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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63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1.10.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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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5

DUMMY

처음에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세상은 축복과 은혜로 넘쳐흘러 사람들은 모두 어느정도의 힘과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거기엔 총량이라는게 정해져 있다.

수많은 힘과 기적이 존재하면, 세상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재앙도 그만큼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과거에 수많은 영광을 이룬 문명들이 존재했고, 그 문명들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종말을 고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이야기, 구전과 기록들이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라인도 알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가능성.



그런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교회이다.



···그렇지만.



그 말은 즉.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그게 녀석들, 교회야."



지금까지 들었던 어느 감상보다도 앞설 정도로.

사납고 두려우면서 무섭게 느껴지는 말을 라인은 듣고 있었다.



증오 혹은 분노.



"그 녀석들은··· 그런 애매모호한 이유 때문에―."



라인도 알고 있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동등한 그걸.

지금.



"―우리 아빠를 죽였어."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사람이 없기에 소리가 없는게 아니었다.

"《원서》라는 책이 있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모든 마법의 기술, 기원, 마도를 기술한 교회의 극비자료."

소리를 잡아먹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기에 소리는 없어지는 것이다.

"쉘브는 그런 원서를 보관, 관리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름이야."



고요하면서도, 행동 하나하나에서 발생하는 작은 소리는 크게 번져 들려왔다.

그 말의 담긴 이름의 유래. 그리고 그건 말하고 있는 당사자의 이름에도 새겨져 있다.



"우리 아빠. 원서를 보관하는 현대 쉘브의 당주셨어."

아이스티 속에 서서히 녹아들어가는 얼음들이 부딪히는 소리조차도 크게 들려올만큼.



"원서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에 한 사람이 감당할만한 물건이 아니야. 그게 당연하다듯이 아빠는 서서히 몸이 약해지셔갔고."

그 시선이 어디를 보는지··· 눈앞에 있는데도 그걸 알 수 없었다.

똑바로 앞을 보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저 뒤쪽을, 과거를 돌아보고 있는건지.



"그럼에도 아빠는 웃으셨어. 자랑스러워하셨어. 나도 그게 너무나도 눈부셔서 언젠가는 아빠처럼 되자, 언젠가는 원서를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되자."



하지만.

그것이 뚝, 하고 떨어지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훌륭한 《쉘브(책장)》가 되자."



그 끝은 언제나 어딘가로, 어떤 곳에 도달한다.



"그런데."



어디인지 알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는.



"교회는 그런 아빠의 희생을 비웃듯이 부정했어."



주위에 소리가 사라져가고.

그녀의 얼굴에 띄는 표정은 그 모든 걸 잡아먹는듯.



"허약해져가는 우리 아빠를 그 녀석들은―."



지어지고.

또.



"원서를 회수한다는 목적으로 공격했어."



그건 엄청난 그림자였다.

몸을 떨게 만들 정도로 깊고 어두운.



"안 그래도 허약해져있던 아빠는 그걸로 더더욱 약해져서, 안 그래도 원서를 다루는 당주는 수명이 짧은데. 그걸 계기로 아빠는―."



암흑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돌아가셔버렸어."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라인은 묵묵히 그걸 듣고 있었다.



표정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복잡하면서도 그걸 다잡을려 노력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라인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의 그녀에겐, 이리스에겐 아마 자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거라고.



그건.

자신과.

자신보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잡아먹힌 소리들이 일제히 놓아지고.

마감준비를 하는 점원의 분주하면서도 조용스러운 소리조차 들려왔다.



"아무 상관도 없는 네 손을 붙잡았으니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됬는지 알아줬음 했을 뿐이야."



깊은 그림자를 태연스럽게 거둬지고.



이제는 많이 녹아 작아진 얼음이 담긴 아이스티를 휘져으며 이리스는 창가 밖, 어딘가 먼 곳을 바라고 있었다.

그게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뒤를 되돌아보는건지, 혹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걸지.

라인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아빠가 마지막에 말했던 걸 지키기 위해. 내 각오를 도둑이란 단어로 단락되는게 싫었을 뿐이야."



그저 초연하게.

자신의 의지를 다루는 모습은 그 때의 자신과는 다르니까.



―다를테니까.



"실례합니다."

그 때였다.



라인과 이리스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점원이 찾아왔다.



"이제 폐점시간이옵니다."



인기척이 없이 다가와 정중히 말을 건내는 점원. 살짝 놀랐지만,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언뜻 느꼈다.



"···이제 할 말은 끝났으니 나가자."

"어, 어어···."



그 말은 듣곤 이리스는 그대로 자릴 일어섰다. 라인도 그에 따라 일어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제는 얼음이 완전히 녹아 사라진 아이스티를 남겨두고. 돈을 주고 산 걸 놔두고 간다는 묘한 감정을 라인을 훔치면서. 지금까지의 분위기 때문인지, 신비하게 느껴지면서 정중한 점원의 마중을 받으며.



두 소년소녀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카페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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