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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939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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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화. 근본 없는(3)

DUMMY

작업을 모두 마친 남자들이 하나둘씩 혼이 재하인 용팔이 있는 승합차로 돌아왔다.


“형님. 다 끝냈습니다. 확실하게 사진도 찍어놓고.”

“.......”


상기된 갈치 목소리에 혼이 재하인 용팔은 창밖 어딘가에 시선을 둔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뭐하노? 얼른 출발 안 하고.”

대패 목소리가 썰렁한 분위기를 깨어버렸다.


덜컹거리며 출발하는 차 안에서 혼이 재하인 용팔은 제 육신이 묻힌 어딘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다시 찾을 수는 있을까. 아니, 찾아본들 시커멓게 탄 육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저렇게 묻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수석에 탄 석진이 큰소리로 말했다.

“방금, 사진 보냈습니다.”

“그래? 잘했다.”

“동영상도 보내지 와. 확실하구로.”

“안 그래도 같이 보냈습니다. 어? 답장 왔습니다.”

“뭐라꼬 왔는데?”


혼이 재하인 용팔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잠시 틈을 가진 석진이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했다고, 내일 10억 더 보내준다고 하네요.”

“진짜가?”

“그 여자, 다르긴 다르네. 일 처리가 깔끔해.”

“그런 여자가 진짜 무서운 거다. 안 당하게, 미리미리 조심해.”

“하긴. 살려달라고 돈을 줄 땐 언제고. 이젠 잘 죽였다고 돈을 주니. 여자는 갈대라는 말이 딱 맞네.”

갈치의 경고에 석진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맞장구쳤다.


“형님. 그 자식이 진짜 아무 말 안 했습니까? 그 새끼가 그럼 우리한테 뻥친 겁니까?”

“......응.”

혼이 재하인 용팔이 힘없이 대답했다.


갈치는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갈치에 석진이 화제를 돌리려 말을 걸었다


“형님. 돌아가면, 우리 고생했다고 큰형님이 한상 차려주시겠죠? 내일이면 큰돈도 들어올 거고.”

“당연하지. 우리 큰형님이 그냥 넘어간 적 있었나? 너희들 단단히 각오해라. 오늘 살아서 집에 돌아가긴 힘들 거니까. 하하하. 오늘 우리 실컷 빨아버리자. 알았나?”

갈치가 흥분하여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재하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사무실로 복귀한 그들은 대충 짐을 정리하고 다 같이 술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큰형님이 차려놓은 술상을 마음껏 즐기기 위함이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을 포함해서, 갈치, 대패, 석진, 준호, 그리고 막내라 불리는 남자 한 명, 그렇게 여섯 명이 큰 룸으로 들어갔다. 이미 테이블에 값비싼 양주와 안주가 거하게 차려져 있었다.


“우와... 죽이네.”

“이 새끼가 촌스럽구로. 이런 거 처음 보나?”

막내가 탄성을 지르자 대패가 타박을 주었다.


“우리 온다고, 벌써 다 차려 놓았네요.”

“아니지. 여자가 없잖아?”

“아, 그러네요.”

갈치가 눈을 부라리자 석진이 겸연쩍게 웃으며 용팔을 쳐다봤다.


혼이 재하인 용팔의 표정이 여전히 못마땅한 듯 보였다. 석진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에 앙금이 남아서 그러는 건지. 석진은 그런 용팔에게 조심스럽게 자리를 권했다.


“형님. 앉으시죠.”

“그래, 그래. 용팔이 행님은 저기, 제일 가운데 앉으시고. 우리 갈치 형님은 저쪽에, 그리고 느그들은 이쪽 바깥으로. 알았재?”

대패가 흥분한 표정으로 손짓하며 자리를 정했다.


기다란 소파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준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필 여기.”

“아니 왜? 여기가 이 부근에서 제일 비싼 덴데.”

“비싸긴 해도... 형님도 아시겠지만, 여기 애들이 엄청 깐깐하잖아요. 술집에서 일하는 주제에, 자기들이 무슨 요조숙녀나 되는 것처럼 비싸게나 굴고.”

“크크크. 그건 그렇지. 하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석진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예에? 아니 왜요? 팁이라도 많이 줬습니까?”

“미쳤냐?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그럼?”

“준비한 게 있지... 일명 물뽕. 들어나 봤냐?”

석진이 안쪽 주머니에서 말랑한 투약병 같은 것을 꺼내 보였다.


“너 이 새끼. 이거 물뽕이지? 어디서 구했노? 나 좀 주라.”

“아이고, 형님도 참. 기다려 보십시오. 있다가... 필요할 때, 네?”

석진이 달려드는 대패에 눈짓콧짓 다 하며 아양을 떨었다.


“이야... 오늘 석진이 저놈 때문에 여자 여럿 잡겠는데.”

갈치가 흐뭇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이, 갈치야.”

“예, 형님.”

“큰형님 지금 어디 계시는지 아냐?”

“예? 그건 갑자기.”

“여기, 안 오시겠지?”

“그럼요. 바쁘신 분인데. 일 보시고, 늘 가던 호텔로 바로 안 가시겠습니까.”

“호텔?”

“예. 강변 갤럭시.”

“아...”

혼이 재하인 용팔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오빠들.”

술집 아가씨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바람에 모든 관심은 그쪽으로 쏠려버렸다.


막내가 제일 먼저 취한 듯했다. 녀석은 팬티 바람으로 여자와 어깨동무를 한 채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아마도 제 역할이 흥을 띄우는 것인 걸 아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막내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다.


만지려는 남자와 약을 올리는 여자가 여기저기서 뒤엉켜있었다. 제법 술기운이 오른 남자들은 불같이 끓어오르는 성욕을 하나같이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쉽사리 제 몸을 허락할 여자는 없었다.


석진이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조심스럽게 제 품에서 투약병을 꺼내었다. 남자들끼리 눈짓이 빠르게 오고 갔다. 이제 시작하겠다는 듯 석진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큰 동작을 하며 여자 파트너의 시선을 뺏어갔다.


“어이.”

혼이 재하인 용팔이 빨리 달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아직 제 여자 파트너의 술잔에 약을 타지도 않았는데 달라고 하니 석진은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슬그머니 일어선 석진은 티 나지 않게 용팔에게 투약병을 건넸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슬그머니 제 여자 파트너의 술잔에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눈이 마주친 갈치에 혼이 재하인 용팔이 찡긋하며 눈짓을 보냈다. 갈치가 눈치챈 듯 제 파트너를 껴안았다. 그 틈에 용팔은 투약병을 그 앞에 놓인 술잔 위로 가져갔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술잔 위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대충 작업이 끝난 듯하자 혼이 재하인 용팔이 큰소리로 외쳤다.


“자, 거국적으로 한 잔.”


잔을 든 사람들을 일일이 훑어본 혼이 재하인 용팔이 인상을 확 구긴 채 으름장을 놓았다.

“원샷인 거, 다 알지? 너희들, 팁 받기 싫으면 알아서 해.”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얼음이 움직이며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제 파트너가 잔을 비우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남자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캬.”


여러 명의 남자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성공했다는 성취감에서 나오는 소리가 분명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는 걸로 생각한 그들은 용팔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룸 밖으로 나온 혼이 재하인 용팔은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남자 웨이터에게 다가갔다.


“여기 룸에 우리 말고 손님 더 있나요?”

“예? 아, 없습니다. 오늘은 일찍 다 빠져서... 왜, 왜 그러시는데요?”

남자는 엄청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굽실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 머... 우리가 시끄러울까.. 해서.”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들 그런 걱정 마시고, 편하게 즐기십시오. 혹시 더 필요하신 거라도.”

“아니 머...”

혼이 재하인 용팔의 눈길에 입구 쪽에 놓인 난로가 들어왔다.


“저거, 석유?”

“예? 아, 석유하고 전기랑 같이 되는 겁니다.”

“석유통이 안 보이는데?”

“석유통은 옆에 방 안에 있습니다.”

남자가 한결 편한 얼굴로 말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한 걸음 나서니 골목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몰아쳤다. 자정을 넘은 지가 꽤 오래전이었다. 길에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온 혼이 재하인 용팔이 남자 웨이터에게 약을 사달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편의점 몇 군데는 뒤져봐야 할 것이었다.


남자 웨이터가 패딩을 껴입고 나가는 것을 확인한 혼이 재하인 용팔은 그가 알려준 방 안에서 석유통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똘마니들이 놀고 있는 룸 입구 옆에 들고 간 석유통을 내려놓았다.


룸 안은 난장판이었다. 약에 취한 남자들의 눈동자는 대부분 풀려 있었다.


거의 정신이 나간 듯한 남자들을 상대로 여자들은 짜증을 내며 버거워하고 있었다. 여자 중에 유일하게 제 파트너만 축 늘어져있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턱짓으로 제 파트너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이, 저 여자 데리고 여기서 다 나가. 어서!”

“아니 왜요? 나중에 팁 안 주려고 그러죠? 치사하게.”

“아니면, 같이 죽을래?”

“어머머.”

“빨리 안 나가면, 나도 책임 못 져.”

문을 열고 나간 혼이 재하인 용팔이 석유통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엄마야.”

사태를 파악한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혼이 재하인 용팔이 석유통을 들어 바닥에 뿌리기 시작했다.


“똑같이 갚아주마.”


혼이 재하인 용팔은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냈다.


찰카당하며 뚜껑이 열렸다. 엄지손가락을 대고 돌리자 불꽃이 일었다. 혼이 재하인 용팔은 지포 라이터를 방 안으로 던졌다.


금세 확 일어난 불길이 시야를 가려버렸다. 혼이 재하인 용팔의 등 뒤로 외침이 들렸다.

“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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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6 0 9쪽
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3 1 12쪽
»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2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6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3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4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8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9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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