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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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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54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1.11.1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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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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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

DUMMY

라인은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는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사감님과 이리스의 대치. 그 살벌하면서 날카로웠던 분위기.

자신이 틀린 것일까. 그녀를 위한 선택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이기심, 더 나아가 질 나쁜 마음가짐.

그런 생각이 떨어져나가질 않는 것이다.



"괜찮은 거겠지?"

누구에게 묻는건지 알 수 없는 중얼거림과 함께.

라인은 자기 방의 문을 열었다.









어제 처음왔는데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방.

그 방, 자신의 방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2인실이기에 제자리에 앉아있는 한 소년, 테오였다.



"흠, 여기가 이렇고··· 저기가 저렇고···"

책상에 무슨 자료같은 걸 잔뜩 놓고는 여럿 보고 있는 그는 집중하고 있는지 라인의 기색을 재빨리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테오는 찰칵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어? 라인. 이제 온거야?"

"응."



가볍게 이야기하고 테오가 앉아있는 책상과 반대 선상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대로 누워버렸다.



"약속했다지만 역시 따라갈 걸 그랬나? 하루종일을 낭비한거면 미안한데."

"···아냐, 테오.부탁받은 일도 해냈고 돌아올 수도 있었으니까――"

――만사 오케이지, 라는 말까지는 턱 막혀버렸다.



떠오르는 건 많았지만,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잘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둔 어느 얼굴이었다.



"·········."

"무슨 일 있었어?"



그 기색을 느꼈는지 테오는 시선을 책상에서 벗어나 누워있는 내쪽을 바라봤다.



·········말해도 될까.

이건 자신의 이기심을 넘어서 억지를 부리는 걸 묻는 것과 같았으니까.



누운 채로 눈길만 테오 쪽을 보았다.

순수하게 의문하고 또 걱정하는 표정이 있을 뿐이었다.



왠지.



테오에게는 말해도 괜찮을 거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실은 내가 여자애 한 명을 데려왔는데――."

"·········."



테오의 표정이 살짝 어그러졌다.



'아, 이거 살짝 후회할지도······.'

살며시 실망감과 자괴감을 느끼면서.



"아니, 그, 내가 길을 찾는데 도와준 얘야!"

서둘러 돌려말한다.



"좀 곤란해보여서 좀 억지로 데려왔는데."



그럼에도 테오의 표정은 풀려지지가 않는다.

"라인, 너···! 도시에 오자마자 여자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야기가 더 꼬이지 않게 테오를 붙잡고 제대로 설명해주었다.



기묘했던 만남부터 이상한 공간까지. 그리고 검은 정령술사와의 싸움과――

――교회의 이야기까지.

원래라면 절대 말할 것 같지 않는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테오 앞에서 술술 나왔다.



"음··· 확실히. 위험하다고하면 위험하고, 보호 차원으로 억지가 들어가도 이상하지는 않네."

"그,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테오에게 동의를 구한 것에 살짝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건 안 좋다고 봐."

"그, 그렇지···."

또 부정에 의해 풀이 죽어버린다.



테오는 그 모습을 부정도, 긍정도 아닌 쓴웃음으로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었다.



"그런거야. 라인."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한 마디.



"지금 느끼고 있는 그대로라는거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거야."

무엇이든 알고 있다는 듯한 자만심이 아니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그걸 제대로, 그리고 끝까지 고민하고 고심하고. 그 얘한테도, 라인 자신한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거야."

그의 눈빛에서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그건.

"괜찮아. 나도 도와줄테니까."

그런 단순한게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

어째서 그렇게 느껴진 걸까. 의문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테오가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고마워."



몸의 긴장이 풀렸는지 침대에 몸이 툭하고 떨어지는 감각이 쌓여왔고, 그걸 감싸안는 포근함도 같이 느껴져왔다.



테오도 그걸 느꼈는지 한번 웃곤 시선을 다시 책상으로 옮겼다.



"그래서 사감님은 뭐라하셨어?"

"사감님은 괜찬으다고 하셨어."

"음... 그럼 괜찮겠네."



아까 전 고민을 털어놨을 때보다 시원스러운 답변에 몸이 불쑥 일어나졌다.



"어라? 그런거야??"

"라인 모르고 있었어?"



질문에 질문이 되돌아와 상대를 바라보니 상대, 테오도 어느샌가 신기한 눈초리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기숙사 터가 아니야."

"...그런거야?"

"풍수지리 혹은 영맥-."



손가락으로 천장과 바닥을 한 번씩 가리키는 테오.



"그런 부류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땅에 지어진게 여기 스펙트람<지층>이야."



테오는 술술 설명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이해를 못하겠다.



"음, 간단히 말하자면 사감님은 이곳의 관리자로 어느정도의 통찰력을 가지시고, 사감님의 허락을 받지 못한 사람은 여러 제약에 걸린다는 이야기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대충 이해가 되었다.

즉, 사감님은 대충 이리스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또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상황인지를 어느정도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셨다라는 걸 거다.



"모든 걸 꿰뚫어본다, 라는 거구나."

마지막 들었던 이리스의 말.



그런데 그렇다는 건.



"서로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거 아닌가?"

그렇다면 아까 전의 신경전은 뭐였던 걸까.



아주 작게, 복잡한 심경을 내심 토로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살짝 눈이 감겨오는 순간.



"라인. 씻고 오지 그래?"



그 말에 헛, 하고 눈이 떠져버렸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종일 바깥에 있었다. 하루종일 걷는 건 물론 검은 정령술사와 싸우기도 했었다.



단련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인다해도 어딘가 더러워진다거나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 체질이라 하루동안 씻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기분이 찝찝한 것은 지울 수 없었다.



마음의 리플레쉬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네. 갔다올게."

그 말에 응해서 몸이 자동으로 튕겨나와 터벅터벅 방문을 나선다.










눈앞의 숫자와 문자들의 향연 속에서 문득, 그리고 급하게 떠올린 것이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짧게 떠오른 그걸 뒤를 돌아 재확인하려했지만.



"――라인."



계기가 없는 그 생각은 길게 가지 못한다.



"·········괜찮겠지?"



아무도 남지 않는 방과 문을 남겨두고.

다시 자료에 집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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