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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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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79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09.1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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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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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5

DUMMY

라인은 골목길을 이루는 빌딩 벽면에 몸을 바짝 기대고 있었다.


한차례 돌풍이 부는 것이 느껴지고 난 후,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있었다.


"으으, 이제 안 쫓아오는 거겠지?"


물론 벽 너머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제대로 된 건 아니었지만.


허술한 그 와중에.


"아야!"


손가락이 깨물려서 아파왔다.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거야?"


라인은 아픈 손, 자신의 품 안쪽을 내려다보았다. 턱 바로 아래까지 부풀어오른 모자는 당사자를 완전히 가려버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지만.


참고로 깨물린 이유는 말이 많은 이 얘의 입을 틀어막고 있어서였다.


놔주고 나니 이제까지 거의 모자밖에 보이지 않았던 빵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상처진 코트. 그 안쪽에 슬며시 보이는 드로어즈형태의 프릴이 달린 움직이기 편한 복장.


큰 빵모자에서 백청색의 실오라기가 언뜻 삐져나와있었는 것이 보였다. 아마 머리카락일거라 여겨지는 그건, 머리보다 큰 빵모자를 썼을텐데도 튀어나온 걸 보니 상당히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을 거라 추측됐다.


또각또각 울리는 신발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 걸 신고 있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가출이라도 했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되먹지 못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또렷하고도 말똥하면서도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가냘프면서도 야무진 얼굴에는 그런 우울한 뒷배경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자신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상상의 이야기는, 그리고 본인도 아닌 타인의 사정은 깊게 관여하는 건 옳지 않다 여겼다.


"그래? 그럼 제 갈길 가자."


"아, 잠깐."


그럼에도 말을 것는 건·········.


"어떻게 한거야. 내가 아무리 발로 뛰고 날아도 계속 발견되었는데."


"뭐야. 그런 게 신경쓰인거야?"


"아, 음··· 개인적으로?"


"왜 의문형인지······."


그렇게 돌아갈려던 그 발길은 되돌아왔다.


"저 얘는 흐름을 다루는데 천부적인거야."


"흐름?"


"그래. 이 세상의 모든 흐름. 저거에 거역할 수 있는 흐름은 없을테지. 그게 그 어떤 존재든간에."


어째서인지 그 말에서부터 살짝 섬뜩함이 느껴져왔다.


"···뭐, 그 아이는 아직 바람을 조종하는데 그친 것 같지만. 과학이란 걸 알고 살면 묶이고. 그게 확실히 보편적이긴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건 오직 설명만 한, 의도적이지 않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축복'인가?"


"그래."


축복.


사람의 본질 그 자체에 존재하는.


'룬'에 새겨진 특별한 의미이자 능력.


그리고.


"·········."


라인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였다.


"난 그 얘가 뿌려놓고 감지하던 바람의 흐름에 작은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빵모자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쉽게도 말하네."


정말 말로는 쉬운 이야기었다.


축복정도가 되면 사람이 이루는 것이 아닌 이 세상 자체가 그에 준하는 권능을 발해주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간단히 간섭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 터무니없었다.


"그 얘 정도면 자신의 마나에 축복을 얹는 수준이야. 불가능까지는 아니야."


그렇다하더라도······.


"그래서 궁금증은 끝?"


"아니. 아직이야."


여기서부터 본론이었다.


"대체 왜 그렇게 말한거야?"


"···뭘."


"그 교복입은 얘한테말야."


"사람을 복장으로 부르는건 아니라고 보는데. ···할 말을 했을 뿐이야. 그녀에겐 필요한 말이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위험했던 걸 말하는 거야. 그건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거야."


"말했잖아 필요한 일이라고. 그리고 방법이 있다고. 그보다――."


빵모자가 처음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이 이상은 쓸데없는 참견 아닌가···?"


'···이 분위기······.'


그건 본 적이 있는,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빵모자의 아이는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갈려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라인은 잠시 자신의 손에 시선을 둔다.


아직 남아있는 감촉.


입을 막았을 때 느꼈던 부드러웠던 입술. 물론 품 안을 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는 몸체.


저 어린 나이에.


그리고.


여자아이가.


머물 곳 없이 저렇게 떠돌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안될리가 없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참견, 이었지."


그렇게 단호히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라인도 빵모자보다는 아니었지만 엉망이 되어버린 옷차림을 훌훌 털어버리고, 저 아이의 말대로 제 갈 길을 나설려한다.


"············아."


그 순간 라인은 깨닫는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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