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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공란입니다.

천하제일 카피 공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사초™
그림/삽화
231229
작품등록일 :
2022.12.19 11:48
최근연재일 :
2023.12.29 12:2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846,660
추천수 :
13,630
글자수 :
604,478

작성
23.01.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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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0화. 사룡삼봉.

DUMMY

방 안에 들어서니 남궁호와 팽기웅, 그리고 모용경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 년 만이군. 당 공자.”


안면이 있는 남궁호가 먼저 살갑게 다가왔다.

나 역시 웃으며 남궁호를 반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평안하셨죠?”


이어 시선을 팽기웅에게 돌렸다.


“어, 이거 참······ 반갑네. 팽기웅이라네.”


팽기웅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키가 작은 팽기웅이었지만 손만큼은 곰 발바닥을 잡은 듯 크고 두꺼웠다.


‘권사가 아니라 도객이라고?’


아마 팽기웅의 권법 실력도 도법 못지않을 것이다.

사천당문이 암기와 독으로 유명하다면 하북팽가의 대표 무공은 도법이었다.

특히 팽가가 자랑하는 혼원벽력도는 강호에서도 손꼽히는 상승도법이었다.


“미래의 도제를 뵙습니다.”

“하하! 이거 당 공자가 금칠도 다 할 줄 아는군.”


팽기웅의 눈이 날카롭게 빛을 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만은 아니지?”


팽기웅이 손에 힘을 줬다. 태극분열심법을 습득하지 않았더라면 손가락 관절이 나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나는 웃으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금칠이야 오히려 못하는 편이죠. 장기는 하극상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음······!”


팽기웅이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앞길 창창한 후배를 밀어주진 못할망정 짓밟으려는 이들이 어디나 존재했다.


‘보통 이런 놈들은 자기 무능에 대한 핑계를 남에게서 찾지.’


제갈민을 보면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란 놈들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남궁호를 보고 기대를 걸었는데 팽기웅의 내면을 훑어보자니 괜한 기대를 한 모양이다.


‘하긴 큰형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강호에 나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실력을 키우라는 의미였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모용세가의 후기지수, 모용경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린이 날뛰는 자수가 새겨진 비단 무복을 입은 그는 구석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눈에 띄는 차림새와 다르게 수수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의 청년이었다.


“모용 형, 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모용경준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가 놀란 얼굴로 입을 몇 번 뻐끔거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녀석은 실어증이라도 걸린 듯 말이 없어. 당 공자도 신경 쓰지 마.”


어느새 회복한 팽기웅이 대신 답했다.

나는 팽기웅의 말을 무시하고 모용경준의 내면을 살폈다.


‘머릿속이 온통 검으로 가득 차 있네.’


검치 모용경준은 세상을 검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으로 본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고 또 단단하게 정련돼 있었다.


‘아마 모용경준의 세상은 도산검림으로 이뤄진 게 분명해.’


나는 다시 시선을 남궁호로 돌렸다.


“대충 안면도 익힌 것 같으니 이제 본제로 넘어가세.”


남궁호가 오기린을 불러 모았다.

당연강이 떠나고 제갈민이 폐관 아닌 폐관에 들어간 이상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네 명뿐이었다.


“며칠 안에 사룡삼봉이 이곳을 찾을 걸세.”


팽기웅은 혀를 차고는 의자를 끌고 와 남궁호 앞에 앉았다.

나도 모용경준과 함께 남궁호에게 다가갔다.


“당 공자가 있으니 구파의 사룡삼봉과 우리 관계를 다시 이야기하지.”


의욕적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답지 않은 행동을 하려다 보니 어색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세간에선 오기린은 사룡삼봉의 아류라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야. 따라 한 것도 맞고 후발주자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룡삼봉의 아류는 아니지.”

“글치~ 걔들 중 나만큼 도를 잘 쓰는 놈이 또 없지. 독이나 암기도 그렇고.”


팽기웅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눈을 찡끗했다.

나는 시선을 피하며 남궁호의 생각을 읽었다.


「함께 행동할 때가 기회다. 이번 일이 범인을 수색하는 일이니, 당 공자의 머리라면 사룡삼봉을 상대로도 승산이 있어.」


남궁호는 자기 생각을 그대로 읊었다.

덕분에 팽기웅과 모용경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뭐, 기대에 부응해보죠.”



***



며칠 뒤 일곱 남녀가 제갈세가를 찾았다.

제갈세가의 무사로부터 대기실을 안내받은 이들이 입을 열었다.


“최근 오기린이 바뀌었다더군.”


머리를 빡빡 깎은 젊은 승려가 입을 열었다. 소림의 각정은 산발을 한 사내를 향했다.

개방 출신은 범교는 행색은 추레하나 하나씩 뜯어보면 명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값비싼 명주실로 짠 옷에 머리도 헝클어놓았지만, 향유를 발라 좋은 향기가 났다.


“최근이라기보다는 불과 며칠 전이지. 녹안이 동생에게 자리를 물려줬어.”


범교가 히죽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머리가 아주 비상한 놈이야. 제갈민이 개박살나서 칩거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각정이 흥미를 보였다.


“그 정도인가?”

“알아보니까 향시에 장원으로 급제했으니 글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14인객 토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더라.”


범교는 개방을 통해 얻은 정보를 마치 자신이 구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용봉들도 자기 세력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각정이 굳이 범교에게 물은 건 개방이 쥐고 있는 다른 정보가 없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의술에도 일절, 듣기론 야금술도 장인 뺨친다는 이야기도 있고······.”


범교가 당연우의 신상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대단한 업적이기는 하지만 용봉이 관심을 가질 사안이 아니었다.

당연강의 뒤를 잇는 인재의 무공실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의문이었다.


“뭐, 무공은 제갈민 정도는 이길 정도라고 하더라.”


세가 내부에서 벌어진 비무였고, 제갈세가가 쉬쉬하려고 했지만, 개방의 눈과 귀를 피할 순 없었다.

각정은 제갈민을 떠올리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갈민이면······ 애매하군.”

“나이를 생각하면 뛰어난 거지. 제갈민의 실력도 나쁘진 않았으니까.”


제갈민을 칭찬하는 것 같지만 그 저변에는 제갈민을 깔보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범교는 개방 방주로부터 항룡십팔장을 배울 정도의 인재였다. 그는 수백만의 방도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여 일찍이 방주에게 천거됐다.

그에게는 수백만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후기지수를 깔보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범교에게도 마냥 깔볼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녹안과 비교해서는?”


범교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녹안공자 당연강은 몇 안 되는 범교 자신보다 강한 후기지수였다.


“딱히 이야기는 없으나 아무래도 퍼랭이와 비교할 순 없겠지. 독왕이 순수하게 재능만으로 소가주로 뽑은 녀석이니까.”


녹안공자라는 별호도 범교가 질투심에 퍼트린 별호였다.

각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안공자라 불릴 정도라면서요. 미모가 어떨까요?”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아미파의 혜연이 입을 열었다.

불가인 아미파 출신답지 않은 화려한 화장과 장신구를 치렁치렁하게 달고 있는 여인이었다.

무림인은 좀처럼 장신구를 하지 않는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방해가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반대로 혜연은 그걸 감수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


범교가 괜히 시기심에 차갑게 대꾸했다.

삼봉이 당연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머, 전부는 아니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지 않겠어요?”


불제자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용봉 외 다른 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혜연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나이가 열여섯이랬나? 어떤 맛일까?”


그녀가 입술을 핥았다.

새로운 기린은 누군가에게 경계 대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흥밋거리였다.

그리고 범교에게는 살의를 품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



“음, 사룡삼봉이란 말이지?”


나는 귓구멍을 후비며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 모인 대기실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고 시선이 한 몸에 꽂혔다.


‘도반삼양귀원공에 이어 태극분열심법을 완성하면서 마음을 읽는 능력이 더 강해졌어.’


장내 후기지수들의 속마음이 사정없이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이는 중단전의 개화와 상단전의 개발 때문이라 추측했다.

덕분에 틈조차 보이지 않았던 절정고수의 표층심리를 읽을 수 있게 됐고, 고수의 기억쯤은 주머니 안처럼 쉽게 꺼내 볼 수 있게 됐다.

사룡삼봉과 오기린 간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먼저 다가온 이는 각정이었다.


“반갑소 당 공자. 소승은 소림의 각정이라고 하오.”


강건한 체구의 청년 승이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고개를 든 각정의 눈은 뱀처럼 번들거렸다.


‘이놈은 투견이야.’


각정은 내 실력을 확인하고, 한판 떠볼 생각이었다.

새로 갈고 닦은 무공을 시험도 해보는 겸 한두 번 밟아주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이놈은 상대가 강할수록 끈질기게 달라붙는 놈이야. 죽기 전까지.’


대충 인사하고 각정과 거리를 벌리자 거지 같은 게 찾아왔다.

찢어진 옷이나 헝클어진 머리 등 거지 행색만 그럴듯하게 한 가짜 거지였다.


“자네가 당연우인가?”

‘뭐야 이놈은?’


거지들이 모인 개방의 문도인 만큼 거지꼴을 하긴 했는데 완전히 거지로 분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범교의 마음을 굳이 읽지 않아도 오만하고 허영심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단체건 쓰레기는 있는 법이지.’


오기린에서는 팽기린과 제갈민이 그 역할일 것이고, 사룡삼봉에서는 범교가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범교를 무시하고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다른 후기지수를 돌아봤다.


‘칠 분의 일과 오 분의 이는 대문파와 세가의 차이려나?’


애초에 구도를 목표를 둔 구대문파와 이익을 위해 뭉친 오대세가는 설립 배경 자체가 달랐다.

나는 쓰게 웃고는 후기지수들에게 다가갔다.


‘어쨌든 당문답게, 나답게 행동하면 되는 거지.’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독하게.


‘일단 거들먹거리는 사룡삼봉의 기부터 죽이고 시작해야겠어.’


나는 범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덤으로 큰형의 복수도 해주고.’


그는 당연강에게 녹안공자라는 불쌍한 별호를 붙여준 사람이었다.

당중월이나 당연강의 입장에서는 처 죽여도 시원찮을 당문의 명예를 욕보인 놈이었다.

범교가 내 시선을 받고는 어쩔 거냐는 듯이 대꾸했다.


“제가 신기가 좀 있어서 말이죠.”


나는 씩 웃으며 범교에게 다가갔다.

주역과 만해경에서 배운 관상학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눈은 푹 꺼지고 관자놀이는 반대로 툭 튀어나왔네요.”

“그게 뭐?”


범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는 그의 기억을 단숨에 훑었다.

상단전이 커지면서 능력이 강해졌다.


‘콜드리딩과 핫리딩······ 여기선 뭐라고 해야 할까?’


콜드리딩과 핫리딩은 대화기술 중 하나였지만, 사기를 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됐다.

특히 점과 관련된 사기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독심술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휘저을 수 있었다.


‘세치 혀로는 내가 천하무적이지.’


나는 웃음을 감춘 채 입을 열었다.


“최근 개방에서 바람 잘 날이 없죠? 범 형 때문에요.”


범교의 방만한 행동은 철없는 후기지수라는 자리조차 막아줄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었다.

개방은 강호 제일의 정보조직인 만큼 범교의 행동 하나하나가 방주와 장로들의 귀에 들어갔다.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닐 텐데?”

“그렇죠. 하지만 최근에 그렇게 된 이유는 사룡삼봉으로 활동하면서 범 형의 마음이 변하게 된 이유 때문이죠.”


범교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는데 범 형의 신분이 거지라는 거죠.”


나는 그의 마음을 거침없이 헤집었다.

범교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너!”


나는 시선을 혜연에게 돌렸다.


“거지라는 것이 부끄럽기에 매일 씻고 가꾸기 그지없어요. 옷도 참······ 거지꼴은 거지꼴인데 어떤 거지가 비단옷을 입고 다니나요? 사향을 주머니를 차고 다니고, 머리에는 향유까지 끼얹고······.”


범교의 얼굴이 하얘졌다가 다시 붉어졌다.

다른 용봉도 짐작이 가는 게 있어선지 키득거리며 범교와 나를 지켜봤다.

또 다른 기린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상황을 즐겼다.


“더 말하면 모욕죄로 너를 처단하겠다.”

“모욕죄요?”


범교가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였다.

나는 범교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제가 관상을 볼줄 아는데 앞으로 연애운은 포기하셔야 할 거예요.”

“뭣!”


거지라고 사랑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에 눈이 멀어 애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꼴은 볼 수 없었다.

나는 범교에서 시선을 떼고 혜연을 돌아봤다.


“혜연 소저가 잘 말해주세요. 그리고 적당히 하시고요. 딸이라면 아미파에서 키우면 되겠지만 아들이라면······ 개방에 보낼 생각이에요?”


나를 향해 웃던 혜연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등 뒤에서 날아드는 장력에 몸을 뒤집어 손을 뻗었다.

귀왕십삼수의 일 초가 항룡십팔장을 무위로 되돌렸다.


“자, 저는 제 나름대로 자기소개를 끝마쳤다고 생각하는데······ 무공실력도 보여드려야 하나요?”


나는 가볍게 손을 털며 범교를 돌아봤다.

범교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 놈 입에는 마가 깃들어 있구나. 내가 오늘 네 혀를 뽑아 강호에 정의를 세우겠다.”


그가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도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강호의 정의는 댁의 허영심이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언급할 게 아니야.”


이곳에 사룡삼봉과 오기린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정파 무림의 거두라 할 수 있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었다.

즉 후일 정파 무림을 이끌 인재들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갈민이나 팽기웅이나 그리고 범교나······ 자신이 가진 힘에 취해 세상을 쉽게 보고 있어.’


가진 바 재능은 뛰어나나 인품이 떨어졌다.

당연강은 당중월의 호된 교육에도 막내를 위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남궁호는 사자검왕의 양자임에도 남궁세가 후기지수 대표답게 중심을 잃지 않았다.


“정도를 걷는 자라면 정도를 걷는 자답게 행동해야지.”


나는 차갑게 대꾸하며 귀왕십삼수를 준비했다.


‘이번 삶은 정의롭게 살 생각은 없지만······ 내 속의 정의로운 기자님께서 배알이 꼴리는 걸 어떡하지?’


임금 체불로 노동자 등쳐먹거나 사기로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하던 놈들을 언론화하면서 조지던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범 형!”

“당 공자! 그만하게.”


그때 각정과 남궁호가 나와 범교 사이에 끼어들었다.

나는 기수식을 거두고 숨을 골랐다.

일단 내식대로 고친 귀왕십삼수가 범교 수준의 항룡십팔장은 가볍게 막을 수 있는 걸 확인했다.


“당 공자, 이 자리는 친목을 위한 자리가 아닌가?”

“본래 허물없이 이야기를 트는 것이 빨리 친해지는 방법 아닌가요?”


난감해하는 남궁호의 말에 나는 모른 척 발뺌했다.

그리고 시선을 범교를 향해 돌렸다.


‘이대로 끝낼 생각은 댁도 나도 없지?’



***



청도사, 청명해는 다른 객주들을 돌아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감과 분노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독암쌍제······ 당중일이 입을 열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지.”


청명해도 평소 인자한 도사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는 패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며 다른 객주들을 압박했다.


“성격이 좀 그랬지만 실력이 나쁘지 않아 자리에 앉혔건만······ 내 눈이 틀렸나?”


청명해의 모습은 성난 범과 같았다.

그들이 모임을 가졌던 이문객잔에 제갈세가의 수색대가 쳐들어왔다.

타격대는 주위 숙박업소를 이 잡듯이 뒤졌고, 연락책 몇은 잡히거나 명을 달리했다.


“청도사, 그래도 우리들은 무사히 빠져나오지 않았습니까?”


제갈천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청명해와의 눈을 마주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백료강!”

“네, 넷!”


그의 매화가 새겨진 도복을 입은 중년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형문 다음은 어디지?”

“호정문입니다.”


호정문은 아미의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였다.

아미 출신인 현정사태가 합장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전전대 문주의 흔적은 찾았고, 작업만 하면 될 듯싶습니다.”


현정사태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끌끌 웃었다.

청명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작업을 들어가지.”


현정사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명해는 마검이라 불리는 절정고수였다.

사악한 마공을 탐하다 무당에서 쫓겨난 이로, 무당의 척살대 백여 명을 단숨에 죽인 인물이기도 했다.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청명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똑똑히 기억해 두세요. 이번 일은 후환의 싹을 미리 잘라두는 것이지, 아직 본격적으로 번천지복을 시행한 것이 아닙니다.”


청명해가 다시 한번 강조하며 객주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청명해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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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모반 획책. +2 23.12.27 1,385 22 14쪽
96 96화. 사련 종합상사. 23.12.26 1,486 23 20쪽
95 95화. 마음을 읽는 상사. 23.12.25 1,511 22 12쪽
94 94화. 네놈은 누구냐. +1 23.12.24 1,504 30 15쪽
93 93화. 구환미로진(九換迷路陣). +1 23.12.23 1,495 25 11쪽
92 92화. 동마 23.12.22 1,561 25 15쪽
91 91화. 신마의 심득. +2 23.12.21 1,571 25 12쪽
90 90화. 무혈입성. +1 23.12.20 1,58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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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신마의 후계자. 23.12.18 1,599 28 11쪽
87 87화. 심마 23.12.17 1,576 26 15쪽
86 86화. 심상비무. +1 23.12.16 1,626 29 12쪽
85 85화. 수련자들. 23.12.15 1,666 25 12쪽
84 84화. 철익의 유산. 23.12.14 1,703 26 14쪽
83 83화. 연합행. +1 23.12.13 1,772 23 14쪽
82 82화. 독왕의 선택. 23.12.12 1,77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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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우리에겐 당연우가 필요해. +5 23.02.20 7,234 138 15쪽
59 59화. 의욕이 부른 참사. +6 23.02.19 7,005 139 12쪽
58 58화. 맛의 근본, 고향의 맛! +11 23.02.17 6,893 144 13쪽
57 57화. 정의회. +5 23.02.16 7,052 138 13쪽
56 56화. 인재 모집. +7 23.02.15 7,633 140 15쪽
55 55화. 혈마비록(血魔祕錄). +7 23.02.14 7,887 144 13쪽
54 54화. 흔들리지 않는 푸근함. +14 23.02.12 8,148 164 15쪽
53 53화. 돌아온 게 당연해. +8 23.02.11 8,235 154 14쪽
52 52화. 무너지는 비밀결사. +9 23.02.10 8,387 159 15쪽
51 51화. 당문에 전하는 감사. +6 23.02.09 8,335 159 14쪽
50 50화. 부운약표(浮雲躍飄). +7 23.02.08 8,589 158 14쪽
49 49화. 항마후(降魔吼). +7 23.02.07 8,534 165 12쪽
48 48화. 권성의 이름값. +7 23.02.05 8,951 166 12쪽
47 47화. 백리안(百里眼). +6 23.02.04 8,827 155 13쪽
46 46화. 살수문. +7 23.02.03 8,957 175 12쪽
45 45화. 천라지망(天羅地網). +7 23.02.02 9,267 168 14쪽
44 44화. 무림맹 어사. +8 23.02.01 9,295 178 16쪽
43 43화. 천하제일권. +11 23.01.31 9,410 172 12쪽
42 42화. 검으로는 막을 수 없어. +7 23.01.29 9,923 177 14쪽
41 41화. 은거고수 연쇄살인 사건. +5 23.01.28 10,009 172 15쪽
» 40화. 사룡삼봉. +7 23.01.27 10,739 170 17쪽
39 39화. 당문 사람이란 거 좋네요. +8 23.01.26 10,348 185 14쪽
38 38화. 태극분열심법. +8 23.01.25 10,270 192 15쪽
37 37화. 만해경. +7 23.01.24 10,132 190 12쪽
36 36화. 귀왕십삼수. +7 23.01.22 10,732 182 12쪽
35 35화. 오대세가 회합 중독사건. +6 23.01.21 10,487 183 14쪽
34 34화. 제갈민과 친선(?) 비무. +5 23.01.20 10,480 193 13쪽
33 33화. 난 하지 않았어! +6 23.01.19 10,709 182 14쪽
32 32화. 순진하긴. +5 23.01.18 10,990 190 16쪽
31 31화. 악마의 가림판. +7 23.01.17 11,580 176 15쪽
30 30화. 암제가 남긴 것. +9 23.01.15 11,458 191 12쪽
29 29화. 장서고의 문을 열게. +9 23.01.14 11,271 198 15쪽
28 28화. 도반삼양귀원공(導反三陽歸元功) +6 23.01.13 11,472 189 14쪽
27 27화. 당문의 무공. +9 23.01.12 11,209 199 14쪽
26 26화. 당문 미래전략회. +6 23.01.11 11,317 204 13쪽
25 25화. 그의 혀는 하늘에 닿았어. +10 23.01.10 11,836 195 15쪽
24 24화. 벽력공자. +9 23.01.09 12,091 195 14쪽
23 23화. 이때다!(수정) +6 23.01.08 12,309 196 11쪽
22 22화. 이이제이(以夷制夷). +6 23.01.07 12,645 190 12쪽
21 21화. 성왕십삼수의 전인. +6 23.01.06 12,971 190 12쪽
20 20화. 금자탑 투자법. +6 23.01.05 13,295 198 12쪽
19 19화. 제 아버지 얼굴이 궁금해요? +7 23.01.04 13,641 205 12쪽
18 18화. 빚 갚으러 왔다니까. +7 23.01.03 13,599 200 14쪽
17 17화. 추락하는 게 당연해. +7 23.01.02 13,817 214 14쪽
16 16화. 만화루의 새 주인. +6 23.01.01 14,214 195 14쪽
15 15화. 인공 공청석유. +5 22.12.31 14,429 214 14쪽
14 14화. 이 신입은 해냅니다. +6 22.12.30 15,618 198 14쪽
13 13화. 그래서 민재가 누구라고? +3 22.12.29 16,538 208 14쪽
12 12화. 권법 수련. +6 22.12.28 16,948 242 11쪽
11 11화. 남궁세가의 보은. +7 22.12.27 16,841 244 12쪽
10 10화. 구음절맥 치료. +14 22.12.26 16,718 269 13쪽
9 9화. 사자검왕의 딸. +12 22.12.25 16,713 248 12쪽
8 8화. 제갈민의 도발. +6 22.12.24 16,911 269 14쪽
7 7화. 강호의 꿈. +5 22.12.23 17,503 254 15쪽
6 6화. 흉수 찾기. +6 22.12.22 17,905 267 11쪽
5 5화. 신약 개발. +7 22.12.21 18,689 276 14쪽
4 4화. 무공에는 관심 없습니다. +7 22.12.20 20,138 268 14쪽
3 3화. 내겐 추리 따윈 필요 없어. +10 22.12.19 21,208 300 16쪽
2 2화. 사천당문의 신동. +10 22.12.19 24,904 30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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