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무림맹 어사.
“허허, 환영하네. 나는 무림맹에서 한직을 맡은 권 모라고 하네.”
무림맹주 권오탁이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며 나불거렸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운이 쏟아졌다.
‘아니, 이런 개 같은 노친네가!’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감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이건 맞설 수 있는 게 아니야.’
무림맹주 권오탁은 사파연합주와 함께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절대의 경지에 오른 기세를 이제 갓 고수의 반열에 오른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아니, 포기하긴 일러. 어차피 죽이려고 부른 것도 아니잖아?’
나는 이미 제갈 군사를 통해 맹주의 의중을 살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했다.
먼저 태극분열심법의 구결을 떠올렸다. 삼백 년 전 천하제일인이라면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태극분열심법이라면······ 쪼갠다! 그거겠지.’
결국 맹주가 쏘아낸 건 거대한 기운이었다.
음과 양을 분리하는 것에 성공한 마당에 온갖 기운이 얽힌 외부의 기운을 분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처음에는 작은 톱니바퀴를 연상하며 맹주의 성난 기운을 조금씩 밀어냈다.
곧이어 피부가 분자 단위의 톱니바퀴로 이뤄진 육체라 생각하고 그의 기세를 갈랐다.
숨은 돌렸으나 뇌가 곤죽이 되는 기분이었다.
“허! 요놈 봐라?”
무림맹주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기세가 누그러지자 나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 씨발······.”
한숨과 함께 욕도 함께 흘러나왔다.
“어허! 당 공자!”
제갈 군사가 짐짓 으름장을 내놓았다.
「아니, 이 녀석이 맹주님의 심기를 거슬러서 어쩔 셈이냐!」
그러나 그의 시선에는 걱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군사는 당문 사람들을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제갈 군사가 나를 편히 여기지 않는 건 이미 마음을 읽어 알고 있었다.
삼촌들이 친 사고에 이골이 난 인물이었고, 제갈민 사건으로 눈에 띈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죠. 진짜 뒤질 뻔했네.”
나는 제갈 군사를 통해 맹주의 심리를 살폈다.
그는 오랫동안 맹주를 모시면서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할 줄 알았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아니, 애 상대로 화를 내겠어? 품위 없게?’
제갈 군사의 마음을 보니 오히려 맹주는 당돌한 후기지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했다.
‘무림맹에 비상용 영약 같은 건 없나? 속이 쓰려 미칠 것 같은데?’
제갈 군사의 머리를 슬쩍 탐색해보니 몇몇 개가 떠올랐다.
그중 나는 익숙한 영약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허허, 괜찮다. 저 나이에는 자기 실력에 자신을 갖는 것 자체가 자산이야.”
맹주는 뭐가 그리 흡족한지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대로 맹주쯤 되는 사람이다 보니 그릇이 작지 않았다.
“맹주님도 체통을 지키시지요.”
제갈 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맹주의 갑작스러운 시험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내 실례했다고 치고, 거기에 네 활약에 소정의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일전에 가짜 공청석유를 마셨는데 소화가 잘 안 되더라고요. 대환단이라는 기가 막힌 소화제가 무림맹에 몇 알 있다던데······.”
나는 기회다 싶어 무림맹이 소지한 영약을 요구했다.
“하! 이놈이!”
제갈 군사가 쌍심지를 켜고 언성을 높였다.
나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이어 말했다.
“그래도 대환단은 수량이 딱 정해져 있으니, 쉽게 내놓을 수 없겠죠?”
대환단은 소림사에서 만든 영약이었다. 무림인들에게는 죽을 목숨도 한 번쯤 살 수 있는 명약이었고, 내공을 단숨에 늘릴 수 있는 영약이기도 했다.
아무리 무림맹주나 군사더라도 그런 영약을 빼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에 공청석유 몇 모금 맛볼 수 없을까요? 그건 한두 모금으로는 티도 안 날 거예요.”
‘인공 공청석유로도 내공을 증진했으니 진짜라면 몇 모금이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야.’
맹주가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정말 대단한 아이야. 그렇지 않은가? 군사.”
「녀석이 맹주님의 마음에 들었군. 대담한 후기지수를 좋아하시기는 하는데······ 이 녀석이 그걸 알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
제갈 군사가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당가의 그 거지 같은 교육 때문이겠지. 하여간 당가 놈들은 품성이 없어요. 품성이.」
“네 뜻은 알겠다만 무림맹주라 해서 영약 같은 건 함부로 운영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소환단이나 백 년 하수오 정도라도 좋을 것 같은데?’
그거 외에는 무림맹주한테 딱히 원하는 게 없었다.
무공이야 깨달음을 하나둘 훔치면 될 노릇이고, 돈은 이미 만화루에서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괜한 자리는 더욱 필요도 없고.’
“맹주에게는 다른 장로나 간부들의 허락 없이 뽑을 수 있는 자리가 있지.”
“맹주님 그것은!”
제갈 군사가 만류하고자 입을 열었지만 맹주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이는 군사도 관여해선 안 되는 자리지 않나.”
두 사람이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제갈 군사의 생각을 읽었다.
‘무림맹의 직책이나 지위는 필요 없는······ 감사?’
나는 눈이 휙 돌아갔다.
무림맹주가 선임한 감사라면 말 그대로 자기 사람에게 쥐여주는 자리였다.
녹봉도 달달하고 권한은 감사라는 직책 때문에 막강했다.
‘게다가 감사라는 게 일을 하지 않는 게 조직에서 더 인정받는단 말이야.’
오히려 열과 성을 다하면 같은 조직원에게 손가락질받는 자리가 바로 감사직이어다.
“어사패라네.”
맹주가 납작한 신분패를 건넸다.
나는 냉큼 받아 패를 살폈다. 옥을 깎아 만든 어사패의 말은 털 한 올 한 올 살아 있었다. 이 털 안에는 복잡한 무늬가 담겨 있었다. 복제 방지를 위함이었다.
“14인객이 구파와 오대세가에 첩자들을 뿌리 깊게 박아둔 이상 수사를 위해 필요할 것이야.”
맹주가 어사패를 준 이유를 덧붙였다.
제갈 군사를 돌아보니 웃지도 울지도 않는 표정을 지었다.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만 아직 성인도 되지 않는 아이에게 줄 것은 아닙니다.」
맹주가 직접 건넨 걸 군사가 수거할 수는 없었다. 이는 맹주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제갈 군사는 말도 못 하고 속앓이만 했다.
‘그러니까 14인객을 잡을 때까지 쓰라는 거지?’
“일이 마무리되고 반납할 때 내 한 수 가르쳐 주지.”
“맹주님!”
이번에는 제갈 군사도 자기 입을 막지 못했다.
천하제일인의 가르침은 말 그대로 기연이었다.
‘반납······ 그거 꼭 해야 하나?’
무공이야 어차피 고수들의 깨달음을 적당히 훔치면서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이야 맹주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실력이 늘면 그에게서 깨달음을 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니, 맹주님! 그 아이에게 직접 무공을 전수하신다니요?!”
당연우가 맹주전을 나가자마자 제갈 군사가 맹주에게 따져 물었다.
그는 사파연합 련주와 무림을 양분하는 절대고수였다.
한편 마땅한 세력이 없는 사람이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는 호시탐탐 자기 사람을 제자로 들여보내려 했다.
“군사, 올해 내 나이가 일흔이 넘었네.”
“압니다. 그래서 노망이라도 들었다고 말씀하실 생각입니까?”
제갈 군사가 삐딱한 태도로 답했다.
맹주가 길게 내린 수염을 쓸어내렸다.
“허허, 군사도 말을 참 거지 같게 할 줄 아는군. 그게 아니네.”
그가 당연우를 떠올리며 말했다.
“내 자랑 같아서 말하긴 좀 남사스럽다만······ 나는 내 뒤를 이을만한 인재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
맹주는 소싯적에 단신으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싸움을 걸고 다녔다.
당시 패배한 문파 중에서는 은밀히 척살령이 내려지기도 했고, 암수를 쓰는 세력도 있었다.
그 모든 역경 속에서 맹주는 자신의 무공만으로 뚫고 나왔다.
‘그야 맹주님께서는 괜히 천하제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지.’
일성일마 삼황오제 십이왕.
무림맹주는 줄 세우기 좋아하는 강호인들이 말하는 우내이십이존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하지만 그건 련주도 마찬가지일 거야.”
사파연합의 련주는 신마라 불리는 불세출의 고수였다.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전쟁에 억지력이 생겨 역설적으로 강호에 평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뒤를 잇는 인재가 정파와 사파를 막론하고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당문의 막내 공자가 그런 재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제갈 군사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맹주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에게선 다른 후기지수들과 다른 가능성을 보았어.”
자신의 기세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 또래와는 수준이 다른 무공 실력. 그리고 14인객을 농락하는 지략까지.
후대를 맡기기에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인재였다.
‘인성은 뭐, 괜찮겠지?’
***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무림맹주가 건넨 어사패에 대한 후처리를 위해 제갈 군사가 다시 나를 불렀다.
그가 서류 작업을 하면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군사님께서는 당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계시네요.”
내 말에 제갈 군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가 눈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편견은 있다만 일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말처럼 그는 업무에 있어서는 최대한 공평하게 처리했다.
같은 제갈세가 사람이라고 우대하지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당문을 배제하지 않았다.
“뭐, 조카 놈을 물 먹인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지.”
서류 작업을 마무리한 그가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제갈 군사의 솔직한 말에 그의 속내를 살폈다.
‘생각보다 건전한 사람이네.’
제갈 군사에게서는 무림맹주라는 거인의 관심을 받은 후기지수에 대한 걱정과 제갈민을 뭉갠 것에 대한 불만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깐깐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자기 나름대로 엄격한 규칙이 있는 사람이었다.
“맹주 직속 어사는 맹 내 감찰부와 하는 일이 크게 다르네.”
“뭐가 다르죠?”
내 물음에 제갈 군사는 성실하게 설명했다.
“수사 권한이 없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어사한테 수사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은 그저 허울뿐인 자리란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할 때 제갈 군사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무시하진 않을 걸세.”
무슨 소린가 싶어 제갈 군사의 머릿속을 봤더니 이야기는 간단했다.
“권성의 이름이 권한을 만들어준단 이야기네요.”
무림맹주 직속 어사의 감사를 방해했다간 무림맹주가 직접 나선다.
지금이야 유해졌다지만 맹주는 무림맹에 들기 이전에도 두 주먹만으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와 싸우던 사람이었다.
권성의 의심을 받았다간 어지간한 규모의 문파는 뿌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흐음······ 하지만 현 문주님의 직속이니까 가능한 권력이네요.”
권성의 위세가 워낙 커서 그렇지, 다른 사람이 맹주라면 그만한 힘을 가지긴 어려웠다.
‘권한이 없다는 건 책임도 없다는 거니까.’
“그 외에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될 것이고. 무림맹 분타에서 무사나 금전 등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네.”
‘요컨대 법인 카드와 비슷하단 거지.’
내가 어사패를 품에 넣고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제갈 군사가 눈을 작게 뜨며 입을 열었다.
“사용 내역은 반드시 남겨두게.”
“아, 예.”
나는 대충 대답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제갈 군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능구렁이 같군. 중화를 보는 기분이야.”
그는 젊었을 적 당중화와 함께 후기지수로 활동한 바 있었다.
나는 당중화를 떠올렸다. 농땡이 피기 좋아하는 그는 본래 오대세가 회합 때 함께 갈 예정이었으나 당중월을 설득해 세가에 남았다.
‘같이 일하려면 좀 빡치겠네.’
제갈 군사의 기억을 읽어보니 당중화는 대학 조별 과제에서 볼 법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다만, 노사께 기문둔갑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군사님께 노사님이라 하심은······.”
“내 항렬은 모두 제갈균 노사께 글을 배웠지.”
그가 제갈균을 언급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공을 배울 때 조금 더 그분 밑에서 공부를 했고,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제갈 군사가 나를 향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무림맹의 중진이 일개 후기지수를 향해 보이기에는 과분한 예였다.
그가 내게 초대장이 아니라 명령서를 보낸 것도 억지로나마 나를 만나보기 위함이었다.
당중화가 무림맹의 초대장 따윈 무시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노사를 챙겨줘 고맙네.”
내가 머뭇거릴 때 제갈 군사, 제갈지가 진심을 담아 이이야기했다.
“아니, 그게······.”
“내 욕심에 그분의 뜻을 잇지는 못했으나 자네 덕분에 말년을 안심하고 보내시겠지.”
제갈 군사가 말하는 것이 만해경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참 힘들게 사는 양반이야.’
그러나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싫지 않았다.
나는 제갈 군사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제갈세가의 물건은 언제고 다시 제갈세가로 돌아갈 겁니다.”
“그래, 자네가 그리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
제갈 군사가 처음으로 웃으며 답했다.
***
공청석유를 받지 못한 건 아쉽지만 대신 쉽게 쓸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나는 가슴팍에 넣어둔 어사패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힘들게 무림맹에 방문한 것도 나쁘진 않네요.”
팽기웅이 기가 찬 듯 말했다.
“힘들다고? 지금까지 돈을 물 쓰듯 쓰면서 최고급 객잔과 식당을 찾아가며 오지 않았나?”
게다가 돌아가는 지금 어사패를 사용해 무림맹에서 마차까지 빌렸다.
나는 맹 내 장로급이나 탈법한 사두마차에 올라 주위 풍경을 즐겼다.
“에이, 먼 거리를 오가는 것 자체가 힘든 거죠.”
입이 궁하거나 잠자리가 불편했다면 무슨 핑계를 써서라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먼 길이었다.
남궁호가 팽기웅에게 눈치를 주곤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아미파로 갈 예정이라네. 아미파의 속가 문파인 호정문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군.”
“사룡삼봉 중에 아미파 출신이 있지 않았나요?”
“그들이 갔음에도 호정문의 최고 장로님께서 살해당했다고 하더군.”
호정문은 백료강을 통해 알아낸 차기 목표였다.
무림맹에서는 전서응까지 써 사룡삼봉을 호정문에 파견했지만 결국 최고 장로는 싸늘한 시체가 되고야 말았다.
‘결국 사룡삼봉이 싼 똥을 우리가 치워야 한다 이거지?’
무림맹 어사패를 받았으니 입 싹 닦고 무시할 순 없었다.
무림맹에서는 오기린의 활약에 사룡삼봉에게도 같은 활약을 기대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14인객의 계획을 무산시키는 동안 무림맹이 중앙전장과 중원전서협회를 조지는 작전이려나?’
오기린이나 사룡삼봉이나 워낙 눈에 띄는 이들이기에 미끼로는 충분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의 창틀에 턱을 기대고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오늘따라 가도를 오가는 사람이 참 많네.”
하남성에서 사천성에 있는 호정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섬서성의 삭천을 지나야 했다.
가도에는 삭천으로 향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표행에 나선 표사와 쟁자수도 눈에 들었고, 상회 사람들도 눈길을 끌었다.
‘허, 이것들 봐라.’
표사나 상회 호위무사는 그렇다 쳐도 쟁자수에 상회의 짐꾼까지 하나 같이 무공을 익힌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목표가 떠올라 있었다.
‘나를 상대로 천라지망을 펼치시겠다?’
당중일과 백료강을 잡자 14인객이 본격적으로 나를 노렸다.
‘그게 될 것 같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걸 안 이상 이대로 삭천에 갈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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