 외지인들 말이오. 내가 뭐랬소 마희라 하지 않았소.”

“쉿! 경을 칠일이 있나. 왜 그 사람들 얘기를 꺼내고 그러오?”

“안꺼내게 됐냐고. 내가 이 감자를 갖다주러 갔는데 아이고 심장이야. 지금도 심장이 뛰네. 마희가 필요하다고 하지 뭐요. 우리 마을 사람들을 마희로 만들겠다고 하는걸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고.”

“그게 참말인가? 그게 진짜라면 큰일일세 당장 관아에 가서 고해야겠네. 가세!”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화가 그의 사지를 찢어 각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여자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바들바들 떨었다.

재화는 단숨에 여자에게 다가가 여자의 입속에 자신의 손을 마구 밀어넣어 입을 찢으려는 듯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여자가 고함을 질렀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다.

어디선가 시량이 달려와 재화의 팔을 붙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멈추라고 간청했다.

쉽사리 분이 풀릴리 없는 재화가 집 안의 장독대를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바닥에 업드려 살려달라는 말만 쉬지않고 외쳤다.

시량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치며 집안 집기를 찾아 깨부수는 재화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지가 찢겨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남자의 모습과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본 재화가 그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분명 발설하지 않으면 우리도 해하지 않겠다 했다. 조용히 신세지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지겠다 했다!!! 약조를 어긴 것은 너희다! 이 보다 더 한 짓도 할 것이다!”


재화가 언성을 높였다.

그는 성난 기세로 마을 사람 하나하나를 노려보았다.


“마지막 경고다! 두 번 다시 이 일에 대해 발설하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때는 그 누가 막아도 그것이 설령 저기 있는 시량일지라도 너희들 집에서 기르는 가축 한 마리까지 내 손수 찢어버릴 것이다.”


가장 나이 많은 노인이 허겁지겁 재화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재화에게 맹세에 맹세를 더했다.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무엇을 하고 있는게냐? 저년이 다시는 헛소리 하지 못하도록 멍석말이를 하여라! 저년의 입놀림에 우리 모두 죽임을 당 할 수 있다.”


노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여 무섭게 매타작을 시작했다.

여자는 맞아가면서도 외마디 소리 한번 외치질 못했다.



##


“겸주 풀어드려라.”


여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지훤이 겸주에게 말했다.

겸주는 여자의 관자놀이를 다시 한번 눌러 마비혈을 풀었다.

마비가 풀리자 여자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지훤에게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제가 제가 말했다고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박재화라는 사람에게 잡히면 저는 정말 생으로 사지를 찢겨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요.”

“그건 걱정 마십시오. 다만, 그들이 어디있는지 한번 더 알려주셔야겠습니다.”


여자가 방바닥에 엎드리며 정말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옆집 방향을 바라보며 그들의 위치는 그 밖에 모른다고 했다.

무격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자가 지훤의 다리를 붙잡았다.


“무격님 무격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다 말씀 드렸으니 제발 마희가 내려오면 박재화와 시량이 마을로 내려오면 저를 좀 구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격(武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제 44장 : 기필천의 밤 22.08.14 127 1 8쪽
43 제 43장 : 세자 22.08.07 49 1 9쪽
42 제 42장 : 비극 22.08.05 46 1 9쪽
41 제 41장 : 드러나는 그림자 3 22.07.31 42 1 9쪽
40 제 40장 : 드러나는 그림자 2 22.07.29 47 1 9쪽
39 제 39장 : 드러나는 그림자 22.07.17 63 1 9쪽
38 제 38장 : 급습 3 22.07.16 51 1 9쪽
37 제 37장 : 급습 2 22.07.10 57 1 9쪽
36 제 36장 : 급습 22.07.10 64 1 9쪽
35 제 35장 : 수수께끼 22.07.03 56 1 9쪽
34 제 34장 : 이상한 물 22.07.02 66 1 9쪽
33 제 33장 : 붉은 이슬 7 22.06.26 67 1 9쪽
32 제 32장 : 붉은 이슬 6 22.06.25 64 1 9쪽
31 제 31장 : 붉은 이슬 5 22.06.20 67 1 9쪽
30 제 30장 : 붉은 이슬 4 22.06.19 78 1 9쪽
29 제 29장 : 붉은 이슬 3 22.06.19 69 1 9쪽
28 제 28장 : 붉은 이슬 2 22.06.18 74 1 9쪽
27 제 27장 : 붉은 이슬 22.06.16 68 1 9쪽
26 제 26장 : 동공 22.06.15 86 1 9쪽
25 제 25장 : 수전(水戰) 22.06.14 92 1 9쪽
24 제 24장 : 사화산 마희 2 22.06.13 92 1 9쪽
23 제 23장 : 사화산 마희 22.06.12 78 1 9쪽
22 제 22장 : 산전(山戰) 22.06.12 88 1 9쪽
» 제 21장 : 그날의 비밀 2 22.06.10 86 1 9쪽
20 제 20장 : 그날의 비밀 22.06.09 79 1 9쪽
19 제 19장 : 의심 22.06.08 97 1 9쪽
18 제 18장 : 우호(友好) 22.06.07 111 2 10쪽
17 제 17장 : 기묘한 무녀 22.06.06 112 2 9쪽
16 제 16장 : 붉은 댕기 2 22.06.05 103 2 9쪽
15 제 15장 : 붉은 댕기 22.06.05 119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