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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935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15 14:35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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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어쩌면(2)

DUMMY

마침내 그날이 되었다. 현충일이기도 했지만, 소영과 재하가 강 회장을 제거하기로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 왜 굳이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에 제 남편을 죽이려 하는 걸까. 참 알다가도 모를 여자였다.


소영은 강 회장의 차를 타고 재하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물론 강 회장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일이지만. 제 여동생이 한국에 들어왔다며 오랜만에 같이 저녁을 하자고 소영이 강 회장을 유인한 것이었다. 강 회장은 제가 한 짓도 있고 해서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소영이 먼저 들어섰다.


“처제. 우리 왔어.”

뒤따라 들어선 강 회장이 반갑게 찾았다.


물론 돌아오는 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불이 켜진 집 안에 인기척이 없자 강 회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처제는?”

“안방 화장실에 있나 보죠.”

재킷을 벗으며 소영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주방으로 가는 소영을 힐끔 쳐다본 강 회장은 내키지 않는 듯한 걸음으로 소파로 가서 앉았다. 강 회장이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달칵하며 안방 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이끌려 강 회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처제? 아니 당신!”


화들짝 놀란 강 회장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재하를 노려봤다가 이내 소영을 쳐다봤다. 소영이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재하가 비열한 웃음을 터트리며 비아냥댔다.

“으허허허... 뭘 그렇게까지 놀라긴. 회장님, 저 많이 보고 싶으셨죠? 어, 아닌가?”

“지..금, 뭐 하자는 수작이야? 당신이 왜, 왜 여기 있어?”

“아, 맞다. 난 지금쯤 저승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죠? 오, 어떡하나. 많이 놀라셨겠다. 으히히히.”

“이것들이! 당신, 미쳤어? 저런 놈이랑 놀아나게.”

강 회장은 못마땅한 듯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영을 노려보면서 사납게 소리쳤다.


“어머머. 누가 할 소릴! 직원들 앞에선 고상한 척 온갖 폼이란 폼은 다 잡더니만, 젊은 여자랑 놀아나다 들키기나 하고. 쯔쯔쯔. 당신이야말로 미친 거 아니에요?”

소영이 참 안됐다는 듯 안쓰럽게 말했지만, 한쪽 입꼬리는 야비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게 정말!”

강 회장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강 회장은 일단은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재하 씨. 저 여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믿지 마! 저 여자, 무서운 여자야. 당신 이용해서 우리 태주를 먹으려 하는 거야 지금.”

“어머머. 말씀이 좀 심하시네. 그리고 전 이래 봬도 베지테리언이에요. 태주 같은 건 먹지도 않는다고요.”

“재하 씨. 우리 이러지 말자고, 응? 남자끼리 허심탄회하게, 응? 우리가 좀 친했어? 추억도 많잖아?”

“그렇게 친한 사람이, 왜 죽이려고 했을까?”

소영이 능청스럽게 깐족거렸다.


“당신 정말! 누가 누굴 죽이려 했다는 거야? 이게 전부, 당신이 꾸민 짓이지? 그렇지?”

“허!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젠 덮어씌우기까지.”

“재하 씨. 내 말 믿어. 저 여자한테 속지 말고. 응?”

강 회장이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재하에게 호소했다.


기가 찬 재하는 헛웃음을 지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살짝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정황상 소영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죽이려다가 살린 것치고는 그때 상황이 너무 리얼했지 않은가.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젓던 재하가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 회장을 흘겨봤다.


“싫은데.”

“뭐

“당신 말 믿기 싫다고. 그냥 갈아탈래.”

“이런 멍청한! 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텐데?”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재하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강 회장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소영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여, 여보. 소영아.”

“그렇게 부르지 마요. 마음 약해지니까.”

등을 진 소영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유롭게 비웃었다.



“소영아. 그럼 이제 출발할까?”

“놀랐잖아요! 하지 마요. 지금 그런 장난 받아줄 기분 아니니까.”

느닷없는 강 회장의 말투에 놀라 돌아본 소영은 재하 혼이란 걸 금세 눈치챘다. 재하 혼이 이미 강 회장의 몸으로 옮겨갔던 것이다. 재하 혼인 강 회장이 재밌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아시죠? 가다가 그 애 태우고 가는 거.”

소영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하자 재하 혼인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는데.”


강 회장 몸인 재하가 나가려다 말고 물었다. 소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강 회장의 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강 회장 몸인 재하는 통화 목록에서 초연을 찾았다. 강 회장의 저승길에 초연이 함께 해야 그의 자살에도 설득력이 있을 거라는 소영의 말이 떠올랐다. 대기업 총수,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와 동반자살. 소영이 구상한 기사의 헤드라인이었다.



강 회장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초연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만나자는 말에도 초연은 핑계를 대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시간이 없는데 말이다. 초조해진 강 회장 몸인 재하는 지금 당장 가게 앞으로 갈 테니 나와 있으라며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분명 나올 거라, 강 회장 몸인 재하는 확신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초연은 긴 외투를 걸친 채 가게 앞 근처에 서 있었다. 영업 준비를 마친 듯 외투 안은 화려한 옷차림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타기나 해.”

“오늘 저녁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조수석에 오르며 초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재하 혼인 강 회장은 시선을 정면으로 둔 채 차를 몰았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자 초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강 회장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조수석 서랍을 열고 휴지를 꺼내었다.


“이마에 땀. 닦아요.”

“어, 고마워.”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일은 무슨.”

“저, 빨리 들어가 봐야 하는데.”

“응? 아, 걱정 마. 매니저한테 내가 말해 줄 테니까.”

“무슨 일 있죠? 그렇죠?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요. 사람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초연이 불안한 얼굴로 강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혼이 재하인 강 회장이 그런 그녀를 가슴 아프게 쳐다보며 말했다.

“임신, 했다며?”

“.......그, 그걸 어떻게.”

“왜 말 안 했어?”


그녀 눈빛에 난처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차마 얼굴을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맞나 보네, 강 회장 몸인 재하는 속으로 생각하며 정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애꿎은 제 손톱을 물어뜯던 초연이 힘겹게 입을 뗐다.


“걱정 말아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알아서?”

“네.”

“나랑은 상관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제가 잘.”

“키우겠다고?”

“네? 아, 아니...”


의외의 강 회장 말에 당황한 초연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초연이 억지로 웃음기를 머금고는 화제를 돌렸다.


“이렇게 달리니까, 지연이랑 놀러 갔던 게 생각난다. 나쁜 기지배. 지 혼자 먼저 떠나고.”

“아, 그러네. 지연이... 참 좋은 아이였는데.”

“그러게요. 며칠 전에 납골당에 다녀왔는데. 나 말고 챙겨줄 사람도 없고 해서.”

“가족 없어?”

“아빠가 있기는 한데,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


멀리 보이는 마을에 가로등 불빛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다소 우울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래도 참 좋다. 오랜만에 나오니까. 근데 졸려.”


지루한 듯 크게 하품을 한 초연이 강 회장의 오른손을 끌어 제 얼굴에 가져갔다. 그녀의 온기가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그녀 얼굴을 얼핏 본 강 회장 몸인 재하는 별안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친 듯 살포시 눈을 감은 모습이 측은했던 것이다.


“잠시 눈 좀 붙이든가.”

“아니에요. 이렇게 그냥 있을래요.”


강 회장 몸인 재하는 칭얼대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문득 초연을 가졌던 날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쩌면 그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강 회장 몸인 재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초연까지 굳이 죽일 필요는 없잖은가. 재하는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강 회장의 차는 남양주를 향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수석한강고원이 빠르게 지나갔다. 초연이 어두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궁금한 듯 물었다.


“여긴 또 어디에요?”

“.......”


돌아오는 답이 없자 초연이 입을 삐죽였다.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 수석교로 접어들기 전에 혼이 재하인 강 회장이 작심한 듯 차를 세웠다.


“내려.”

“네? 아, 다 온 거예요? 여기가 어디.”

초연은 주변을 살피며 차 문을 열었다.


조수석 문이 열리고 초연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강 회장은 차에서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 내려요?”

“이거 받아. 폰은 있지? 택시라도 불러서 타고 가.”

재하는 열린 차창으로 지갑을 툭 던지며 말했다.


초연은 지갑을 잡으려 얼떨결에 양손을 벌렸다. 그녀 손에 미치지 못한 지갑은 그냥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택시 타고 가라니.”

“당분간 어디 피해있어. 알았어? 소영이, 아니 우리 집사람이 임신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꼭꼭 숨어있어. 알았지?”

“네에? 아니...”

“시간 없으니까, 지갑이나 얼른 챙겨. 어서!”


얼떨결에 지갑을 주운 초연이 고개를 들자 강 회장이 탄 차는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러자 주변이 금세 어두워졌다. 초연은 그저 넋을 놓은 채 멍하니 차 꽁무니를 지켜볼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 채 말이다.


초연의 기대와는 달리 강 회장이 탄 차량은 점점 멀어져 갔다.


쿵쾅!


먼 곳에서 불꽃이 튀고, 굉음과 함께 강 회장이 탄 차량이 다리 난간을 뚫고 강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아, 안 돼!”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초연이 소리치며 어둠 속을 부리나케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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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5 0 9쪽
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3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1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6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3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3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8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8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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