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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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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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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수 :
168,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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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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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나쁜 생각(4)

DUMMY

천둥소리 같은 총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 모두 혼비백산하여 귀를 틀어막았다. 김 계장 몸인 재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총구는 그대로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신 뭐야?”

“아, 예. 저 그게.”


김 계장 뒤에서 덮친 남자가 양손을 번쩍 든 채 바쁘게 눈알을 굴렸다. 영철과 눈빛을 교환하는 걸로 봐서는 차를 주차하러 갔던 일행 중의 한 명인 듯했다.


“김 계장. 당신 미쳤어?”

“아니 저, 그, 그게... 이 사람이 갑자기 뒤에서 덮치는 바람에... 야, 너도 저리 가 있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혼이 재하인 김 계장이 턱짓으로 가리키며 손을 든 남자에게 명령했다.


김 계장의 총구가 움직이는 남자를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그제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연이 혼이 재하인 김 계장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연이 쓰러진 주변 바닥은 이미 핏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지연아.’

그렇게 김 계장 몸인 재하는 마음속으로 그녀 이름을 불렀다.


과장이란 남자가 다급하게 지연의 곁으로 달려갔다. 과장은 쪼그리고 앉아 의식조차 없는 지연의 호흡과 맥박부터 확인했다.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 과장이 김 계장을 노려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해? 일일구. 구급차 불러!”

“이야... 이거 죽은 거 같은데. 어떡하냐? 넌 이제 조오 됐어 새끼야. 시.. 발 느미! 총 있다고 겁도 없이 설치더니 꼴좋다.”

그의 일행과 나란히 선 영철이 김 계장을 보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그의 일행도 덩달아 키득거렸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연거푸 울렸다.


“김 계장. 다, 당신. 미쳤어? 자꾸 왜 이러는 거야, 응? 어쩌려고!”

과장이란 남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김 계장을 올려다보며 나무랐다.


김 계장의 시선은 총을 맞고 쓰러진 남자들에 멈춰있었다. 그런 그를 과장이란 남자가 다그쳤다.


“뭐 하고 있어! 일단, 구급차부터 불러. 어서!”


하지만 김 계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보다 못한 과장이란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사고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또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당당했던 그가 굽실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기가 죽은 눈빛은 사방을 헤맸고, 그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과장이 무슨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던 김 계장이 별안간 지연의 곁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그녀 곁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까지.


통화를 마친 과장이라 불린 남자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래? 너무 걱정 마. 알아서 할 테니까.”

“뭐?”

“어허, 그 사람도 참!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당신이 어떻게.”


혼이 재하인 김 계장의 눈빛이 살벌했다. 과장이란 남자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는 말을 얼버무렸다.


“오, 발. 저 자식들이 덤비는 바람에. 머, 그렇게 처리하면 돼.”

“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야.”

“뭐?”

“당신들 때문이라고!”


탕!


혼이 재하인 김 계장이 과장에게 총구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과장이란 남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한순간에 퍽 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 몸으로 혼이 돌아온 재하가 힘겹게 손으로 바닥을 밀치며 일어섰다. 지연의 곁에 무릎 꿇고 있던 김 계장이 제정신이 돌아온 듯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러기도 잠시 김 계장은 총에 맞은 지연을 보고 놀랐고, 자신의 손에 들린 총을 확인하고는 더더욱 놀랐다.


“이, 이게 어떻게... 과, 과장님?”

궁금한 눈빛으로 재하를 쳐다보던 김 계장이 쓰러져 있는 과장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얼른 자리를 옮겨갔다.


재하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흘겨보며 지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재하는 이미 숨이 끊어진 지연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이건 아닌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 대원들이 재하를 억지로 떼어놓기 전까지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에 도착한 초연을 보고도, 재하는 자신이 한 짓임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초연이 마냥 슬퍼하는 것을 보며 재하는 제 가슴을 찢어야 했다.


병원에서 간단한 경찰 조사를 마친 재하는 곧장 병원 내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초연과 함께 지연의 장례식장을 끝까지 지키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때늦은 봄비가 한차례 내릴 모양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장례식이 끝나기까지 언론은 조용했다. 유명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묻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 배후에 엄청난 권력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강 회장은 뭔가 아는 듯한 눈치였지만 재하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않았다. 그저 당분간 조용히 있으라며, 자신이 연락하기 전에는 먼저 연락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하는 왠지 자신과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강 회장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재하는 한동안 대치동 한강 더힐 아파트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이 불쑥 재하를 찾아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걱정이 되어 찾아와 봤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리고 소영은 TV를 보며 얼마간 머물다가 아파트를 떠났다.



우연찮게도 소영이 아파트를 떠나자마자 강 회장이 재하에게 연락을 해 왔다. 초연이 재하를 찾는다는 전갈이었다. 지연이 남기고 간 유품을 정리하려 하는데, 재하더러 지연의 집으로 와줬으면 한다는 초연의 말을 전했다.


당연히 갈 걸로 알고, 강 회장이 재하 집으로 이미 차를 보냈다고 했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재하의 생각 따위가 끼일 자리는 없어 보였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재하는 외출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강 회장이 일러준 차량 번호판을 단 검은 차가 비상등을 깜박이며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 회장이 평소 타고 다니는 차가 아니었다. 게다가 문득 재하는 궁금한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주소를 말했던가? 강 회장이 여길 어떻게 알고.’

그렇게 골똘히 기억을 더듬어 보며 재하는 차에 올랐다.


이미 밖은 어두웠다. 재하가 아는 익숙한 길을 벗어난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지연이 사는 집이 도대체 어디인데, 재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만이 골목길을 밝히는 곳에서 차가 멈췄다. 재하는 선뜻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운전기사가 재촉하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연의 집 위치를 알려주었다.


“저기 보이는 저 집입니다. 이층에 불 들어와 있는. 가시다 보면, 누가 나와 있을 겁니다.”

“아, 예. 수고하셨습니다.”


재하가 내리자마자 차는 급하게 떠났다.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라지자 주변은 더 어두워졌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데. 지연이가 이런 데서 살 리가 없잖아, 안 그래?”

덜컥 겁이 난 재하는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두운 장소에 홀로 남은 재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반갑게도 재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듯한 승합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재하는 묵묵히 길을 비켜 주었다. 승합차는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재하 곁으로 다가왔다. 엔진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재하 곁에 바짝 붙어 선 승합차가 갑자기 멈췄다. 재하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재하를 확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재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제 몸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붕 뜨는 바람에 숨이 턱 막히기까지 했다.


차 안은 케케묵은 담배 냄새가 진동했고, 시야는 어두웠다. 차창 너머로 반사된 불빛만으로 사람 형체를 확인할 수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

눈 깜짝할 사이에 재하 앞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재하 얼굴에 검은 자루가 씌워졌던 것이다. 검은 천에 가려진 재하의 시야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깜깜했다. 게다가 양옆에 앉아있는 남자들이 재하 팔을 거칠게 비틀기까지 했다.


“아! 왜 이래요?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시는 겁니까, 네?”

재하가 몸부림쳐 봤지만 그들의 완력에 꼼짝 딸싹하지 못했다. 그들은 테이프로 재하의 팔과 다리를 묶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네?”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형님들, 제발요. 네에?”

“조용히 있으라고 새꺄! 그러게 왜 남의 마누라랑 놀아놔, 놀아나길. 그러니까 이런 험한 꼴을 당하지. 쯔쯔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저는 아닌데요.”

재하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차분하게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너, 하재하 맞잖아? 한 번만 더 입 열면, 그땐 입을 확 찢어버린다!”


재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지 않은가. 궁금한 게 너무 많았지만, 그들이 시키는 대로 조용히 있는 게 좋을 듯싶었다.


“형님. 이 새끼 때문에 영철이하고 다른 애들 죽었다면서요?”

“몰라. 이 새끼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는 하던데. 나야 모르지.”

“그러고 보면 인마 이거, 엄청 재수 없는 새끼네. 낄낄낄.”

“아니지. 우리 돈 벌게 해주었으니까, 엄청 고마운 새끼지.”

“으캬캬캬.”


재하를 빼고 다들 재미있어 했다. 재하는 머리끝이 쭈뼛 서고 오금이 저렸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죽었다고? 내가 그 자리에? 그렇다면, 그때 지연이 말한 태식인가 뭔가 하는? 근데 왜.’

그렇게 재하는 당장 살 궁리부터 해야 했다.


“석진아. 얼마나 더 가야 하는데? 많이 남았나?”


재하 뒤에 있던 남자가 조수석 쪽으로 소리쳤다. 문자를 하던 석진이 놀라며 차창 밖을 살폈다. 그가 십분, 십오 분이라는 말을 성의 없이 내뱉었다.



재하 몸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이 분명했다. 코끝에 점점 흙냄새가 진동했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아득히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차는 멈췄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쫑긋 세운 재하는 차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졌다. 재하는 후각과 청각만으로 주변 상황을 유추했다. 시골 냄새, 인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먼 곳에서 달리는 차량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간간이 들려왔다. 아주 외진 곳. 인적이 드문 곳이 분명했다.


‘이것들이?’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달은 재하는 고개를 힘껏 흔들었다. 제게 씌워진 자루를 떨쳐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런 재하의 목덜미를 누군가가 꽉 쥐며 눌렀다.


“아, 그 자식... 가만히 좀 있어라.”

“사, 살려주십시오. 네에? 시키는 대로 다할 테니까, 제발!”

재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단단히 잘 묶었지?”

“예.”

그렇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순간, 재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그들이 재하를 눕혀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었다.


경사진 길로 내려가는 듯 재하 몸이 기울었다. 뭐 하자는 거지, 재하가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이었다.


“잘 잡았나? 최대한 멀리 던져야 된다, 알겠나?”

“예.”

“자, 그럼 시작해라.”

“예.”


갑자기 재하 몸이 그네처럼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재하가 겁먹은 목소리로 몇 차례 웅얼거렸다. 마침내 재하 몸은 그들 손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부웅 날아갔다. 비명을 채 지르기도 전에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재하 몸은 물로 흠뻑 젖었다.


‘저수지? 강?’

짠맛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재하는 죽을힘을 다해 몸을 흐느적거려 보았지만 점점 아래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제기랄. 지연이를 죽게 한 죗값인가? 그래도...’

그렇게 재하 마음속에 체념과 미련이 교차하며 그의 의식은 천천히 꺼져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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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4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2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7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4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 4화. 나쁜 생각(4) 19.04.12 170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4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9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9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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