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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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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73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0.11.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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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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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3

DUMMY

어째서라는 말.


그 말을 듣고 라인은 찰나의 순간 생각했다.


어째서일까.


자신은 이 상황에 외부인이다. 사정은 모를 뿐더러,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조차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아서고 싶었다.


뒤에 있는, 쉘브 이리스라고 하는, 저 아이의 모습이.


누군가와 겹쳐――――――.


덜컥.


뭐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그 목소리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는듯이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 검은 남자.


그 말에 자신의 쥔 주먹을 폈다쥐어본다.


그렇다. 거기에 담긴 건 자신의 의지였다.


그 때와는 다르다.


"난."


담담한 목소리에 똑바로 대답한다.


"내 의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후회하지 않고 다하기 위해서야."


"그건 오만이다. 그건 오직 너를 위한, 너를 위해 다른 이를 끌어들이는 것뿐이다."


"그래도 상관없어."


옳바른 소리를 일축한다.


"내가 아닌, 남의 말로 이래라저래라 하는게 더 싫은 걸, 난 알고 있으니까."


그 말을 들은 검은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제와는 다르게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손으로 감싸면서 불을 붙이는 태도를 취한다.


"그렇군."


한 번의 호흡. 그런데 어째서인지 담배의 연기는 존재하지 않고, 검은 남자의 검은 바탕에서 활활 타오는 불꽃과 거샌 바람같은 색이 잠잠해져간다.


"오만하고 불온하기 짝이없는 주제에. 뼈 속까지 기사란 건가."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이번엔 이쪽에서 물어봤다.


"넌 어떤데?"


그건 앞쪽이 아닌, 뒤쪽.


앞쪽의 검은 남자가 아닌, 뒤쪽에 주저앉아있는 그 얘에게 말하는 거였다.


움찔하는 모습이 선한 기색에 주저앉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넌 어쩌고 싶어? 누구를 말려든다든가, 자기 때문이라든가, 그런 걸 제쳐두고."


분명 뒤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건 똑바로 보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분명 뒤로 향하고 있을텐데, 그 말은 바로 코 앞에서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묻고 있는거다.


각오를.


그 누구도 신경쓰질 않을 그런 각오를.


하지만.


거기에 손을 뻗어도 될까. 폐를 끼쳐도 될까.


망설임의 연속.


그 때였다.


눈앞에 아른거리듯.


무언가 보였다.


그건 어느 밝았던 한 순간.


무엇보다도 따뜻했었고 무엇보다도 기뻤고.


무엇보다도 슬펐던 그 순간.


그것이 지금 눈앞에 한순간 반짝여, 깜빡여 보였다.


마치 지금은 그 때와도 같은 거라고 하듯 겹쳐 보인다.


눈물이 살짝 흘러버려다.


하지만 울고 있을 수 없다.


지금이 그 때와도 같다고 한다면.


눈물을 떨쳐내고.


"응."


각오를 보여주자.


"도와줘."








빵모자의 아이, 쉘브 이리스는 일어나 라인의 등 뒤에 자리를 지킨다.


아주 작았지만, 든든한 무게감이었다.


반면, 검은 남자, 시리우스의 무덤덤한 얼굴에 약간의 어그러짐이 존재했었다.


손으로 가려 피던 담배를 집어서 떨어뜨리곤.


"나는 교회의 사람이다. 기사를 존중하는 교회와 같이 나도 기사를 존중한다. 그는 기사다. 신념과 함께 올곧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걸 이용하고 끌어들여."


아주 작지만. 어떤 때보다도 사나운 얼굴과 함께.


"일반인을 말려들게 하다니."


이제까지는 불꽃이 잡아먹던 담배꽁초를 발로 짓밝는다.


"떨어졌군. 쉘브 이리스."


변화가 적은 그이기에 그 작은 변화가 크게 다가온다.


그는, 검은 남자는, 시리우스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걸.


하지만 그에 주저앉는 사람은 없었다.


화를 당하고 있는 이리스도, 그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라인도.


"결정했어."


답하는 건 뒤에 있는 이리스였다.


"이제 사양따위 안하겠어. 할 수 있으면, 허락되는 한 모두 쓸거야."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강렬한 위압에도 지지않는 눈빛.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기세에 라인은 웃는다.


"말 잘했어! 걱정하지마, 빠질 수 있으면 적당한 선에서 물러날테니까!"


"뭔 소리야! 그렇게 당당히 말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줘야지!"


걱정하지 말라고 한 말에 어째서인지 화내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원래의 당당했던 모습이 돌아온 걸 보니, 기운 차린 것으로 보여 기뻤다.


"그래서."


대화를 나눈 둘은 다시 정면을 응시한다.


"우리는 결단했어. 그쪽은 이제 불만없겠지."


그에 검은 남자, 시리우스는 시선을 한 번 마추더니.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항상 덤덤하기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쪽에 대꾸했다.


"그렇다면 그쪽의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겠군."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청주지십교 비밀특무부 실리우스의 정령술사 시리우스."


자신의 소속과 이름, 그리고 자신의 의의를 선언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급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둘을 덮쳐왔다.








"시리우스는 정령술사야."


라인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하면서도 정면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다.


"아무 장치도 없는 곳에 원소의 발현이 일어나는건 그 때문이야. 정령들의 힘을 빌려 현상을 일으키는거야."


"뭐? 그럼 진짜 아무 조건도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거야?"


"조건이 없는건 아니지만··· 시리우스는 예외야. 거의 무제한이라고 봐야되."


덜컥 겁이 나는 말이었다.


장소불문하고 공격이 들어올 수 있고 또 그걸 무제한으로 일으킬 수 있다.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주저앉지 않고 있었다.


"방도는 있어. 정령술사의 최대약점. 정령과의 연결을 끊어내는거야."


"연결?"


"그래. 정령술사는 정령과 어떠한 연결고리가 존재해. 그걸 통해 끊어내면 정령술사는 평범한 마술사 이하야."


"마술사···."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라인에겐 위협적이지만, 저 자유자재의 공격을 막는다면··· 어떻게든 수단은 있다.


"그래서 그 연결이란 걸 어떻게 끊을건데? 난 전혀 보이지 않고··· 뭔가 방법이 있는거야?"


"·········."


거기에서 대답이 없었다. 뭔가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때였다.


상대편, 시리우스에게 움직임이 있었다.


다시.


이 좁은 길목에 화염의 벽이 둘러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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