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53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09.05 19:36
조회
13
추천
0
글자
9쪽

3

DUMMY

"꾸웩!"


그런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실제로 듣을 수 있다는 건 참신한 경험이리라.


실제 당사자는 농담이 아닐지 모를테지만.


그 당사자. 아까까지 어느 한 여자아이에게 껄렁하게 말을 걸던 불량배 중 하나.


그는 이래보여도 일단은 학생으로, 새학기 시즌을 맞아 고양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불량에 물든 학생이 할만한 생각따위··· 평범하게 고양감을 갔는 학생들 사이에서 어떻게 폼을 잡을지 같은 것뿐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새로움이라는 것이 있는 기대감이었다.


그런 기대감에서 나온 헌팅과 같은 것이었는데······.


"으···허억."


그의 고양감은 말 그대로 우스꽝스러운 말과 함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아야야···."


그런 그의 위에 눌러앉은 사람은 작은 아이였다.


작은 머리에 맞지않는 큰 빵모자를 깊게 눌러 써서 머리카락은 고사하고 얼굴까지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몸에 걸친 코트 또한 작은 몸집에 비해 기장이 길어서 아마 일어서면 바닥을 쓸 것이다. 전체적으로 몸을 숨기기 위한, 마치 누군가에게서 숨고 싶은 의도가 보이는 차림새였다.


그런, 이른바 빵모자의 아이는 방아 찧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면서 아파하고 있었다.


"으으··· 음?"


그러던 중에 눈치를 챈다. 자신이 지금 이목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걸.


흐리멍텅한 백발의 남자애와 일절 당당한 태도를 고수하여 평범히 이쁠 용태를 부각시키는 금빛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애가 모두 이쪽을 빤히 보는 걸.


"어, 어어···."


당황해서 급히 일어난다. 밑에서 "크악!"하는 짧은 비명에도 신경쓰지 않고 고대로 당당히 일어서선.


"크흠."


모든 걸 무마하듯 기침한다.


"넌 뭐···."


기가 쌔 보이는 여자애, 이른바 교복의 소녀가 뭐라 할려하자.


"어험! 그러면 안되지이~!"


다짜고짜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막아서버린다.


"너처럼 그렇게 강한 애가 그렇게 막 힘을 휘두르고 말야. 자신의 힘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는거야? ···어라? 여기 왜 이렇게 마나가 흐트러져··· 설마 좌표공간이 엇갈린 것도··· 아니, 완전히 산산조각 나있잖아 이거···!."


그러곤 중얼중얼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버린다.


그에 반응하는 건 당연스럽게도 교복의 소녀였다. 자신의 말이 막힌 것도 모자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거리는 눈앞의 작은 아이. 그런 무례를 당당하게 선보이는 모습을 그녀가 무마할리가 없었다.


"사람이 앞에서 말하고 있는데···!"


아까전까지 라인에게 쏠려고 했던 바람의 송곳니를 순식간에 새로이 만드는 그녀.


"잠――."


몇 번인지 이제는 까먹어버린 라인의 걱정.


바람의 송곳니가 스산하게 날아간다.


몇 번의 걱정 속에서도 결정사항처럼 나아갈려는 라인의 몸. 막을 새도 없을텐데도 이미 발을 때고 있는 라인.


툭. 하고 나아갈려던 몸은 멈춰졌다.


"······?"


순간 모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인도 교복의 소녀도.


"그웩···."


그건 밟혀있던 불량배의 단말마같은 신음도 내뱉는 것이 늦어져 있을 정도로.


순식간. 빵모자의 아이가 라인의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아픈데."


"!?"


눈치 채지 못했다.


기사가 되기 위해 단련한 라인조차도, 아마 마법의 힘만으론 그의 선생님과 맞먹을 정도로 강할 교복의 소녀도.


모든 관점에서 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순간이동!?'


이야기로만 들었던 고도의 '마술'을 떠올리는 라인. 교복의 소녀 또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엔 부딪힌 머리를 어루만지는 빵모자의 아이는 뒤로 돌아 교복의 소녀와 대면한다.


"너, 뭐하는 놈이야."


"간단하지. 마나를 이용하면. 이렇게 대판 저질러놨으니 마나도 충분하고. 거기에서 뽑아낸 정보와 경위를 알아내면 쉬운거야. 그보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그녀의 눈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며.


"어째서 그렇게 힘을 휘두르는거죠?"


분위기 돌변한다.


눈동자에 담겨지는 눈빛부터 도망자를 연상케하는 차림새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까지.


다른 사람이자.


어딘가 고고함이 느껴져왔다.


"···뭐?"


당연하게도 교복의 소녀도 그걸 느꼈는지 눈쌀을 찌푸린다.


"당신같은 '힘'을 가진 자가 무위로 휘두르면 어떻게 될지······."


"너 뭘 알고――."


"사정이 있겠죠. 마나를 통해서 느껴진 당신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네가 뭘 안다고!"


"길이 흔들리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그 길을 자신의 손으로 뒤틀어버리는 건 안타까워요."


"크―!"


어쩌면 사정도 모를 놈이 딴지를 거는, 그녀에게 있어 열불이 날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반박하지 못하는건 그녀의 변모 때문일까. 아니면 그 말이 심중을 찔러서일까.


"돌아가세요. 본래의 당신이라면, 신은 옳은 길로 인도할 겁니다."


말만은 힘을 가지며 그 자리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라인은 그 대화를 빵모자의 뒷모습으로 듣고 있었다.


'완전 다른 사람같잖아···.'


다른 사람.


대화의 의미는 모른다. 하지만 그 뒷모습에서 보이는 기운도, 말투도 그렇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라인은 뒷모습을 보고 있기에 모를테지만.


교복의 소녀를 향한 그 눈동자 또한 완전히 다른 사람과 같았다.


"듣자 듣자 하니까―"


잠시 그 모습에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정신을 팔려버려 보지 못했다.


"-나보다 땅꼬마인 얘가 뭐라는 거야!!!"


눈앞에 강렬한 광채가 터져나오는 걸.


'저건···!'


붉은색의 광채가 섞여있는 바람. 혹은 힘 그 자체.


라인은 알고 있다.


저건 마나를 응축한 마력이고 그 마력으로 이룬 마법이란 걸.


그리고 저 붉은색. 마나는 다루는 사람 고유의 색울 지니지만, 그 소유자의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에는 다른 색을 띄운다.


저 타오를 것만 같은 붉은색의 의미는.


분노.


"위험해."


솔직한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나에 색이 입혀지는 것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냉정치 못한 상태이다.


"이대로 두면 위험한데···."


피해를 확산하는 의미에서도, 저 아이의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그 의미를 곱씹는 라인의 모습을 빵모자의 아이는 쓰윽 올려다 본다.


'보통 저런 상태까지 오면 선생님들이 봐주지만···.'


없을 뿐더러 규모 자체가 규격외이다. 단순히 마나를 모아 터뜨렸는데 힘만 따지자면 선생님과 맞먹는다. 그러면 마력을 모아 마법을, 더구나 이성도 온전치 않는 상태에서 풀어놓는다면···.


폭주하는 마력에는 적어도 그에 3배에 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라는 규칙이 있다.


즉.


이 자리에는 적어도 라인의 선생님이 3명은 필요하단 소리이다.


주위의 공기가 뒤바뀐다. 골목길이라는 통로를 가르는 공기의 흐름이 얇아지고 날카로워져간다.


얇아진 바람, 희박해져가는 공기.


그 모든 흐름이 공감각을 확장시킨다.


좁은 골목길이 넓어진다.


농담이 아닌 모든 감각이 빌딩의 벽들은 밀어내고.


그리고.


고요함이 생겨난다.


확장된 공간의 끝에. 골목길의 끝에. 그 고요함의 끝에.


교복의 소녀가 손을 뻗고 있었다.


"···하는 수 없지."


라인은 여러 생각을 정리하고 결심한다.


이제 바뀐 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 빵모자 아이를 뒤로 물러서게 하고 앞으로 나선다.


"어, 잠깜, 뭘 할려고―."


빵모자를 깊게 써서 보이진 않지만, 앞선 라인에게 무언가 말할려는 빵모자 아이를 뒤로하고.


라인은 주위를 슬쩍 둘러본다.


쓰러져있는 정체모를 얘들. 이 얘들도 위험하고··· 무엇보다 일이 벌어지고 난 후, 저 얘가 받을 충격도 헤아려졌다.


"네가···!"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교복의 소녀에게.


라인은 앞장서서 나아간다.


"네가 뭘 안다고!!!"


고요함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잡아먹고.


어디가 어딘지 모를 상황 속에서.


오직.


손을 뻗어낸다.








고요함을 넘어서 무음의 영역까지 다다른 세상은. 확장된 감각, 억지로 넓혀진 세상은.


한순간.


응축된다.


하나의 창, 말뚝, 혹은 폭발.


그 모든 걸 포함한 날카로운 힘 그 자체.


분노는 소리소문 없이 내질러진다.


고요하다 못해 무음의 세상은. 억지로 넓혀진 세상은.


시야도 소리도 함께 하얗게 사라진다.


끼이이―잉!


하지만 그 흉폭한 무음의 끝엔.


쾅! 하는 폭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솔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4 21.12.04 11 0 7쪽
36 3 21.11.18 9 0 8쪽
35 2 21.11.14 7 0 6쪽
34 1 21.11.11 9 0 7쪽
33 놓치고 싶지 않았던 손 21.11.04 7 0 6쪽
32 6 21.10.31 8 0 3쪽
31 5 21.10.24 9 0 6쪽
30 4 21.10.17 8 0 6쪽
29 3 21.10.14 9 0 4쪽
28 2 21.01.14 13 0 8쪽
27 1 21.01.05 13 0 9쪽
26 짧은 해우 20.12.16 12 0 4쪽
25 7 20.12.04 11 0 2쪽
24 6 20.11.21 13 0 4쪽
23 5 20.11.18 12 0 8쪽
22 4 20.11.15 15 0 7쪽
21 3 20.11.12 13 0 7쪽
20 2 20.11.11 19 0 6쪽
19 1 20.11.08 15 0 7쪽
18 검은 정령술사 20.11.01 12 0 7쪽
17 4 20.10.28 16 0 11쪽
16 3 20.10.26 13 0 10쪽
15 2 20.10.23 12 0 8쪽
14 1 20.10.18 11 0 4쪽
13 새로운 집 20.10.15 15 0 10쪽
12 7 20.10.13 30 0 2쪽
11 6 20.09.23 13 0 5쪽
10 5 20.09.14 13 0 5쪽
9 4 20.09.08 12 0 8쪽
» 3 20.09.05 14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