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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61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1.11.14 09:04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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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2

DUMMY

그건 의외로 간단하며 단순하면서도, 뻔했을지도 모른다.



"으윽, 의외로 힘든걸지도 모르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몸의 피로감과 정신적인 소모감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라인은 눈치채지 못한다.



드르륵.

아침에 짧게 봤던 욕실의 위치를 필사적으로 떠올려내며 연 미닫이 문.



그리고 아무런 의구심과 생각없이 라인은 옷을 벗기 시작한다.



'집 이외에서 이렇게 씻는 건 오랜만이지···.'

이제는 먼 고향에서의 광경과 지금의 광경을 태평히 겹쳐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단련했는데··· 역시 근육은 더이상 안 붙네."



태평한 소리와 함께 욕탕이 있는 안쪽으로 향한다.



안쪽의 문을 쥔 손.

기세좋게 열리는 욕실로의 문.

보이는 건――――



그렇다.

라인은 태평하게 눈치를 못챈 것이다.



"어머."



욕실로 이어진 미닫이문.



"라인도 같이 씻고 싶었나요?"



그 미닫이문의 고정문에 붙여져있던.



"음, 하지만 지금은 여자들이 목욕을 하는 시간인데."



정해진 남녀 목욕시간을 알려주는 공지문을.



"혹시 문앞에 붙여져있던 거――"



라인은 눈앞의 광경에 굳어버린다.



"못 봤나요?"



――눈앞의 광경.

어제 자신의 숨통을 끊을 뻔한 그―것이. 아름다운 백옥의 피부가 한 올도 걸치지 않는 모습으로――



'――가 아니라!!'



나갔다 들어온 라인의 정신이 말하고 있는건 청색의 머리카락에 샴푸 거품을 드믄드믄 머금고 있는 자애스 사감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같이?'

차려진 정신은 상황과 사감님의 말을 파악해낸다.

'같이' 라는 말은······.



라인의 시선이 살짝 멀어지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탕에 도착한다.



김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잘 안 보였던 아름답게 광택이 느껴지는 청백색의 머리카락과 벽안.

언뜻 보였지만 눈길이 끌렸던 그 모습.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기도 전에.

앗차, 하고 정신을 차린다.



"뭘――"



주위에 미세히 흐르는 존재들. 보통은 보이지 않으며 극소의 량이기에 측정조차되지 않을 그것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가시화되고.

힘이 된다.



그 기묘한 힘은 욕탕을 한가득 채운 온수를 그대로 끌어모아.

"어머 어머."

이런데도 태평히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자애스 사감님을 놔두고.



"―그렇게 빤히 보고 앉아있는거야!!!"

"우와아앗―?!"



촤아악!!



라인에게 쏟아진다.



탕!! 하고 재빨리 문을 닫았지만 적지않는 양의 온수를 그대로 맞아버린 라인은 재빨리 자기 옷을 주어선 욕실을 튀어나왔다.



뚝 뚝. 살짝 뜨근한 목욕물의 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욕실문에 기대며 털썩 주저않았다.



아까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해지는 부끄러움과 함께.



"···보여져 버렸어······."



지금 자신의 모습,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모습에서 올라오는 얼굴이 새파래지게 만드는 수치심을 버티며.



허망한 눈동자로 위를 올려다 본다.



거기엔.



욕실 미닫이문 중 고정문에 붙여진 종이 한 장.

현재 시간은 여자들이 욕실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 붙어 있었다.



"뭘 보여주고 가는 있는거야! 저 변태!!"

"어머.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같이 씻고 싶어한다니 귀엽지 않나요?"

"쟤가 무슨 얘야! 당신의 가치관은 이상해!!"



욕실을 온탕 뒤집은 온수로 샴푸 거품이 시원스레 지워졌을 사감님과 텅 빈 차림으로 텅 빈 욕탕에서 소리치고 있을 이리스 대화를 허무하게 들으며.

라인은 일어서서 젖은 몸을 무시하면서 옷을 입어가며.



터벅터벅,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끼이익. 방문은 힘없이 열리고.



온수를 가득 머금은 제복셔츠와 바지를 질질 이끌며 라인이 들어왔다.

처량한 그 모습이 너무나도 눈에 띄지 않아서인지 방에서 쉬고 있던 테오는 거기에 늦게 반응해버렸다.



"어라? 라인, 무슨 일이야?"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해주지 못하고 라인은 자기침대에 걸터앉아 드러누웠다.



"그러다 감기 걸릴지도 몰라."



축축함이 느껴지는 차림으로 침대에 눕는다는 비상식적인 일에도 라인의 건강을 걱정하는건 테오의 천성인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라인은.



"···테오, 너··· 알고 있었지······?"

"알고 있다니 뭘?"



원망적인 힐문. 하지만 테오는 당황한 기색없이 대답했다.



"욕실··· 누가 들어가 있었던 거."

"······뭐? 라인, 설마···!"

"그, 그런 것보다! 알고 있었으면 알려줬어야지!!"



똑같은 대화를 두 번하고 있냐는 착각이 드는 대화. 이번엔 할 말이 있는 라인이었지만.



"음··· 그치만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고······."

하지만 그 저항은 단 한마디에.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 못 봤어?"

축축한 옷과 동화하듯 눅눅쳐저선 그대로 져버린다.



"귀뜸이라도 해주지······."

갈 곳 없는 원망을 푸념하면서.



눈이 감겨왔다.



피로가 쌓여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 그리고 하루만에 벌어진 수많은 일들.

그리고 마지막 기폭제까지.



얼굴을 붉히면서 몸이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테오는 살며시 웃고 있었다.



"잘 자. 라인."



멀어져가는 그 말을 들으며.



'그래.'



라인의 의식은 멀어져간다.



"잠을 잘 수 있으면 좋을텐데."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과 함께.



그럼에도.



라인은 어째서인지 웃고 있었다.



어느 기억.

어느 추억.



겹쳐보이는 그건―――



············

······



라인의 의식은 거기에서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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