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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77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10.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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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DUMMY

따뜻한 봄길. 나가 놀기 좋은 날씨와 도시라는 이름의 장소는 많은 사람들을 집 밖으로 끌고나오는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라인과 테오가 가는 길은 나아갈수록 인적이 들물어지는.


라인에게 있어 어제와도 같은 골목길을 연상케하는 길만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테오, 이 길이 맞아?"


"으음, 사감님이 알려준 바로는 제대로 가고 있는건데······."


지금까지 라인을 다그치며 작은 자신감까지도 가지고 있던 테오도 한 발 물러나게 만드는 인적드문 길이었다.


"길을 잘못 들은 거 아니야?"


"흐음, 그럴리 없는데······."


뭔가 복잡해보이는 지도같은 걸 한 장, 그리고 사감님이 알려준 길이 그려진 지도를 한 장, 그리고 방위같은 지리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


테오의 손에 들린 그것과 더불어 취급하는 모습은 전문성이란 걸 느꼈다.


"라인에겐 말하지 않았는데··· 사실 난 기사단 입단에 색적 분야로 들어왔거든."


"색적?"


"응. 길을 찾거나 주위에 위협적인 존재 파악하거나··· 실기에서 그거 단 하나로 입단조건을 맞췄거든."


"···아하."


그 말을 듣고 라인은 기사단 입단시험에 대해 떠올렸다.


입단시험은 필기가 20점, 실기가 2분야에 각각 40점으로, 총합 100점에서 80점을 넘어야한다.


'분명 탐지랑 판단이라는 분야가 있었었던가?'


힘이나 순발력을이 중요하지 않은, 오직 지식과 판단 그리고 임기응변만으로 결정되는 시험.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라인은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분야.


"·········."


자신이 필기시험에서 달랑 2점, 찍어서 맞췄던 걸 떠올리면서 테오가 말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아마 테오는 그런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쉬운 길을 잃어버리진 않을텐데···."


평소다름없이 평탄해보이는 모습. 하지만 어딘가 자신감이 약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음··· 그럼 일단 도착해보고 판단해보자. 사감님이 잘못 알려줄리가 없으니까."


"···그렇지?"


도시가 처음이라고 말했던 테오.


부모님의 심부름이나 선생님의 과외수업으로 도시는 처음이 아닌 라인일텐데도 지금만큼 테오처럼 든든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길을 출발하는 두 사람.


'쉬운 길···이지?'


어젯일을 떠올리는 라인.


게이트 관리국에서 기숙사까지 가는 길조차 그렇게, 정말로 쉬운 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잃어버렸던 그 길.


'나도 빨리 여기 지리를 좀 알아둬야겠어.'


지금 걷는 이 길은 그 길과 어딘가 닮은 걸 느꼈다.


'그러고 보니.'


그 길에 기시감을 느낀 그 순간.


'그 얘들은 괜찮은 거겠지?'


어제의 일을 떠올린 순간.


"···어라?"


눈앞에 앞서 걷고 있던 테오가 사라져있었다.





테오는 앞장 서서 길을 나서고 있었다.


점점 좁아지면서 어둑해지는 길, 에어컨의 실외기같은 건물의 부속물들, 잊혀져가는 오브젝트들.


"정말로 이런 곳에 잡화점이 있는걸까?"


그런 의심이 들게 만들기 충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었다. 알려준 길은 아직 많이 남았고 사감님이 알려준 장소이다.


도착하고나서 판단해도 이르진 않을 것이다.


"···응?"


하지만 그제서야 테오는 눈치챘다.


자신은 앞장 서서 걷고 있었다.


즉.


뒤에는 누군가가, 라인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뒤에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색적만으로 기사단에 입단했을 정도의 테오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라인은 사라져버렸다.


"라인?"


대답은 없었다.











"어라?"


라인은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무언가 변했다.


길을 가고 있던 중. 테오를 따라가던 중.


분명 무언가 변한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테오?"


분명 눈앞에서 앞서가고 있던 테오의 모습이 사라져버리고 없었던 것이었다.


'분명 앞서 가고 있었는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


눈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모습이 사라져버린다는 건 너무나 이상한 일이니.


그렇기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다.


변한 것 없는, 지금까지 걷고 있던 길.


'·········.'


그러나 라인은 이 길을, 아니, 이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기시감.


테오가 없어지기 전 마자막으로 느겼던 그 감각.


떠올린 그건 어젯일. 그 때 떠올린 그 때의 감상.


라인은 뭔가를 눈치채고 좁은 길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범한 하늘, 여전히 날씨 좋은 하늘과 햇빛이 펼쳐져있는 평범.


하지만 떠올렸던 기시감이 저 평범이 평범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거기서 라인은 차이점을 알아낸다.


뚜벅뚜벅 라인은 길을 걷는다.


'역시.'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가 이렇게 클리가 없지."


아무리 좁은 길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울릴리가 없다. 발소리 울릴 정도로 그렇게 좁은 것도 아닐 뿐더러 드섬드섬 뚫린 공간도 존재했었으니까.


즉.


이곳은 다른 어느 곳.


사라진건 테오가 아닌, 자신일 거다.


"그렇다면···."


라인은 집중한다.


향하는 건 전신. 온 몸의 신경과 피부, 이 공간에 접하는 모든 곳에 자신의 마나를 두른다.


그것만으로.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미세한 것이었다. 평범에 미물이 아주 얇게 섞인 듯한, 정말로 미세한 차이.


그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은 원래 있던 곳과는 다른 곳이라고.


"공간 자체가 특별한 거라면 내 마나에 반응할테니까."


닿는 모든 걸 부셔버리는 무식하고 쓸모없는 마나.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찾아낸 사용법 중 하나였다.


살짝 씁쓸함을 담고.


"그럼. 어떻게 빠져나가야되는지 알아봐야겠지."


유일한 활로인 기시감을 길잡이로 삼아 라인은 출발한다.







떠올린 것은 어제의 일이었다.


이상하면서도 뭔가 사정이 있어보였던 얘들과의 만남.


···그런 것같지 않았던 얘들이 땅에 널부러져있었던 같았지만, 그 부분은 대충으로밖에 기억나질 않았다.


여러 충격적인 장면은 많았지만, 지금 상황과 알맞는건 마지막에 있었던 일이다.


'분명 그 때도 이랬었었지?'


길을 잃었던 나를 신기한 방법으로 데려다주었던 그 상황.


그 때도 지금과 같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었다.


그런데도.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만큼은 뚜렷하게, 또 이상하리만치 큰 이 상황처럼.


"이게 대체 뭔지···."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혀 알 수 없는 이 상황.


마나를 전신에 둘러서 확인한 바로는 아마 이 공간 자체가 마법적인, 혹은 마술적인 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완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뚜벅, 뚜벅, 뚜벅.


모르겠으니 일단 나아가는 길에는 확신이 없었다.


"설마 이것도 내가 길치라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왠지 힘이 빠지는 말과 동시에 허무한 발걸음을 보고 있자니 어젯일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그 때도 이런 곳이었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마법을 대놓고 쏘던 아이, 그리고 위험한데도 앞에 나서던 아이와 만났던 장소도.


"어떻게 됐을라나···."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떠올려본다.


지금 상황과 딱 맞게, 길을 찾아주던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던.


그 때였다.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내 발소리가 아니었다.


신발의 종류가 다른 발소리였다.


발걸음 소리만이 잘 울리는 이 세상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그것.


정체불명인 이곳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물어봐야겠어."


떠올린 건 그 얘였다. 머리를 대부분 가릴 정도로 큰 빵모자를 눌러쓰곤 온 몸을 가리는 코트를 입고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큰 신발을 신고 있던 아이.


"그래."


마치 도망치던 차림새의.


"저거처럼 말이지."


눈앞에서 떨어지고 있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나서 이상하단 걸 느꼈다.


눈앞에 들어온, 그 아이를 떠올리게 만든 그건.


눈 앞에서 땅에 쳐박히듯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한순간.


'가―.'


피땀 흘려만든 기술의 이름도 떠올릴 새 없이.


몸이 먼저 날아갔다.







라인은 지면을 걷어찼다.


투박! 콘크리트의 바닥을 찬 소리라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 정도의 소리가 울리고.


라인은 대포환처럼 쏜살같이 몸이 날아가버린다.


거리는 상당히 있었다. 바로 앞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점이 되어보일 정도로 먼 것도 아니었다.


그저, 땅에 곤두박질치는걸 받아주기엔 너무 먼 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넘어설 속도로 라인은 날아가고.


파바바밧! 땅으로 떨어지는 그걸 받아내며 땅을 뒹굴렀다.


정확한 낙법은 아니었다. 몸이 먼저 날아간 급박한 상황에서 그런 걸 고려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던 거다. 그럼에도 엉터리한 자세에서도 충격을 완화시키는 형태로 구르기 시작하는 라인.


어려운 걸 해낸 덕분에 위험하게 떨어지던 그 얘와 함께 큰 부상없이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무릎 꿇린 채 날카롭게 몸을 세운 자세로 라인은 품안에 받아낸 걸 확인한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정신을 잃고 있던 아이. 그리고 몸을 숨기기 위한 것 같은 코트, 머리보다 큰 빵모자,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


라인이 알고 있는, 당차면서도 무모했던, 그리고 길을 알려주었던 어제의 그 얘였다.


지금은 완전히 정신을 잃어서, 코트는 역할을 이루지 못해 안쪽의 잠옷을 연상시키는 활동복이 보였고 빵모자도 떨어질듯말듯하여 안쪽의 투명한 하늘색의 머리카락이 흩트러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무모했지만 당차고 야무졌던 모습은 어디가고, 한껏 연약한 모습의 그녀.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 건.


군데군데 나있는 상처들이었다.


"·········."


라인은 시선을 멀리 향한다.


뚜벅.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라인이 들었던 자신 이외의 발걸음 소리.


이 공간의 주인인 이 아이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구지."


중후한 목소리가 좁은 길목에 울린다.


무릎 꿇린 라인의 정면. 어두운 길목의 안쪽에서.


뚜벅.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커지는 이 공간 속에서.


그 자는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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