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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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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60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10.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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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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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DUMMY

화창한 날이었다.


햇빛은 강하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자리에 머물며 푸르른 잎사귀들이 사라락 흔들리고 있는, 봄의 한가운데였다.


라인은 그 출발점. 기숙사의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흰회색의 머리카락이 가라앉을 정도로 좋은 날씨에, '끄으읍~' 기지개를 크게 펴며 봄의 안녕을 한껏 받고 있었다.


자애스 사감님의 잘 갔다오라는 작은 손짓과 미소를 받으며 출발했다.


초목의 잎사귀 사이로 반짝이는 빛들을 받으며 높고 긴 계단을 뛰다시피 내려가고, 그 끝자락 좌우로 펼쳐진 도로, 기숙사의 출구에 순식간에 도착한다.


거기엔 이미 테오가 도착해있었다.


러프하면서도 확실히 차려진 복장의 테오.


화창한 햇빛을 받은 초록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에메랄드처럼 빛을 감싼 모습이 눈에 띄었으나, 그런 눈에 띈 모습에도 존재감이 크게 들어나지 않

았다. 언제나 온후하면서 담백한 그의 태도 때문일지 모른다.


"오래 기달렸지?"


"아니야."


'어라?'


라인은 테오의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여 신기했었다.


기숙사로 이어진 계단은 평범과도 먼, 높고 긴 계단이라 평범한 사람은 내려가는 것도 힘이 들어 숨이 찰텐데··· 테오에게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던거다.


'의외로 단련되어 있는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테오가 이쪽에 쭉 시선을 둔 것을 알아차렸다.


"라인. 그 제복···."


"아, 사정이 있어서 옷이 들어있던 짐이 없어져버려서······."


없어졌다는 말에 의구심이 드는 테오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니, 기사단생이구나해서."


아, 그쪽이었구나. 하고 라인은 자신의 차림을 재확인한다.


검은색을 기초로 한 평범한 정장같은 옷. 하지만 잘 다듬어진 디자인과 함께 깔끔함이 담겨져 있는 제복이었다.


기본적인 교복과도 같은 기사단 제복.


하지만 라인의 흰회색빛의 머리카락과 대조되어 뭔가 특별해보이는 복장이었다.


"맞아. 기사단에 들어갈려고 여기 왔으니까."


둘은 이야기를 하며 걷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기사단생이거든. 게다가···."


그리고 라인의 제복에는 무엇보다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테오의 시선. 제복의 오른쪽 가슴 부분. 늑대의 형상을 띈 문양의 자수라는 특별한 의미가.


"나도 러펠러셀 기사단생이거든."


오오, 하고 놀란감을 감추지 않는 라인.


설마 동기가 같은 룸메이트라니··· 설마 선생님들이 손을 써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설마 스승님이 손을 써둔게 아닐까?"


테오의 입에서 자신의 마음 속 말이 튀어나온 바람에 뜨끔했다.


속마음을 들킨 줄 알고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으음··· 선생님들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 아니, 확신범일거야."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의외로 테오와 마음이 맞는 걸지도 모른다고 라인은 생각했다.






잠시동안, 어쩌면 의외로 긴 시간 동안 둘은 걸었고.


주변의 풍경도 한 줄로 뻗친 도로와 도시의 정경에서 건물들의 집합체 내부로 바뀌어 있었다.


"라인. 그쪽 아니야."


"어?"


그곳에서 테오는 라인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시골에서 항상 지내왔고, 특정 용무 외에 도시에 온적이 없는 라인에게 있어서 이곳은 신기함의 덩어리였다.


요리조리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는 실상이었다.


"여기가 아닌가?"


"라인··· 보통 몸을 돌리면 방위도 바뀌잖아. 눈에 띄는 곳에만 향하면 길을 어떻게 찾아."


"어, 음, 아하하···."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라인.


실제로 지금도 도로를 달리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차량 쪽으로 눈길과 발의 방향이 바뀌고 있었다.


"시골에선 항상 똑같은 풍경인데도 잘 찾아갔는데 도시는 제대로 못 찾아가겠어···."


"사감님이 말한 게 이거였구나."


힘이 빠진 테오의 모습에 미안해하는 라인이었다.


"이쪽이니까. 라인은 나만 따라오도록 해."


"아, 응······."


하루사이에 여럿의, 그리고 어떤 평가가 내려졌는지··· 잠시 생각은 뒤로하고, 그렇게 얌전히 테오를 따라갈려고 했었다.


하지만.


또다시 하지만 눈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뺏기는 것이 있었다.


어떤 화면.


지나가는 길 옆 쇼윈도우의 너머로 무수히 진열되었는 그것들.


대강 알기론 텔레비전이라는 영상매체를 전달하는 상자라 알고 있는 그것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비추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건···."


어떤 종류의 의식같은 그 장면에선 중심이 되는 누군가가 어떤 상을 받는 듯 했다.


"저게 그 대관식이구나."


"저게 뭔지 알고 있어?"


어느새 테오가 옆에 다가와 TV의 장면을 같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매년 행사라고 해. 이 나라의 최고기관인 중앙교회에서 임명식을 하거나 훌륭한 업적을 이룬 분들에게 찬사와 명예를 수여하는, 일종의 축제라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화면 속의 사람들은 아무튼 대단해보이거나 눈에 띄는 부류 뿐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중앙. 신비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사람이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금색 머리카락의 여자에게 뭔갈 수여하고 있었다.


'어라?'


거기에서 라인은 뭔가 미묘함을 느낀다.


"역시 올 해는 알슬론 경이구나."


종잡을 수 없는 미묘함을 재확인하는 것보다 빨리 테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있어?"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종잡을 수 없는 미묘함. 화면을 계속 바라보니 그 미묘함의 끝자락에 라인은 살짝 닿는다.


"···여자?"


"오, 눈치 챘구나."


작은 속삭임을 포착한 테오가 먼저 답해주었다.


"뭔지 알고 있어?"


"응. 그야 저 사람――."


라인이 느꼈던 미묘함. 그건 5년간 쉴 새 없이 훈련하고 단련하고 지옥같은 생활을 버텨내면서 보고 배웠던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자세, 보폭, 구도, 버릇. 겉모습으로 절대 지울 수 없는 종류의 그것들은 라인에게 어림잡아주고 있었다.


"――남자니까."


어느정도의 예상은 있었지만, 놀랍기만 사실.


어쩌면 테오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여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정도로 잘 짜여진 구도.


"성기사로 임명되자마자 겉무대에 나와선 인기몰이를 해서 유명하단 말이지."


'성기사'. 그 단어에 화면을 보던 라인의 눈동자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기사들은 왠만하면 폐쇠적인 면인데 저 사람은 티비나 그런 대외적인 장소에 자주 나왔으니까."


그런 뒷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테오. 하지만 라인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거'엔 '의미'가 있는거네?"


중요한 것은 '의미'. 어쩌면 도달할 수 있게 해 줄, '수단'일지도 모를.


"으음···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마 저 분이 가진 '특성' 때문일거야."


"특성?"


"응. 저 사람, '신체《神體》'니까."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어째서인지 라인의 등골이 싸해졌다.


"신의 몸[신체]엔 사람의 정의는 없다. 그러므로 인간을 나누는 성(姓)이 없다, 는 전승이 있어. 태어난 몸은 나뉘어져 있을지언정 완전한 몸이 되어야 된다. 즉, 태어나서 정해진 성별을 완전하게 융화시키기 위해 저렇게 꾸민다는,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를 추측 뿐이지만."


그 가설일지도 모르는 걸 실현시키기 위한 외형. 테오는 그렇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건··· 얼마나 대단한거야?"


"정확히는 몰라. 워낙 베일에 쌓여있으니까."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테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태도는 너무나도 확고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대중에 비춰졌던 모습은 장난아니었지. 내가 마지막에 봤던 장면은 화재 현장에서 빌딩의 벽을 뜯어내선 가루로 내버리는 장면이었으니까. 저 사람, 그것도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던 중이라고 마치 산책 갔다오는 길이라듯 말했어."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테오의 말.


"그것도 마법없이 말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말은 그 다음이었다.


"마법없이?"


"응. 신체의 성질. 인간의 몸 범주가 아닌, 말 그대로 신의 몸 그 자체."


테오는 우락부락한 마초맨을 연상시키는 포즈를 취한 채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몸이 인간 범주를 넘어서서 쌔다는거겠지."


"흐음···."


라인은 테오의 모습을 본 다음, 텔레비전이 즐비한 빌딩을 흘낏보았다.


···할 수 있을까.


저것이 도달해야하는 '경지'.


그리고 해내야만하는 '도달점'.


그 순간.


그 누구도 모르게.


라인의 주먹 쥔 손 끝에는 자신이 다할 수 있는 전력이 담아져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라인?"


툭툭, 하고 누군가 라인의 어깨를 두들겨왔다.


당황해 다급히 마력이 담긴 주먹을 뒤로 감추고선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리니.


"···그니까, 그쪽이 아니라니까?"


"아, 어···? 어라?"


거기엔 어이없어 하는 테오가 있었다.


그 때서야 라인은 눈치챘다. 자신이 어느샌가 벽, 빌딩의 안쪽으로 몸을 향하고 있었다는걸.


"······아하하."


쌔개 쥔 주먹을 펴다시피. 주먹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내가 지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지.'


"미안 미안."


소소한 불안감과 미련과 함께 테오를 따라갔다.










매년, 시작을 알리는 봄 계절의 맨 앞자락에 개최되는 대관식.


당일 하루종일 진행되는 행사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의 주요인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기사들.


그들의 명예와 실적.


그리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힘을 간접적으로 보이는 장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그 자리에서.


라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찾아야 하는 것은 발견하지 못한다.


그 회장 속에서.


단 하나의 사람의 그림자를.


금빛보다 밝디밝은 어느 한 줄기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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