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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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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3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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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근본 없는(4)

DUMMY

큰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아탄 혼이 재하인 용팔은 곧장 강변 갤럭시 호텔로 향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방차 여러 대가 그가 탄 택시를 빠르게 지나갔다.


새벽길. 택시는 거칠 것 없이 호텔을 향해 내달렸다.


호텔 로비로 혼이 재하인 용팔이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하던 남자가 경직된 얼굴로 뻣뻣하게 고개 숙였다. 용팔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혼이 재하인 용팔은 다짜고짜 그에게 다가갔다.


“형님 들어오셨나?”

강하게 나가야 할 것 같았기에 용팔이 몸인 재하는 용기 내어 말을 거칠게 내뱉었다.


“예. 조금 전에 올라가시는 걸 봤습니다.”

“그래? 방은 그대로고? 옮기셨나?”

“아, 아닙니다. 1313호, 그대로입니다.”

“아... 혼자 가시더나?”

“아, 아닙니다. 여자분이랑 같이 올라가셨습니다.”

“아..., 그래?”

혼이 재하인 용팔이 잠시 입맛을 다셨다.


안내 데스크에 잠시 몸을 기댄 채 고민하던 혼이 재하인 용팔이 결심한 듯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13층에서 내린 혼이 재하인 용팔이 좌우를 살폈다. 13층 복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7, 8, 9.’

문에 적힌 숫자를 눈여겨보며 천천히 복도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복도 끝에 다다라서야 혼이 재하인 용팔이 걸음을 멈추었다.


‘1313호.’

그렇게 속으로 웅얼거리며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가 노크를 했다. 그의 손에 땀이 찼다.


“네.”

방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했는지 삼촌 왔다며 전하는 말소리가 문을 넘어 들려왔다.


혼이 재하인 용팔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서 있는 문 너머로 남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문이 덜컥 열렸다.


“술 안 마시고, 이 시간에 네가 어쩐 일로?”

“죄, 죄송합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태식이라는 자의 험악한 인상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었다.


“머, 죄송할 것 까진 없고. 무슨 일인데.”

“예, 형님. 그, 그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일단, 들어와 봐라.”

태식이 아무런 의심 없이 등을 보이고 안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간 혼이 재하인 용팔이 눈길에 편한 복장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가 용팔을 보고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얼음을 담은 원통형 모양의 유리잔이 두 개 놓여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태식이 가볍게 말을 툭 내던졌다.


“말해 봐라. 무슨 문제인지.”

“저, 그게.”

“아, 그 자식 참! 무슨 큰일이가? 안 하던 짓을 다 하고. 빨리 말해라.”

태식이 얼굴을 찡그리며 담배를 거칠게 입에 꼬나물었다.


“오늘 작업 마치고, 애들 데리고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거기 술집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뭐? 그래서 많이 다쳤나?”

“아, 아닙니다. 다친 사람은 없고.”

“없어? 진짜가? 그러면 다행이네. 뭐가 문제고.”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끈 태식이 술잔을 가볍게 들이켰다.


“다친 사람은 없고, 다 죽었습니다.”

“뭐, 뭐라?”


장난치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말이었지만 용팔의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태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침대 쪽 여자에게로 돌렸다. 그 여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침대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태식이 재촉하듯 여자에게 물었다.


“불난 거, 맞다나?”

“잠시 기다려 봐요. 마담 언니가 전화 안 받아요.”


혼이 재하인 용팔은 투약병을 손에 쥔 채 재떨이 옆 술잔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두 개의 술잔에 재빠르게 몇 방울씩을 떨어뜨렸다.


“다 죽었다고? 갈치하고 싹 다?”

“예. 같이 간 애들 싹 다.”

“너는? 너는 어떻게 된 거고?”

태식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저는... 그때 편의점에 간다고.”

“그래? 그나마 천만다행이네.”

목이 타는지 태식이 술잔을 벌컥 들이켰다.


“언니? 나 채연. 불났다면서요? 언니는 괜찮아요?”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이 빠르게 그녀 쪽으로 돌아갔다.


‘큰일이다.’

용팔이 몸인 재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제 품에 칼은 있었지만 막상 상대를 보고 나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 틈에 찔러?’

그렇게 주저하며 혼이 재하인 용팔은 슬그머니 제 품으로 한쪽 손을 가져갔다.


“오빠. 불난 거 맞데요. 네, 언니. 그리고요... 네. 네.”

“에이, 하필이면.”

태식이 얼굴을 찡그리며 또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네에? 같이 온 삼촌 중에 한 사람이, 그게 무슨.. 자세히 말해 봐요.”

“왜?”

“불 지른 사람이... 우리가 아는 사람인가 봐요.”

“뭐, 그게 누군데?”

태식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제 품에서 칼을 꺼낸 혼이 재하인 용팔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공격했다가는 실패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티 나지 않게 혼이 재하인 용팔이 조금씩 의자를 움직였다.


“언니, 언니? 에이 참.”

“뭐라는데?”

“지금 바쁘다고, 나중에 통화하자네요.”

“불 지른 놈이 누구라는데?”

“언니도 자세히는 모르나 봐요. 같이 온 큰삼촌이 그랬다나 뭐라나.”

“누구? 큰.. 삼촌?”

태식이 굳은 얼굴로 천천히 용팔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칼을 쥔 혼이 재하인 용팔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마... 네가 그랬나?”

태식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굳이 더 이상 숨길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이참에 사생결단을 지을 판이었다. 이미 약을 탄 술도 마셨겠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콧방귀를 뀐 태식이 선뜻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진짜로? 네가, 거기에 불을 질렀다고? 뭐 땜에.”

“복수하려고.”

“뭐, 복수? 네가 걔들한테 무슨.”

“그놈들이, 날 산 같은데 끌고 가서는, 몸에 기름 붓고, 불을 질렀거든.”

“뭐?”

“차 회장한테 10억 받고.”

“너, 너 이 새끼.”

흥분한 태식이 술잔을 움켜잡고 머리 위로 들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놀라 머리를 피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약 기운이 퍼진 태식이 제 풀에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너도 죽은 그놈들과 한패잖아. 그러니까, 같이 가야지? 지옥에 말이야.”


혼이 재하인 용팔이 쓰러진 태식의 목을 칼로 그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었다. 태식이 피를 토하고 가픈 숨을 내쉬었다.


“아악!”

지켜보던 채연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혼이 재하인 용팔이 살벌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사, 살려주세요.”

“조용히만 있으면, 살려주지.”

혼이 재하인 용팔이 차갑게 말하자 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푹. 푹. 푹.


분이 풀리지 않은 혼이 재하인 용팔이 칼로 태식의 몸을 여러 번 찔렀다. 제 육신을 태운 자들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찢어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미 태식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지친 기색으로 테이블 앞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남아있던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손등으로 입을 훔친 혼이 재하인 용팔이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채연을 쳐다봤다.


“나중에, 경찰서 가면 네가 본 그대로 말해.”

“아, 아니 말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채연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 아니. 그러지 마. 꼭 말해야 돼. 알겠지?”

혼이 재하인 용팔이 흐릿한 눈빛으로 다그치자 채연은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너, 눈이 참 예쁘네. 젠장.”

“엄마야.”


싱긋이 웃던 용팔이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혼이 재하인 채연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역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용팔은 눈에 풀린 채 태식의 시신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넌, 내가 살려줄게. 어차피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설 테니까.”

그렇게 자비를 베푼 혼이 재하인 채연이 의자를 들어 용팔을 내리쳤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용팔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혼이 재하인 채연은 눈에 보이는 대로 짐을 챙기고 방을 빠져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그 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출근길에 뉴스 속보로 술집 화재 소식이 전국으로 전파를 탔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 새벽에 발생한 불은 출동한 소방관이 20여분 만에 진압했지만 남성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자 모두 공교롭게도 태식이파 조직폭력배들이라는 점에서 경쟁 조폭세력이 연루된 것은 아닌지 경찰에서 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태식이파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용팔이 불을 질렀다는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에 나섰다고 합니다.


- 또 다른 사건입니다. 화재 발생 시간과 비슷한 시각에 강변 갤럭시 호텔에서 태식이파 두목 김태식 씨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도 행동대장인 용팔이 등장하는데요. 호텔 내부 CCTV에 김태식의 내연녀가 새벽에 홀로 빠져나가는 것이 찍혔고, 그 이후 행동대장인 용팔이 급하게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고 하는데요. 경찰은 행동대장인 용팔이와 피살된 김태식의 내연녀, 이 두 사람을 긴급 수배에 나섰다고 합니다.



오후가 되자 김태식의 내연녀인 채연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였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녀가 조사에서 행동대장인 용팔이 김태식을 칼로 살해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행동대장인 용팔을 살인 피의자로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며칠 후.


태식이파 행동대장 용팔이 경찰서로 압송되는 장면이 TV로 중계되었다. 용팔은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방화, 살해 혐의로 용팔이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퇴근길에 뉴스를 접한 차 회장은 도통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자신의 일을 처리해 준 그들 내부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혹시 뭔가 잘못됐나. 차 회장은 자신의 대포폰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진이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조작된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설마... 재하 그놈이? 아니겠지. 분명히 불에 타는 걸 봤는데.’

그렇게 재하 짓은 아닐 거라 마음을 다잡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떨쳐지지 않는 불안에 차 회장은 가슴이 답답했다.


“잠깐 저 앞에 세워 봐요.”


잠수교를 지나던 차 회장이 돌연 차를 멈추게 했다. 아직은 강바람이 찰 텐데 말이다. 차 회장은 무작정 걷고 싶었던 것이다. 차에서 내린 차 회장은 다리난간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차 회장을 내려준 차는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며 차 회장을 앞서 나갔다.


중간쯤,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차 회장이 몸을 바로 세우더니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냅다 폰을 강으로 던져버렸다.


“어차피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내 눈앞에 나타나겠지. 흥. 올 테면 와 보라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차 회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멈춰 선 차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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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6 0 9쪽
»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4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2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7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4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4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9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9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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