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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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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76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10.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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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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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새로운 집

DUMMY

해가, 에데아가 넘실넘실 하늘의 저편으로 넘어갈려 움직이고 있었다.


자유롭게 색을 가졌던 세상이 저편부터 주황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더더욱 그 너머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런 저녁이 오기 전까지였다.


그건 라인에겐, 이미 도착하고 남을 시간을 남김없이 허비했다는 걸 의미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걱정이 앞서면서 라인은 걷고 있었다.


어느새인가 도착한 길. 지도에 마크된 주요건물의 바로 앞. 그리고 그 건물은 도착지, 기숙사와 외길로 이어진 장소였다.


즉, 이 단순한 지도로도 길을 잃었던 라인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대단하네 그 아이. 지도만 보고 여기까지 안내해주다니···."


라인이 이런 쉬운 지도로도 길을 못 찾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본 지도로, 그것도 라인만을 위해 준비된 그림같은 지도로 길을 찾아준 것은 대단한 부분이었다.


"·········."


다시 떠올리니 그쪽도 그쪽대로 걱정이었다.


"대체 어떻게 할려나···."


도시의 생활을 하나도 모르니 상상이 되질 않았다.


'여자아이가 혼자서 지낼 법이라······.'


···이래저래 생각을 해봤지만.


그건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래. 지금 당장 나도 문제인데···."


적어도 그녀는 길은 찾을 수 있었다. 자신보다 낫다.


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부는 아니어도 훤칠한 도시의 풍경이 왼쪽에, 우거진 풀과 나무가 펼쳐진 산중이 오른쪽에. 그런 언덕진 길을 걷고 있었다.


가로저은 고개가 그 경치들을 알게 해준다.


"아, 진짜 잘할 수 있을까······."


이제는 몇 번일지 모를 걱정을 입에 담고.


"여긴가?"


언덕길의 중앙, 거의 꼭대기라고 여겨지는 부분.


그곳에 목적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 놓여있었다.


도시의 풍경과 반대방향. 우거진 풀과 나무로 들썩이는 산중. 언덕길보다 더욱 경사가 높아지는 그곳에.


눈으로 가늠할 수 없이 긴 계단이 위로 향하고 있었다.


"우와··· 높은데?"


게다가 길었다.


라인의 시점에서 올려다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지만 꼭대기, 도착지의 입구가 간신히 보였다.


보통 사람이 여길 올라가야된다하면 절망할지도 모를 끝없는 계단.


"좋아."


허나 라인은 보통과는 좀 멀었다.


"준비 운동은 되겠네."


톡톡. 가볍게 발을 뛴다. 발에서 다리로, 그리고 몸 전체로 가벼움이 올라간다.


"······아야."


어딘가에서 올라온 격통을 꾹 참으며.


라인은 아득해보이는 산중의 계단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계단은 공들인 석제계단이었다. 깔끔한 구두로 걸으면 또각또각하고 울릴거라 여겨질 정도로 정갈했다. 뿐만 아니라 그 계단을 따라오는 숲의 경치 모두 정예사가 가꾼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오르는 와중에도 힘들지언정 지루하지 않는 길이었다.


라인은 그런 계단길을 가볍게 올라가고 있었다.


'예쁘게 잘 돼있네.'


라인도 그 풍경길을 감명 있게 구경하며 뛰고 있었다.


계단을 달리면서 동시에 풍경에 대한 감상도 말한다. 가벼운 발걸음과 더불어 감상도 말하며 힘든 기색도 없는.


어느 목적을 위해 5년간 격었던 지옥같은 훈련. 그것에 비하면 이것은 말그대로 준비운동인 것이다.


"·········."


그렇게 계단을 뛰는 중, 라인은 멈춰선다.


계단 한 중간에 우뚝 멈춰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 판단한 라인은 자신의 왼손을 올려 본다.


왼손.


지금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관절이 여기저기 꺽여져 있어, '손'이라고 부르기 보다 '걸레짝'이라고 불리는 게 어울린 왼손을.


"심하네."


무덤덤한 말.


그건 자신의 무쓸모한 마나. 부수는 거밖에 재능이 없는 마나의 필살법.


그리고 무덤덤하게 다음의 행동으로 옮긴다.


뚜두둑!! 살이 찢어져있는 걸 무시하고 골절된 뼈를 맞춘다. 찌적찌적, 찢어진 살들이 울리는 소리도 무색하게 만들게.


그리고 뼈를 다 맞췄는지 뚜두둑 하는 소리가 멈췄을 때 쯤.


"하아··· 이러면 안되는데."


한숨을 푹 쉬며 라인은 스승님이자 선생님에게 들었던 충고를 떠올린다.


지옥같았던 훈련. 하지만 그건 라인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힘들다곤 해도 모든 걸 참고 견디고, 또 견뎌낼 수 있었다. 이 필살기를 연습할 때에도, 아퍼도 참으며 선생님 몰래 만들고 연마한 것이다.


그걸 들켰을 때, 선생님은 화는 내진 않았지만 고심은 있었다.


그 고심 끝에 해줬던 말씀을 라인은 떠올린다.


『라인. 참지마라.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라. 고난을 견디는건 대단한거다만, 고통에 무뎌지는건 사람으로써 엇나게 돼가는것이다.』


라인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대강은 이해하지만.


이해는 했지만.


"···됐다."


뼈를 다 맞추고 응급치료마법과 자가치유마법을 왼손에 집중한다.


이용할 수 있으면 뭐든 이용한다. 그걸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야.


그게 답이었다.


차이를 줄이기 위한,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 적어도 스타트라인에 서기 위해.


"혼날지도 모르겠네."


누구에게,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고쳐지고 있는 상처는 쳐다보지도 않고.


라인은 다시 계단을 뛰기 시작한다.








계단의 끝. 산의 꼭대기.


"도착!"


그곳에 발을 디딘 라인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장엄하게 입구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거대한 기둥문이었다.


"오오."


의미심장한 장식물들과 구조물들. 거대한 기둥문을 치장한 것 뿐만 아니라 주위, 그리고 더욱 안쪽에서 보이는 그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감탄을 할 정도의 규모가 있었다.


이런 걸 보니 진짜 평범한 장소는 아니라고 여겨졌다.


감탄과 구경어린 눈동자를 띄운 채 기둥문을 넘어가니.


"어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따라 라인의 고개는 돌아갔다.


"이번에 입주하시는 학생되신가요?"


빗자루를 양손에 쥐며 마당을 청소하고 있는 여성.


행동은 평범한 가정주부이거나 기숙사감일거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라인의 눈에 들어오는 차림은 다른 걸 연상시켰다.


"수녀님?"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있는 사감이라 여겨지는 여성은 검은 바탕을 기본으로 흰색의 외각선을 두른, 그리고 푸른 자수가 처리되어있는 수녀복을 입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숙사, 《스타트람》의 사감되는 '자에스'라 해요."


"아, 안녕하세요."


라인 살짝 당황한 나머지 엉거주춤해버렸다.


그 분위기, 너무나 정중정연한 그 모습 때문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


고향에 있을 니콜라 선생님이 떠올라서였다.


정갈한 수녀복도 그렇고 뿜어져나오는 분위기도 그렇고. 라인의 입에서 선생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슷했다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말이 헛나왔다고 생각하던 중.


"·········."


저쪽에서 말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저··· 사감님?"


"아, 아하하. 저도 참."


당황한 듯, 혹은 부끄러운 듯. 얼굴에 손을 살포시 가져대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는 수녀님이자 사감님.


"미안해요. 제 동료들은 모두 제자를 두고 있어서요. 매번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요."


그 모습에 어른에게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귀엽다고 라인은 생각해버렸다.


고개를 재빨리 가로저어 이상한 생각은 떨쳐버리고 똑바로 예를 차리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신세지게 될 라인이라고 합니다."


단단히 고쳐 붙잡은 자세로 시골에서 열심히 배운 예의범절을 다할려는 모습. 어딘가 엉성했지만 최선을 다할려는 모습.


"···네. 재차 이야기 드리듯, 이 숙사의 사감을 맡고 있는 수녀 자애스라고 해요."


그 모습에 답하듯 이 땅의 관리자는 성심성의껏 미소를 가지며 답하여 주었다.


그렇게 라인의 도시에서의 처음으로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쌓은 순간이었다.


'···이제 된거겠지――?'


···라인은 엉성하고도 노력깃든 예의범절을 끝내고 고개를 들어올리려는 그 때.


자신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고 있단 걸 깨닫는다.


'―어라?'


얼굴에 떠올린 물음표가 햇빛을 받기도 전에――


"우프읍?!!"


한껏 부끄러운 감촉이 숨을 턱! 하고 막아버렸다. 대체 무슨 일인가. 숨이 막힌 채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새에.


라인은 문뜩 떠올리고 깨닫는다.


사감님, 수녀님을 보았을 때 느꼈던 기시감. 분명 수녀님의 모습에 니콜라 선생님을 떠올렸던 것이라 치부했던 그 감각에 느꼈던.


어떤 차이점.


그 사태를 벗어날려는 허우적거리는 손이 우뚝 멈춰버렸다.


"사감님?!!!"


"아이 참! 이럴거면 저도 아이를 하나 가르칠 걸 그랬어요! 이렇게 어여쁘고 기특하다니요~~!"


그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었다.


성인 여성의, 내성도 없는 라인을 크게 움찔하게 만들 정도의 마력에 순수함을 더한 폭력.


"우······."


그렇게 라인은.


'우웨엑······.'


얼굴이 새빨개진 채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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