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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공란입니다.

천하제일 카피 공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사초™
그림/삽화
231229
작품등록일 :
2022.12.19 11:48
최근연재일 :
2023.12.29 12:2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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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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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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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78화. 군익(軍翼)은 홀로 날지 못한다.

DUMMY

“정지 정지 정지!”


백의 무복의 문지기가 창대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마차 한 대가 자욱한 흙먼지를 피우며 제갈세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마부는 죽립을 깊게 눌러쓴 사내로 피풍의를 걸쳤음에도 우락부락한 근육이 돋보일 정도로 단련된 무인이었다.


“아니, 어떤 개잡놈이 감히 제갈세가에 쳐들어 오는 거야.”


제갈세가의 문지기가 크게 호흡을 들이 마신 뒤 호각을 불었다.


삐이익-!


찢어지는 호각소리에 대문은 굳게 닫혔다. 안에는 침입자를 알리는 경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말을 몰던 죽립 사내는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달리던 힘을 주체 못한 말이 대문에 머리를 찧고 쓰러졌다.

부서진 대문 속에는 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철문이라······ 그 정도는 예상했지.”

“뭐?”


문지기가 무슨 말인가 싶어 마차를 돌아봤다.

부서진 마차 안에서 둥그런 화탄들이 가득했다.


“화탄?”

“대지폭렬탄이라고 알려나? 몰라도 어차피 상관없지만.”


제갈세가 문지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느새 죽립 사내의 손에서 불 붙은 수리검이 들려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 그 딴 걸 사람 사는 곳에 터트······.”


불이 닿자 폭탄이 폭발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불길이 일었다.

문지기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폭풍에 휘말려 나뒹굴었다.

부서진 문 뒤에도 피칠갑을 한 제갈세가의 무사들이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이를 본 죽립 사내가 흡족하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며 외쳤다.


“사파의 협객들이여! 오만한 먹쟁이들에게 힘을 보여주자!”



***



“이미 그들은 장문인의 결심을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독대한 장문인과 대화를 이어하고 있었다.

무당파에 거주하는 동안 백윤을 비롯한 그들 세력의 생각을 읽었던 터라 이미 그들이 만반의 준비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허어, 겨우 며칠 동안 그런 정보를 입수한 것인가? 당 공자는?”


무당파 장문인, 백서 진인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과연 맹주님께서 눈여겨 본 인재란 말인가?」


그의 생각이 눈에 훤히 보였다.


“정보 수집이야말로 제 전공입니다.”


지난 삶에는 아예 직업으로 삼았다.


“장문인께서 그들을 섣불리 내치지 않았음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파벌에 소속된 이들이 적힌 명단을 내밀었다.

장문인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은 무당파의 엘리트 파벌이었다.

문이든 무든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이들이 청명해의 돈과 인맥을 통해 자리를 차지했고, 다시금 그들은 인재들을 지원하며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었다.

청명해가 사라진 뒤 그들의 죄가 밝혀졌지만, 인수인계가 되지 않은 채 그들을 처벌하면 무당파가 크게 기울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말았지.”


장문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들은 자기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을 했을 거에요. 그리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것이고요.”


장문인의 사형인 백윤의 힘이 컸다.

그는 무공 실력은 장문인보다 부족했으나 행정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백윤은 일찍이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무당파의 모든 일은 도맡아 해오면서 무당파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장문인의 결심을 알게 됐죠. 항전할 겁니다.”

“무당파가 반토막······ 아니 무너질 수도 있겠군.”


장문인이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리는 무당파에 접근한 자가 있나 보더군요.”

‘후기지수들과 비무 중에 본 기억이기는 하지만.’


사룡삼봉 중 하나인 청진은 장문인의 사람이었지만, 재능 있는 몇 후기지수들 중에는 백윤 파벌에 든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한 곳에 모여 작당모의를 한 기억을 보았다.

아직 경지에 이르지 않은 그들의 기억을 읽는 건 어린 아이의 주머니에서 과자를 빼먹는 것보다 쉬웠다.


“접근?”


장문인의 의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익이 저를 잡으려 호북까지 왔습니다. 그 김에 무당파를 노리고 있어요.”


차기 련주를 꿈꾸는 철익 입장에서 무당파가 반쪽이 나든 말든 관심이 없었을 터.

나는 사실에 거짓 한 술 더했다.


“허어······ 무당파도 오랜 역사 동안 내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검파와 기파가 싸우기도 했고, 무종과 도종이 서로를 멸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외적을 들이는 일은 없었어.”


그가 침울한 목소리를 냈다.


“내 부족함 때문인가? 무량수불!”


절정에 이른 고수도 약해진 마음은 파고들기 쉬웠다.

나는 그 틈에 장문인의 머릿속에 담긴 태극혜검을 깨달음을 찾았다.


‘검과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신검합일의 경지는······ 어렵네. 일단 통째로 먹어야겠다.’


나는 장문인의 깨달음을 꿀꺽한 뒤에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아는 지도자야 말로 참된 지도자의 자격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고집만으로 밀고 나가는 이야 말로 집단을 말아먹기 좋은 지도자죠.”


취재 중 과거의 성공만을 믿고 무리하게 사업을 밀고 나가다가 회사를 말아먹는 창업주도 많았다.

문제는 피해는 밑의 직원들과 거래했던 협약체, 하청 회사가 고스란히 받고 본인은 차명 계좌 등으로 챙길 돈은 다 챙기고 도망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문인에게는 그런 면이 없으니까.’


무림문파의 수장은 정치력이나 무공 실력이냐, 크게 둘로 나뉘었다.

힘이 없는 지도자는 외압에 쉽게 무너졌고, 힘만 있는 지도자는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가 일어났다.

장문인은 전형적인 후자형 인물이었다.

무공도 뛰어나고 대쪽 같은 성격, 그렇기에 현실보다 이상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아시다시피 파벌을 모조리 쳐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파벌의 중추만 잡으면 이들은 쉽게 와해될 것입니다.”

“그게 쉽겠는가?”

“네, 그들은 잡지 말아야 할 사람과 손을 잡았어요. 보신을 위해서요.”


나는 그들의 기억 속 구운재를 떠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장문인이 숙청을 하려 했기 때문에? 무당파가 무너질 판이라서? 핑계가 되질 않죠. 무당파는 도문이잖아요. 무슨 속세의 상회도 아니고.”


장문인이 너무 이상을 봤다면, 파벌은 너무 현실을 봤다.

내부의 분열을 외부로 끄집어 내기 위해 정파의 적인 사파연합을 끌어들였다.

그것이 국가나 속세의 문파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당파는 소림사 못지 않은 명문 정파였고, 종교 단체였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종교 단체? 우린 그런 걸 사이비라고 해요. 그리고 사이비에는 명분도, 정의가 없죠. 오로지 사욕만 있을 뿐.”


내 말에 장문인이 다시금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눈은 차갑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제갈 군사?”


무림맹주가 맹주전에 제갈지를 불러 물었다.

제갈세가가 사파연합의 공격에 불탔다. 지원을 요청과 사파연합의 공격에 힘을 모아 싸우자는 의견 등의 내용을 담은 전서구가 맹주와 군사에게 수없이 날아들었다.

제갈지는 군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가의 주인이기도 했다.

가족이 외적에 피를 흘리는 가운데 침묵할 가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무림맹의 군사였다.


“전쟁은······ 할 수 없습니다.”


제갈지가 피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림맹과 사파연합의 전력 차를 생각지 않아도 전쟁은 삼가해야 했다.

두 세력의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어처구니 없게도 강호는 태평성대를 맞이했다.

국지전이나 물밑에서는 첩보 전쟁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전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권성과 신마가 서로의 세력을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 수도 없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겠군요.”


제갈 군사가 이를 갈며 말했다.

무림맹의 총군사인 그가 사파연합과 싸우고 싶다고 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맹의 장로들과 각 참모들, 또 여론을 이끌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제갈 군사가 할 수 있는 건 이를 빌미로 연합에게서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내는 정도였다.


“장로들을 설득을 해볼 생각은 없나? 원한다면 내 도와주지.”


맹주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제갈 군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맹주님의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시험하지 말아주시지요.”


그가 맹주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말했다.

맹주는 제갈 군사가 복수심에 사파연합과 전쟁을 도모할까 우려한 것이다.


“크흠! 미안하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다 보니······.”


결국 맹주가 표정을 바꾸고 사과했다.

제갈 군사는 담담하게 그의 사과를 받고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총관이 왜 저희 집을 노렸는지 파악해봐야겠습니다.”

“피해는?”

“세가의 피해 조사 및 사후 처리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는 놈은 저희 집에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갈 군사가 자신감을 보이며 말했다.


“허허, 과연 제갈세가라 말인가?”

“무공이 부족하면 머리라도 잘 굴려야지요. 그런 건 저희 집안이 잘 합니다.”


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복수를 멈출 생각은 없지?”

“구운재, 그 놈만큼은 잡아 족쳐야지요.”


제갈 군사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



무당산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얻을 것도 얻었고 무당파의 문제도 해결 방안을 찾아 장문인에게 전달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남사성이 어떻게 신부 후보들을 구워삶았을지 조금 기대가 됐다.

어딜 가도 사건이 펑펑 터지는 게 집에서 데굴 거리는 것이 가장 평화로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을 어떻게 해야겠지?”


나는 바위에 앉은 학사풍 중년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실눈의 중년 서생은 산속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한 차림새였다.

흙먼지나 땀을 흘린 기색도 없이 평온했다.

그가 강철로 만든 철선을 펼쳤다.


“당 공자?”


선하게 미소를 짓는 그가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 공자? 그게 누굽니까? 저는 금민재라고 합니다만?”


직업은 기자.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만드는 것이 내 일이었다.


‘뭐, 그냥 넘어갈 리는 없겠지.’


철익 구운재의 마음속은 철벽이라도 두른 듯 보이지 않았다.

일정 경지에 이를 정도로 수련한 무인이라면 마음 공부도 그 못지않았다.


“거짓말이 능숙하군. 소싯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는 건가?”

“거짓이 커지면 암계가 되는 것이고, 그런 건 내 전문이니까.”

“뒤통수 잘 치는 걸 잘 포장하네. 그래서? 혼자야?”


내 도발에 구운재는 웃음을 보였다.

그는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혼자가 편하지. 그리고 후기지수 하나 잡는데 뭐, 여러 사람 손을 쓸 필요가 있나? 그리고······.”


그의 몸에서 살기가 폭사했다.


“어설피 남에게 맡겼다가 쥐새끼가 또 다시 도망가서야······ 내 손으로 확실히 잡아야지.”


구운재를 살기를 직접 마주하자 다리가 덜덜 떨렸다.

나는 여러 고수의 깨달음을 흡수하면서 절정 초입에 이르렀다.

그러나 같은 절정 고수라도 그 격차가 있었다. 예를 들면 대호채주 만거득과 단장수 남궁적이 같은 절정 고수라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 닿지 않을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철익 구운재는 그 단장수를 까짓으로 만들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문무를 고루 갖춘 괴물. 이 자가 사파연합의 총관이자 사성의 원수란 말이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주위를 둘러보고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았다.


“으아, 살벌하네. 뭐, 됐고. 총관, 이야기 좀 하자.”

“간이 배밖으로 나왔군. 시간을 끌어봐야 무당파는 제갈세가 지원으로 바빠 네놈을 도울 수 없거늘.”

“그럼 댁도 시간이 좀 있는 거잖아? 이야기 좀 하자고. 어차피 댁을 상대로는 뭔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말처럼 구운재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뭔가 기미라도 보였으면 도망칠 궁리라도 했을 텐데, 상대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흠, 무당파는 아니고, 그러면 너를 죽자고 쫓아오는 남궁세가려나? 흠, 어디서 계획이 샌 거지?”


구운재가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며 철선을 들었다.

나를 일격에 죽일 속셈이었다.


“신마가 나를 잡으려 하는 건 아는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의 밑에 들어갈 거 같아?”


내 말에 구운재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미치겠지. 내 살기에도 벌벌 떠는 모습을 보아하니, 너는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구나.”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신마에게 굴복한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철선을 펼친 채 손을 뻗었다.


“련주님께서는 가장 먼저 당문을 조지겠지. 네 가족은 모두 죽일 것이야. 그 다음은 네 지인이겠지? 남궁세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겠군.”


그가 철선을 허공에 휘젓자 광풍이 불었다.

가느다란 철선이 바람에 섞여 내 사지를 노렸다.

나는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섰다.

바닥에 바둑판 모양의 금이 깊게 파였다.


“고문도 좋지. 내장이 끊어질 것 같은 고문을 끊임없이 시행할 것이다. 몸은 상하지 않게 완벽하게 치료하겠지. 의술은 수많은 교재로 공부한 우리 연합 쪽이 맹보다 월등히 뛰어나거든.”


구운재는 태연하게 인체실험을 언급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철사는 사방을 포위하듯 옥죄였다.

마치 홀로 천라지망을 펼친 듯한 모습이었다.


‘끊는 것도 어렵고,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구나.’


하지만 신마를 언급해서일까 구운재의 마음에도 빈틈이 생겼다.

그의 생각이 일부분 보이기 시작했다.

눈 위로 그가 그려낼 철사의 길이 보였던 것이다.


‘일단 마음을 계속 흔들어야겠어.’

“무림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그렇겠지. 정사대전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이끌어 갈 사람은 련주님의 개가 된 네가 되겠지.”

“그건 내 정신력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 그 어떤 고수라도 련주님께 거역한 자는 없었다. 너는 아마 스스로 목숨조차 끊지 못한 채 끊임없이 련주님의 정신 교육을 받겠지.”


철선이 다시 한번 바닥을 긁었다.

나는 땅바닥을 거칠게 구르며 입안에 들어간 흙을 뱉었다.


“퉤! 내가 무공은 댁이나 신마보다 부족할지 몰라도······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살아와서 말이야.”


능력이 성치 않을 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의 마음이 거름 없이 모조리 보였다.

그리고 인간의 악의를 마주했을 때는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마저 어려웠다.


“그래, 딱 그 자존심만큼 너는 오래 고통받을 것이다. 아이야.”


구운재가 실소하며 철선을 휘둘렀다. 나는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 걸음 앞에는 철사는 내 주위로 거대한 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압착기처럼 단숨에 공간을 압축했다.


“······피해?”

“이야, 철익도 별거 없구나.”


나는 그가 놀란 틈을 타 품에서 추혼비침을 꺼내 반격을 시도했다.

수백 개의 비침이 구운재를 향해 쏘아졌으나 철선이 벽을 만들며 비침의 길을 가로막았다.

어차피 맞을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는데······, 아니,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활로를 읽었나? 아니, 그건 련주님도 불가능해.”


구운재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정체가 뭐냐?”

“나를 그만큼 파고도 모르면 총관 자리를 내놓아야지. 아니, 그래서 신마에게서 버려진 걸가?”


나는 웃으며 그를 도발했다.

구운재가 이를 빠득 갈았다.


“어린놈이, 혓바닥 하나만큼은 천하제일이구나.”

“총관, 댁이 거기서 지면 안 되지. 무공은 몰라도.”


나는 뒤로 몸을 쭉 빼며 구운재의 수를 읽었다.

철사를 거둔 그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 철선으로 내 머리를 쪼갤 심산이었다.

경공의 속도도, 휘두르는 힘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까지인가?”

“그래, 거기까지다.”


구운재가 찰나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가 철선을 치켜들었다. 내려치기만 하면 단숨에 내 머리를 쪼갤 것으로 보였다.


“너를 캐는 건.”

“뭐?”


철선이 의문을 보일 때 한 줄기 섬전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구운재의 철선이 방향을 틀어 공격을 막았다.

철선과 검이 부딪치며 폭발이 터졌다.

그 파동에 나는 여지없이 땅바닥을 뒹굴렀다.


“어검술?! 무당파냐!”


구운재의 시선이 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향했다.

철선에 튕겨진 검이 허공에 뜬 채로 구운재를 노렸다.


“흥! 이깟 것······.”


그의 뒷말이 무당파 장문인의 목소리에 묻혔다.


“칠성검진! 준비!”

“하!”


수백의 무당파 제자가 사방에 뛰쳐나왔다.

구운재의 콧잔등에 주름이 잡혔다.

그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무당파가? 제갈세가를 도우러 간 것이 아니었나?”

“총관, 내가 무림맹 어사란 걸 잊었어?”


나는 싱긋 웃으며 품속에서 어사패를 꺼내 보였다.


“무림맹의 호북지브를 움직인 게냐?”

“어. 어차피 무당산에서 가는 것보다 그쪽이 가깝잖아? 게다가 제갈세가의 습격은 무당파의 눈을 돌리기 위함이니, 호북지부 무사들로도 충분하고.”


나는 재빠르게 뒷걸음질 쳐 구운재에게서 거리를 벌였다.


“댁이 그렇게 고수라던데. 무당파의 고수들 상대로도 그렇게 자신감을 보일 수 있어?”


신마라면 몰라도 구운재가 홀로 수백의 무당파 고수들을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구운재가 나를 노려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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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마음을 읽는 상사. 23.12.25 1,511 22 12쪽
94 94화. 네놈은 누구냐. +1 23.12.24 1,504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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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동마 23.12.22 1,561 25 15쪽
91 91화. 신마의 심득. +2 23.12.21 1,571 25 12쪽
90 90화. 무혈입성. +1 23.12.20 1,58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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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신마의 후계자. 23.12.18 1,599 28 11쪽
87 87화. 심마 23.12.17 1,576 2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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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연합행. +1 23.12.13 1,772 23 14쪽
82 82화. 독왕의 선택. 23.12.12 1,770 23 12쪽
81 81화. 천하제일 기둥서방. +2 23.12.11 1,856 23 11쪽
80 80화. 가능한 한 성대하게. +2 23.12.10 1,871 25 12쪽
79 79화. 백리안 그 자가 보는 것은. +1 23.12.09 1,883 23 14쪽
» 78화. 군익(軍翼)은 홀로 날지 못한다. 23.12.08 1,927 27 17쪽
77 77화. 살생부. 23.12.07 1,908 24 15쪽
76 76화. 몰이사냥. 23.12.06 1,926 29 15쪽
75 75화. 소환단. 23.12.05 1,974 22 14쪽
74 74화. 과제를 주지. +1 23.12.04 2,028 25 13쪽
73 73화. 표행길. 23.12.03 2,191 2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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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여론전. +5 23.03.04 5,481 113 13쪽
62 62화. 성의문의 주인이 되시지 않겠습니까? +3 23.03.01 5,956 118 14쪽
61 61화. 그림자 강호. +7 23.02.26 6,586 114 17쪽
60 60화. 우리에겐 당연우가 필요해. +5 23.02.20 7,233 138 15쪽
59 59화. 의욕이 부른 참사. +6 23.02.19 7,005 139 12쪽
58 58화. 맛의 근본, 고향의 맛! +11 23.02.17 6,893 144 13쪽
57 57화. 정의회. +5 23.02.16 7,052 138 13쪽
56 56화. 인재 모집. +7 23.02.15 7,633 140 15쪽
55 55화. 혈마비록(血魔祕錄). +7 23.02.14 7,887 144 13쪽
54 54화. 흔들리지 않는 푸근함. +14 23.02.12 8,148 164 15쪽
53 53화. 돌아온 게 당연해. +8 23.02.11 8,235 154 14쪽
52 52화. 무너지는 비밀결사. +9 23.02.10 8,387 159 15쪽
51 51화. 당문에 전하는 감사. +6 23.02.09 8,335 159 14쪽
50 50화. 부운약표(浮雲躍飄). +7 23.02.08 8,589 158 14쪽
49 49화. 항마후(降魔吼). +7 23.02.07 8,534 165 12쪽
48 48화. 권성의 이름값. +7 23.02.05 8,951 166 12쪽
47 47화. 백리안(百里眼). +6 23.02.04 8,827 155 13쪽
46 46화. 살수문. +7 23.02.03 8,957 175 12쪽
45 45화. 천라지망(天羅地網). +7 23.02.02 9,267 168 14쪽
44 44화. 무림맹 어사. +8 23.02.01 9,295 178 16쪽
43 43화. 천하제일권. +11 23.01.31 9,410 172 12쪽
42 42화. 검으로는 막을 수 없어. +7 23.01.29 9,922 177 14쪽
41 41화. 은거고수 연쇄살인 사건. +5 23.01.28 10,009 172 15쪽
40 40화. 사룡삼봉. +7 23.01.27 10,738 170 17쪽
39 39화. 당문 사람이란 거 좋네요. +8 23.01.26 10,348 185 14쪽
38 38화. 태극분열심법. +8 23.01.25 10,270 192 15쪽
37 37화. 만해경. +7 23.01.24 10,132 190 12쪽
36 36화. 귀왕십삼수. +7 23.01.22 10,732 182 12쪽
35 35화. 오대세가 회합 중독사건. +6 23.01.21 10,487 183 14쪽
34 34화. 제갈민과 친선(?) 비무. +5 23.01.20 10,480 193 13쪽
33 33화. 난 하지 않았어! +6 23.01.19 10,709 182 14쪽
32 32화. 순진하긴. +5 23.01.18 10,990 190 16쪽
31 31화. 악마의 가림판. +7 23.01.17 11,580 176 15쪽
30 30화. 암제가 남긴 것. +9 23.01.15 11,458 191 12쪽
29 29화. 장서고의 문을 열게. +9 23.01.14 11,271 198 15쪽
28 28화. 도반삼양귀원공(導反三陽歸元功) +6 23.01.13 11,472 189 14쪽
27 27화. 당문의 무공. +9 23.01.12 11,209 199 14쪽
26 26화. 당문 미래전략회. +6 23.01.11 11,316 204 13쪽
25 25화. 그의 혀는 하늘에 닿았어. +10 23.01.10 11,836 195 15쪽
24 24화. 벽력공자. +9 23.01.09 12,091 195 14쪽
23 23화. 이때다!(수정) +6 23.01.08 12,309 196 11쪽
22 22화. 이이제이(以夷制夷). +6 23.01.07 12,645 190 12쪽
21 21화. 성왕십삼수의 전인. +6 23.01.06 12,971 190 12쪽
20 20화. 금자탑 투자법. +6 23.01.05 13,295 198 12쪽
19 19화. 제 아버지 얼굴이 궁금해요? +7 23.01.04 13,641 205 12쪽
18 18화. 빚 갚으러 왔다니까. +7 23.01.03 13,599 200 14쪽
17 17화. 추락하는 게 당연해. +7 23.01.02 13,817 214 14쪽
16 16화. 만화루의 새 주인. +6 23.01.01 14,214 195 14쪽
15 15화. 인공 공청석유. +5 22.12.31 14,429 214 14쪽
14 14화. 이 신입은 해냅니다. +6 22.12.30 15,618 198 14쪽
13 13화. 그래서 민재가 누구라고? +3 22.12.29 16,537 208 14쪽
12 12화. 권법 수련. +6 22.12.28 16,948 242 11쪽
11 11화. 남궁세가의 보은. +7 22.12.27 16,841 244 12쪽
10 10화. 구음절맥 치료. +14 22.12.26 16,718 269 13쪽
9 9화. 사자검왕의 딸. +12 22.12.25 16,713 248 12쪽
8 8화. 제갈민의 도발. +6 22.12.24 16,911 269 14쪽
7 7화. 강호의 꿈. +5 22.12.23 17,503 254 15쪽
6 6화. 흉수 찾기. +6 22.12.22 17,905 267 11쪽
5 5화. 신약 개발. +7 22.12.21 18,689 276 14쪽
4 4화. 무공에는 관심 없습니다. +7 22.12.20 20,138 268 14쪽
3 3화. 내겐 추리 따윈 필요 없어. +10 22.12.19 21,208 300 16쪽
2 2화. 사천당문의 신동. +10 22.12.19 24,904 30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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