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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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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75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1.11.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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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놓치고 싶지 않았던 손

DUMMY

"어머."


곤란하다는 듯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듯.

뺨까지 손을 올린 자애스. 사감으로서 또 어른으로서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은.



"저··· 사감님."

도시에 온 지 둘째날에 밤 늦게 돌아온 제자식같은, 자신이 관리하는 기숙사의 기숙사생.

"이―, 야! 이거 놓으라고!! 너 왜 이게 안 통하는거야?!"

그리고 그런 그가 옆구리에 짐짝처럼 안아들은 한 여자아이를 데려온 사태였다.



"이 얘,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여기 하룻밤이라도 묵게 해줄 수 없을까요?"

"웃기는 소리하지마! 그렇게 간단할리가―"



그렇지만 처음 말했듯이.

그녀는 곤란한듯.

곤란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되는거야?!!"



살짝 그리고 또 심도있게 한 번 생각한 기숙사 스타트람의 관리인은 환히 웃으며 가볍게 대답해주었다.









"그럼 늦게라도 밥으로 할까요. 손 씻고 바로 식탁으로 오세요."

자애스 사감의 수녀로서의 화사함과 평온함이 뭍어나는 미소에 배웅을 받으며.

"이쪽이야."

라인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그리고.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야!!"



이리스의 입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런 거 치곤 잘 넘어가잖아."

"시, 시끄러···!"



잘 다루지 못하는 젓가락을 억척스럽게 써가면서 입에 밥을 우겨넣는 이리스가 있었다.



"요즘 제대로 된 밥을 먹질 못했단 말야··· 밥이 맛있는 걸······."

"어머 그건 기쁜 이야기네요."

그런 사이에 자애스 사감님이 들어왔다.



수녀복에 앞치마라는 기묘한 조합이 어울리는 그녀. 반대편에 앉아 환한 미소를 전개하고 있었다.



"라인. 이야기는 들었지만 꽤 늦었네요. 단순한 심부름이라 생각했는데."



사전에 테오가 말해줬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늦어질거란 건 없었을거다.



"그··· 길을 잃어버려서요. 그 때 이 얘가 도와줬는데 갈 곳이 없다고 해서요."



라인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리스 쪽을 슬쩍 봤다.

여전히 잘 못 쓰는 젓가락과 씨름을 하면서도 점점 반찬을 옮기는 성공률이 높아져가는 모습에 단시간에 이정도까지 잘도 익숙해지는구나라고 슬며시 떠올렸다.



"왜."

"···아니야."



눈에 두고 있지도 않는데도 어떻게 아는지, 반격당해버린다.



"그렇군요."

이런 기묘한 상황 속에서 이 집의 주인은 태연스럽게 웃으며 넘겨간다.



"하지만 라인. 길을 찾는데 이런 시간까지 걸리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를 끝나고도 좋으니 도시의 지리를 보는 법을 배워두는게 좋겠어요."

"네, 네엡······."



라인은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그런 사이를 이리스는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었다.

어이없는 걸 넘어서서 뭔가 다른 걸, 여러가지 의미가 깊어보이는 시선을 띄고.



"그래서."



엉성했던 식사자리를 대강 정리하고. 그 사이에, 한없이 자애로워 보이는 이 집의 주인에게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고압적인 말투.



"날 여기 둔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는거야?"



실례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당신은 이 땅의 관리자잖아. 그런데 외부인을 이렇게 쉽게 들여도 되는거야?"



허나 끼어들 수는 없었다. 중압감이 느껴질만큼, 일반적이 아닌 중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 저는 괜찮다고 판단했습니다만······."



곤란한 듯 하지만 곤란하지 않는 듯, 관리인은 웃으며 그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하지만 전혀 기가 눌리지 않는다.



"나는 교회의 인간이라고."



서막해진 분위기.

흐름 속에서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단련했기에 라인은 꾸준히 밥을 옮기고 있었지만.

'···힘들어.'

원인제공이 자신에게도 있으면 마음이 힘든 법이었다.



"그렇군요."



그런 서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은 역시 자애스의 미소였다.



"예. 알고 있답니다. 저의 본위에서, 그리고 이곳의 관리인으로서의 안목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모른다면 알려줄게. 난 청주지십교의 소속, 서제의 일원이라고."



그 말의 의미를 라인은 모른다. 다만 입으로 옮기는 밥의 맛이 흐릿해지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단어에는 그만한 의미와 힘이 담겨져 있었다.



"·········."



그 때문인지, 자애스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여전히 온전온후하면서도 부자연스러운 뜸이란게 존재했었다.

그 뜸이 끝나고.



"예. 분명 어떠한 사정이 있겠죠."

수녀의 관록이 담긴 명목.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하지만 믿고 있습니다."

무한하게 청렴하고 또 솔직한 미소.

"우리《이 땅의》 아이를 저는 믿고 있답니다."



우직한 신뢰와 믿음.



'사, 사감님···!'



라인이 감동받아 마땅한 그것에 대해.



"······모든 걸 꿰뚫어볼 수 있다는건가."

이리스는 무미건조하게 소근거릴 뿐이었다.



거기까지가 이야기의 일단락인지. 자애스는 손뼉을 한 번 치곤.

"그렇네요. 라인. 오늘은 오랫동안 바깥을 돌아다녔죠? 밥도 다 먹었겠다 피곤할테니 이만 위로 올라가 보세요."

멀뚱하게 있던 라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이제서야 자신의 밥그릇이 이미 비워져 있다는 걸 눈치 챈 라인은 머뭇거렸지만.



"괜찮아요. 저희는 아직 상담할 이야기가 남았으니."

"······네."



사감님을 이길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과 같은 부류의 느낌이니까.



믿고 또 신뢰할 수 있다.



그릇을 정리하고 거실을 나오면서 힐끗 이리스를 보았지만, 뭔가 무서운 분위기가 있는지라 그대로 자리를 떴다.



라인이 떠나간 자리.



남은건 어디까지나 웃고 있는 이 땅의 관리인과 외부에서 온 사정있는 책장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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