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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936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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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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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어린 양의 피(3)

DUMMY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에어컨이 빵빵한 사무실이 유달리 좋은 계절이기도 했다.


재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어느덧 경영혁신팀의 한 일원으로서 어엿하게 자리도 잡았다. 물론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알게 모르게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재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사실이거니와, 오히려 그게 득이 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나 선배들이 함부로 대놓고 나무라지는 못했던 것이다.



재하는 평상시보다 더 빨리 업무를 끝내려고 서둘렀다. 일찍 퇴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얼마 전 결혼한 직속 선배인 하 대리의 집들이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재하가 목 놓아 기다렸던 금요일이기는 했지만, 팀의 막내인 그가 사수인 하 대리의 집들이에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날 저녁 6시 30분경.


경영혁신팀 전원이 기다란 밥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미 밥상 위에는 많은 음식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상 한쪽 끝에 자리를 잡은 재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 자리가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하 대리의 아내 때문이었다. 하 대리는 그녀를 ‘혜리’라고 불렀다. 재하는 혜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눈에 반했던 것이다.


올림머리를 한 채 부산하게 움직이는 혜리에게서 재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새침하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라도 하면 저도 따라 웃으며 입을 헤 벌렸다. 저한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끼어들며 대답까지 했다.


혜리가 밥상 위에 음식을 놓기라도 하면 재하는 곁눈질하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허리를 숙이면서 드러나는 아찔한 그녀 가슴골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거 좀 드세요.”

“아, 예.”


수줍게 웃으며 음식을 권하는 혜리와 눈이 마주치자 재하 심장이 요동쳤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식사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도 재하는 혜리를 훔쳐보기에 바빴다. 잔뜩 화가 나 있는 혜리 히프에 재하는 입맛을 다셨다. 주방 싱크대 앞에 서 있는 혜리 뒤태를 보며 재하는 이상한 상상까지 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확 달아올랐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런 미친... 변태도 아니고.’

재하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른 생각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재하 씨. 왜 그래. 맛없어?”

“네? 아, 아뇨. 아뇨. 맛있어요.”

하 대리의 물음에 재하가 반색하며 손을 저었다.


얼굴이 벌게진 재하 앞으로 혜리가 싱긋이 웃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 대리는 혜리에게 재하를 소개했다. 아, 그분? 하며 이미 들어 본 적이 있는 듯 혜리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면서 재하 잔에 술을 따르려 했다. 받아놓기만이라도 하라며 하 대리가 부추겼다.


마주한 밥상 건너편에서 혜리의 살 냄새가 넘어왔다. 재하 코끝을 자극한 냄새는 그를 정글로 인도했고 번식기에 접어든 수사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여자가 왜.’

그렇게 재하는 못마땅한 눈으로 하 대리를 티 안 나게 흘겨봤다. 그런데 갑자기 하 대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재하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어, 재하 씨!”


잔을 든 재하가 옆에 앉아있던 동료에게 몸을 기대는가 싶더니 스르르 바닥으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화기애애했던 저녁식사 자리가 뜻밖에 소란스러워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기는 하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뜻밖에 하 대리 몸으로 옮겨간 재하 혼이 쓰러진 제 몸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황한 주변 사람들이 재하를 흔들고, 뺨을 때리며 깨우려 애썼다. 하지만 재하 팔다리는 축 늘어진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빠. 일일구에 빨리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하 대리 곁으로 다가온 혜리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하 대리 몸인 재하가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만 했다.


“개..괜찮아요. 아무 일도 아니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뭐?”

“하 대리, 뭐 아는 거라도 있어?”

팀장과 동료가 번갈아가며 조급한 눈빛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덤벙대던 평소 그답지 않게 너무도 침착한 것이 뭔가 아는 듯한 눈치였던 것이다. 혜리가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하 대리를 다그쳤다.


“오빠. 뭔데, 응? 무슨 일인데?”

“별일 아니니까! 일단 진정하고, 내 말부터 들어봐.”


혼이 재하인 하 대리는 혜리 어깨를 쓸어주며 안심시켰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하 대리의 입만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많이 놀라셨죠? 예전에 재하 씨가 저한테만 털어놓은 게 있거든요... 그게... 이런 거라고 하네요.”

“뭐? 이런 거?”

“네. 재하 씨한테 좀 특이한 병이 있데요.”

그렇게 말하며 재하 곁으로 다가간 하 대리는 재하 몸을 반듯하게 눕혔다.


“병?”

“예. 병. 원인은 병원에서도 모른대요. 너무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된다는 것 말고는. 기면증이라고 들어보셨죠?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잠시 깊이 잠이 드는 거래요. 몇 시간 동안.”

“뭐? 그게 정말이야?”

“그럼요. 보세요. 자잖아요. 저도 그땐, 그냥 흘러들었는데.... 정말 그러네요.”


그렇게 하 대리 몸인 재하는 대충 얼버무렸다. 팀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하 대리와 재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나 참! 별.”

팀장이 어이없어했지만 믿는 듯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별 일 아닌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도 나을 것이다.


“아직 신입이고,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엄청 긴장했었나 보죠, 머.”

하 대리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 가는 듯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깰 때까지, 잠시 저 방으로 옮겨놓으면 좋겠는데. 좀 도와주실래요?”

하 대리가 재하 겨드랑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는 들 준비를 했다.


“그, 그래. 좀 도와줘. 응?”

팀장이 주변 사람에게 말했다.


혜리는 난처한 표정으로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 옷 방에 재하를 눕히고 나오는 남편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입을 삐죽였다. 그래도 아직 신혼집인데, 처음 본 외간 남자가 제 집에서 너부러져 잔다는 게 영 탐탁지가 않았던 것이다.


“네가 이해해, 응? 불쌍하잖아. 후후후. 있다가, 설거지 하고 내가 다 해 줄게.”

“치.”

음흉한 표정으로 저를 달래는 남편에 혜리가 코웃음을 쳤다.



어수선했던 자리가 정리되긴 했지만, 끊어진 분위기에 모두들 기운이 빠진 듯했다. 어색한 대화가 몇 차례 오고 갔지만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하 대리 표정마저 불편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들 그만 일어나지? 먹을 만큼 다 먹은 것 같은데.”

팀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심 기다리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혼이 재하인 하 대리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솔직히 그들이 빨리 가주길 바랐던 것이다.


“하 대리.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응?”

팀장이 옷 방 쪽을 힐끔 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재하 씨 깨면, 제가 잘 보낼 테니까요.”

그렇게 하 대리가 말하자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이 모두 떠나자 집 안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니 하 대리 몸인 재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기지개를 한껏 편 혜리가 콧소리를 섞어가며 하 대리 앞에서 애교를 떨었다.


“아, 끝났다. 오빠. 오빠가 설거지할 거지?”

“그럼, 해야지. 당연히 내가 해야지. 그전에.”

“그전에 뭐?”


하 대리 몸인 재하는 마음이 급했다. 설거지보다 더 급한 일이 있지 않은가. 혼이 재하인 하 대리가 혜리를 번쩍 들어 안았다.


“어머머, 왜 이래. 응? 오빠. 나, 아직 씻지도 않았다고.”

“안 씻었으면 어때.”

“아, 싫어. 나, 땀 많이 흘렸단 말이야.”

“그럼 어때. 괜찮아.”

몸이 한창 달아오를 대로 오른 하 대리 몸인 재하는 혜리를 안고 안방으로 향했다.


“어머머. 이 오빠 미쳤나 봐.”

혜리가 웃으며 가볍게 발버둥 쳤다.



하 대리 몸인 재하는 천천히 혜리를 느끼고 싶었다. 두 번 다시 오질 않을 기회가 아닌가. 오래도록 그녀 몸을 기억하고 싶었다.


‘몸은 분명 하 대리니까 불륜은 아니지?’

그렇게 합리화하며 혼이 재하인 하 대리는 그녀 몸을 한껏 탐닉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혼이 재하인 하 대리는 혜리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혜리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재하는 자신에게 생긴 능력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오빠. 설거지는 아무래도 못 하겠는데?”

“그러게. 아무래도 힘들어서 오늘은 못할 것 같은데.”

“깔깔깔. 그럼 내일 해.”

“그럴까?”

“그래! 힘든데 씻고, 오늘은 그냥 자자. 응?”

“그냥?”

“그럼?”

“또 하면 안 돼?”

“이 오빠 정말 미쳤나 봐. 아, 몰라. 비켜. 나 씻을래.”

“같이 씻자. 응?”


그렇게 혼이 재하인 하 대리는 욕실로 쫓아가 혜리를 한차례 더 가졌다. 그는 후회 없는 밤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달칵하며 재하를 옮겨놓았던 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제 몸으로 혼이 돌아온 재하는 들키지 않으려 발뒤꿈치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거실은 먹다 남은 음식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재하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 밖은 어두컴컴한 새벽이었다. 해가 뜨려면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재하는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땀인지 뭔지 몰라도 제 속옷이 흥건하게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재하는 제 차 시동을 걸고 얼른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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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5 0 9쪽
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3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1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6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3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4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8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8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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